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여행② - 역사와 풍경 속으로 떠나는 여행(5/9)
(황매산 철쭉과 목면시배유지, 겁외사, 남사고가마을)
<여행 이틀 째 황매산 가는 길 - 길가 풍경>
오도산휴양림에서 나와 황매산으로, 들머리인 산청 영화주제공원으로 향한다. 7~8일에 황매산 철죽제가 있었으니 환상적인 철쭉 정원 기대. 안개에 잠겨 있는 다랭이논을 보고 가파른 길을 따르니 영화주제공원, 오늘 들머리가 된다.
<다랭이논은 안개에 잠겨 있고>
황매산(1,108m)은 산의 모양이 매화가 활짝 핀 모습과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합천의 모산재에서 많이 오르지만 이곳 산청 영화주제공원(산청군 차황면 법평리 산1번지)을 들머리로 하면 정상까지 쉽게 갈 수 있다. 주차장에서 임도를 잠시 따르면 좌측에 산행안내도가 있고 숲으로 들어서는 등로가 보인다.
황매산 안내문을 보니 황매산은 효(孝)의 산이며 삼무(三無)의 산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한 무학대사가 황매산에서 수도를 할 때 어머님이 대사의 뒷바라지 하기 위해 산을 오르내리다 칡덩굴과 땅 가시에 긁히고 뱀에 놀라는 일이 생기자 산신령에게 지극정성으로 100일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 이후 뱀과 땅 가시, 칡덩굴이 자라지 않아 삼무의 산이라고 한다는 것.
<주제공원에서 황매산 오르는 초입>
주제공원에서 능선까지 황매평원은 온통 키가 큰 철쭉 밭, 거대한 화원이다. 그런데 꽃이 이제서야 막 피기 시작한다. 1~2주 후면 환상적인 꽃 길이 될 텐데, 너무 일렀다. 철쭉을 만나는 것은 ‘봄과의 아쉬운 이별 여행’이라고 했는데 아직 여름은 멀었나 보다.
그래도 조금씩 피어나는 분홍빛 향연, 구름이 감싸고 도는 수려한 산줄기들, 산행 기분은 최고다. 특히, 연두색 신록을 배경으로 분홍 철쭉이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은은하게 번지는 모습은 한 폭의 부드러운 수채화, 환상적인 풍광이다.
<능선에서 암봉 오르는 계단 길>
<암봉을 지나 황매산 정상>
정상에서 내려와 철쭉제단을 둘러보고 임도를 내려와 영화주제공원에 도착. 주제공원 주변은 그래도 고운 철쭉이 제법 피었다.
연화주제공원은 단적비연수 등 여러 영화를 촬영했던 곳. 촬영에 이용된 원시가옥과 풍차 등 소품과 관련자료를 이용해 테마파크로 만들어 놓았다. 공원을 둘러보는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이제 황매산과는 이별, 한방 축제를 보기 위해 산청읍으로 간다.
산청 읍내 음식점에 들어가 흑돼지를 주문하니 축제 덕분에 손님이 많아 다 팔리고 없단다. 그냥 삼겹살로 배를 채우고 경호강변의 한방축제장으로 간다. 약초나 특산물 판매장은 별 관심이 없고, 마당놀이 공연은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다른 전시관은 어제 동의보감촌에서 대개 본 내용이고 공연히 시간만 날렸다.
마침 근처에 산청IC가 있어 고속도로를 타고 단성IC로 나간다. 단성IC 주변의 목면시배유지, 성철대종사 생가에 세워진 겁외사, 남사고가마을을 둘러볼 차례.
<배산서원>
배산서원은 문이 잠겨 있어 겉모습만 보고 삼우당 문익점의 목면 시배유지(국가사적 제108호,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 106-1)로 간다.
고려 말 문익점(1331~1400)이 공민왕12년(1363년) 원나라에 사신의 일행으로 갔다가 목화의 중요성을 인식, 몰래 붓대 속에 목화씨를 들여와 처음 재배했다는 곳. 면화 시험재배에 성공 전국적으로 보급되어 우리 민족의 의복생활에 일대 전환을 가져오게 된다.
목화가 보급되기 전에는 추운 겨울을 어찌 지냈을까? 전시관에는 목화를 심어 베 짜기까지의 과정, 면화의 역사 등 관련내용을 소상하게 소개해 놓았다.
<삼우당 문익점의 사적비와 유허비>
이제 성철스님의 생가 터에 세워진 겁외사(경남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 210)로 향한다. 겁외사(劫外寺)는 시간 밖의 절이라는 뜻이니 상대유한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 성철 대종사 입적 후 2001년 3월 30일 창건되었다고 한다.
일주문 대신 “지리산겁외사” 현판이 달린 큰 누각(벽해루)을 들어서니 마당 중앙에 성철스님의 동상(사리탑)이 보인다. 현대 한국불교계의 거목, 대 자유인, 장좌불와로 대표되는 치열한 수행 자세와 무소유의 삶, 저절로 합장배례를 하게 된다.
오래 전, 해인사에서 스님 하안거 해제법회 법문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어려운 내용,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1,080배만 하고 뵈러 갔다가 삼천 배를 안 했다고 친견을 거절 당했던 기억, 오랜 아쉬움으로 남았다.
혜근문을 들어서니 앞에 안채인 율은고거. 큰스님의 생가를 복원하며 선친의 호를 따라 이름하였다 한다. 좌측에는 기념관인 포영당(泡影堂)이 있어 스님의 장삼, 도서 등 유품을 전시해 놓았다. 전시관 안 족자의 12명(十二銘), 스님이 스스로에게 다짐한 12가지 항목으로 스님의 치열한 수행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자료. 저절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 12명(十二銘)
아녀자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으리라.
속세의 헛된 이야기에는 귀도 기울이지 않으리라.
돈이나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으리라.
좋은 옷에는 닿지도 않으리라.
신도의 시주물에는 몸도 가까이 하지 않으리라.
비구니 절에는 그림자도 지나가지 않으리라.
냄새 독한 채소는 맡지도 않으리라.
고기는 이빨로 씹지도 않으리라.
시시비비에는 마음도 사로잡히지 않으리라.
좋고 나쁜 기회에 따라 마음을 바꾸지 않으리라.
절을 하는 데는 여자아이라도 가리지 않으리라.
다른 이의 허물은 농담도 않으리라.
겁외사를 나와 전통한옥마을인 남사예담촌으로 출발. 가는 비가 내리는데도 관광객들이 꽤 보인다. 그런데 고가 마을이래서 마을 전체가 고가로 이루어진 줄 알았는데 일부만 고가인가 보다. 그래도 단아한 자태의 한옥과 자연석과 황토 흙으로 만든 운치 있는 담장들이 인상적이다.
담장을 둘러싼 담쟁이까지 고풍스런 분위기. 고풍스런 담장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본다. 최근 지은 단아한 한옥 한 채가 마음에 들어 사진에 담아 본다. 나도 나중 이런 집을 지을 기회가 있을까?
<고가마을 돌담 길>
최씨 고가를 나와 청계 개천을 따라가니 사효재. 사효재 앞에 기품 있는 수령 520년의 향나무. 설명문에 “ 1706년(숙종 32년) 아버지를 해치려는 화적의 칼을 자신의 몸으로 막은 영모당 이윤현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효자비를 내렸으며 후손들이 사효재를 지었다. 제례를 올릴 때 향으로 사용했으며 효심을 후손들에 전하기 위해 이 향나무를 심었다”고 되어 있다.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회화나무까지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한옥 체험마을이라 혹시 묵을 곳이 있는지 연락해 봤지만 모두 예약 완료. 하긴 당일에 방을 구하려는 생각 자체가 무리겠지.
<사효재>
<부부금실이 좋아진다는 회화나무>
이제, 고가마을 근처 있는 숯찜질방(예담참숯굴랜드,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411-5, 055-973-5959)을 찾아 간다. 지리산 참나무로 구운 숲을 꺼낸 불가마를 이용하는 것. 누군가 산청에 가면 꼭 숯찜질을 하라 했으니...
숯찜질방에서 땀을 빼면 심신이 개운해지고 피부 미용에 좋다는데 더위를 싫어하는 내게는 체질상 별로 안 맞는다. 찜질방에서 놀다가 마침 예약 취소된 방갈로가 있어 이곳에서 하룻밤 싸게 머문다.
<숯찜질방>
숯찜질방 숙박으로 이틀간의 '삼청의 고장' 산청 여행 마무리, 산청의 지리산둘레길 5개 구간과 남명 조식 유적지 등은 다음 여행의 몫. 둘레길이야 다 걷고 싶으니 몇 번은 다시 와야겠지. 내일은 합천 용주면의 작은 암자 무진암으로 간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러.
<합천 무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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