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동화 속의 눈꽃 축제 - 한라산
환상과 눈꽃 축제 – 한라산
* 산행기: 한라산(1,950m)
* 산행일:
* 산행경로: 성판악(
* 산행시간 및 거리: 6시간 10분(휴식 및 중식 1시간 10분 포함), 산행거리 19.2Km
겨울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내면과 성찰의 계절. 앙상한 가지에 차갑게 울리는 바람소리의 쓸쓸함과 허무는 스스로를 한번 더 돌아 보게 된다. 일상의 일탈을 꿈꾸는 것인가? 그래서 이 겨울 눈 덮인 한라산을 보고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 차가운 겨울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그 숲에서 잃어 버린 나 자신을 찾는 몸부림으로, 그리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찾고 싶다는 바람으로.
언제나 신비롭게 느껴지는 한라산과 백록담, 아침 일찍 성판악으로 향하는 길에 멀리 보이는 한라산 정상은 그 엄정한 자태를 여명 속에 살포시 드러내고 있다. 오늘 저 한라산의 여신은 그 수려한 자태를 과연 보여 줄 것인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원래 계획은 탐라계곡의 수려한 계곡미와 왕관릉 주변의 환상적인 눈꽃터널이 일품인 관음사 코스로 올라 평탄한 성판악 코스로 하산하는 것. 그러나 시간 계획이 맞지 않아 그냥 성판악에서 올라 원점 회귀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불안감으로 오늘 산행은 엄청 서둘러야 한다. 일행은 3명, 후배 7명은 우리보다 조금 늦게 별도로 산행을 한다.
성판악에서
갑자기 눈 덮인 환상의 설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하늘 높이 �빽하게 솟은 삼나무 숲, 새하얀 눈꽃이 푸른 가지 위에 소담스럽게 덮여 있다. 겨울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의 풍경에 넋을 잃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이 온몸으로 물결친다. 상상 속의 눈꽃 궁전, 동화 속에서 꿈 꾸던 요정이 사는 세계, 반짝이는 은색의 세계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펼쳐져 있다. 설화와 빙화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삼나무 숲을 지나자 좌측으로 눈 쌓인 한라산 정상이 신비롭게 보이기 시작한다.
키 작은 관목들이 자라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저쪽 멀리 눈으로 온통 뒤덮인 구상나무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로 진달래밭 대피소. 진달래밭 대피소는 몇 년 전 산행을 했을 때 출입통제로 정상에 가지 못하고 이곳 대피소까지만 왔던 경험이 있는 곳. 대피소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정상을 향해 출발. 이제 정상까지는 2.3Km가 남았다.
1500고지를 지나자 곧 구상나무 숲, 이제는 나무 터널 비경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갑자기 그 눈밭 속으로 달려가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1880m고지에서 잠시 휴식, 이제는 구름이 아래로 보이고 멀리 제주 시가지와 한라산 오름들이 시야에 꽉 찬다. 이제부터는 급경사 나무 계단길. 주변에는 용암이 분출하면서 생긴 바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고 시든 풀들만 이따금 보이는 황량한 풍경이다.
정상에서 같이 식사를 하자는 메시지, 그러나 30분을 기다려도 올라오는 기척이 없다. 차가운 바람에 도저히 더 버틸 자신이 없어 같이 식사하는 것을 포기하고 일단 하산하기로 결정
다시 진달래밭대피소에 도착 컵라면에 점심을 먹는다. 음식을 얻어 먹으려는 까마귀들이 20여 마리나 주변에 앉아 우릴 지켜 보고 있다. 먹다 남은 김밥을 던져 주니 잽싸게 물고 사라진다. 20분 정도 지난 후 다시 산행 시작.
고요한 숲. 이따금 울리는 물방울 소리와 거친 까마귀 울음소리가 숲의 고요한 침묵을 깨고 있다. 하산하는 도중 몇 사람을 만났을 뿐 산행 내내 마주치는 사람이 거의 없이 혼자만의 세계를 즐길 수 있었다. 제법 피곤하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머리 속에 수 없는 상념들이 스친다. 이제는 성판악이 멀지 않았다.
한라산에서의 하루, 꿈을 꾸듯 행복한 세계였다. 이제 다시 나태함과 나약함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이 아름다움에 빠져 평생의 감동으로 남을 뿌듯한 행복함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