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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여행] 장엄한 지리산과 고운 최치원을 만나다.

카페인1112 2011. 4. 10. 22:28

[함양 여행] 장엄한 지리산과 고운 최치원을 만나다.

             - 지리산둘레길, 오도재, 상림, 학사루

 

무언가 버리고 싶어 떠난 12(3/29~30)의 함양 여행. 하지만 여행은 역시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성격이 결정되는 것. 결국 버리는 것이 아닌 추억을 되새기는 여정이 되었다. 이 여행도 다시 그리운 추억이 남겠지.

 

함양에서는 '장엄한 어머니의 산' 지리산과 함께 신라 말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을 만난다. 이번 여행의 출발은 걷기 좋은 길, 지리산둘레길 답사. 88고속도로 지리산IC를 통과 지리산둘레길 3구간 출발 지점인 전북 남원 인월면이 오늘의 출발점. 인월 지리산둘레길 안내센터를 출발 구 인월교를 건너 제방 길을 걷는다.

 

둘레길 3구간은 전북 남원시 인월에서 경남 함양 마천면 의탄리까지 19.8km, 지리산 주 능선을 조망하며 넓게 펼쳐진 다랭이논과 6개의 산촌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 옛 고갯길 등구재가 남원과 함양의 경계가 된다. 즉 이번 여행은 남원에서 시작되어 함양에서 마치는 것.

 

              <지리산둘레길 3구간 시작점>

 

 봄 기운을 물씬 느끼며 제방 길을 걸어 안온한 중군마을을 지나고, 황매암 갈림길에서 둘레길이 아닌 잣나무 숲을 한참 걷다가 다시 둘레길로 복귀,  작은 암자인 황매암 도착. 황매암 석천에 걸린 글을 보며 다가올 인생을 준비하는 소중한 기회로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생각해 본다.

 

모처럼 내 두 발로 스스로 나선 길/ 살아온 삶~ 진솔하게 돌아 볼 순간 되고

다가 올 인생~ 새로운 포부 키울 소중한 기회 되시길.

 

, 바람, 하늘, 구름~

이 우주 온갖 것이 오직 나와 연결되어/ 비로소 생명으로 빛나고 있음 발견하시고,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모든 순간들/ 오로지 사랑과 연민 나눠야 할 때임을 깨달으시길.

 

 

                 <둘레길에서 만나는 황매암>

 

장항마을과 매동마을을 지나 중황마을로 내려서면서 지리산 주능선을 실컷 조망한다. "장엄한 어머니의 산, 지리산." 언제나 다시 가고싶은 그리운 대상.

우연히 들른 중황마을 쉼터에서 입안 가득 봄기운을 만끽하고 한참 쉬다 간다. 꼭 들르라고 권하고 싶은 곳. 다랭이논을 보며 잠시 걸으니 남원과 함양을 잇는 등구재. 이제부터 함양 땅이다. 종점인  금계마을은 이제 멀지 않은데 어둡기 전에 도착하기는 무리. 창원마을을 지나 만나는 민박에서 하루 묵고, 다음 날 아침 송림을 지나 금계마을 도착. 8시간이나 걸린 둘레길 3구간 답사를 마친다. 다시 걷고 싶은 길. 하지만 걸어야 할 곳이 너무도 많다.

 

                 <장항마을 당산 소나무>

 

                 <천왕봉과 지리산 주능선 - 3코스의 낭만>

 

                 <다랭이논은 아직 봄을 기다리고>

 

                 <다랭이논 위로 난 길을 따라 창원마을에서 금계마을로>

 

금계마을 정류장에서 '거대한 암벽에 불상 조성하는 모습'이 보이는 좌측 방향이 지리산1관문 도재를 지나 함양 가는 길. 우측 방향이 마천을 거쳐 인월 남원 가는 길.

마천택시(마천까지 4,000)를 불러 마천 도착, 마천에서 남원 가는 버스를 타고 인월로 돌아간다. 이제 고운 최치원이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 상림을 보러 함양으로 간다.

 

인월에서 24번 도로를 따라 함양으로 출발. 도중 인산 김일훈 선생이 죽염을 굽기 시작했다는 삼봉산 아래 인산연수원에 잠시 들러 본다. 입구에 주차하고 오르는데 개들이 사납게 짖어 댄다. 백구 한 마리가 꼭 안내라도 하듯이 우리 일행을 계속 따라 온다. 같이 여기저기 둘러보고, 전시장에서 산 건빵을 주니 거의 환장하는 수준. 간신히 떼어 놓고 함양으로 가다.

 

                 <인산연수원> 

 

 

다시 함양으로 가다 마천 방향 1023번 지방도를 만나 우회전. 지리산 조망이 가장 좋다는 오도재 가는 길이다. 구불구불 난 길이 환상적인 아름다운 풍광. 장승공원을 지나 오도재에 주차하고 주변을 돌아본다.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하고 있는 오도재(773m)는 함양 마천면 영원사 도솔암 인오조사가 이 고개를 오르내리며 득도했다 하여 오도재.

 

오도재 정상에 있는 지리산 제1관문에서 보는 지리산 조망이 환상적일 텐데 오늘은 날이 너무 흐리다. 산신각을 둘러보고 남근 모습이 리얼한 장승공원으로 내려간다. 함양 마천을 배경으로 한 변강쇠전과 연관된 '변강쇠와 옹녀의 사랑 이야기' 상징물, 남녀 성기 모습을 함께 담아 놓았다.

 

평안도 월경촌의 계집 옹녀는 생김새가 "춘이월 반쯤 핀 복숭아꽃 자태" (기가 막힌 표현이다)그런데 옹녀와 스치기만 해도 남정네들은 모두 죽고 말아 주변 고을 남자들의 씨가 마를 정도. 그 바람에 고향에서 쫒겨난 옹녀는 도중 변강쇠를 만나 지리산 자락으로 숨어 든다. 변강쇠는 나무 대신 장승을 뽑아 태웠다가 죽고 말고...

 

                  <오도재> 

 

 

 

 

                 <오도재의 산신각> 

 

                                                                          <장승공원>

 

 

                                   <장승공원> 

 

<변강쇠전의 변강쇠와 옹녀)

 

 

<함양 상림>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 함양으로 출발. 함양에서는 먼저 상림(천연기념물 제154)을 보러 간다. 상림은 1100여 년 전 당시 함양태수(당시 천령군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이 함양읍 서쪽을 흐르는 위천의 홍수 방지를 위해 조성한 인공 숲, 바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상림과 하림이 있었는데 지금은 상림만 남았다. 120여 종의 활엽수 3,000여 그루가 1.6km 둑길을 따라 자라고 있는 곳.

 

상림에는 뱀 지네 등이 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최치원과 연관된 전설. 효성이 지극했던 최치원은 어머니가 상림에서 뱀에게 놀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림에 가서 모든 미물은 상림에 들지말라고 호령했다 한다. 이후로는 미물들은 들지 못 한다고..

 

 

<연리목> 

 

     <함화루와 그네도 보이고>

 

 

 

<고운 선생의 문창후 신도비> 

 

상림, 나무들은 아직 앙상한 겨울나무. 상림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다고 하는데, 지금 아름다운 숲의 모습을 연상하기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나름대로 운치 있는 길. 연리목을 지나 함화루도 구경하고, 사운정도 올라보고, 물레방앗간도 보인다.

 

함양은 물레방아 고을이라고 하는데 1780년 실학자 박지원이 열하일기에서 처음 물레방아를 국내에 소개했도 1792년 함양 안의현감으로 부임해 용추계곡 입구의 안심마을에 국내 최초의 물레방아를 만들면서 실용화 되었다고 한다. 그리 익숙한 물레방아인데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200년이 조금 지난 것.

 

 

 

 

 

 

제방을 따라 내려오니 새천년 기념 역사인물공원이 보인다. 영남의 대표적 선비 고장, 낙동강을 경계로 좌 안동 우 함양의 함양을 대표하는 최치원, 김종직, 박지원, 정여창 등 역사 인물들의 흉상을 세워 놓았다. 함양의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역시 신라 말기의 정치가요 대 문장가였던 고운 최치원.

 

당나라까지 문명을 떨쳤던 당시의 글로벌 인재 최치원. 하지만 당시 하대 신라는 골품제 한계와 지방세력의 발호 등으로 지독한 혼란기. 그는 6두품 출신으로 자신의 포부를 펴지 못하는 불우함을 한탄하면서 관직을 내 놓고 산과 강 바다를 소요하면서 지냈다고 한다. 그리하여 가야산에서 신선이 되어 떠났다고

고운 최치원은 경주 최씨의 시조, 박혁거세를 왕으로 추대했던 6촌장 중 하나인 돌산고허촌 소벌도리 공의 후손. 아마 6부족은 계림의 원주민이었을 게고 박혁거세야 앞선 문물을 지닌 외래인이었을 게다. 노마드 개념대로 움직이는 자들이 현실 적응력이 뛰어났을 것이고 원주민들을 장악했겠지. 그 바람에 고운은 그 흔한 진골도 못 되고 6두품.

 

                 <역사인물공원>

 

 

                  <위천 옆으로 상림이~> 

 

 

상림 앞의 음식점에서 연잎해물찜으로 점심을 먹고 학사루를 돌아본다. 학사루는 최치원이 이곳에서 자주 시를 짓던 곳이라 하여 이름 지어진 것. 유자광과 김종직의 일화가 있는 곳. 서얼 출신의 유자광을 멸시했던 사림파의 김종직, 그는 관찰사였던 유자광이 학사루에 올라 지은 시판을 떼어낸다. 이 소식을 들은 유자광은 당연 대노했고, 후일 김종직은 무오사화에 연루되어 부관참시를 당하게 된다.

 

                  <학사루> 

 

 

   아직 함양에는 볼거리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다. 거연정 군자정 등 정자의 정취가 좋은 하림계곡용추계곡, 벽송사, 일두 정여창 고택 등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고 여행을 마친다. 이제 돌아갈 때.  돌아갈 곳이 있어 떠남이 가능한 것, 그래서 돌아갈 곳은 항상 소중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