한가로운 웰빙 산행 – 아산 봉곡사와 봉수산
* 산행지: 아산 봉수산(534.4m)
* 산행일:
* 산행경로 및 시간: 봉곡사 주차장(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천안IC에서 아산방향~아산 외곽도로~39번 도로 공주(유구)방향~외암민속마을 입구, 송남휴게소(아산 기점 11Km)~616번 도로에서 우회전~1Km진행 후 봉곡사 이정표따라 좌회전~봉곡사 주차장
늦은 여름의 여유롭고 한가한 정취를 찾아 떠난 곳, 봉수산(鳳首山) 보다 천년의 숲이라고 하는 봉곡사 소나무 숲길을 걷고 싶었다. 아산 외암민속마을과 송남휴게소를 지나 616번 도로로 우회전하여 잠시 달리자 봉곡사 이정표가 나온다. 봉곡사로 향하는 길은 늦여름 햇살 아래 한가로운 시골 풍경, 고개 숙인 벼 이삭도 한창 수확 중인 옥수수도 아직 여름의 푸르름으로 가득한데 불어오는 바람은 벌써 시원하니 가을을 예고한다.
봉곡사 송림 아래 주차장에 주차하고 소나무 숲 사이 포장도로를 여유있게 걷는다. 봉곡사 입구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지만 200년이 넘는 싱그러운 소나무 숲을 걷는 것이 더 좋다. 미끈함과는 거리가 먼 구부러지고 뒤틀린 소나무들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편하다. 또 소나무 사이 여유가 많아 숲은 잡목과 수풀이 우거지고 진분홍 이질풀, 노란 짚신나물, 보라색 영아자, 며느리밥풀꽃 같은 야생화들이 한창이다. 이른 새벽 이 길을 걷는 기분은 어떨까?
어린 자녀를 동반한 한 가족이 우리를 앞서 가는데 큰 인형을 손에 든 어린 딸은 더 가기 싫어 그만 가자고 아빠를 조른다. 아이를 달래는 아빠 모습을 보며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던 오래 전 일들이 그립게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그 때 일들을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봉곡사 입구 봉수산 들머리>
오른쪽 계곡 청아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10분 정도 오르니 봉곡사 입구. 정상 2.3Km(버스승강장 1.5 Km) 이정표가 있고 숲으로 난 등로가 보인다. 봉수산부터 다녀 오고 봉곡사에 들르기로 하고 산길을 오른다. 초입부터 숲이 울창하고 풀섶은 어제 내린 비 탓일까 축축하고 음습한 기분을 준다. 적당한 정도의 오르막길, 쉬엄쉬엄 걷기에 좋다. 잘 나 있는 등로 주변은 울창한 활엽수 그늘로 하늘을 가리고 가는 여름이 아쉬워서일까 풀벌레들의 소리가 온 산을 울린다.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올라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능선 안부가 보이기 시작한다. 능선으로 올라서니 이정표는 좌측으로 정상 1.6Km를 알린다. 안부에서 조금 더 오르니 남편을 전쟁터에 내 보낸 아낙네의 정한이 담긴 베틀바위. 주변엔 큰 바위들로 장관을 이루는데 잠시 앉아 쉬려니 모기떼가 단체로 시식을 하잔다.
<베틀바위>
<정상으로 가는 길>
<정상 직전 오르막길>
완만한 오솔길을 따라 잠시 오르니 벤치와 이정표가 있는 작은 봉우리(정상 1.25km, 봉곡사 1.65km). 그런데 정상까지 거리가 이정표는 1.2km, 바닥에 있는 안내판은 1.25km로 서로 다르다. 정상 방향 우측으로 완만한 오르내림을 즐기면서 가다보니 급경사 나무계단을 만나고 길은 다시 부드러운 능선길로 정상은 우측 방향이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급경사 오름길을 만나고 안부로 올라서니 정상은 우측으로 50m, 지척이다.
여유있는 걸음으로도 봉곡사 입구에서 정상까지 1시간 소요. 정상에는 이정표에 정상 팻말이 달려 있고 사방으로 나무가 자라 정상다운 느낌이 없다. 소나무와 참나무 위로 보이는 길게 뻗어 있는 마루금이 아마 광덕산 줄기이리라. 정맥을 따라 0.6Km를 계속 가면 극정봉일텐데 잠깐 다녀올까 욕심을 부리다 포기하고 잠시 벤치에 앉아 쉬다 하산.
점심 먹을 자리를 찾다 베틀바위까지 내려 온다. 다행히 아까와는 달리 모기떼가 덥비지 않아 편안한 자리가 되었다. 베틀바위에서 꿀맛 같은 점심을 먹고 여유있게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계속 올라와 베틀바위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간다. 한참 쉬다가 하산.
<날머리>
주변 울창한 숲을 즐기며 내려 오는데 내리막 길인데다 길이 좋아 금새 봉곡사로 내려 선다. 봉곡사는 신라 진성여왕 때 도선국사가 처음 창건하여 근래 만공선사(1871~1946)가 깨달음을 얻었던 유서 깊은 절. 지금은 대웅전과 향각전, 삼성각 정도만 있는 아담한 절이다. 만공탑과 봉곡사 안내문을 읽어 보고 안내문 위에 있는 만공탑에 잠시 들러본다. 만공선사는 이 절에서 스물다섯 을미년(1,895년)에 깨달음을 얻고 오도송을 읊었다고 한다.
空山理氣古今外 공산의 이치는 고금 밖에 있고
白雲淸風自去來 흰 구름 맑은 바람은 스스로 오고 가는데
何事達摩越西天 달마는 무슨 일로 서천을 넘었는가
鷄鳴丑時寅日出 닭은 축시에 울고 해는 인시에 뜨는구나
초입에는 운치있는 연못이 내려다 보이고 시원한 샘. 절 뒤로는 대나무와 소나무 숲이 이어지는데 법당 바로 뒤편 대나무를 벌목해 놓아 아담한 정취를 잃어 버렸다. 노란 상사화가 시들어 가고 있는 샘가에서 한참 쉬다가 다시 송림 사이를 걸어 주차장에 도착. 귀로에 오른다.
<봉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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