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촛대봉 - 기대하지 않았던 심설산행, 암릉미까지
* 산행지: 가평 촛대봉(1167m)
* 산행일: 2008년 2월 24일(일), 맑음
* 산행경로 및 시간: 화악리(11:10)~계곡 갈림길(11:29)~임도(11:46)~990봉(13:06~13:16)~중식(14:05~14:30)~정상 (14:46~14:56)~990봉(15:40)~화악리(17:00) 산행시간 5시간 50분 (중식/휴식 50분 포함),
* 산행거리: 8.6km
* 가는 길: 가평군청에서 북면 방향 75번 도로~북면 목동에서 우회전하여 391번 도로 타고 10분정도 진행, 천수사 가평야생화캠프장 입구 주변에 주차하고 산행 출발.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깊은 숲과 암릉지대 경관이 좋은 촛대봉으로 향한다. 촛대봉(촉대봉)은 경기 제1봉인 화악산의 한 봉우리. 몇 년 전 겨울 홍적고개에서 몽가북계 4산 종주를 하면서 건너편 산줄기들이 마음에 들어 가봐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이제서야 찾는다. 사람들이 몰리는 산도 아니고 뱀이 많다, 겨울에는 멧돼지가 우글거린다는 등 소문들이 좋지 않았는데 꼭 밀린 숙제 하는 기분이다.
촛대봉은 경기와 강원의 경계인 홍적고개에서 능선 방화선을 따라 오르거나 화악산 들머리인 건들내 직전 화악리 천수사 입구에서 주로 오르는데 차량 문제만 해결되면 홍적고개에서 능선을 타고 정상에 올라 990봉에서 경사가 급한 남쪽 능선을 타고 화악리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을 것 같다. 오늘은 차량을 천수사 입구에 주차해 두고 원점회귀 산행 계획.
<천수사 돌탑>
이래저래 시간이 지체되어 중간말 화악리 입구에 오니 11시가 지났다. 바로 앞에 산악회 버스 한 대가 도착해 많은 인원들을 토해 낸다. 포장도로를 따라 5분쯤 오르니 천수사. 돌탑과 휴게실 옆으로 숲길이 나 있다. 넓고 평탄한 등로를 따라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
여유 있게 오르는데 곧 이정표(촛대봉 3.3km, 하산 1.0km)가 나오고 좌측 묘지 옆으로 산길이 나 있다. 일단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좌측으로 진행.
<갈림길 이정표>
이제부터는 급경사길. 빽빽한 잣나무 숲 옆으로 나 있는 길을 오르니 참나무 숲이 무성하고 곧 임도를 만난다. 임도 건너편에 4m 정도 되는 바위 벽이 나타나고 매달려 있는 로프를 잡고 오른다.
산악회 사람들은 아까 갈림길에서 계곡을 따라 계속 올라갔는지 건너편 임도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아마 정상은 가지 않고 중간까지만 갈 계획인가 보다. 하긴 모임 분위기로 봐서는 등산보다는 거의 야유회 수준이었으니까.
<임도와 암릉길>
완만한 오름길을 가는데 우측으로 990m봉이 높게 솟아 있다. 점점 더 경사가 급해지고 주변에는 온통 진달래 나무. 봄에 이 숲을 거닐면 얼마나 환상적일까? 임도에서 25분 정도 오르니 능선과 능선이 만나는 지점. 등로는 우측으로 휜다. 이제부터는 계속 급경사길, 게다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고 빙판까지 있어 조심조심 오른다.
북쪽으로는 하얗게 눈이 덮인 화악산 정상부 모습이 위압적으로 다가오고 군데군데 암릉지대와 바위 위 소나무 모습이 근사하다. 촛대봉을 찾는 사람들이 꽤 되는지 등로가 잘 나 있고 이정표도 잘 설치되어 있어 길 잃을 걱정은 없으니 다행스럽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랬는지 몇 군데 이정표에는 글자 일부를 지워 좃대봉으로 되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화악산>
숨 가쁘게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능선 삼거리, 바로 990봉이다. (홍적고개 4.4 km, 화악리 2.9 km, 촛대봉 1.4km) 앞 쪽으로 큰 봉우리가 2개 보이는데 좌측 봉우리를 거쳐 우측 봉우리가 정상일 것으로 예상.
잠시 쉬다가 촛대봉 정상을 향해 좌측 길로 가는데 이제부터 암릉지대와 급경사 길이 이어질 테니 거리에 비해 만만치 않은 길이 되리라.
<990봉 이정표, 정상은 좌측 길로>
정상으로 가는 능선 길, 거친 암릉지대가 계속되고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어 미끄럽다. 암릉지대를 지나니 길은 잠시 유순해지고 바위봉을 우회한 다음 큰 바위를 좌측으로 두고 길이 이어져 있다.
시간이 늦어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 급경사 암릉지대가 나오고 바람의 심술 탓일까 눈이 두텁게 쌓여 무릎 위까지 올라온다. 눈이 계속 등산화 속으로 들어와 스패츠 착용. 안부로 내려서고 급경사 길을 오르니 정상.
정상 조망 환상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북쪽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시설물이 있는 높은 봉은 화악산 응봉, 서쪽으로는 수려한 춘천호와 강줄기 그 뒤로 춘천 시가지가 보이고, 서쪽으로 화악산과 명지산 산줄기들이 후련하게 펼쳐진다. 남으로는 조금 전 지나온 거친 능선 길과 바위 봉우리들이 가깝게 다가온다.
바람이 세지 않아 정상에서 머무르는 즐거움이 여유롭다. 이런 즐거움 때문에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아닐까.
정상에서 잠시 조망을 즐기다 하산. 그런데 아이젠을 하지 않고 있다 미끄러운 암릉길에서 제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손목과 엉덩이에 심한 통증. 미련하게도 이제서야 아이젠을 꺼낸다. 다시 급경사길을 올라 바위지대를 우회하고 이상하게 뒤틀린 소나무 아래 바위 사이 등로를 거쳐 990봉 도착.
<바람의 작품>
<등로는 이 암릉지대를 우측으로 우회하고>
990봉에서 다시 급경사길, 그런데 내려올 때가 더 경사가 급한 것으로 느껴진다. 임도와 이정표 있는 갈림길을 거쳐 천수사를 지나 주차 위치에 도착하니 5시, 5시간 50분의 산행을 마친다.
기대하지 않았던 심설산행에 바위지대의 수려한 모습과 시원한 조망이 기억에 남을만한 다시 오고 싶은 좋은 산. 그리고 등로와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편한 산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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