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이른 봄날 운봉고원의 넉넉하고 여유있는 산길
* 산행지: 백두대간 시리봉 구간(통안재~복성이재)
* 산행일:
* 산행경로 및 시간: 권포리(
* 산행시간: 4시간 50분, 대간 마루금 14.5km, 접근 1.5km
오랜만에 다시 밟는 대간길, 오늘 가는 코스는 많이 알려진 명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곳도 아닌 밋밋한 길. 5월이면 철쭉이 아름답다는데 아직은 봄의 초입, 꽃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도 오늘 걷는 지리산 서쪽의 운봉 고원지대는 영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지요 삼국시대에는 대간을 경계로 백제와 신라가 서로 영토 다툼이 심했던 역사적인 장소. 또 동편제의 고향이고 판소리 흥보가의 배경이 된 곳이다.
권포리는 평범한 시골 마을. 이성계가 왜구를 토벌하기 위해 운봉에 왔을 때 고남산에서 승전을 기원하는 제사를 지냈고 당시 같이 왔던 정도전이 ‘그 제사의 공덕으로 권세가 널리 퍼질 것이라 했다’하여 권포리(權布). 고남산중계소로 이어지는 시멘트 포장로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길을 20분(1.5km) 정도 가니 통안재, 대간 길이 시작된다. 도로가 좌측으로 휘는 지점에서 우측 능선에 표지기가 잔뜩 붙어 있다.
<권포리에서 포장로를 따라 산행 출발>
<통안재에서 우측 능선으로>
이제부터 길은 완만한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소나무 숲길. 대간 능선이 아니라 시골 야산을 걷는 기분이다. 등로 주변에 진달래 나무가 많으니 조금만 더 지나면 운치 있는 꽃 길이 되겠다. 날까지 포근해 걷는 발길이 가볍다. 사거리 안부인 유치재를 지나 계속 소나무 숲길을 걸으니 주변에는 밭이 보이고 이정표(사치재 3.1km)를 지나 동네 마을길로 들어선다. 운봉읍 매요마을이다. 마을 길을 따라 가니 마을회관이 나오고 담장 옆에 이정표(사치재 3.1km). 길은 매요교회와 폐교된 운성초등학교 사잇길로 좌회전. 길가에 표지기가 많이 달린 매요휴게실에 들러 동동주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텐데 모두들 걷기 바빠 그냥 지나친다.
<매요마을 들어서기 직전 이정표>
매요마을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르는데 앞에 보이는 산은 그 유명한
<우측 지리산 바래봉 줄기>
<유치삼거리는 목재 뒤편 좌측으로>
<유치삼거리 이정표>
오름 길을 가니 곧 조망이 트이는 지점, 산 아래로 88고속도로가 뻗어 있고 동북쪽으로 사치재가 보인다. 경사가 급한 길을 오르니 능선 분기점인 618m봉, 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출발. 마루금은 좌측으로 방향을 바꾸고 너덜지대를 지나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에 다시 오르막길. 등로 정비를 많이 했다는데 길이 좁고 길 옆에 싸리나무 같은 잡목이 많아 여름철에는 꽤 성가시겠다는 생각이 든다. 봉우리를 지나 내리막길, 그리고 사치재(490m) 이정표가 보인다. 지나온 길 유치재 2.5km, 지하통로인 돌아가는 길 0.1km 표시가 되어 있다. 전에는 고속도로 무단횡단을 많이 했다는데 이젠 지하통로를 많이 이용하는가 보다. 우측으로 도로를 따라 조금 가니 우측 아래로 굴다리 가는 길이 보인다. 굴다리를 건너 바로 앞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선다.
<618봉 직전 전망지점에서 본 고속도로와 사치재>
<618봉에서 좌측 너덜길을 내려선다>
<사치재 이정표>
이제부터 전망이 좋은 헬기장(625m )까지 급경사 오르막, 오래 전 산불 흔적으로 고사목들이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애처롭게 솟아 있다. 헉헉대고 헬기장으로 오르니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을 보여 준다. 오늘 산행에서 조망이 가장 좋은 곳. 지리산휴게소와 고속도로가 바로 발 아래 보이고, 남쪽 저 멀리 아직 눈이 하얗게 쌓인 지리산 천왕봉과 바래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들. 북동 방향으로는 오늘 걸을 능선 길이 구불구불 뻗어 있다. 헬기장에서 한참 조망을 즐기다 우측 방향으로 진행. 주변은 억새밭이라 아직 억새 줄기들이 높게 솟아 햇빛 아래 반짝인다. 늦가을 은빛 물결은 얼마나 황홀했을까 생각하며 혼자 걷는 길.
<헬기장으로 오르며 고사목 지대>
<헬기장에서는 우측 능선 길>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바로 새맥이재. 다시 소나무 숲길로 이어진다. 굵은 소나무와 검은 바위들이 가볍지 않은 무거운 분위기. 새맥이재에서 50분 정도 지나니 헬기장이 있고 곧 시리봉 갈림길. 대간에서 200m 정도 비켜서 있는 시리봉(776.8m)에 다녀오고 싶었는데 모두들 그냥 통과, 나도 덩달아 그냥 통과. 울창한 소나무 숲을 지나니 키 큰 철쭉이 높게 자라고 있고 앞에 삐죽하게 솟은 선돌이 보인다. 일명 남근석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남근으로는 안 보인다. 선돌을 지나 곧 781봉에 오르니 앞에 철쭉 군락지와 저 건너편에 아막성터가 보인다. 이제 북서 방향으로 진행. 미끄럽고 경사가 급한 철쭉 군락지를 내려섰다가 묘지가 있는 695m봉을 지나니 아막성터에 도착한다.
<시리봉 갈림길 직전 헬기장>
<아막성터로 들어서며>
아막성은 백제에서 부른 이름이고 신라는 모산성이라고 했다 한다. 백두대간 능선이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이 되기 쉬웠을 거고 서로 땅뺏기 전쟁이 치열했을 테니 성을 쌓을 수밖에 없고 그 성중의 하나가 2천년 가까이 지나서도 남아 있는 것. 돌탑이 있는 성터를 지나니 아막성 안내판이 보인다. 근처에 우물 흔적이 있다는데 찾아봐도 어딘지 도저히 모르겠다. 무너진 성터를 밟고 내려가 건너편 능선으로 붙는다. 내려가면서 아막성터를 돌아보니 의외로 아직까지 정교하게 쌓여 있는 흔적을 볼 수 있다.
이제 종착지인 복성이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숲에서 임도로 내려서니 이정표가 보이고 길은 앞에 숲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곳이 복성이뒷재일까? 이정표는 고남산 15.5km, 봉화산 4.2km, 우측으로 성리(흥부마을) 1.5km로 안내되어 있다. 성리는 흥부전의 흥부 발복지, 형에게 쫓겨난 흥부가 제비다리 고쳐주고 복을 받았다는 곳. 건너편 능선으로 오르니 아래에 2차선 포장도로가 보인다. 통나무 계단을 내려가 장수 번암면과 운봉 아영면의 경계인 복성이재로 내려서며 산행 종료.
<날머리 - 계단을 내려와 복성이재로 내려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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