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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저수령에서 묘적령까지(눈꽃산행)

카페인1112 2011. 3. 15. 21:16

 

눈과 바람이 빚어낸 마법 같은 풍광 - 황홀한 눈꽃산행

 

* 산행지: [백두대간] 저수령에서 묘적령까지, 사동리 하산

* 산행일: 2,011년 3월 5일(토), 맑음

* 산행경로 및 시간: 저수령(10:03)~촛대봉(10:27)~투구봉(10:37)~시루봉

  (10:54)~1084(11:25)~배재(11:35)~싸리재(11:59)~흙목정상(12:39)~헬기장

  (13:16)~솔봉(13:43)~모시골정상(14:03)~묘적령(14:38)~사동리(15:50),

  <산행시간 5시간 47분, 휴식 등 포함>

* 산행거리: 14.4km(대간 10.7km, 연장 3.7km)

 

 

오랜만에 평소 다니던 산악회 따라 백두대간 산행을 떠난다. 겨울 내내 산행다운 산행을 못했으니 오늘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대간을 뛰는 산악회라 대부분 참석자들이 준족이니 오늘도 후미에서 절절 맬 것 같은 예감. 그런데도 매번 느껴지는 이 기대감은 어쩔 수 없는 또 하나의 버릇이고 습관이다.

 

중앙고속도로 단양IC를 나와 들머리인 저수령으로 가는데 점점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 산들 북사면에는 아직도 눈이 제법 쌓여 있다. 흰 눈밭을 배경으로 서있는 앙상한 나무들! 남녘의 꽃 소식과는 다른 삭막한 겨울 풍경이 마음까지 시리게 한다.

 

       <저수령 표석>

 

 

오늘 산행은 저수령에서 시작 묘적령을 거쳐 사동리로 하산하는 코스. 촛대봉(1,080m)에 올라 고도 1,000m를 넘나드는 능선 길을 타게 된다. 대신 거친 암릉구간이 아닌 부드러운 육산 구간. 속리산과 월악산 군의 험한 암릉지대 명산들을 지나 이제 높지만 부드러운 소백산으로 향하는 것.

 

10가 다 되어(복정에서 2시간 반 소요) 927번 지방도가 지나는 저수령에 도착. 저수령은 충북 단양 대강면 올산리와 경북 예천 상리면 용두리 경계가 되는 해발고도 850m의 고갯마루. 넓은 공터에 휴게소와 저수령을 알리는 커다란 표석이 있다.

표석 설명문을 보니 저수령은 험난하고 경사가 급해 길손들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는 뜻으로 불려졌고 한편 저수령에서 은풍곡까지는 피난길로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이 고개를 넘은 외적들은 모두 목이 잘려 죽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촛대봉 이정표>

     

 

경북 저수령 표석 우측에 들머리 계단 길이 보인다. 초반부터 가파른 길이 이어지지만 저수령과 촛대봉 고도 차가 230m 밖에 되지 않으니 쉽게 오를 수 있다. 잔설이 제법 쌓여 있고 촛대봉 정상 주변에 상고대가 슬쩍 모습을 보인다. 이런, 잘 하면 오늘 눈꽃산행이 가능하겠다.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 촛대봉이 가까워지면서 상고대가 슬슬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촛대봉 주변으로는 활짝 핀 눈꽃, 흰 벚꽃이 만발한 것처럼 온 산을 황홀하게 장식하고 있다. 이 상고대는 오늘 눈꽃산행의 서막. 곧 깨진 상석이 있는 촛대봉(1,080m)에 올라선다. 이정표를 보니 저수령 1.1km, 투구봉 1.1km.

 

     

 

이제 투구봉으로 향하는 길, 등로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다.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눈꽃이 활짝 핀 투구봉(1,080m). 동북 방향으로 상고대가 잔뜩 핀 마루금이 길게 뻗어 있고 북으로 소백산 연화봉 천문대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다. 우측은 예천 상리면 마을. 시원한 조망에 활짝 핀 눈꽃까지 절경이다. 한참 조망을 즐기다 출발.

 

       <투구봉 가는 길>

     

 

       <투구봉 정상>

     

 

        <예천 용두리 마을>

     

 

         <투구봉에서 보는 조망 - 좌측 뒤로 소백산 연화봉>

     

 

빙판 위에 눈이 두텁게 쌓인 데다 경사가 급해 아이젠을 차고도 죽죽 미끄러진다. 게다 눈 아래는 빙판이라 조심조심 진행. 눈길을 따라 오르니 시루봉(1,110m). 정상 주변에 상고대가 두텁게 피어 있어 환상적인 설경이다.

능선을 경계로 좌측은 흰 눈밭에 앙상한 회색 빛 겨울나무, 우측은 눈이 없는 대신 황홀한 상고대. 대조적인 풍광이 계속 펼쳐진다.

 

     

 

     

 

이제 잣나무 숲 1084m봉 가는 가파른 길. 우측에는 잣나무 숲이 계속 이어진다. 1084m봉에 올라서니 둘산악회의 1084m봉 표지판이 있고 그 위에 누군가 유두봉2라 써놓았다. 이곳도 소백산 조망이 좋은 곳. 잠시 편한 길을 지나니 곧 미끄러운 내리막, 이정표가 있는 배재에 내려선다. 이정표를 보니 싸리재까지 1.2km(야목 2.0km)

 

       

 

     

 

 

                  <1084봉에서 배재 가는 길>

 

                 <배재>

 

유두봉(1,059m)을 지나 가파른 길을 내려서니 싸리재. 그런데 여기 이정표는 배재까지 2.6km(흙목정상 1.2km). 다시 오르막 길. 암릉지대를 지나니 삼각점이 있는 흙목정상(1070m), 이정표를 보니 싸리재 0.95km, 뱀재 0.55km, 헬기장 1.8km.

시루봉에서부터 동진하던 마루금은 다시 북동진 방향으로 바뀐다. 흙목정상에서 가파른 길을 내려와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솔봉으로 향한다. 송신탑을 지나 걷기 좋은 능선을 따르니 헬기장(솔봉 1.95km).

 

 

                 <싸리재>

 

                 <바람의 심술로 능선에는 눈이 두텁게>

 

                 <흙목정상>

 

 

                 <헬기장 이정표>

 

헬기장을 지나니 다시 상고대의 장관. 그리고 이제는 빙화 얼음꽃이다. 작은 가지마다 투명한 크리스탈 장식처럼 얼음이 얼어 밝은 햇살 아래 영롱하게 반짝인다.

찬 바람이 빚어낸 마법 같은 풍경. 얼음꽃 판타지의 세계를 지나니 솔봉(1021m), 삼각점이 있고 이정표를 보니 묘적봉까지 1.7km로 되어 있다. 아니 오늘 마루금은 묘적령까지인데 그럼 벌써 다 왔다는 얘기? 아무래도 이상하다.

 

 

 

 

 

 

                 <솔봉>

 

솔봉을 내려서는데 다시 상고대의 향연, 사방으로 온통 나뭇가지마다 눈꽃이 활짝 피었다. 눈과 바람이 빚어낸 황홀한 풍광에 모두 넋을 잃을 정도로 오늘 상고대의 백미, 마법의 환상 속을 걷는다.

오후 햇살 아래 나뭇가지 작은 얼음 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한 숲을 울린다. 이 눈꽃도 짧은 한 순간의 환상일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눈꽃 구경에 정신이 팔린 새 후미가 바로 뒤에 보인다. 환상 속에만 머무르기엔 시간이 없는 것. 황홀한 마법의 세계를 뒤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

 

 

 

 

 

모시골정상 이정표를 보니 묘적령 1.7km, 저수령 9km. 아까 솔봉 이정표(묘적봉 1.7km)가 역시 잘못 되었다. 곧 벤치 두 개가 있는 1015m, 앞에 도솔 묘적봉이 가깝게 모습을 드러낸다. 부처님이 깨닫고 난 뒤 맞이하는 세계가 묘적, 그리고 미래에 부처님이 될 보살들이 머무는 곳이 도솔천. 앞으로 묘적의 세계를 넘어 도솔의 세계로 가는가?

 

                 <모시골정상>

 

                 <앞에 도솔봉이>

 

편한 길을 걸어 '여기는 묘적령입니다'라는 묘적령 표시가 있는 고향치(옥녀봉휴양림 하산길) 갈림길 봉우리. 묘적령은 좌측 길로 지척, 우측 방향은 고향치 하산길(모래재 1.95km). 우측으로 뻗어나가는 산줄기가 모래재에서 옥녀봉, 자구산으로 이어지는 자구지맥이다.

 

이제 오늘 산행도 거의 끝나가는 셈. 아래 묘적령에서 사동리로 하산해 산행을 마치게 된다. 오늘은 풍광이 너무 좋아 지루하지도, 지치지도 않고 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즐긴다.

 

                 <고향치 갈림길 - 묘적령은 좌측 길>

 

 

곧 이정표가 있는 묘적령(1015m)에 내려서 오늘 마루금은 여기서 종료. 좌측 사동리로 하산한다. 이정표를 보니 오늘 들머리였던 저수령 10.7km, 사동리 3.7km. 오늘은 14.4km를 걷는 것.

이곳 묘적령부터 소백산국립공원 지역이고, 다음 구간은 조망이 가장 아름답다는 묘적봉에서 도솔봉 구간을 걷게 된다.

 

                 <묘적령>

 

좌측 사동리 가는 길, 경사가 급한 데다 빙판 위에 눈이 두텁게 쌓여 꽤나 미끄럽다. 10분 정도 걸으니 임도가 나오고 이정표가 보인다. 사동리까지 임도를 따르면 8.9km, 길 건너 계곡 길을 따르면 3.2km. 당연 계곡 길.

 

계곡을 따르니 여전히 빙판 길, 좌측 계곡에는 두텁게 얼음이 얼어 있어 아직 한겨울이다. 그래도 작은 돌틈, 얼음 사이를 비집고 흘러내리는 계곡 물소리는 벌써 느낌이 다르다. 풍경은 겨울, 몸으로 느끼는 계절은 이제 봄인가! 

 

                 <임도 이정표>

 

                 <계곡은 아직 한겨울>

 

 

수려한 경관의 절골을 지나니 사동리유원지 입구가 나오고 성황당을 지나 마법 같은 풍광의 화려한 눈꽃산행을 마친다. 이곳 사동리 유원지는 물이 맑고 경관이 좋아 산행이 아니더라도 어느 계절이든 머물기 좋겠다.

 

                 <성황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