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곡폭포와 문배마을
추억의 강촌을 지나 구곡폭포와 문배마을
8월의 마지막 날<2003년 8월 31일(토)>, 한여름 두 달간 홍역을 떠올린다. 일에 대한 지나친 집착도 병이지만 삶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자세는 변함이 없어야 한다
춘천으로의 나들이, 폭우가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토요일 오후 춘천으로 출발했다. 양수리에서 수종면을 지나 46번 국도를 따라 춘천으로 향하는 길. 1박2일의 여정이지만 둘째 날 오봉산 등산 계획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준비가 없었다. 더구나 일요일은 폭우 예상.
46번 국도를 따라 대성리와 강촌 유원지, 옛날 MT등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닌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어린 곳, 그러나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대학생들로 붐빈다. 도중 영화 '편지'로 유명해진 경강역 표지판이 있어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경강역에 들러 보았다. 한적한 시골 역사는 나른하게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고, 모임을 끝내고 돌아가는 대학생들 몇 명이 철로 변에 있는 토끼장을 보면서 한가롭게 놀고 있다.
작은 시골역이지만 철로 변과 역사 주변을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꾸며 놓아 보기가 좋다. 어릴 쩍 많이 보던 과꽃, 봉숭아 등 소박한 꽃들의 모습이 정겹다. 역사의 모습 자체가 한여름 편안하면서도 나른한 원두막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어 이런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강역을 둘러 보고 난 뒤 행선지를 강촌에 있는 구곡폭포로 향했다. 과거 한적했던 강촌의 모습이 이제는 대학생들로 바글거릴 정도로 커졌고 번화해졌다. 구곡폭포로 향하는 계곡 옆에는 돌로 쌓은 작은 돌탑들이 무더기로 세워져 있다. 작은 소망들의 표시인가 아니면 여행지의 잠깐 들뜬 장난끼일까? 무더기로 모여 있는 돌탑들이 이채롭기만 하다. 구곡폭포로 향하는 길에 부슬비가 계속 흩뿌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펴 들고 폭포로 향했다. 구곡폭포는 요즘 비가 많이 와서인지 낙하하는 수량이 엄청나고 떨어지는 물소리가 요란했다. 오랜만에 장쾌한 폭포의 모습을 보았다.
구곡폭포를 잠깐 둘러 보고 난 후 하산하다가 좌측에 보이는 이정표를 따라 문배마을로 향한다.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무엇인가 정겨울 것 같은 느낌. 40분 넘게 빗속을 걸어 문배마을로 향했다. 문배라는 종류의 배가 있어서 문배마을이라는데 마을의 모습이 궁금하기만 하다. 빗속, 인적도 거의 없고 숲은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다. 길가에 붉은 색 야생화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지만 그 이름은 알 수 없다. 비가 와서인지 등에 검은 점들이 있는 청개구리가 계속 갑자기 뛰어 나와 놀라게 한다. 산길을 계속 걸어 능선에 도달, 좌측은 구곡폭포 윗부분으로 향하는 길, 우측으로 가면 검봉산으로 이어지는 길, 직진하면 문배마을이다. 거기서부터는 문배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그냥 평범한 시골길 산책, 밭 사이를 걸어 마을로 들어 섰다.
문배마을은 그냥 평범한 시골마을, 별다른 특색 없이 과거의 기억들 속에 묻혀 있는 시골 정경이 그대로이다. 길가에 피어 있는 과꽃, 코스모스 같은 평범한 꽃들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음식점에서 감자전을 하나 시키고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낙숫물을 보면서 갑자기 밀려 드는 향수. 멀리 보이는 산들이 편안하게 다가오고 마음은 한 없는 평화를 느낀다.
음식점 옆자리에는 50대 동창 아줌마들이 모여 신나는 수다, 인생을 살면서 그런 만남도 좋을 것 같다. 옆자리에서 들려 오는 내용도 재미있다. 가을철 느긋하게 문배마을로 산책하는 길은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아주 좋을 만한 장소.
문배마을에서 봉화산으로 돌아 구곡폭포로 돌아오는 길이 있지만 비가 너무 많이 와 포기하고 말았다. 돌아오는 길, 산 속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다. 안개 속 고요한 숲을 헤치며 하산 다시 춘천으로 향했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