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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문장대] 늘재에서 문장대, 관음봉으로 (경미산, 속리산)

카페인1112 2010. 11. 5. 23:30

 

[백두대간] 늘재에서 문장대, 관음봉으로 (경미산, 속리산)

    - 불꽃처럼 피어난 바위 꽃의 미학

 

* 산행지: 늘재에서 문장대(1,054m), 관음봉(985m) 지나 대흥동으로

* 산행일: 2010년 10월 31일 (토)

* 산행경로 및 시간: 늘재(10:24)~경미산(11:12)~밤티재(11:35)~594m(11:52)~

    식(13:33~13:55)~헬기장(14:04)~문장대(14:15)~관음봉(15:30)~속사치

  (15:51~15:55)~대흥동(16:55), 총 6시간 30분 (중식 및 휴식 포함)

* 산행거리: 17Km (접속구간 문장대에서 대흥동까지 5Km포함)

 

이른 아침, 다시 백두대간 산행길에 나선다. 오늘은 평소 가보고 싶었던 속리산 북릉을 지나는 구간. 늘재에서 백두대간을 따라 문장대에 오르고, 서북능선 따라 관음봉을 지나 속가치에서 대흥동으로 하산한다. 화려한 바위 꽃과 만추의 향연이 기대되지만 험난하기로 손꼽히는 암릉구간인 데다 출입금지 구간이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

 

            <늘재의 엄나무, 그 뒤로 늘재 표석>

 

산악회 버스는 화서나들목을 나와 49번 도로를 따라 지난 번 형제봉에서 하산했던 갈령과 화북면소재지를 지나 들머리인 늘재에 거의 3시간 걸려 도착. 늘재는 전에 청화산 오를 때 왔던 곳, 해발고도 380m의 낮은 고갯마루이다. 커다란 늘재 표석 앞에 수령 320년이 넘은 보호수 엄나무가 보인다. 지난 번에 왔을 때는 엄나무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다. 알지 못하는데 보일 리가 있나?

 

         <분수령 안내판 - 들머리는 안내판 좌측>

 

분수령 안내판 좌측에 있는 들머리로 들어서니 잠시 가파른 길, 곧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된다. 들머리에서 20분 정도 걸어 첫 봉우리에 올라서니 뒤로 늘재 너머 청화산이 가깝게 보인다. 작은 산이 아님에도 포근하게 보이는 것은 오늘 가는 속리산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육산이어서일까?

 

        <늘재 너머 청화산>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어느덧 696.2(경미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늘재에서 밤티재까지 구간 중 가장 높은 봉우리. 암릉구간이 시작되면서 경미산에서 분기되어 흐르는 수려한 백악산 줄기가 우측(북서쪽)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바위지대를 지나 경사가 급한 길을 오르니 잡목이 무성한 경미산(밤티봉, 696.2m). 늘재에서 50분 정도 걸렸다.

 

        <경미산, 일면 밤티봉>

 

이제부터 밤티재까지는 계속 내리막길. 경미산에서 조금 내려가니 바로 앞에 바위 전망대가 있고 왼쪽에 우회로가 보인다. 그냥 좌측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보이지만 속리산 주릉이 빤히 보이는 최고의 조망처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는 일. 문장대에서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속리 주능선, 문장대에서 관음봉, 묘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그리고 밤티재에서 문장대 가는 마루금까지 온통 수려한 바위 꽃 천지다. 설악산 암릉 같은 웅장한 맛은 덜하지만 소금강산이라는 별칭답게 오밀조밀한 기암들이 절경이다. 그런데 밤티재 넘어 마루금의 거대한 암릉지대를 보니 어찌 넘어야 할지 조금은 걱정스럽다.

 

         <바위 전망대에서 보는 문장대와 우측 관음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

 

 

잠시 조망을 즐기다 밤티재로 출발, 길은 좌측으로 이어진다. 가파른 바위를 타고 내려오니 이제부터 경사가 급한 길. 낙엽까지 수북하게 쌓여 제법 미끄럽다. 어느새 가을이 저만큼 가버렸을까, 등로 주변 숲은 늦가을의 허허로운 풍경이다. 앞에 가던 사람은 아무래도 밤티재 초소가 부담스러운지 고개를 살피며 내려가다 나뭇가지를 밟고 죽 미끄러져 넘어진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바위지대>

 

미끄러운 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2차선 포장도로(997번 지방도)가 지나는 밤티재. 길 건너 철망 옆으로 등로가 보인다. 마루금은 감시초소가 있는 우측 고갯마루 쪽으로 더 가서 이어지겠지만 출입금지 지역을 가려니 잽싸게 길을 건너 숲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속리산 북릉을 타는 것. 흐릿한 등로를 따라 오르니 곧 마루금과 합류된다. 마루금을 따라 오던 산악회 일행 한 사람이 왜 그 쪽에서 오느냐고 물어본다. 이런 나도 제대로 마루금을 타고 올 걸

 

           <밤티재에서 들머리>

 

              <마루금에 합류>

 

1기가 있는 594봉을 내려서 커다란 바위지대를 왼쪽으로 우회한다. 이제 슬슬 암릉지대가 시작되는 것. 커다란 입석을 지나니 푸른 조릿대 지역. 단풍은 어느새 가을의 향연을 접었는지 마른 잎만 달고 있다. 축제가 끝난 뒤의 허무, 삶도 마찬가지다. 이제 그 허무를 견딜 수 있는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가, 잠시 상념에 빠진다. 조릿대 사이 유순한 길은 바위 불꽃을 만나기 위한 잠깐 동안의 워밍업.

 

 

 

 커다란 바위 옆을 지나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는 길,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오르기가 쉽지 않다. 본격적인 암릉 길 시작. 좁은 석문 사이를 지나고 바위를 기어 오르고, 서북능선의 바위꽃을 보면서 암릉을 걸으니 바위 위 아래 사이로 난 좁은 틈새를 지나게 된다. 그 유명한 틈새바위. 다시 좁은 석문을 지나니 가는 줄을 잡고 바위를 기어오르는 구간. 줄도 가는 데다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꼭 유격훈련 받는 기분이다.

 

                     <오르기 만만치 않은 길>

 

                              <좁은 석문을 지난다>

 

              <칠형제봉 릿지 길>

 

              <우측 관음봉>

 

바위를 올라 조릿대가 무성한 지점으로 내려서니 일행들이 바위 전망대에서 조망을 즐기고 있다. 좌측에 문장대와 칠형제봉에서 이어지는 일명 산수유 릿지 회색 빛 암봉들이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져 절경이다.

 

              <틈새바위>

 

 

  

 

 

 

 

 

 

 

조망을 즐기다 보니 일행들은 먼저 가버리고 혼자 남았는데 이런 등로가 어디 있지? 바위지대라 길 표시가 없다. 잠시 두리번 거리다 커다란 바위 아래 좁은 개구멍을 발견. 좁은 틈을 기어들어가니 금세 통과하는 수준이 아니다. 이건 개구멍이 아니라 바닥을 기는 두더지 수준이다. 적당한 지점에서 위로 기어 나와 바위에 올라섰는데 역시 길 흔적이 없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다 바위 위 흔적을 발견 간신히 올라선다.

 

               <개구멍 통과>

 

조금 더 가니 가파른 암벽에 나뭇가지가 걸쳐져 있고 짧은 줄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석문. 키보다 더 크게 자란 조릿대 숲을 지나니 다시 거대한 바위 지대. 걸쳐놓은 나무를 밟고 올라가 다시 줄을 잡고 미끄러운 암벽을 오른다. 다시 석문을 통과하니 이제 문장대가 빤히 보인다. 다시 로프를 잡고 암벽을 오르니 곧 바위 사이 내리막 길로 이어진다. 줄을 잡고 간신히 바위 사이를 내려서니 산악회 선두 팀들이 쉬고 있다. 이제 암릉지대를 벗어난 것. 그동안 산행을 하면서 이렇게 암릉지대가 연속되는 경험은 처음이다.

 

 

 

  

 

 

 

 

 

바위 위에 올라 앉아 문장대 쪽의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점심. 문장대 암봉에는 사람들로 빼곡하고 계속 줄지어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보인다. 좌측 화북에서 문장대로 오르는 등로에도 등산객들이 줄지어 오를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일행들을 따라 문장대로 출발. 길은 완만한 오름길, 걷기 좋은 오솔길이다. 10분 정도 올라 헬기장을 지나고 출입금지 안내판 옆으로 올라서 문장대 표석이 있는 문장대 아래 도착.

 

 

              <헬기장에서 보는 문장대>

 

 

가파른 철 계단을 올라 인산인해의 문장대(1,054m)에 선다. 문장대는 중학교 수학여행 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꽤 여러 번 왔던 곳. 문장대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던가, 아니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극락보다 소원이 낫겠다.  

문장대는 최고봉인 천왕봉보다 낮지만 가장 많이 알려진 속리산의 상징. 원래 이름은 항상 구름 속에 있다 하여 운장대였는데 조선시대 세조가 와서 글을 지었다 하여 문장대로 바뀌었다 한다. 일망무제,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언제 와도 후련한 곳. 남쪽 주능선 방향으로 수봉과 좌측으로 이어지는 칠형제봉, 오늘 지나온 마루금, 서쪽의 관음봉 방향 등 온통 수려한 바위 불꽃들이 화려하게 피어난다. 근데 오늘 가는 관음봉 방향 거친 암릉지대를 보니 만만치 않은 산길이 될 것 같은 예감.

 

        <지나온 암릉지대 그 뒤로 청화산>

 

              <하산할 대흥동 마을 방향>

 

              <서북능선, 관음봉과 그 뒤로 묘봉>

 

               <주 능선과 우측 천왕봉>

 

              <칠형제봉>

 

문장대에서 내려서는 것도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제 관음봉으로 출발. 문장대 표석 좌측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10분 정도 걸어 첫 번째 암봉에 올라서니 바로 앞에 관음봉이 보이고 그 사이 거대한 바위지대. 뒤로는 문장대의 장엄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곧 앞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릉, 오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어디로 오를까 망설이고 있는데 다른 산행객들이 내려온다. 길을 물어보니 거기는 로프가 없으면 갈 수 없다고 한다. 좌측에 표지기가 잔뜩 매달린 길로 진행. 거기도 거친 바위지대로 미끄럽기까지 하다.

 

         <문장대에서 관음봉으로>

 

               <문장대를 돌아보고>

 

              <이런 암릉도 오르고>

 

 

 

 

 

 

암봉을 우회해 진행하니 곧 거대한 바위 봉우리, 관음봉이다. 정상 부분에 사람들이 잔뜩 올라가 있다. 잠시 주변 조망을 즐기다 암릉을 지나 좌측 내리막길로 진행.

로프를 잡고 바위를 내려와 앞 사람을 따라 높게 자란 조릿대 숲 가파른 길을 빠르게 내려가는데 뿌리에 발이 걸리면서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오른쪽 가슴에 심한 통증,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고 엎드려 있다 간신히 일어난다. 그런데 앞에는 길이 없단다. 뒤로 돌아가니 좌측 바위 위로 길이 보인다. 이런, 길을 잘못 들었다가 된통 당한 셈.

 

 

 

              <걸어온 길과 속리산 주능선, 멀리 우측 천왕봉>

 

이제부터 암릉 길이 아닌 걷기 좋은 길이 이어진다. 길은 내리막길. 속사치 안부에 내려서고 이제 대흥동 방향 우측 내리막길이다. 날머리인 대흥동까지는 1시간 정도 소요. 직진은 계속 서북능선 따라 묘봉, 상학봉 가는 길. 가파른 길을 내려오니 문장대 주변 앙상한 풍경과는 달리 조릿대 위에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간다. 가는 길 모두 환상적인 가을 빛에 젖어 걷는 화려한 숲길.

 

              <속사치 안부 - 대흥동은 우측으로>

 

 

 

도중 계곡을 건너면서 세수하고 잠시 휴식. 곧 낙엽송 지대를 지나 마을 길로 접어든다. 마을 뒤로 보이는 백악산은 농염한 가을 빛. 이제 화려한 바위 꽃과 고운 가을 빛의 축제는 막을 내리고 마을회관 앞 공터(옆에는 대흥동 버스 정류장, 용화-화북)에 도착. 일행들과 어울려 저녁을 먹고 귀경.

 

 

               <좌측 백악산>

 

              <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