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기석의 절경과 봄꽃들의 향연 - 영암 월출산
* 산행지: 영암 월출산(809m)
* 산행일: 2008년 4월 12일(토)
* 산행경로 및 시간: 주차장(09:00)~천황사지(9:14~9:24)~구름다리(9:50~10:05)~통천문(11:20)~천황봉(11:30~11:55)~바람재(12:35)~베틀굴(12:55)~구정봉(13:5~13:50)~마애석불(14:04~14:10)~향로봉(14:28)~미왕재(갈대밭, 14:56)~계곡(15:25~15:35)~도갑사(16:00)
- 산행시간: 7시간 (중식 및 휴식 2시간 포함, 순 산행시간 5시간)
* 가는 길: 호남고속도로 광산IC ~ 13번 도로 이용 영암까지
<월출산 장군봉>
금요일 밤, 번잡한 마음을 남기고 남쪽으로 멀리 떠난다. 봄나들이 여유를 부린다고 했지만 밤 늦게 출발하는 여행이니 거의 당일 여행.
전남 영암과 강진의 경계를 이루는 월출산은 기암기석의 연봉들로 빼어난 경관을 이루고 남성적 웅장함과 여성적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 신령스런 산. 밤을 달려 영암에 도착, 미리 예약해둔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서 짧은 휴식후 아침 월출산 천황사지로 출발한다.
천황사지구 주차장 옆 음식점에서 아침을 먹고 야영장입구로 가보니 여유공간이 있어 주차하고 산행 출발. 들머리 안내도에 도갑사까지 종주코스는 8.8km에 6시간 30분 소요로 안내.
곱고 싱그러운 봄빛을 온 몸으로 느끼며 오르는데 주변은 봄꽃들로 아름답다. 선홍색 동백이 푸른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만발하고 벌써 진달래는 시들어간다. 제비꽃, 개불알풀, 개별꽃 등 앙증맞은 작은 들꽃들은 마른 숲에 봄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곧 천황사지와 바람골 갈림길. 천황사지와 구름다리 방향인 좌측으로 오르니 곧 천황사지에 도착. 수려한 바위 연봉들을 보면서 한참 쉬어 간다. 천황사지를 지나 계속 이어지는 동백 터널을 따라 오르니 계단길이 나오면서 조금씩 경사가 급해진다. 이제부터 경사가 급한 암릉지대가 시작되는 것. 양쪽 거대한 암벽 사이로 오르니 월출산의 명물 구름다리가 가까워진다.
<구름다리>
<장군봉>
<구름다리에서 보는 장군봉 아래 영암 들녘)
정자를 지나 구름다리 주변에서 보는 수려한 풍광은 일품. 월출산의 명성대로 기암기석의 절경이 펼쳐지고 거대한 암봉 아래 영암 너른 벌판에는 봄빛이 가득하다. 사자봉 아래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곳(해발 510m 지점)에 있다는 길이 52m의 구름다리는 단애 사이에 놓여져 아래를 보니 아찔하고 흔들흔들 하는 스릴도 있다.
구름다리를 지나 아래를 보니 깊은 계곡에 푸른 산죽밭을 배경으로 회색 빛 나뭇가지가 뻗어 있다. 저 계곡은 곧 연두색 신록과 여름의 푸르름, 가을의 오색 단풍으로 채색될 게다. 그 변화가 사시사철 얼마나 아름다울까? 바람폭포에 산행객들이 꽤 많은 것을 보니 구름다리를 통과하지 않고 천황봉으로 오르는 사람들도 꽤 많은가 보다. 이제는 사자봉으로 이어지는 급경사 철계단길. 수려한 풍광들을 즐기며 여유 있게 천천히 오른다.
봉우리를 올라서 바람골의 장엄한 절경을 감상하다가 사자봉과 매봉 사이 안부를 지나 다시 아래로 경사 길을 내려간다. 구비구비 돌아서 정상으로 향한다.
가파른 오름을 지나 정상이 보이는 능선 길로 올라서는데 주변에는 노랑, 분홍 흰색의 제비꽃들이 군락지를 이룬다. 제비꽃의 서막과 함께 이어지는 바람난 여인 얼레지의 향연. 사방에 얼레지 꽃이 만발해 황홀한 산상화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고운 분홍빛 얼레지는 오늘 산행 내내 함께 해 봄꽃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게 해주었다. 또 한번의 황홀한 시절인연.
<통천문>
통천문 아래 삼거리에서 암릉길을 조금 오르니 하늘로 통하는 문인 통천문, 천황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인 통천문 바위 사이를 통과하면 정상은 지척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넓은 바위 봉우리인 천황봉에 올라선다.
정상에는 정상석과 통일신라 때부터 국가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는 소사지 표시석과 안내문이 있고 사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이 후련하다. 서쪽으로 오늘 가야 할 구정봉과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이 기암기석의 절경을 이루며 펼쳐진다. 그 옆으로 서해 바다가 보일 텐데 오늘은 날이 흐려 보이지 않는다. 시원한 바람과 후련한 조망이 좋아 하산할 생각도 잊고 한참을 쉬어 간다.
<정상석>
<구정봉으로 향하는 긴 능선>
이제는 바람재 능선을 따라 구정봉으로 향하는 길. 거친 내림길을 내려서니 이제부터는 완만한 능선길을 즐기게 된다. 사방이 온통 기암기석들로 수석 전시장을 방불케 하고 말 그대로 바위로 빚은 예술품. 구정봉 아래 베틀굴과 마주보고 있어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남근석을 지나니 곧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람재, 큰개불알풀과 별꽃이 한참이다.
바람재를 지나 구정봉으로 향하는데 주변은 계속 갖가지 모양의 기암들의 전시장. 의자바위에 돼지바위 다양한 만물상이 펼쳐져 주변 구경에 시간이 더 걸린다.
바람재에서 10여분 지나 갈림길에서 우측 구정봉 방향으로 향한다. 좌측은 미왕재(갈대밭)로 직접 가는 길. 구정봉 아래 뚫린 베틀굴 일명 음굴을 보니 정말 여성의 모양을 닮았는데 안을 드려다 보면 그 형상이 더 뚜렷해진다. 옛날 여성들이 베를 짰다는 베틀굴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로 항상 음수가 고여 있어 음수굴이라고도 한다.
베틀굴을 구경하고 구정봉 아래 자리를 펴고 점심을 먹는다. 식사라기보다 긴 휴식. 그리고 거대한 바위 틈을 통과하여 구정봉으로 오른다.
<구정봉 갈림길 이정표>
<구정봉 아래 이정표>
<뒤돌아본 천황봉>
<베틀굴>
구정봉은 암봉에 일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9개의 구덩이가 있다고 하여 구정봉. 바람이 심하게 부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에 크고 작은 물 구덩이가 있고 물이 파랗게 고여 있다. 그런데 몰지각한 등산객들의 소행일까, 구덩이에는 과일 껍질과 담배 꽁초가 수북하다.
아홉마리 용의 전설과 함께 신비스럽게 느껴야 할 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심보는 무엇일까? 아쉬운 마음을 남기고 내려와 국보 144호인 용암사지 마애석불을 보기 위해 구정봉 아래 갈림길에서 우측 등로를 따라 내려간다.
<구정봉에서 보는 향로봉>
마애석불까지는 0.5km의 거리. 초입의 산죽이 우거진 유순한 길은 오르내림이 있는 거친 암릉길로 변하고 기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절경이다. 한적한 길을 따라 가다 보니 등로는 좌측 아래로 꺾이고 바위에 조각된 마애좌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 마애석불은 고려의 석불 양식을 보여주는 당대의 걸작이라고 하는데 그 기품 있고 원만한 모습이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된다. 이 깊은 산속에 석불을 조성하고 모신 사람들의 비원은 무엇이었을까?
건너편으로 보이는 삼층석탑은 생략하고 다시 구정봉으로 돌아와 이제는 향로봉을 지나 갈대밭으로 향한다. 주변은 계속 얼레지의 향연, 등로 주변이 온통 얼레지 꽃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이제는 하산을 서두는 평범한 길. 억새밭 직전 분홍색 산복숭아 꽃이 너무도 곱다.
도갑사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세운 절. 대웅전 아래 새로 대웅전을 커다랗게 세우는지 한창 불사중이다. 도갑사 해탈문을 나서니 벚꽃이 화려한 봄날을 알린다.
주차장 부근에서 산나물비빔밥 한 그릇 먹고 택시(13,000원)를 타고 천황사지구로 돌아와 서울로 출발. 월출산에서의 행복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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