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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죽령에서 묘적령까지(도솔봉)

카페인1112 2011. 6. 1. 22:30

[백두대간] 죽령에서 묘적령까지(도솔봉 구간)

 - 눈부신 신록의 향연, 도솔과 묘적의 세계로

 

* 산행지: 죽령(689m)~삼형제봉(1286m)~도솔봉(1314.2m)~묘적령(1,015m)~고항치 

   (충북 단양군 대강면, 영주시 풍기읍,봉현면)

* 산행일: 2011 5 21(), 흐리고 비

* 산행 경로 및 시간: 죽령(10:06)~약수터(10:34)~흰봉산 갈림길(11:15)~삼형제봉

   (11:39)~도솔봉(12:25)~헬기장(12:32~12:42)~희봉(13:04)~묘적봉(13:30)~묘적

   령(13:52)~고항치(14:36<총 산행시간 4시간 30>

* 산행거리: 죽령~6.0~도솔봉헬기장~1.9~묘적봉~0.7~묘적령~2.0~고항치, 총 10.9km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죽령으로 가는 길. 산악회 버스는 중앙고속도 단양IC를 통과 영주방향으로 5번 도로를 달린다. 짙은 안개에 잠겨 있는 짙푸른 5월의 숲, 게다 가는 비가 계속 내린다. 오늘 가는 도솔봉 구간은 조망이 좋기로 유명한 곳인데 또 날이 궂으니 그냥 열심히 걷기만 하면 되겠다. 그래도 눈부신 5월의 신록, 그 아름다움이야 어디 갈까?

 

단양IC에서 15분 정도 지나니 옛 고개 죽령(696m),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영주시 풍기읍 봉현면을 잇는 고갯마루. 신라 아달라이사금 5(158), 죽죽이 처음 길을 개척했다 해서 혹은 주변에 대나무가 많았다고 해 죽령이다. 1,000m가 넘는 높은 소백산 마루금을 지나는 고개이니 문경새재, 추풍령과 함께 영남과 기호지방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였고, 삼국사기 온달의 일화가 전해지는 것처럼 전략적 요충지.

 

 

 

                

 

고갯마루에서 풍기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니 우측에 이정표가 있고 도솔봉 가는 산길이 열린다. 이정표는 죽령탐방지원센터 200m, 도솔봉 6.0km, 사동리 12.3km. 오늘은 도솔봉과 묘적봉을 지나 묘적령에서 고항치로 하산한다. 짙은 신록이 가는 비에 촉촉히 젖어 숲이 더 싱그럽다. 온몸에 감겨 오는 시원한 쾌감, 저절로 발길이 가볍다.

 

5분 정도 완만한 사면 길을 가다 잣나무 지대가 나오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밧줄까지 매인 급경사 길. 이 경사가 급한 길은 아마 흰봉산 갈림길까지 계속 이어질 게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땀을 빼야 하는 곳. 헬기장을 지나 계속 오르니 이정표(죽령 1.3km, 도솔봉 4.7km)와 위령판이 있고 좌측에 약수터가 보인다. 약수터는 들르지 않고 그냥 통과.

 

            <약수터 옆 이정표>

                

 

약수터에서 10분 정도 걸으니 넓은 헬기장. 그윽한 안개 숲에 자리잡은 철쭉은 봄과의 이별이 아쉬운지 아직은 몇 송이씩만 나와 있다. 나무 아래 큰앵초가 여기저기 피어 있고, 기품 있는 홀아비꽃대도 살짝 모습을 보인다. 졸방제비꽃, 줄딸기, 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벌깨덩굴도 군락을 이뤄 피어 있다. 이제 여름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숲을 밝히는 들꽃들. 모처럼 만나는 홀아비꽃대를 담고 싶은데 오늘은 멍청하게 카메라를 갖고 오지 않았으니. 이 흐린 날에 핸폰으로는 제대로 될 리가 없고.

 

분위기가 그윽한 산죽지대를 지나 안개에 잠겨 있는 숲을 오르니 어느새 이정표(도솔봉 2.7km, 죽령 3.4km)가 있는 흰봉산 갈림길. 직진하는 1,286봉을 지나 남서 방향으로 계속 가면 흰봉산. 마루금은 1,286봉을 오르지 않고 좌측 남쪽 방향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내리막길. 그리곤 암릉지대 오르막. 삼형제봉 오름길이 시작되는 것. 앞에 삼형제봉과 도솔봉이 보일 텐데 오늘은 그냥 안개 숲이다.

 

              <흰봉산 갈림길을 지나며>

                 

 

도솔봉 2.2km(죽령 3.9km) 이정표가 있는 첫 봉우리를 지나 암릉지대를 우회해서 오르니 바위 봉우리인 삼형제봉(1,286m). 날이 맑았으면 서쪽으로 흰봉산과 북으로 소백산 마루금, 동남으로는 도솔봉에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일 텐데 지금은 조망 제로.

삼형제봉을 내려와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선다. 잠시 오르니 도솔봉 0.7km 이정표. 곧 추락주의 안내판이 있는 암봉에 올라선다. 짙은 안개로 조망은 안 되고 주변에는 진달래가 이제서야 한창이다.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진달래가 꽃이 작고 색이 진한 고혹적인 모습.

 

 <안개에 잠겨 있는 이정표와 삼형제봉>

 

이제 도솔봉은 지척,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와 바위 능선을 좌측으로 우회해서 걷는다. 가파른 암릉을 오르니 정상석과 작은 돌탑이 있는 도솔봉(1314.2m), 이곳이 단양군 대강면과 영주시 풍기읍 경계. 오늘 걷는 길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이고 사방이 틔여, 날씨만 맑았으면 조망이 좋을 텐데 아쉽게도 오늘은 기대 난.

 

도솔(兜率天)은 장차 부처가 될 보살들이 머무는 정토로 즐거움만 가득하다는 이상세계. 일명 지족천(知足天)이니 족함을 안다는 뜻일 게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살일 때 머물렀던 곳이고 미래불인 미륵보살이 지상으로 내려갈 때를 기다리며 머물고 있는 곳. 따라서 도솔천은 현세가 아닌 미래를 위한 세계. 불국토 도솔천에 태어나고 미래불의 강림을 바라는 민초들의 비원은 현세의 고통이 심할수록 미륵불에 의존하게 된다. 하긴 말법시대가 되면 미륵불이 오신다고 했는데 지금 세상이야 당근 말법시대.

 

              

 

좁은 도솔봉에서 암릉을 따라 내려서니 곧 넓은 헬기장, 역시 안개에 잠긴 섬이다. 이곳에도 검은 오석으로 된 정상석이 있고, 바로 그 뒤에 이정표(도솔봉 0.1km, 죽령 6.0 km, 연화봉 13.2 km, 묘적봉 1.9 km, 사동 6.3 km).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는데 다시 가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빵 한쪽 먹다 포기하고 몸이 차가워져 그냥 출발. 도솔의 세계를 뒤로 하고 이제 묘적의 세계(묘적봉)로 떠난다.

 

            <도솔봉 헬기장 이정표와 정상석>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니 철쭉이 제법 피어 있다. 도솔봉과 묘적봉 마루금 주변은 온통 철쭉 천지. 1~2주 정도 지나면 환상적인 꽃길이 되겠다. 곧 이정표가 있는 희봉(1185m). 이제 묘적봉은 0.7km 거리(도솔봉 1.2km, 죽령탐방센터 7.4km). 이곳에서 동쪽으로 분기되는 지능선이 풍기읍(동북)과 봉현면(동남)의 경계가 된다.

 

                       <도솔봉에서 내려서는 계단과 희봉>

      

 

가파른 암릉지대를 지나고 그늘사초가 곱게 자라는 순한 길을 가니 곧 이정표(도솔봉 1.9km, 죽령탐방지원센터 8.1km, 묘적령 0.7km, 사동리 4.1km)가 있는 묘적봉(1,156m). 바닥에 동판으로 백두대간 묘적봉이라 표시해 놓았다.

묘적이니 이곳도 역시 신묘하고 고요한 부처님의 세계인가? 묘한 적멸의 세계이니 바로 불보살의 경지이고 깨달음의 다른 표현일 게다. 이제 묘적령까지 내려가 좌측 고항치로 하산하게 된다.

 

    

 

  묘적령(1015m) 가는 길. 철쭉이 군데군데 피어 있고 비에 촉촉히 젖어 있는 숲길이 부드럽다. 바위 봉우리는 옆으로 우회하면서 여유 있는 걸음. 비교적 비단길. 암봉을 지나니 이정표와 탐방로 안내도가 있는 묘적령(도솔봉 2.6km, 죽령탐방지원센터 8.8km, 사동리 3.7km, 저수령 10.7km), 죽령에서 8.6km를 걸었다.

앞에 보이는 작은 봉우리로 올라서니 고항치 가는 길이 좌측에 보인다. 고항치 방향으로 들어서니 지금 한창 철쭉 축제. 연둣빛 숲을 배경으로 분홍색의 환상적인 꽃길이 열린다.

 

          

 

                                <고항치(모래재) 갈림길 이정표>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암릉지대가 잠시 나오고 다시 완만한 길. 그런데 앞뒤 일행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선두야 워낙 앞서 갔을 거고 후미는 바로 뒤에 오고 있을 텐데 보이지 않으니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 묘적령에서 대부분 사동리로 내려갈 테니 그 흔한 표지기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단 내려가는 길이니 맞을 걸로 보고 그냥 진행. 조금 더 내려가니 연두색 신록의 향연, 내 몸 속까지 연두색으로 물들 것 같은 신록의 장관이 펼쳐진다.

 

 

 

  작은 헬기장을 지나니 고항치(모래재) 안내판과 백두대간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묘적령에서 2km 거리에 대부분 내리막길인데도 45분이나 걸렸다. 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내려가 일행들과 합류, 저녁을 먹고 귀경, 눈부신 신록의 향연을 마친다. 다음 구간에서는 소백의 철쭉 축제가 벌어질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