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언제 찾아도 넉넉한 덕숭산

카페인1112 2004. 3. 1. 22:49

 

언제 찾아도 넉넉한 덕숭산

* 산행일: 2004 3 1()

* 산행지: 덕숭산(495.2M)

 

어제 용봉산 산행에 이어 오늘은 덕숭산으로 향한다. 빨리 산행을 마치고 길이 밀리기 전에 귀경해야 한다. 오래 전 아이들을 데리고 왔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그 때 일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초등학교 입학하기도 전이니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하지 못할까? 그 때도 이른 봄날, 정상에서 남쪽은 진달래가 분홍 꽃몽오리를 내밀고 북쪽 산사면에는 잔설이 남아 있어 신기해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덕숭산을 향해 출발,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10 산행을 시작한다. 복잡한 상가지대를 지나 매표소에 도착, 수덕사를 향해 출발. 날씨는 포근하고 맑아 산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 거기다 파란하늘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

 

10분만에 수덕산 대웅전 앞마당에 도착. 유홍준이 책에서 소개했던 맞배지붕의 단아한 대웅전 옆 벽면을 둘러 본다. 그 조형미가 아름다움의 극치라는 찬사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맞배지붕선과 노출된 목재의 구도가 절묘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기둥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금강보탑의 풍경소리가 마음의 평화를 준다.

 

대웅전 앞 좌측의 계곡을 따라 오르니 적당히 가파른 산길이 편안하다. 서두르지 않고 여유있는 산행. 소림초당을 지나 향운각 도착, 1924년 만공선사가 조성한 관음보살 입상께 참배하고 멀리 수려한 산줄기들을 조망한다. 생노병사의 4고에 구부득고, 애별리고, 원증회고, 오음성고까지해서 8. 그러나 이 바쁜 사바세계에서는 생노병사라는 근원적인4고의 고통보다 구하려 해도 얻을 수 없는 것, 미워하는 마음 등 뒤의 사고가 더 괴로운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런 산에서 8고를 생각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그냥 평화스러울 뿐. 이 순간에는 머리 속 상념들 잡념들을 모두 잊고 싶다. 주변에는 황송들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약수터 우측의 대밭이 그윽하다.

 

덕숭산은 언제 보아도 깊이가 있고 평화롭다.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수려하고 산 줄기들이 그윽하다. 산이 높지 않고 험하지 않아 가족단위 등산객들이 많고 여유가 있는 모습들이다. 이제 정상도 얼마 남지 않았다.

 

주차장에서 한 시간이 못되어 만공탑을 지나니 이제 정상은 0.65km(수덕사 0.85km) 선원 우측길을 지나 오르니 주변 밭에 새 순이 파릇파릇하게 돋고 있다. 11 조금 지나 능선에 도착 우측 방향 정상으로 오른다. 11시10 정상 도착, 정상에는 산악회에서 온 듯한 사람들로 빼곡하다. 정상에서는 앞의 가야산이 바로 지척인 듯 보이고 어제 갔던 용봉산 수암산 모습이 쭉 뻗어 있다. 가야산은 일락산과 연계해서 언젠가 한번 가야 할 산. 정상에서 25분 정도 여유있게 쉬다가 다시 능선을 타고 하산. 하산은 바로 수덕사 방향으로 내려가지 않고 능선을 계속 타고 내려갈 계획이다. 곧 올라올 때 등산로인 갈림길을 지나고 계속 우측 방향으로 진행.

 

45분 암릉지대 도착, 좌측 길은 수덕사로 바로 내려가는 길로 보인다. 계속하여 직진. 암릉지대에는 여기저기 거대하고 기묘한 모습의 바위들이 많다. 좌측 큰 바위를 끼고 내림길로 내려 간다. 12 전망대에 도착, 큰 마당바위에는 등산객 몇 사람들이 쉬면서 주변을 조망하고 있다. 바위를 기어 올라가 보니 주변의 완만한 산세들이 시원하게 조망되고 회색 빛 바위들과 푸른 소나무가 어우려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덕숭산은 전형적인 노년기 산, 산세들이 완만하고 바위들의 모습이 거칠지 않고 부드럽다. 또 바위들이 돌탑 모양으로 생기거나 꼭 전복처럼 가운데가 갈라져 미묘한 상상을 불러 일으키는 등 다양한 모습들이다.

 

마당바위에서 휴식을 취하다 다시 하산, 곧 갈림길이 나오고 왼쪽 하산로를 택해 내려간다. 작은 개울과 인가를 만나고 산소가 있는 곳을 지나니 넓은 개천이 나타난다. 개천 가에는 손벽을 치면서 찬송가를 요란하게 불러대고 방언 기도를 하는 부부의 모습. 12시25 하산 완료하여 상가지대로 나온다. 아마 그 코스대로 산행을 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될 듯.

 

이틀간의 산행을 마치고 귀로에 오른다. 역시 서해안 고속도로는 엄청난 지체를 보이고 귀가시간이 상당히 늦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