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1구간 지리산 웅석봉 구간 - 밤머리재에서 내리 지곡사 입구까지
* 산행일: 2009년 1월 3일(토) 맑음
* 산행 경로 및 시간: 밤머리재(11:35)~856봉~헬기장(12:09)~왕재(12:40)~1060봉~헬기장(13:23)~웅석봉 정상(13:30~13:57)~십자봉(14:26)~임도(15:11)~내리저수지(15:20)
- 총 산행시간 3시간 45분 (중식 및 휴식 포함, 산행거리 약 11km)
* 백두대간 종주 산악회에 혼자서
신년 첫 산행을 안내산악회 백두대간 산행 팀에 합류해 멀리 지리산 웅석봉으로 떠난다. 이전에는 지리산 천왕봉을 대간 종주의 출발점이나 마치는 지점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 웅석봉을 백두대간의 일부로 인식해 대간종주의 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사실 지금까지 읽어본 대간종주기는 모두 지리산 천왕봉과 진부령 사이를 종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대간종주에 대한 관심은 있어도 여건이 맞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가 앞으로 격주 토요일마다 대간 길을 가는 이 산악회 1구간 산행 팀을 따라왔는데 주말 일정이 많은 내 형편상 틈나는 대로 참석한다 해도 과연 몇 번이나 참석할 수 있을지 사실 자신이 없다. 하지만 한 번에 마치지 못한들 대수인가 내가 가고 싶은 산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면 되는 것이지, 어차피 일시종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대간 1구간 들머리인 밤머리재>
산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내내 ‘티벳에서 온 편지(
인간의 삶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인데도 거친 세파에 시달리면서 그것을 너무 잊고 살게 되고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연 속으로 파고들게 되는지도 모른다. 오늘 산으로 향하는 것도 마찬가지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 살벌하고 거친 문명에 지친 내 영혼이 백두대간이라는 장엄한 자연 속에서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면 오늘의 출발은 새로운 기회가 될 지도 모른다.
<들머리 계단길>
그런데 산청까지 가는 길이 참 멀다. 천호역에서
초반 오버페이스로 헉헉대며 계속 경사가 있는 길을 올라가니 이정표가 있는 봉우리, 밤머리재에서 1km를 왔고 웅석봉까지 4.3km. 여기가 856m봉일까, 벌써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이 마음까지 후련하게 한다. 서쪽으로 지리산 천왕봉과 이어진 지리산 동쪽 자락의 산줄기들이 장엄하게 일렁이고 북으로 산청 시가지와 고속도로 그 너머로 산청의 산들이 겹겹이 쌓여 아스라하다. 이제 왼쪽으로 지리산 연봉들을 보면서 능선을 타고 가는 비교적 부드러운 길, 그런데도 예상과 달리 날씨가 너무 포근해 땀이 흐를 정도다.
<사방으로 조망이 후련해지고>
<산청 시가지와 산청의 산들>
시원한 조망을 잠시 즐기고 5분 정도 더 가니 헬기장, 암릉길을 지나 완만한 오름내림을 즐기며 가는 길. 햇살 아래 곱게 빛나는 회갈색 겨울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는 천왕봉의 역동적인 자태가 마음을 일렁이게 한다. 그래 새해 첫 산행지로 이 곳을 택했던 건 오랜만에 지리산이 보고 싶어서였다. 저 한국인의 기상이 발원된 저 천왕봉의 활력을 마음속에 한껏 담아가 새해를 힘차게 출발하리라 다짐해 본다.
산행 출발하고 한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왕재(선녀탕 갈림길) 삼거리 도착, 웅석봉까지는 2km 남았다. 어느덧 주변에 일행들은 없고 맘 편한 홀로산행이 되었다. 앙상한 참나무 숲을 오르니 다시 조망이 트이고 앞쪽으로 커다란 두 개의 갈색 봉우리가 보인다. 아마 왼쪽 황량해보이는 봉우리가 웅석봉일 것, 다시 경사가 급한 능선 길을 계속 가 1060m봉 삼거리를 지나 조금 내려서니 앞에 웅석봉이 지척이고 아래 안부 헬기장에는 등산객들로 떠들썩하다. 정상보다는 헬기장이 따뜻하겠지만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지도 않고 그냥 정상으로 향한다. 사람들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 산에서는 혼자 밥 먹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이런 혼잡한 산에서 혼자 밥 먹기가 영 을씨년스런 기분이 든다. 그런데 배가 조금 고프다 힘도 없고.
<헬기장 이정표>
헬기장에서 경사가 급한 길을 5분 정도 헉헉대고 올라서니 웅석봉 정상(1099m), 이정표와 시설물 철망에 잔뜩 매달린 표지기가 먼저 반겨 준다. 곰 모습을 음각한
그런데 앞에 생각지도 못했던 낯익은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긴가 민가 확인하니 바로 회사 선배분, 환갑 지나 대간 종주를 시작했고 웅석봉 구간이 대간에 편입되었다 해서 땜방 산행 차원에서 오셨다 한다. 박선배는 이미 식사도 끝냈고 정상에 오른 지 30분이나 지났다며 먼저 하산. 사방으로 시원한 조망을 잠시 즐기다 정상아래 쉼터에 자리 잡고 점심식사.
오늘 점심은 컵라면에 김밥, 커피 한 잔에 귤 하나, 성찬을 즐기고 다시 정상에 올라 사방으로 후련한 조망을 마음껏 즐긴다. 서쪽의 천왕봉은 여전히 장엄하게 다가서고 천왕봉에서 흘러내린 지리산 줄기들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산청 시가지와 옆을 흐르는 경호강은 푸른빛으로 남북으로 흐른다. 혼자 보기 아쉬운 자연의 장엄함이 발길을 잡지만 모르는 산악회에 오랜만에 끼어들다 보니 혼자 늦게 하산하게 될까봐 불안해 더 지체하지 못하고 출발. 이제 웅석봉 북동릉을 타고 내리저수지까지 가게 된다.
<서쪽의 지리산 천왕봉>
<동쪽 전망>
<산청읍과 그 뒤로 산청의 산들>
<정상에서 하산 방향>
하산 길은 제법 경사가 급한데다 낙엽이 덮여 미끄럽다. 군데군데 나오는 암릉지대에는 로프까지 매여 있고. 미끄러질까 조심조심 하산하는데 나뭇가지를 밟아 슬로모션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만다. 그런데 산에서 얼마 만에 넘어진 것인지 그동안 넘어진 기억이 없는데. 회색 빛 참나무 숲을 지나 완만한 내리막길, 갑자기 숲은 고요해지고 주변에 인적이 없다. 무명봉에 있는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를 보고 내리는 왼쪽 내리막길, 내리까지 4.3km, 웅석봉에서 1.0km 내려왔다. 삼거리에서 조금 내려가니 능선 길은 삐죽삐죽 암릉지대로 변하고 곧 글자가 흐릿한 안내판이 있는 십자봉이다.
<갈림길 이정표 - 하산은 좌측 길>
<십자봉- 안내판 옆 암릉>
키 작은 활엽수 숲을 지나 봉우리를 우회해서 지나고 산죽 사이를 통과해 내려가니 이정표가 있는 임도로 내려선다. 이정표는 십자봉 3.3km, 웅석봉 4.3km. 임도를 잠시 따르다 하산길 안내판대로 다시 이깔나무 낙엽이 폭신한 숲으로 방향을 튼다. 숲길을 지나니 개울이 나오고 그 아래 저수지가 보인다. 개울을 가로질러 도로로 나오니 바로 옆에 산청군에서 세운 웅석산 군립공원 안내도와 ‘개울 건너서 웅석산 가는 길’ 안내판이 보인다. 좌측에 보이는 지곡사부터 들를까 하다 버스로 가니 국밥 배식중.
<임도 이정표 - 좌측 임도를 따라 하산>
<다시 하산로 안내판>
첫 산행이라 산제 지내고 출발한다는데, 박선배와 함께 국밥에 막걸리까지 한 잔 마시고 한참을 기다려도 후미 그룹이 도착하지 않았는지 산제를 시작할 분위기가 아니다. 근처 지곡사로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는 아담하고 차가운 날씨 때문인지 분위기가 썰렁하다. 대웅전에 들어가 참배하고 새해 기원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지곡사에서 내려오니 막 산제를 시작하여 한다. 산제를 마치고 귀로에 오르는데 집에 도착하니
<지곡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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