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중봉구간] 중산리에서 새재마을까지 (지리산 천황봉~중봉~써리봉)
장엄한 천왕봉과 아름다운 상고대의 향연에 취하다.
* 산행일:
* 산행지: 중산리에서 천왕봉(1915.4m)을 거쳐 새재마을로 하산
* 산행경로 및 시간: 중산리(4:00)~망바위(5:11)~로타리대피소(5:51)~개선문(7:10)~천황봉
(8;10~8:20)~중봉(09:00)~써리봉(09:50)~치밭목대피소(10:45~11:00)~무제치기폭포(11:35)~갈림길
(11:50)~새재마을(12:55) - 총 산행시간 약 9시간 (조식 및 휴식 시간 포함),
* 산행거리: 중산리~5.4km~천왕봉~4.0km~치밭목대피소~1.8 km~갈림길~3.0km~새재마을,
총 14.2km
무박산행으로 지리산 가는 길. 오늘은 중산리에서 천왕봉에 올라 새재마을로 하산하는 코스. 요즘 이런저런 일로 마음은 천근, 천왕봉 맑은 정기로 그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질까? 지리산으로 출발하면서 가벼운 설렘으로 꼭 어린 시절 소풍 갈 때 기분이 된다. 늦은 시간 산악회 버스에 몸을 싣는다. 아는 사람이 없는 모임에 홀로 가는 것.
밤 11시가 다 되어 천호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산청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단성IC를 지나 중산리(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3시 반 정도에 도착. 그런데 탐방지원센터는 아직 시간이 이르다고 산행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긴 일출 두 시간 전부터 입장시키는 것이 원칙. 추위에 떨며 한참을 기다려 탐방센터 옆 들머리에 들어선다. 오늘 코스는 9시간 예상.
<들머리 탐방 지원센터>
전에 지리 주능선 종주 시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하면서 경사가 급한 돌길이 부담스러웠는데 오늘은 역으로 오른다. 그런데 요즘 무리한 일정 덕에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게다 차 안에서 잠을 못 자고 내려온데다 휴게소에서 먹은 라면이 영 부담스럽다. 경사가 급하기도 하지만 금세 숨이 차고 지쳐 오늘 산행길이 걱정스럽다. 준족들이라면 천왕봉 일출 조망이 가능한 시간. 하지만 초반부터 뒤처졌으니 일출 조망은 어려울 것 같다.
곧 장터목대피소로 직접 갈 수 있는 칼바위 갈림길을 지나 계속 어둠 속에 가파른 길을 오른다. 한참 오르니 로터리대피소. 대피소 바로 위 법계사 일주문이 보인다. 법계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곳(1,450m)에 위치한 절이란다. 이정표를 보고 좌측 길을 따르는데 초반부터 지친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 오늘 정상적인 코스는 중봉, 하봉을 지나 새재에서 하산하는 조와 중봉 지나 써리봉, 치밭목대피소 방향으로 하산하는 조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짧은 코스를 타야 할 것 같은 느낌.
법계사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활짝 핀 상고대가 마치 봄날 벚꽃이 만발한 것처럼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고 있다. 날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주변은 더 황홀한 상태로 변한다. 지리 영산이 품고 있는 은빛 천지가 조금씩 그 속살들을 보여 준다. 꿈꾸던 몽유 설경. 몸은 지쳤는데도 마음은 한 없는 평화와 행복감. 이래서 산도 자꾸 중독이 된다. 개선문을 지나 날이 밝아지면서 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 버린다.
<로터리대피소의 이정표>
<상고대 위로 아침햇살이 조금씩>
남강 발원지인 천왕샘을 지나는데 대피소에서 자고 일찍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이 많았는지 정상에서 하산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눈 쌓인 가파른 계단을 오르니 이제 지리산 동쪽 사면 가파른 길로 이어진다. 이제 천왕봉은 지척. 곧 중봉 갈림길 이정표가 나오고 왼쪽에 지리산 천왕봉(1,519.4m)이 모습을 드러낸다. 넓은 암봉에 자연석으로 된
사방은 온통 은빛 세계, 장쾌한 지리 산줄기들과 함께 설경이 환상적이다. 하지만 구름이 많아 주변 조망은 시원치 않은 상태. 그런데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칼바람이 불어 온다. 바람 때문에 눈을 뜨기가 힘들고 너무 춥다. 천왕봉의 감동을 마음에 담고 중봉 방향으로 출발.
등로에는 눈이 두텁게 쌓여 있고 상고대는 봄날의 벚꽃마냥 아름답게 피어 선경을 연출한다. 걸음걸음 가는 곳마다 절경이니 이제는 피로를 잊을 정도다. 게다 걷기 편한 능선 길, 그런데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아이젠을 해도 죽죽 미끄러진다. 중봉으로 가다가 도중 조망이 좋은 곳에 자리잡고 아침을 먹으며 한참 쉬어간다. 하봉 쪽은 포기했으니 시간 여유도 있겠다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천왕봉 일출을 보려는 욕심으로 보지도 못 하면서 괜히 더 힘들게 올라왔다. 주변은 온통 순백의 순수한 세계 몸은 힘들어도 마음까지 개운해 진다. 같은 산악회를 따라 온 사람이 뒤따라오더니 귤을 한 개 권한다. 한참 쉬다가 다시 은세계로 출발.
은세계를 따라 중봉(1,874m) 도착. 이정표는 천왕봉 0.9km, 대원사 10.9km, 치밭목대피소 3.1km표시. 길은 평탄해지고 주변은 계속 환상적인 풍경. 계단을 내려와 중봉 아래 하봉 갈림길에서 우틀 대원사 방향으로 향한다. 원래 대간 코스야 하봉을 거쳐 왕등재를 넘어야겠지만 어차피 휴식년제로 출입금지 지역이다.
여전히 눈이 엄청 쌓인 길을 계속 내려간다. 도중 암릉지대 철계단을 오르니 앞에 수려한 바위 봉우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써리봉(1602m), 써리봉에서 치밭목대피소는 1.8km, 대원사까지 9.5Km, 천왕봉은 2.2 Km 거리. 수려한 암릉 지대에 화려한 눈꽃 바람꽃이 활짝 피었다. 상고대 핀 것을 여러 번 봤지만 이번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관은 처음 본다.
길은 조금씩 내리막길, 치밭목대피소가 멀지 않았다. 아직 상고대가 아름답지만 조금씩 꽃이 엷어지며 치밭목대피소(1425m)로 내려선다. 치밭목이라는 이름 유래가 궁금해 대피소 직원에게 물어보니 예전 취나물이 많았던 곳이라 취밭목이라 했던 것이 치밭목으로 바뀌었다고 알려준다. 여기서도 한참 휴식. 이정표는 천왕봉 4.0Km, 중봉 3.1 Km, 대원사 7.8 Km 새재 4.8 Km.
조금 더 내려오니 이제는 길이 완만해지고 등로에 빙판이 져 있다. 바람꽃은 어느새 사라지고 눈이 아니라 빙판이다. 비박 하려는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오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대피소에서 30분 정도 지났을까 계곡 다리(무제치기교)를 건너니 바로 무제치기폭포. 폭포와 계곡은 온통 얼어붙어 얼음 세상이다. 얼음 궁전의 환영사……
얼음 계곡을 지나 대원사 갈림길에 도착, 쉬고 있는 등산객들이 제법 많다. 내가 가는 방향은 좌측 새재 방향(새재까지는 3.0 Km). 어느 새 일행들과 떨어져 혼자 가는 길, 호젓한 산행이다. 산죽 밭을 지나니 꼭 시골 마을 길을 가는 느낌이다. 계곡을 건너고 다시 숲을 지나니 계곡을 지나는 쇠다리가 보인다. 지리산 하늘 아래 첫 동네 새재마을에 도착한 것, 주변 경관과 마을 모습이 한 없이 평화롭다
마을에서 대원사 지나 소막골까지는 6.5km. 마을 분이 차량으로 대원사 가까이 태워줘 쉽게 소막골이라는 곳에 도착한다. 점심으로 막걸리 한 잔과 비빔밥. 그런데 점심을 먹으며 다른 사람들과 얘기해 보니 산행에는 도사들. 1주일에 2회씩 대간 길을 가는 사람부터 종주를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까지 골고루다. 이런 도사들과 어울려 왔으니 고전하지……
힘들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산행, 그 환상적인 상고대의 향연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다시 지리산은 그리움으로 마음 속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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