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황홀하게 아름다운 가을산 - 노인봉

카페인1112 2003. 10. 15. 23:00

 

2003 10 4

 

황홀한 가을산, 노인봉

 

산행지: 노인봉(1,338m)

산행일: 2003년 10월4일

 

4일 아침, 숲에는 안개가 흐르는 강물처럼 조금씩 흩어지고 있다. 안개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상념들에 빠진다. 이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도 익숙해진 일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러나 고운 새색시 같은 가을 산의 모습은 그래도 곱기만 하다.

 

어제의 비로봉 산행에 이어 오늘은 노인봉에 오를 계획. 오래 전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으로 산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산행을 즐기지 않았던 때라 그런지 그 때의 기억이 별로 없다. 오늘은 후일 나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인가?

 

10가 되기 전 진고개 휴게소에 도착, 간식거리를 사고 산행을 시작한다. 노인봉 3.9Km, 소금강 13.5Km, 오늘은 서울로 돌아가야 하므로 소금강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바쁘다. 왕복 8Km가 안되는 짧은 산행. 휴게소 좌측 매표소가 있는 곳이 들머리.

초입은 당단풍, 두릅나무, 산죽, 물푸레나무 등이 작은 숲을 이뤄 터널 같은 느낌을 주는 부드러운 흙 길이다. 작은 숲을 지나니 고랭지 채소밭의 모습이 보인다. , 가을 들녁은 이렇게 평화로운 것인가. 배추를 뽑아내고 허전한 들판까지도 안온하게 다가온다. 들판 주변에는 쑥부쟁이 꽃들이 깨끗하고 소담스럽게 피었다. 오늘 이 산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아마 어제의 오대산처럼 화려한 가을 모습으로 타 오를 것이다. 길 건너편 동대산의 단풍이 화려하기까지 하다.

 

15분 정도 지나니 갑자기 급경사길, 그래도 누런 단풍과 참나무 숲이 아름답다. 곧 평탄한 길로 접어 들고 주변의 나무 명찰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산을 오른다.

올라갈수록 가을빛들이 더 곱다. 예쁜 단풍잎에 부서지는 햇살들이 너무도 맑고 단풍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누런 가을 산에 푸른 잣나무 전나무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발걸음을 옮기면서 그저 황홀하기만 하다. 도중 청초한 보라색 투구꽃 몇 송이를 보았다. 아름다운 들꽃들……

 

11 헬기장에 도착, 20분 정도 더 지나니 거대한 암릉의 정상이다. 이 화강암 봉우리의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면 백발노인과 같이 보인다고 해서 노인봉이라 불렀다 한다. 정상에서 보이는 조망은 그저 환상적, 수려한 주변 산들의 단풍이 화려하기 그지 없고 그저 한 폭의 유화, 어떻게 그 모습을 형용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본 가을 산의 모습들 중 가장 아름답다. 멀리 설악산까지 보이는 산의 연봉들이 장엄하고, 동쪽으로는 주문진 바다의 모습까지 선명하게 눈에 들어 온다. 산 능선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겹겹이 장엄하게 보인다. 그리고 앞쪽 남동쪽 산록에는 삼양목장의 모습도 볼 수 잇다. 저곳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철없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계속 몰려 와 주변을 보곤 경탄의 소리가 계속된다.

 

정상에서 주변을 실컷 조망하다가 40분이 조금 넘어 하산하기 시작, 도중 잠깐 쉬면서 간식을 먹었다. 바람이 차 땀을 흘릴 새도 없다. 1시경 채소밭에 도착, 밭에 남아 있는 배추 잎을 조금 뜯고 1시20 하산 완료.

 

아쉬운 짧은 산행. 진고개는 해발 960m, 그래서 정상까지 산행시간이 짧다. 이제 장평에 들러 메밀국수를 먹고 서울로 돌아갈 예정. 그리고 언젠가 가을 노인봉을 거쳐 소금강까지의 산행을 하고 싶다. 12일의 화려한 외출, 그리고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