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섬 산행

행복했던 한라산의 하루

카페인1112 2006. 4. 29. 22:00

행복했던 한라산의 품이여~

 

* 산행지: 한라산(1,950m)

* 산행일: 2006 4 22(), 비오고 흐림

* 산행시간 경로: 성판악(08:20)~~진달래밭대피소(10:30~11:00)~한라산 정상(12:30~13:00)~탐라계곡(16:00)~관음사지구(17:00)

* 산행시간 8시간40(휴식 중식 1시간30 포함),

  산행거리 18.3Km

 

 

이른 아침 서귀포에서 성판악으로 향하는 , 가는 빗속에 연둣빛 신록들이 폭의 수채화마냥 맑고 곱게 빛나고 있었다. 산행을 떠나는 길이라기보다 멋진 드라이브 코스, 새벽부터 계속 내리는 비로 심란했던 마음이 고운 봄빛에 다시 설렘으로 출렁댄다. 얼마만의 한라산 산행인가? 겨울, 한라산은 계속 내린 폭설로 온통 황홀한 눈꽃 세상이었다. 동화 세계에 빠졌던 황홀함은 항상 가슴 그리움으로 남았다. 오늘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오늘 계획은 성판악에서 정상으로 관음사지구로 하산하는 . 관음사지구 방향 산행은 오늘이 처음이다. 8 조금 지나 성판악(해발 750m) 도착하니 빗줄기는 굵어 지고 등산객들이 빗줄기가 부담스러운지 우비를 입고 휴게소 주변을 서성인다. 산행 준비를 마치고 빗속에 산행 출발. 등산 안내도에는 왕복 9시간 소요된다고 되어 있다. 지난 산행에는 왕복 5시간 걸렸는데 9시간이나 걸릴까! 하기야 지난 산행은 시간에 쫓겨 너무 서둘렀다.

 

성판악 코스는 너덜지대 등로가 걷기 불편한데다 비까지 오니 신경이 쓰인다. 바람이 없는데도 썰렁하니 추위가 느껴진다. 그래도 주변의 고운 연둣빛 순들이 아름답다. 때마다 기괴한 느낌이 드는 붉은 잎줄기에 진한 녹색 잎의 굴거리나무들이 무성하다. 겨울 오후 지친 하산 길에서 굴거리나무를 보며 느꼈던 기괴함. 시간 마음이 지쳐서일까?

 

        <비에 젖은 등로>

 

어느덧 삼나무 지대. 삼나무 아래 아직도 잔설이 두텁게 깔려 있다. 겨울 온통 세상인 곳은 동화 속의 눈꽃궁전, 차라리 화려하기까지 곳에서 동심에 젖어 얼마나 행복했는가? 꿈에서 보던 동화 속의 얼음 여왕이 나타날 같은 환상의 세계를 있었는데 오늘은 짙은 삼나무 내음으로 상쾌하다.

 

오를수록 점점 나무들이 겨울나무의 모습을 보인다. 아직 봄을 기다리고만 있는지 잎이 나오지 못하고 붉은 여린 순들만 달고 있다. 곳은 아직 겨울인가 보다. 여전히 길은 완만한 오름길이다. 아마 진달래밭대피소까지는 이런 순한 길이 계속 이어질 게다.

 

산행 출발한지 2시간이 지나니 진달래밭 대피소가 나타난다. 주변 진달래 같은 관목들이 아직 한겨울인 봄은 멀었다. 가꾸어 놓은 듯한 진달래는 언제쯤 피기 시작할까? 좁은 대피소는 등산객들로 만원. 역시 단체 등산객들이 너무 시끄럽다. 커피 한잔 사서 좁은 대피소로 들어가 여유 있는 휴식.

     <진달래밭대피소 부근- 가는 비가 내렸다>

 

한참 쉬고 이제 정상으로 출발. 여전히 빗방울이 굵다. 진달래밭 안내문에는 1230 이후에는 정상에 가지 못하고 정상까지 1시간30 소요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금 오르니 이제부터는 가끔씩 경사가 급한 곳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래도 한라산 오르는 길은 대부분 순한 길이다. 관음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길이야 거친 길이 나오겠지만 그래도 무리가 정도는 아니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구상나무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구상나무 숲에는 눈이 두텁게 남아 있고 한없이 고요하다. 고적한 세계에 침잠할 있는 풍광이 너무도 좋다. 하기야 오늘 마주하는 장엄한 세계 어느 곳을 버릴 있을까! 구상나무 숲을 지나니 이제부터 가파른 나무계단 ,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보다 먼저 출발한 부지런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정상을 밟고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다.

 

     <슬로프>

 

나무계단 등로 옆에는 스키장 슬로프처럼 잔설이 길게 깔려 있다. 어제 서귀포에서 한라산을 보았을 정상 부근에 보였던 흰색 슬로프가 바로 잔설이었다. 주변은 온통 구름 속의 세계. 거센 바람 때문일까 곧게 자라지 못하고 누운 자라는 누운향나무와 시로미가 제주 특유의 검든 돌들과 어우러져 고산지대 특유의 풍광을 그대로 보여 준다. 조금 오르니 정상이다. 

 

대피소에서 1시간30 걸려 정상 도착, 하지만 주변은 온통 짙은 구름으로 덮여 조망은 제로. 신비로운 백록담 주변의 풍광과 사방으로 터진 시원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 그지 없다. 가는 비가 오는데다 차가운 바람이 워낙 거세게 불어와 몸이 떨릴 정도다. 그래도 추위에 떨며 점심식사

 

이제는 하산해야 시간, 정상에서 내려 오는 길은 아쉬움과 안도감이 같이 오는 . 우리의 삶도 산행과 같은 , 정점에 잠시 머물다 내려와야 한다. 정점에서 내려오지 않으려는 집착이 삶을 힘들게 하는 걸까? 하산의 두려움에 자신감을 잃어 버리게 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 잠시 혼란스런 머리를 정리하며 관음사 방향으로 길을 떠난다.

 

     <관음사 방향 하산로 이정표>

 

관음사 방향 이정표를 보고 통나무 울타리를 따라 내려가는 . 고사목 지대를 지나니 주변은 계속 구상나무 숲이다. 잠시 급한 길을 내려오니 등로에는 예상 밖으로 눈이 두텁게 쌓여 미끄럽다. 게다가 일부 눈이 녹으면서 가끔 발이 허벅지까지 빠지는 함정까지 있다. 비는 가늘게 계속 내리는데 아래는 온통 천지이니 이런 부조화가 어디 있나. 겨우 내내 갖고 다니던 아이젠은 벌써 치웠으니 조심조심 발을 옮겨 눈길을 30분이나 힘들게 진행한다.

 

눈길이 끝나면서 비가 조금씩 그치며 날이 개기 시작한다. 왕관릉 주변은 구름이 서서히 걷히면서 수려한 비경을 조금씩 보여주기 시작한다. 수려한 기암괴석에 푸른 소나무 거기에 군데군데 쌓인 눈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관이다. 감탄했던 알프스 풍광이 전혀 부럽지 않은 멋진 풍경이다. 한라산에서 관음사 하산 코스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더니 명불허전, 하산하는 것이 아까울 정도의 비경들이다. 그대로 하산하기가 아까워 일부러 여유를 부리며 산에서 머무는 시간을 더한다. 왕관릉을 지나 용진각대피소에서 한참 쉬어 간다.

 

 

 

 

 

 

해발 1,000m 지나니 이제서야 처음으로 앙증맞은 작은 제비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시 겨울에서 봄으로 돌아온다. 등로에 노란색 작은 꽃들이 점점이 떨어져 있어 무엇인지 궁금하게 한다. 꽃이 개가 달라붙은 모양, 이상해 하늘을 보니 예상대로 높은 나무에 겨우살이들이 잔뜩 매달려 있다. 한겨울 인고의 세월을 보낸 겨우살이들이 이제 꽃을 피우고 잠에 들어가나 보다. 산에서 겨우살이는 많이 보았지만 꽃은 처음 보았다.

 

탐라계곡 대피소를 지나니 이제야 벚꽃이 만발해 있다. 원시시대를 연상케 하는 탐라계곡, 역시 비경이다. 바위에 푸른 이끼가 잔뜩 덮여있는 탐라계곡을 건너 다시 오름길, 좌우에는 작은 보라색 제비꽃과 양지꽃, 현호색까지 야생화가 만발해 있다. 수려한 탐라계곡, 계곡이 깊고 바위들이 거대하다. 바위에는 푸른 이끼가 잔뜩 끼어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했을 같은 분위기 아니면 주라기 시대일까. 갑자기 익룡이 요란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아 오를 같은 이색적인 모습이다.

 

 

    <탐라계곡>

 

점점 지쳐오기 시작한다. 빗속의 무리한 산행, 게다 눈길에 한참 미끄러지고 오늘 어려운 산행임은 분명하다. 하산 시작 4시간 만에 관음사지구에 도착한다. 이제는 택시를 타고 성판악으로 되돌아가는 . 것으로 오늘 행복했던 한라산에서의 하루를 접는다. 내일은 마라도에 들른 다음 귀경 예정

 

 

     <마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