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청화산구간] 눈꽃 속 맑고 밝은 기운이 천지에 가득하네
* 산행지: 늘재에서 삼송리까지 <청화산(984m), 조항산(951.2m)>
* 산행일:
* 산행경로: 늘재(
갈림길(
~고모령(고모치,
<산행시간: 5시간 55분, 휴식 40분 포함>
* 산행거리: 늘재~청화산(2.5km)~갓바위재(3.7km)~조항산(1.15km)~고모령(1.2km)~삼송리
(5.5km) <약 14km>
이른 아침 산악회 따라 백두대간 청화산 구간으로 출발. 오늘은 늘재에서 청화산을 지나 고모령에서 서쪽 삼송리(괴산 청천면)로 하산하는 코스. 조선 후기 인문지리학자 이중환은 청화산의 산세를 아껴 자신의 호를 청화산인이라 했고 금강산 이남에서 가장 빼어난 경관이라 격찬했다 한다. 가보고 싶었고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가 큰 곳.
<늘재의 백두대간 표석>
늘재(380m,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에 도착하니 가는 눈발이 조금씩 날린다. 춘삼월 꽃피는 봄날 눈꽃산행의 횡재가 가능할까? 고갯마루에는 커다란 ‘백두대간 늘재’ 표석과 길 건너 한강낙동강 분수령 안내판. 길손의 안녕을 기원했던 성황당 옆 유래비 좌측에 숲으로 향하는 대간 능선이 열린다.
<늘재의 성황당과 성황당유래비, 청화산은 유래비 옆으로>
제법 경사가 있는 길을 25분 정도 오르니 남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바위 봉우리가 나오고 소나무 옆 정국기원단이 보인다.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고 암릉지대를 지나니 상고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점점 온 산에 벚꽃이 만발한 것처럼 황홀한 눈꽃축제가 이어진다. 가지마다 소담스럽게 눈꽃이 두텁게 피었고 등로에는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순한 길을 잠시 가다 급경사 길을 오르니 청화산 정상 아래 헬기장. 속리산 능선 조망이 좋은 곳이라는데 주변은 온통 짙은 안개로 헬기장은 한 점 섬이 되었다. 조금 더 오르니 청화산 정상, 이정표(늘재 1시간 10분)가 있고 길 우측에 작은
푸른 꽃 청화산이라 그런지
<청화산 정상>
청화산인 이중환은 그의 저서 택리지 복거총론 산수편에서 “산의 높이나 크기는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처럼 험한 곳이 없다. 흙으로 된 봉우리 돌들은 밝고 깨끗하여 살기가 없다. 모양이 단정하고 좋으며 빼어난 기운이 가리운 것 없으니 거의 복지다” 라고 표현하고 있다. 오늘은 날이 흐려 빼어난 산세를 느끼긴 어려우나 밝은 눈꽃 속 맑은 기운을 마음껏 호흡한다.
이제 조항산 방향으로 진행, 능선은 충북과 경북의 도계를 따른다. 괴산군 청천면과 문경시 농암면의 경계. 가파른 내리막길인 데다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아이젠을 하고도 조심조심이다. 그런데 청주 산악회에서 온 한 여자분은 아예 미끄러지기로 작정한 듯 바닥이 둥근 마사이워킹화를 신은 데다 아이젠도 없다. 절절 매며 가는 것을 보고 옆에서 “청주 사람들이 볼 때 청화산은 산도 아닌가 봐. 등산화도 안 신고” 하며 농담을 건넨다.
이제는 눈꽃이 하늘을 가리고 온 세상이 동화 속의 풍경, 홀로 걷는 산행 발길이 가볍다. 곧 이정표가 있는 970m 갈림길. 대간은 이정표의 조항산 방향으로 좌측(북) 내리막길이다. 아차 잘못하면 직진하는 능선 따라 시루봉 방향으로 알바하기 좋은 곳. 이정표에 우복동천이란 표현이 보인다. 남사고 십승지 중의 하나. 소의 배속처럼 편안한 길지라 하여 우복동이고 청화산 남쪽을 의미한다. 좌측 내리막길을 가니 무성한 조릿대 숲을 지나고 여전히 혼자 보기 아까운 눈꽃 터널, 무념무상의 세계!
<시루봉 갈림길 - 대간 능선은 좌측 내리막길>
<미끄러운 길>
날이 개면서 우측에 시루봉 능선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그 아래 궁기리 모습도 보인다. 궁기(宮基)리는 이곳에서 가까운 가은 출신의 후백제 견훤이 들어와 궁을 세우고 병사를 길러 기반을 닦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
마루금이 북동진하는 858m봉에 서니 북으로 조망이 트이고 조항산 방향은 역시 온통 눈꽃 축제의 장. 우측 내리막길로 내려서니 우측에 정상 암봉이 혹처럼 나와있는 시루봉(876m) 줄기들이 눈에 쌓여 수려한 장관을 연출한다. 도중 제법 가파른 암릉지대를 내려와 앞에 보이는 801봉으로 진행.
<앞에 801봉과 조항산 가는 능선 길>
801봉 암릉지대를 내려서 조금 더 가니 의상저수지가 내려다 보이는 바위 전망대. 다른 사람들이 전망대에서 점심을 먹는 것을 보고 옆에서 같이 점심 식사, 소주까지 한 잔 얻어 먹는다. 혼자 먹는 점심이지만 장엄하고 환상적인 대간 풍광을 보면서 먹는 신선의 세계. 이곳의 조망 역시 일품. 북동으로 조항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눈에 덮여 장엄하고 그 뒤로 중대봉과 대야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유 있게 쉬다가 다시 눈꽃축제 속으로 출발.
<의상저수지와 왼쪽은 지나온 길>
<조항산 가는 길과 왼쪽에 중대봉 암봉이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지나온 길>
조금 더 내려가니 돌무더기가 있는 갓바위재, 조금 후 헬기장이 있고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이제는 조항산이 가깝게 다가선다. 미끄러운 암벽을 조심스레 내려서 다시 조항산 전위봉으로 향한다. 역시 눈이 소담스럽게 쌓인 암릉 길, 게다 우측은 절벽으로 위험한 길을 올라서고 미끄러운 암벽을 내려서 가파른 길을 올라 우측 조항산 정상으로 향한다.
조항산은 대홍수 때 물 위에 남아 잇던 산 정상부 모습이 새 머리를 닮았다 하여 조항산(鳥項山). 작은
<갓바위재 지나 헬기장>
<가는 길 우측으로 시루봉이>
<궁기리의 평화로운 풍경>
<이제 조항산으로>
<정상 전위봉에서 가파른 암릉을 내려서고>
<조항산 정상에서 보는 대야산으로 이어지는 대간 길>
중대봉과 그 옆으로 대야산, 우측 채석장은 애기암봉
이제 고모령으로 출발 대간 능선은 북서 방향이다. 가파른 내리막길. 905m봉을 넘어서니 고모치 0.9km 이정표가 보이고 길은 계속 미끄러운 내리막길. 이제는 눈꽃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한다. 영원한 축제는 없으니 이대로 충분히 만족.
다시 고모치 300m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를 내려서니 어린 조카를 잃은 고모의 애절한 슬픔이 남아 있다는 고모령(고모치). 이정표는 조항산 1.2km, 대야산 3.81km, 고모샘 10m. 우측 아래 암반 사이에서 흘러내리는 고모샘이 잇다. 우측 낙엽이 수북한 길을 내려가 시원한 물맛을 보고 올라와 좌측 삼송리 방향으로 하산 길. 직진은 밀재를 거쳐 대야산 가는 길.
<고모치(고모령), 여기서 좌측 삼송리로 하산>
삼송리 농바위로 하산하는 길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길, 어느새 상고대는 모습을 감추고 앙상한 숲이 그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한참 내려와 개울을 건너고 이제 계곡을 따라 가는 길. 낙엽이 수북해 길을 가늠하기 힘들다. 한참 내려오니 임도가 나오고 이제부터는 임도를 따라 농바위마을까지 한참을 걸어야 한다. 채석장을 지나 정자가 있는 농바위 도착.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산악회 예상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다. 일행들을 기다려 저녁을 먹고 귀경길.
<하산길>
<채석장>
<날머리 농바위 마을 - 장수마을로 소문 난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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