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랑길 5일차> 속초 1구간- 장사항에서 설악해맞이공원까지
- 봄 바람과 함께 하는 속초 여행
<2012년 4월 8일(일), 맑음>
* 속초 장사항(
콘도에서 속초 장사항으로 향하면서 보는 울산바위 북사면은 아직 한겨울, 계절이 무색하게 눈이 잔뜩 쌓여 있다. 하지만 눈 쌓인 설악 줄기와는 달리 아래는 이제 완연한 봄. 부드러운 봄바람과 함께 하는 행복한 해안길 여행이 되겠다.
<대명콘도에서 보는 울산바위>
대명콘도에서 15분 정도 걸려 어제 걷기를 마감했던 장사항 도착, 횟집단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바다숲공원을 출발한다. 걷기 좋은 전형적인 봄날씨.
오늘은 장사항에서 설악해맞이공원까지 10.17km, 속초 전역을 아우르는 속초1구간을 걷는다. 해맞이공원까지 예상시간은 3시간. 나중 확인하니 이 시간은 완전 널널하게 놀면서 걸어 3시간이다.
<오늘 출발지점인 장사항, 바다숲공원을 출발한다>
<장사항의 오징어 조형물 - 매년 여름 맨손으로 오징어잡기 체험행사가>
<장사항 풍경>
아침의 한적한 해변, 방향은 무조건 남쪽. 멀리 속초등대가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해변을 따라 걷다가 장사항에서 도로로 나오니 곧 우측에 아름다운 석호, 영랑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 뒤로는 범상치 않은 포스의 설악산.
영랑호 이름은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유래. 신라 화랑 영랑은 동료인 술랑, 남랑, 안상과 더불어 금강산에서 수련을 마치고 서라벌에서 열리는 무술대회 참가차 이곳을 지나다가, 아름다운 호수의 풍광에 매료되어 그냥 머물렀다 하여 영랑호. 호수 둘레 5km 정도를 산책로로 조성해 놓았다. 둘레길을 걷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그냥 통과.
<장사항을 나와 도로를 따라 걸으니 우측에 영랑호>
호수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은 영랑호리조트. 그 뒤로 설악산
영랑호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길을 건너와 속초시가지를 걷는다. 한적한 포구였던 속초는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이북에서 피난한 실향민들이 고향과 가까운 이곳에 정착하면서 인구가 크게 늘어난다.
속초라는 지명은 이곳 지형이 누운 소의 형태(臥牛形)라 누운 소가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풀을 묶어야 좋다고 해‘묶을 속(束)자를 써 속초(束草)라 했다 한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속새라는 풀이 많아 여기서 속초라는 지명이 유래되었다"고도.
<해파랑길 표시도 만나고>
해파랑 길 표지판이 가로수에 매달려 있다. 처음 만나는 해파랑길 표시. 걷기 열풍 덕분인지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둘레길을 만들었지만 걷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도움이 되는 경우는 실제 많지 않다.
기존에 있던 길을 잘 연결하면 될 터인데 길 낸다고 엉뚱한 데다 예산이나 퍼부어 대고, 정작 걷는 사람들한테 꼭 필요한 이정표 하나 제대로 못 만든다. 전에 갔던 경기도의 한 둘레길은 필요 없는 곳에는 안내 표시가 잔뜩 되어 있고 정작 필요한 갈림길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을 정도로 무성의한 경우도 보았다.
<속초등대해변 이정표 따라 따시 해안으로>
한적한 봄날의 속초등대해변
영랑호에서 15분 정도 걸으니 좌측에 속초등대해수욕장(등대해변) 이정표가 보인다. 좌측 해변 쪽으로 이동. 한적한 등대해변 저쪽으로 속초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으니 여기저기 명태 말리는 모습. 곧 '속초명물 등대' 아래 도착. 등대에 오르기 전 좌측 바닷가에 거문고 모양의 조형물이 있다.
<등대해변 뒤로 속초등대가 보인다>
<속초등대해변>
설명문을 보니 “신비한 거문고 소리를 간직한 영금정(靈琴亭), 영금정은 3면이 바다와 잇닿아 있는 속초등대 동쪽에 위치한 석산(石山)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면 신비한 음곡이 들리는데, 금 음곡이 마치 거문고 소리와 같다고 하여 영금정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영금정은 원래 바다 위의 울산바위처럼 웅장한 모습을 갖고 있었으나 일제 강점기 때 속초항 개발을 위한 석재 반출로 바위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여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라고 되어 있다.
<영금정 조형물과 안내문>
나무 계단을 잠시 오르니 속초등대, 장사항에서 30분 정도 걸렸다. 속초 8경중 하나인 속초등대는 1956년 12월 착공, 1957년 6월부터 등대 불을 밝히기 시작했고 지금은 해양항만홍보관, 등대테마공원, 바다전망대 등 풍성한 볼거리로 해양관광명소가 되었다.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니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은 곳.
<이제 속초8경 중 하나인 속초등대로 오른다>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일품이 전망대. 바다 쪽으로 신비한 거문고 소리를 간직한 영금정(靈琴亭) 전망대가 있고 그 뒤로 펼쳐지는 짓푸른 망망대해. 남쪽으로 속초 시가지와 청호대교,
<등대전망대에서 보는 동해~>
<발 아래 영금정 전망대도 보고>
<등대에서 보는 북쪽 방향, 등대해변과 그 뒤로 고성 방향>
<남쪽 속초시가지와 청초호,청호교>
속초등대에서 좌측 길로 빠지니 동명항이 나온다. 영금정 전망대는 저절로 생락하게 된 것. 이곳에 생선회가 싸고 좋다는데 시간이 이르다. 국제여객선터미널을 지나 항구를 따라 걸으니 우측에 '수복 기념비'가 보인다. 그냥 해변을 걸어 갯배 타는 곳으로 갔는데 대교 공사로 어수선하기만 한 곳.
차라리 우측 수복기념비 앞을 지나 속초 중앙대로인 로데오거리를 걷는 게 구경거리가 더 많을 것 같다. 닭강정에 옹심이 맛도 볼 수 있는 속초중앙시장도 둘러보고 갯배 타는 곳으로 가면 될 것.
<속초등대를 나와 동명항을 지난다>
그냥 해변을 따라 걸으니 공사중인 대교 아래를 지나고, 1박2일 촬영지임을 홍보하는 생선구이집이 여럿 있는 어촌 마을. 고깃배 그물에서 생선을 따는 손길이 분주하다. 이곳은 동명항과 청초호를 잇는 뱃길.
<공사중인 대교 아래를 걸으면 갯배 타는 곳으로>
<갯배가 보이고>
<고깃배가 들어와 그물에서 물고기를 따느라 분주한 손길들....>
이런 곳을 지날 때마다 한가롭게 여행하는 자신이 미안해진다....
<갯배 타는 선착장 도착>
곧 속초명물 갯배 타는 선착장(1인당 편도 200원). 청호동 주민들의 교통수단인 청호대교 아래 갯배는 '1박2일' 프로그램 덕분에 유명한 관광상품이 되었다.
갯배는 해안 양편에 연결된 쇠줄에 고리를 걸어 당겨서 배를 움직이게 하는 것. 승선한 사람들이 같이 줄을 당겨 배를 움직이게 하는데 이런 경험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 번갈아 가며 한번씩 줄을 당겨보는데 이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이렇게 바닥에 있는 쇠줄에 고리를 걸어 당겨서 배가 움직인다>
아바이마을로 건너오니 여기저기 순대집. 가을동화를 촬영했던 은서네 슈퍼도 순대집으로 바뀌었고, 순대집마다 1박2일 촬영 화면을 부착해 놓았다. 하긴 꼭 1박2일 촬영한 집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아바이마을에서 순대를 먹은 건 사실이니까.
이곳은 주로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서 내려온 실향민들이 정착해서 살고 있는 곳.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를 사용하여 아바이마을이라 한다. 지금이야 외지인들이 맣이 들어와 살지만 아직도 주민의 60% 정도는 실향민이라고 한다.
<가을동화와 1박2일의 아바이마을 도착>
시간은 이르지만 아바이마을에 왔으니 순대는 맛보고 가야 할 것. 황금아바이집과 은서네집을 저울질 하던 집사람은 ‘가지미식해’도 준다는 황금집 주인 말에 냉큼 그 집을 선택.
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를 섞어 1만원, 기대했던 대로 별미라 순식간에 먹어 치우게 된다. 이런, 너무 이른 점심을 먹었네. 가게주인에게 길을 물어보니 빙 돌아가지 말고 가게 아래편(남쪽)에 있는 청호대교로 오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대교 위로 올라서란다. 물어보길 잘 했네...
<가을동화 은서네 슈퍼도 순대집으로 바뀌고>
<모듬순대 한 접시에 1만원, 가자미식해는 반찬으로>
속초별미인 가자미식해는 그 자체로 요리가 아니고, 반찬으로 나오는 것.
삭힌 가자미 씹는 맛이 오묘하다.
<청호교로 오르기 위해서는 이곳에서 엘리베이터 이용>
이정표 옆에서 일종의 셀카 놀이를 해봤다.
<청호교에서 보는 아바이마을>
<다리를 건너면 청호동>
청호대교 우측은 속초시 중앙부에 위치한 청초호.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관동팔경을 소개하며 낙산사 대신 이곳을 관동팔경의 하나로 꼽았고 새로 부임하는 양양 수령의 환영연을 이곳에서 열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는 곳. 하지만 바다 풍광을 계속 보면서 걷다 보니 그냥 눈길만 한번 주고 지나간다.
조선시대에는 수군만호영을 두고 군선을 정박시켰다고 하는데 지금은 고깃배들이 빼곡하게 정박해 있다. 건너편에 높게 솟은 엑스포 타워가 있고 속초 시가지 뒤로 아직 흰 눈이 덮여 있는 설악산이 병풍처럼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다.
<다리에서 보는 청초호, 뒤로는 장엄한 설악산이>
다리에서 내려서 좌측 길을 따르니 청호동 마을. 주택가 길을 걷다 청호초교를 지나 좌측 바다 방향으로 가니 해안 길. 해안 길을 따라 잠시 걸으니 송림이 아름다운 속초해변. 그동안 걸은 해변들은 모두 한산했는데 이곳은 의외로 관광객들이 꽤 많다.
<청호동을 지나니 속초해변이다>
산호 조형물이 있는 ‘연인들의 장소’로 가니 작은 섬 조도가 지척이고, 지나온 청호대교와 아바이마을 일대가 가깝게 보인다. 산호조형물은 연인들의 사진 찍는 단골 장소.
<속초해변 산호 조형물이 있는 연인들의 장소>
<앞에 작은 섬 조도가 보인다>
<청호교 방향을 되돌아보고>
제1군단전적비를 지나 속초해변 산책로를 걸어 외옹치로 향한다. 해변의 돌고래와 물고기 조형물을 지나 작은 다리를 건너면 외옹치 해변, 그리고 바닷가 군부대 옆에 숲으로 드는 넓은 길이 보인다.
<속초해변의 1군단 전적비>
<속초해변, 뒤로는 조도가 보이고>
모래 장난하는 아이는 그냥 즐겁다, 저 해 맑은 표정이 바로 천사.
<다리를 건너 앞에 보이는 작은 숲으로 가면 외옹치>
외옹치 오르는 농로가 있고, 그 좌측 해안은 군부대가 있다.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 대숲 사이를 지나니 왼쪽 굵은 소나무 숲에 작지만 범상치 않은 집이 하나 보인다. 나중 확인하니 성황당. 바닷가라 산신각이 아니라 성황당인가 보다.
곧 도로로 내려서 외옹치항(
<외옹치항으로 가는 길>
<범상치 않은 작은 건물, 성황당이다>
속초해변과 이어진 외옹치해수욕장에서 외옹치 숲으로 올라서지 않고 그냥 우측 도로를 따라 걸으면 외옹치항 앞에서 만나게 된다. 남쪽에서 속초해변으로 갈 때는 외옹치항에서 우측 숲으로 들어서는 길을 잘 확인해야겠다. 앞에 보이는 대포항과 그 뒤 동해콘도를 지나면 오늘 종착점인 해맞이공원.
<드뎌 외옹치항 - 뒤로 대포항과 동해콘도가 보인다>
횟집들이 몰려 있는 대포항(
<외옹치에서 보는 대포항과 뒤로는 동해콘도>
동해콘도 앞길을 지나면 오늘 종점인 설악해맞이공원
해변에 보행로를 만들어 놓아 바로 발옆에서 파도가 찰랑이고, 시멘트 구조물 위에는 작은 조개며 해초들이 잔뜩 자라고 있다. 이것만도 신기한 구경거리.
이곳 대포항이야 싱싱한 횟감들로 넘쳐날 텐데 회를 좋아하지 않으니 그냥 통과다. 그러고보니 고성 속초 그 맣은 항구를 거쳐 오면서 회는 한 점도 맛보지 못 했네.
<대포항, 해변을 따라 걸으니 바로 발 옆에 바닷물이 출렁출렁>
공사중인 대포항 해안을 계속 가니, 이런 길이 7번국도 고가 밑으로 연결된다. 되돌아 나와 도로로 올라서 7번 도로를 따라 걸으니 설악동 입구의 설악해맞이공원.
속초 해안의 최남단인 내물치의 해맞이공원은 1999년 강원도에서 열린 국제관광엑스포에 맞춰 개장했으며, 횟집 단지 위가 해맞이 전망대.
<이제 동해콘도 앞을 지나 도로를 따라 설악해맞이공원으로>
<대포항 방파제>
해안에 그 유명한 인어연인상.‘사랑이 이루어지는 인어상’안내문을 보니 “이곳은 본래 내물치 마을이 있던 곳인데 이곳에서 물질을 하며 살던 한 처녀가 결혼을 약속한 사내가 풍랑으로 인해 돌아오지 못하자 3년 동안이나 그리워하다 죽었고, 이들이 영원히 사랑을 속삭일 수 있도록 이곳에 조형물을 세웠다는 것. 이후 이곳이 사랑이 이루어지는 바닷가로 소개되어 연인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고 소개 되어 있다. 그런데 인어상은 아무리 봐도 시골 총각,처녀처럼 보이지 않고 잘생긴 서구인처럼 보이네.
<해맞이공원 앞의 인어상>
인어상 앞에는 미역을 줍는 사람들,
이곳은 연인들이 찾는 명소, 사랑이 이루어지는 바닷가의 전설이...
공원에서 조각품들을 돌아보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한참 쉬다 공원 앞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장사항으로 돌아가 차를 회수.
시원한 풍광과 함께 했던 속초 여행을 마치고 귀경. 그런데 당분간 시간이 없어 해파랑길 여행은 어렵겠다.
<설악해맞이공원 조형물과 조각상>
성장공간 탄생-99(뭍에 오르다. 미래 희망의 땅임을 상징화)
'여행지에서 > 해파랑길(동해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파랑길] 양양 2구간 – 낙산해수욕장에서 기사문항까지(하조대) (0) | 2012.05.13 |
---|---|
[해파랑길] 설악해맞이공원에서 낙산해변까지(양양 3구간) (0) | 2012.05.13 |
해파랑길에서 만나는 고성의 문암2리항(4/7일) (0) | 2012.04.15 |
[해파랑길] 속초2구간② - 천학정에서 장사항까지 (0) | 2012.04.15 |
[해파랑길] 송지호에서 천학정까지(속초 2구간) (0) | 2012.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