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가을산,
산행일: 2003년 10월4일
4일 아침, 숲에는 안개가 흐르는 강물처럼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 안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상념들에 빠진다. 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도 익숙해진 일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고운 새색시 같은 가을 산의 모습은 그래도 곱기만 하다.
어제의 비로봉 산행에 이어 오늘은
초입은 당단풍, 두릅나무, 산죽, 물푸레나무 등이 작은 숲을 이뤄 터널 같은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흙 길이다. 작은 숲을 지나니 고랭지 채소밭의 모습이 보인다. 아, 가을 들녁은 이렇게 평화로운 것인가. 배추를 뽑아내고 허전한 들판까지도 안온하게 다가온다. 들판 주변에는 쑥부쟁이 꽃들이 깨끗하고 소담스럽게 피었다. 오늘 이 산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아마 어제의 오대산처럼 화려한 가을 모습으로 타 오를 것이다. 길 건너편 동대산의 단풍이 화려하기까지 하다.
15분 정도 지나니 갑자기 급경사길, 그래도 누런 단풍과 참나무 숲이 아름답다. 곧 평탄한 길로 접어 들고 주변의 나무 명찰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산을 오른다.
올라갈수록 가을빛들이 더 곱다. 예쁜 단풍잎에 부서지는 햇살들이 너무도 맑고 단풍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누런 가을 산에 푸른 잣나무 전나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도중 청초한 보라색 투구꽃 몇 송이를 보았다. 아름다운 들꽃들……
정상에서 주변을 실컷 조망하다가 40분이 조금 넘어 하산하기 시작, 도중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바람이 차 땀을 흘릴 새도 없다. 1시경 채소밭에 도착, 밭에 남아 있는 배추 잎을 조금 뜯고
아쉬운 짧은 산행. 진고개는 해발 960m, 그래서 정상까지 산행시간이 짧다. 이제 장평에 들러 메밀국수를 먹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 그리고 언젠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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