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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여행 ①] 왕산의 구형왕릉과 류의태 약수터

카페인1112 2011. 5. 15. 20:41

   경남 산청 - 역사와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 (2011년 5 8~ 9일)

 

한방과 약초의 고장 산청(山淸). 산청은 산과 물, 사람이 맑아 삼청(三淸)이기도 하다. 지리산 천왕봉(시천면 중산리)으로 대표되는 빼어난 산, 남명 조식, 한의학의 문익점, 현대 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 성철 스님 등 뛰어난 인물, 그리고 산이 높고 골이 깊으니 물이 맑을 수밖에.

 

맑은 자연과 다양한 볼거리, 게다 마침 산청한방약초축제’(5.4~11)와 황매산철쭉제(5.7~8)까지 열리고 있으니 모처럼 얻은 봄날의 여유를 산청에서 즐기기로 한다.

 

 

<산청 금서면 화계리의 구형왕릉>

 

 

산청여행의 출발은 비운의 왕 구형왕의 전설을 만나는 것. 금서면 왕산 아래 구형왕릉은 전() 구형왕릉이니 사료로는 확실하지 않다는 뜻일 게다.

 

구형왕은 김해지역을 기반으로 한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 삼국사기의 기록에 의하면 구형왕이 왕비, 세 아들과 함께 돈과 보물을 가지고 신라에 항복했다고 한다. 신라 법흥왕의 침공을 받았던 그는 백성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 532년 신라에 항복, 김수로왕 이후 492년간 지속되었던 금관가야는 그의 대에서 멸망하게 된다.

 

금관가야는 전기 가야의 맹주. 후기 가야의 맹주였던 고령의 대가야도 신라에 의해 562년 멸망,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지만 통합된 정치체제를 갖지 못했던 가야 제국은 520년의 역사를 남기고 이 땅에서 사라지게 된다.

 

 

 <덕양전을 밖에서>

 

 

 

 

산청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생초, 산청, 단성IC를 중심으로 여행지가 산재되어 있어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여행하게 된다. 생초IC를 나와 금서면을 지나니 구형왕릉 아래 덕양전(경남문화재자료 제50).

덕양전은 구형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시고 제사 지내는 곳. 덕양전 앞에는 직책 등을 적어 놓은 표석(?)이 있는데 아마 제사를 지낼 때 자리를 정해주는 용도인가 보다. 전체적인 전각의 배치가 자연스럽고 담장을 돌로 쌓아 만들어 고즈넉한 분위기.

 

 

 

 

 

 

 

 

 

 

 

 

덕양전을 둘러보고 1km 거리의 구형왕릉으로 향한다. 도중 왕산산장 식당(금서면 화계리, 055-973-6395)에 들러 마음에 점을 찍는다. 1인당 7,000원의 산채정식을 주문했는데 기대 이상의 대박.

 

산채와 약초로 담은 장아치 밑반찬에 산나물, 부침개, 두부, 도토리묵, 시원한 배추 김치 등 음식이 특색 있고 맛이 있어 꼭 들러보기를 권하고 싶은 곳. 그런데 음식 나오는 시간이 좀 걸리므로 예약을 하고 가는 게 좋겠다. 직접 집에서 만든 감식초를 파는데 2년 숙성된 것은 한 병에 7,000원, 3년은 1만원, 4년은 2만원.

 

<왕산산장 식탁>

 

 

 

 

점심을 먹고 잠시 오르니 주차장이 있고 근처에 김유신 장군이 무술을 연마했다는 곳. 그런데 김유신 장군은 이곳 산청이 아닌 진천에서 태어났고, 진천 태령산에 그의 태실이 있다.

 

잠시 포장도로를 걸으니 산 골짜기에 피라미드 모양의 큰 돌무덤이 나온다. 바로 구형왕릉(사적 제214, 산청군 금서면 화계리 산17번지).

 

<김유신 사대비>

 

 

 나라를 보전하지 못했으니 어찌 흙에 묻힐까, 차라리 돌로 덮어달라는 구형왕의 유언에 따라 살아남은 군졸들이 시신을 매장하고 잡석을 쌓았다고 한다.

왕산 아래 경사에 돌을 쌓아 조성했으며, 돌계단을 7층으로 쌓아 만들었다. 둘레가 1m, 높이 20m, 7층으로 쌓은 돌계단은 높이가 7.15m. 앞에 가락국양왕릉(駕洛國讓王陵)이라 새긴 비석이 있고 무덤 주위를 돌담으로 둘렀다. 외형적으로도 특이하지만 칡이나 낙엽이 침범하지 않는다고 하니 신비롭다.

 

<구형왕릉>

 

 

 

신라는 항복한 구형왕에게 상등(上等)의 벼슬을 내리고 그가 다스리던 땅을 식읍으로 준다. 하지만 구형왕은 지금의 산청 지역인 지품천현(知品川縣)의 왕산 아래 수정궁에서 살다가 5년 후 세상을 떠난다. 나라는 멸망했으나 그의 후손들은 신라 진골 귀족에 편입되었고 그의 증손 김유신 장군은 삼국통일의 주역이 된다.

 

구형왕은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이곳 산청으로 왔을까? 오랜 역사의 가야국인데 복야운동이 있었을 것이고, 구형왕이 죽자 그를 따르던 부흥군들이 그의 시신을 매장하고 떠났다는 전설도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저항이 거센 가야인들을 회유하기 위해 그의 후손들을 신라 귀족으로 예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구형왕릉을 나와 류의태약수터 안내(1.84km)를 따라 이제 허준의 스승이자 산청이 낳은 한의학자 류의태가 화계마을에서 의술을 펴면서 이용했다는 악수터로 향한다. 햇볕이 그대로 내리쬐는 포장도를 걷다 보니 꽤나 덥다. 승용차를 타고 휙 지나는 사람들이 부럽게 느껴질 정도로. 곧 울창한 나무 터널로 들어서고 바람이 제법 시원해진다.

 

이제서야 길가 큰구슬봉이, 양지꽃, 산괴불주머니 등 들꽃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망경대 갈림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 오르니 좌측 숲으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약수터까지 0.3km. 숲길을 걸어 오르니 약용식물 관찰로 안내판이 있고 약수터가 보인다.

 

 

 

 

 

<약수터 가면서 보는 금서면>

 

 

 

 

<임도에서 좌측 숲길로 들어서고>

 

 

<약수터 옆 관찰로 안내판>

 

 

약수터를 찾는 사람들이 많은지 주변을 잘 정비해 놓았고 물이 꽤나 시원하다. 큰 물통을 지고 올라온 동네 어르신은 예전에는 여기 한번 오려면 산길이 험하고 외진 곳이라 큰 맘 먹고 와야 했고, 여름에도 물이 너무 차가워 땀띠가 금방 들어갈 정도였다. 그리고 피부병 환자들이 병을 고치러 많이 왔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의보감촌이 볼 만하니 꼭 가보라고 권하신다.

 

 

 

 

 

약수터에서 왕산 정상은 2.8km밖에 되지 않아 다녀오면 좋을 텐데 시간이 부족하다. 다시 임도를 걸어 내려와 2013년 산청세계전통의학엑스포가 열리는 왕산 기슭의 전통한방 휴양지 동의보감촌으로 향한다. 동의보감촌은 산청한방약초 축제까지 열리고 있어 꽤 혼잡한 상태,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인지 파장 분위기이다. 산청 한의학박물관과 테마공원 등 몇 군데를 둘러보고 예약한 숙소로 향한다.

 

 

<동의보감촌>

 

 

<신의 류의태 상>

 

 

<한의학박물관>

 

 

 

 

 

 

 

 

 

 

오늘 숙소는 운 좋게 예약이 가능했던 합천 오도산자연휴양림. 산청에서는 거의 한 시간 정도나 걸릴 정도로 멀지만 주변 녹색 풍광이 환상적이다. 단순히 하루 묵어만 가기에는 너무 아쉬울 정도. 주변 오도산 산세가 너무 좋아 다시 오고 싶은 곳.

 

    

<숙소 오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