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적인 설경과 홍길동성 - 공주 무성산
* 산행일: 2009년 1월 25일(일) 폭설
* 산행지: 무성산(공주시 우성면 한천리, 614m)
* 산행경로 및 시간: 한천리 마을회관(12:55)~보림사 표석(13:19)~임도삼거리(13:35)~주능선(14:30)~정상(15:00)~갈림길 이정표(15:13)~홍길동굴(15:23)~임도 이정표(15:35)~임도삼거리(15:55)~마을회관(16:25)
<총 산행시간 3시간 30분(산행거리 약 9km)>
설 전날, 분주한 집안을 뒤로하고 혼자 가까운 무성산으로 향한다. 복잡한 심사를 산에서 달래보자는 핑계. 공주의 북서쪽 우성면 한천리와 사곡면 대중리 사이에 있는 무성산은 격암 남사고가 삼재가 들지 않는 십승지중 하나로 꼽았던 공주 유구/마곡의 동쪽을 둘러싼 산이고 정상부에 홍길동이 축성했다는 전설의 홍길동성이 있는 곳.
전라도 장성에서 태어난 홍길동이 어찌 공주까지 와 성을 쌓았을까? g
무성산은 한천리와 대중리에서 많이 오른다는데 오늘은 한천리에서 홍길동성에 갔다가 다시 한천리로 돌아오는 코스.
공주 신관에서 청양/예산 방향으로 조금 가면 연미터널이 나오고 터널을 지나자 마자 대전 방향 표지판을 따라 우회전하면 한천리 표시가 있다. 우측으로 빠져 나와 굴다리를 지나고 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눈 쌓여 미끄러운 길을 계속 진행하면 한천저수지(낚시터)가 나온다. 아마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로는 여기까지만 났을 것이고 포장은 그 이후일 게다.
길가에 산행안내도가 있지만 계획했던 대로 한천리 마을회관까지 가기로 한다. 저수지를 지나 한천리 마을회관이 나올 때까지 옛날에는 꽤나 오지였는지 좁은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간다. 다시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저수지를 지나면서 폭설로 변한다.
도로 끝까지 오니 한천리 마을회관. 영천이라고도 하는지 영천노인회관 간판도 붙어 있다. 여기가 오늘 산행 들머리.

<한천리 마을회관 옆 등산로 안내도>
마을회관 좌측에 있는 산행안내도를 확인하고 마을 길을 따라 가는데 눈이 계속 사납게 내려 온 천지가 눈 세상이고 회색 빛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영천은 군데군데 집들이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들머리 찾기가 불안해 마침 집 앞에 나와있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계속 길을 따라 가란다. 마을 길을 따라 오르는데 눈 밑에 얼음이 얼었는지 완전 빙판이다. 약간의 오르막길에도 미끄러워 몇 번이나 고꾸라진다. 오늘의 험난한 산행을 예고
<마을회관에서 임도삼거리 들머리까지>



15분 정도 걸었을까 환상적인 설경을 자아내는 소나무 숲 지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보림사 표석이 보인다. 이제 들머리인 임도삼거리까지는 지척. 눈발 속에 보이는 무성산이 꽤나 높아 보인다.
임도를 따라 계속 오르니 이정표가 있고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보니 이정표와 들머리가 보인다.
<임도삼거리 직전 이정표와 들머리 이정표, 들머리>



임도삼거리에서 좌측 길을 따르니 이정표가 있고 우측에 숲으로 이어지는 들머리. 임도 이정표는 우측으로 홍길동성 2.2km. 홍길동성이 무성산 정상부에 있으니 홍길동성 방향으로 진행. 등로는 넓은 임도 수준이다. 그런데 군데군데 제법 경사가 급한데다 눈이 많이 쌓여 보통 미끄러운 게 아니다. 게다 눈 아래에는 얼음이 얼어 아이젠을 해도 미끄럽기는 마찬가지. 조심조심 진행해도 경사가 급한 길에서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뒤로 죽죽 밀린다. 이런 산행은 처음. 나중 보니 넘어지면서 배낭에 꽂았던 스틱도 빠져 나가고 귤도 3개나 잊어 버렸다.
임도삼거리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벤치가 나오고 우측으로 나무 계단이 보인다. 작은 등로를 따라 오르니 다시 넓은 길로 이어지고 이정표를 지나니 굵은 소나무 숲. 나무에 눈이 잔뜩 쌓여 온통 눈꽃 세상 동화 속의 환상적인 풍경이 발길을 잡는다. 어느 새 눈도 그치고 정적 속의 숲이 마음 속으로 편안하게 밀려 들어온다.
<임도삼거리에서 홍길동성으로 - 환상적인 설경이 계속 이어진다>



주능선으로 올라서니 임도는 좌측으로 휘는데 우측으로 안내도가 보여 올라가 본다. 정상은 좌측 방향. 우측 봉우리로 올라서니 산행 안내도와 이정표가 있다. 홍길동성은 좌측 길로 1Km, 한천리는 2.5km. 다시 임도로 내려와 좌측 길 홍길동성으로 간다.
임도는 능선을 따라 평탄한 길로 눈 쌓인 비단길. 길은 능선 옆 사면으로 이어지고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한천리와 그 너머 하얀 산줄기들이 평화스럽다.
이정표 봉에서 20분 정도 지나니 첫 번째 성터가 나온다. 이름하여 홍길동성. 전설은 홍길동이 신출귀몰 이곳에서 활동을 했고 공주에서 잡혀 유배 갔다고 하는데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고갯마루 이정표 - 홍길동성은 좌측으로, 첫 번째 성터>


조금 더 가니 돌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제 홍길동성이 있는 무성산 정상에 도착.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좌측에 무성산 정상석(613.9m, 공주시장)이 있고 홍길동성이 보인다. 성터는 그런 대로 모습을 갖추고 있고 홍길동굴은 무너진 성터를 지나 가는 것.
사방은 온통 은세계 주변 모든 것을 흰 눈으로 덮어 버렸다. 무덤도 성도 그냥 눈 속에 머물러 있을 뿐. 눈 속에서 주변을 조망하다가 홍길동굴(0.5km)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정상의 정상석, 이정표, 홍길동성>



이정표를 따라 무너진 성터를 넘어 내려가니 다시 등로는 편한 길로 이어진다. 여전히 주변 설경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고 그 선경을 마음껏 즐기며 걷는다. 혼자 걷기 아까운 길에서 또다시 그리움이란 말을 떠올린다.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홍길동굴 방향 좌측 하산로로 접어 든다. 경사가 급해지면서 홍길동굴 위에 있는 정자가 보이고 이정표가 나온다. 홍길동굴 표시를 보고 잠시 내려가 본다. 그런데 어디가 굴인지 분간하기도 어렵다.
<하산하는 길 - 선경인가 동화 속 세계인가?>



<좌측 홍길동 방향 갈림길 이정표, 홍길동 위 정자, 홍길동굴 이정표>



홍길동굴을 지나 10분 정도 경사가 급한 길을 내려오니 임도가 나온다. 이정표는 좌측으로 한천리 5.1km, 온 길 홍길동굴 0.4 km. 임도 좌측을 따라 가면 아까 들머리 임도삼거리와 이어질 것 같다. 눈이 잔뜩 쌓여 미끄러운 임도를 조심조심 가는데 갑자기 정적을 깨는 요란한 소리가 들리고 고라니 한 마리가 산사면을 부리나케 뛰어오르고 있다. 고라니가 눈 속에서 먹이를 찾아 헤매다 내가 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나 보다.
약수터를 지나니 아까 올라갈 때의 임도 삼거리. 이제 눈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임도를 따라 마을회관까지 가는 길, 주변 숲도, 들판도, 마을도 온 천지가 흰 눈에 쌓여 한없는 순결함을 보여 준다.
다시 내리는 눈을 맞으며 30분 정도 걸려 마을회관 앞에 도착, 고향 공주의 산에서 느낀 마음 속에 차고 넘치는 기쁨을 안고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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