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장성봉구간] 버리미기재에서 지름티재, 은티마을(장성봉,구왕봉)
[장성봉구간] 시린 봄날 시린 마음으로 대간길을 걷는다.
- 버리미기재에서 지름티재까지(은티마을 하산)
* 산행지: 장성봉(915.3m)~악휘봉(845m)~주치봉(683m)~구왕봉 (877m)~지름티재(640m)
* 산행일: 2010년 4월 4일(일), 맑음
* 산행경로: 버리미기재(10:07)~전망대(10:39)~11:04)~막장봉 갈림길(11:25) ~헬기장(12:43~13:18)~악휘봉 갈림길(13:39)~악휘봉(13:49~13:55)~악휘봉갈림길 821m봉(14:04)~721봉(14:31)~은티재(14:57)~주치봉(15:15)~호리골재(15:21)~구왕봉 (16:13)~지름티재(16:46)~은티마을(17:37)
<총 7시간 30분, 중식 등 50분 포함>
* 산행거리: 버리미기재~장성봉(2.0km)~악휘봉 갈림길(5.3km)~악휘봉(0.35km)~악휘봉 갈림길(0.35km)~은티재(2.1km)~구왕봉(2.2km)~지름티재(0.7km)~은티마을(2.0 km)
<약 15km(은티마을까지 연장 2km 포함)>
산행은 일상에서 조금은 다른 경험이자 잠시의 일탈, 처음 가는 산은 더 그렇다. 그래서 중독처럼 더 빠지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늘 산행도 처음 가보는 곳, 버리미기재에서 장성봉, 악휘봉, 구왕봉을 지나 지름티재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코스. 오늘도 외부 산악회 따라 홀로 가는 산행이다.
<임도 들머리의 장성봉 안내>
괴산 칠성면을 지나 지난 번 대야산 들머리였던 버리미기재에 도착, 장성봉 오르는 길은 초장부터 종아리가 뻐근할 정도로 경사가 급한 길. 이런 길을 한 시간 넘게 올라야 한다. 30분 정도 오르니 암릉지대를 지나 바위 전망대, 남쪽으로 지난 산행 때 직벽이 미끄러워 쩔쩔매며 올랐던 곰넘이봉 너머 대야산이 아스라하다.
<전망대에서 보는 대야산>
조망을 즐기다 다시 급한 길을 오르니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며 허연 암벽의 희양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곧 이정표와 삼각점이 있는 정상석 너머 오늘 가는 마루금이 끝없이 펼쳐진다. 잠시 쉬다가 정상석 뒤 북쪽 방향으로 출발, 다시 급경사 길로 내려선다.
잠시 완만한 길을 걸으니 막장봉 0.7km(장성봉 0.5km) 이정표, 조금 더 가니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막장봉 갈림길, 852m봉이다. 대간에서 살짝 벗어나 있는 막장봉이 좌측에 지척인데 모두 휑하니 그냥 가버리니 혼자 가기도 부담스러워 덩달아 대간 길로 직행. 막장봉만 보러 오기도 쉽지 않은데 그럼 언제 막장봉을 가보지?
<장성봉에서 보는 희양산>
<막장봉 갈림길>
잠시 낙엽이 수북한 완만한 길을 지나 안부로 내려서고 이제 다시 오름길. 좌측에 달팽이 같기도 하고 쥐 모양으로도 보이는 기암을 지나 좁은 공터의 827봉으로 올라선다. 이제 다시 몇 개 봉우리의 오르내림. 장성봉에서 악휘봉 갈림길까지 적당한 오르내림이 지루하지 않고 군데군데 조망이 좋은 곳이 많아 기분 좋은 발걸음이 계속된다.
전망이 좋은 너럭바위 봉우리를 지나니 곧 넓은 안부 헬기장이 나오고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기로 한다. 오늘 컵라면 하나 달랑 갖고 왔는데 남들 덕에 과매기에 도토리묵까지 포식을 한다. 점심을 먹고 한참 쉬다가 출발.
<안부 헬기장, 이곳에서 중식>
봉우리 하나를 우측으로 우회하니 좌측에 수려한 악휘봉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평탄한 길을 지나 곧 삼각점과 이정표가 있는 악휘봉 갈림길(821m봉). 악휘봉은 대간 길에서 살짝 벗어나 있고 전에도 다녀 간 적이 있지만 워낙 조망이 좋은 데다 왕복 20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 악휘봉으로 좌틀.
경사가 급한 길을 오르니 악휘봉의 명물인 선바위가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자태를 선보인다. 선바위를 지나 넓은 바위지대인 악휘봉 정상 도착. 정상석 하나는 악희봉, 하나는 악휘봉. 사방이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이 환상적이다.
북동쪽 마분봉과 마법의 성이 그림같이 아름답고 남으로는 오늘 지나온 마루금이, 우측 동남으로 희양산에서 이만봉으로 지나는 마루금, 서쪽으로는 칠보산,군자산 방향이다. 한참 조망을 즐기다 악휘봉을 내려선다.
<겨우살이를 올려보고>
<삼각점이 있는 악휘봉 갈림길, 821m봉>
<악휘봉에서 보는 조망 - 희양산 방향 마루금>
<마분봉과 마법의 성>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우측 은티재 방향으로 출발. 버리미기재에서 북으로 향하던 마루금은 이곳 갈림길에서 동남방향 은티재로 이어진다. 이제부터는 수려한 암봉과 분재같이 잘 생긴 소나무 숲을 즐길 수 있는 곳.
우측으로 능선이 분기되는 820봉을 지나 712봉 철계단을 내려서 10여분 정도 지나 다시 전망바위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 뒤를 돌아보니 잘생긴 적송과 어우러진 기암들의 절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제 은티재로 내려서는 가파른 길. 은티재 내려서기 직전 로프가 매어 있는 슬랩지대 마당바위를 지난다. 암릉지대를 내려오다 보니 앞에 주치봉과 허연 암벽의 구왕봉과 희양산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다.
<전망바위봉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에서부터 주치봉, 구왕봉, 희양산>
<슬랩지대를 내려오고>
암릉지대 내림길을 지나 이제 막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아래 은티재 도착. 나무에 금줄이 걸려있는 서낭당이 보인다. 좌측 길이 은티마을 가는 길로 전에는 은티마을에 차를 두고 마분봉에서 악휘봉 갔다 이곳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한 적이 있는 곳.
잠시 쉬다가 주치봉으로 출발, 아직 앙상한 겨울나무 사이 급경사 만만치 않은 길을 올라야 한다.
<생강나무 아래 은티재>
<은티재 서낭당>
15분 정도 가파른 길을 올라 주치봉(683m)에 오르니 아무런 표시도 없고 봉우리라는 느낌도 없을 정도로 밋밋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구왕봉과 희양산 암벽이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데 희양산뿐 아니라 구왕봉의 암벽도 대단한 절경이다.
다시 안부에 내려서니 묘 1기가 있는 호리골재. 우측 봉암사 방향으로는 출입금지 표시, 좌측은 은티마을 가는 곳. 이제부터 구왕봉 가는 오름길이다. 이정표를 보니 구왕봉까지 50분.
<주치봉>
<호리골재>
큰 바위 사이를 지나 가파른 길을 오르니 넓은 암반지대가 있고 다시 오름길, 앞 봉우리가 정상인 줄 알았는데 정상은 한참 더 가야 한다. 다시 가파른 길을 오르니 정상 표지판이 있는 구왕봉 정상.
봉암사 창건 설화에 지증대사가 봉암사를 세울 때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커다란 연못을 메워 절을 세웠다고 한다. 연못에 살다 쫓겨난 아홉 마리 용들은 이 봉우리에 올라와 고래고래 소란을 피며 지증대사에게 연못을 메우지 말라고 사정했으나 들어주지 않자 아홉 개의 돌로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구룡봉이었다가 지금은 구왕봉으로 바뀌었다는 전설. 쫓겨난 불쌍한 용들의 아홉 바위는 어디에 있지?
<정상 표시 뒤로 희양산 암릉이 보인다>
정상에서 지름티재 방향으로 조금 내려와 전망대에 서니 바로 앞에 희양산의 허연 암벽이 거대하게 다가오고 희양산 아래 봉암용곡의 봉암사 모습이 보인다.
거대한 희양산 암봉은 누군가 그렇게 표현했듯 말 탄 장수가 힘차게 뛰어 오르는 장엄한 기상과 한 송이 커다란 바위 꽃을 연상케 한다. 봉암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의 하나인 희양산파의 요람이었고 지금은 초파일에만 산문을 개방한다는 불교 수행도량이자 성지.
지증대사가 이 절을 세울 때 ‘만약 이 곳이 스님들의 거처가 되지 않으면 도적의 소굴이 될 것이다'하고 봉암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청정한 수행도량을 잘 유지해 이 혼란한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는 눈 밝은 선지식이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해본다.
<전망대에서 보는 희양산과 우측 아래 봉암사>
<다시 희양산>
이제 가파르고 거친 내리막길을 지나 지름티재로 가는 길. 거의 직벽 수준인 구간을 로프와 나무 뿌리에 의지해 조심조심 내려서니 산불감시초소와 우측 봉암사 방향에 설치한 목책이 나타나고 곧 지름티재(640m)에 내려선다.
지름티재의 지름은 기름의 경상도 사투리, 즉 기름처럼 미끄러워서 그런 이름을 붙였다는 설과 괴산 연풍에서 가은으로 가는 지름길재에서 나왔다고도 한다.
<급경사 거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지름티재 직전>
<지름티재>
마루금 산행은 여기서 끝, 이제 좌측 은티마을로 하산한다. 푸른 산죽 밭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계곡 물소리가 요란하다. 계곡 찬 물로 대충 씻고 산길을 내려오니 성터 갈림길(대간 성터로 오르는 길)과 백두대간 희양산 표석을 지난다.
그리곤 곧 익숙한 은티마을. 앞에 남근석이 있는 은티마을 주막에서 막걸리 대신 아이스크림 하나 사 입에 물고 주차장에 도착, 산행 완료
<은티마을의 등로 안내도>
<여궁혈에 해당된다는 은티마을의 남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