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산 – 푸른 수림에 부는 시원한 바람
* 산행지: 검단산(657m)
* 산행일:
* 산행경로 및 시간: 현충탑입구주차장(10:25)~안부사거리(10:58~11:08)~암릉지대(11:38) ~서봉(12:02)~헬기장(12:24)~정상(12:26~13:33)~안부갈림길(13:35)~팔각정공터(13:53)~곱돌약수터(14:02)~호국사갈림길(14:44)~현충탑(14:53)~주차장(14:55)
* 산행시간: 4시간 30분(중식 등 1시간 30분 포함)
오랜만에 집에서 가까운 검단산, 하남 애니메이션고교를 지나 현충탑입구 주차장에 주차하고 산행 출발. 밭에 싱싱하게 자라고 있는 땅콩 밭을 오랜만에 본다. 현충탑 가기 전 등산안내도를 보고 있는데 몇 사람이 안내도 옆 등로를 따라 오른다. 무심코 따라 올랐는데 나중 보니까 가서는 안 되는 샛길. 굳이 가지 말라는 길을 갈 필요가 없는데, 게다 가까운 곳에 이런 좋은 산이 있는데 같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껴야 한다.
완만한 소나무 숲길을 지나니 조금씩 오름이 시작되고 좌측 아래에 유길준 묘소 방향으로 오르는 등로가 보인다. 오르는 곳 주변엔 여기저기 고소한 열매가 달리는 개암나무가 보이는데 사람들이 이리 많으니 저 열매가 제대로 익을 수 있을까 걱정스럽다. 안내도에서 30분쯤 지나니 정상 등로와 합류. 5분쯤 더 오르니 사거리 안부다. 직진하는 방향으로 가면 약수터, 정상은 우측 방향. 날이 더워 안부에서 한참 쉬다가 계단길을 따라 오른다.
<사거리 안부>
제법 가파른 길, 그런데 솔솔 불어오는 강바람이 꼭 초가을 바람처럼 차갑고 상쾌하다. 강이 근처에 있어서인지 더운 여름임에도 시원한 기분. 이 정도 시원함이면 숲을 걷는 즐거움이 배가된다. 거의 환희심 정도까지. 곧 바위 조망처. 건너편 예봉산과 미사리 쪽 한강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게다 오늘은 불암 수락산과 도봉, 북한산까지 가깝게 보인다.
그런데 바로 우리 앞에 가는 몇몇 사람들 목청이 너무 커 하는 얘기가 다 들린다. 무슨 수다가 그리 많은지 나중에는 지겨워진다. 산을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등로 정비 공사하는 지점을 지나니 이제 슬슬 암릉지대가 시작된다. 흙산인 검단산에서 유일하게 손맛을 볼 수 있는 곳. 그리 위험하진 않으니 사람들이 워낙 많아 지체. 조망대에서 다시 주변을 조망하다가 다시 출발.
<미사리와 그 뒤로 불암 수락산>
<강 건너 예봉산>
<팔당과 그 뒤로 양수리>
이정표가 나오고 곧 서봉, 여기서 보는 양수리 풍광이 역시 시원해 발길을 잡는다. 앞에 빤히 보이는 정상. 헬기장을 지나 정상에 도착, 너무 여유를 부렸는지 2시간이나 걸렸다. 항상 그렇듯이 인산인해, 넓은 헬기장이 조금 과장해서 좁아 보인다.
정상 아래에 자리 잡고 느긋한 점심. 집이 가까우니 시간에 쫓길 염려도 없고 한기를 느낄 정도로 바람도 솔솔 불어주고 편하게 쉬어 간다.
<서봉에서 보는 정상>
<정상 이정표>
그런데 위편에서 자두 씨가 연거푸 2개가 날아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고추 반 토막이 역시 날아오고. 아마 아래를 보지도 않고 휙 던지는 것 같다. 바로 위에 자리잡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지 말라고 했더니 자기들은 아니란다. 그 옆에도 열댓 명 인원이 있어 쫓아 올라갔더니 거기도 아니란다.
분명 두 일행 중 하나인데 완전 오리발. 거기다 되려 큰 소리다. 산에 와서 또 불쾌감을 느끼고 간다. 등산 인구가 많아지니 별 사람이 다 있고 게다 검단산이야 하남에서 가깝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니 별의별 별종들이 다 올라오는 모양이다.
하긴 검단산에서 여러 인종을 보았다. 쉼터에서 오이 껍질을 벤치 옆에 그냥 버리고 가는 사람에게 버리지 말라고 했다가 되려 봉변을 당할 뻔 했다. 나중에는 쌍욕을 하며 올라갔는데 그제서야 옆에 사람들이 위로의 말을 전한다. 산불나기 좋은 봄날 담뱃불을 끄지도 않고 숲에 던지고 가는 사람에게 항의했더니 들은 척도 안 하고 그냥 가버린다. 등로에 개가 똥을 싸고 가니 ‘아이구 우리 애기 시원하겠다’ 하고 치우지도 않고 그냥 가는 개 닮은 사람들(그 뒤로 개 키우는 사람들이 싫어졌다) 등.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보고도 모른 척 하지?
<정상 아래 안부 이정표, 우회전하여 내려간다>
그래도 한참 쉬다가 하산. 이번에는 반대편 곱돌약수터 방향으로 내려간다. 안부에서 우틀, 직진하면 고추봉 용마산 방향. 가파른 돌 계단길을 내려와 소나무 숲을 지나고, 감시초소와 팔각정이 있는 공터를 지나면 곱돌 약수터. 약수터에서 보는 미사리 쪽 조망도 일품. 게다 북한산과 도봉산, 그리고 수락산이 둘러싸고 있는 서울 시가지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약수터에서 물을 받고 출발.
<곱돌약수터에서 보는 조망>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제 내가 검단산에서 제일 좋아하는 푸른 이깔나무 숲길. 사계절 변화하는 모습들이 환상적인 곳, 매번 올 때마다 이 길이 사랑스럽다. 이제 이 길은 조금씩 푸른 빛이 누런 가을 빛으로 바뀔 것. 항상 늦가을의 황금색 숲은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호국사 갈림길과 현충탑을 지나 주차장 도착, 짧은 산행 완료, 집 가까운 곳에 이런 숲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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