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하조대 망망대해 동해를 마음껏 조망하며…
(낙산해변~기사문항)
* 여행일: 2,012년 5월 6일(일), 맑음
* 걸은 거리: 낙산해수욕장에서 기사문항까지 16.5km.
* 경로 및 시간: 낙산해변(7:45)~낙산대교(8:27)~오산해변 입구(9:01)~선사유적박물관 (9:08~9:50)~수산항(10:16)~동호해변(10:58~11:23)~하조대해수욕장(12:58~13:54, 중식)~하조대(14:06~14:28)~기사문항(15:08)
<총 7시간 24분, 휴식 등 포함>
낙산비치호텔을 나와 한적한 낙산해수욕장 산책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해수욕장 왼편은 전진항. 간밤의 소란도 어수선함도 없이 그냥 편한 아침의 해변. 송림 해변을 걸으니 앞에 양양 1경 남대천의 넓은 하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오대산에서 발원하는 남대천은 우리나라에서 모천회귀의 연어가 가장 많이 돌아오는 곳. 그래서 연어의 고향이다.
<낙산사 옆 전진항>
<낙산해수욕장>
남대천 상류에서 부화된 어린 연어는 멀리 북태평양 알래스카 근해까지 가서 3~5년 살다가 모천인 남대천으로 돌아온다. 무려 1만 6천 km 거리를 보름 정도 걸려 돌아오는 것. 그리곤 모천에서 알을 낳고 생애를 마친다.
그들은 왜, 어떻게 그 먼 거리를 거슬러 모천을 찾아올까? 모천의 냄새를 기억해 돌아온다는 설 등 여러가지 있으나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고난을 헤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은빛 연어의 꿈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양양8경 중 1경 남대천, 뒤로 낙산대교가 보인다>
<남대천 하구>
길은 우측으로 휘면서 에어포트콘도텔 앞을 지난다. 앞에 보이는 다리가 남대천을 건너는 낙산대교. 양양8경 중 1경답게 주변 풍광과 어우러져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길을 걸으며 서둘지 않으면 자세히 볼 수 있고 보이는 풍광마다 새롭게 다가오기 마련.
앞서서 걷던 일행이 신이 나서 부른다. 낙산1교 아래 수로에 잉어와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물고기 떼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는 것. “이런, 물 막아 놓고 손으로 잡아도 되겠다”나중 택시기사에게 확인했더니 봄철 회유하는 황어 떼. 최근 황어 축제가 있었고, 물고기가 워낙 많아 아이들도 왕창 잡아올 정도란다.
<낙산1교 아래 황어 - 봄에 회유하는 물고기>
<남대천을 건너는 낙산대교>
낙산대교를 걷다 보니 봄 가을 동해신에게 제사 지낸다는 ‘동해신묘’를 그냥 지나쳤다는 걸 알았다. 해변에서 미리 도로로 나왔어야 하는 건데 그 생각을 못 했다. 다시 돌아가기도 그렇고 그냥 도로 따라 걷는다. 우측에는 설악산 줄기들이 살아 꿈틀거리고 그 아래가 양양읍. 지난 번 여행 왔을 때만 해도 눈이 쌓여 있던 설악산도 이제 신록으로 싱싱하다.
<남대천 뒤로 설악산 줄기, 그 아래가 양양읍>
<낙산대교에서 상류 방향>
도로를 따라 걷지만 오가는 차량도 별로 없고 인도가 넓어 걷는 데는 문제가 없다. 강원외국어교육원을 지나니 우측에 제법 규모가 큰 ‘바다 캠프장’이 보이고 곧 오산해변 입구. 그런데 해변 아치 옆에는 시군통합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고성지역도 반대 현수막이 붙어 있더니 여기서도 반대 현수막을 본다. 그럼 속초만 찬성하고 고성, 양양은 반대?
<오산해변 입구>
오산해변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으니 선사유적발물관 이정표가 보인다. 뚝방을 따라 잠시 걷다 보니 아니다, 하천(동명천) 건너에 박물관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니 솔비치리조트 건너편에 오산리선사유적박물관 주차장. 쌍호에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박물관 도착. 쌍호는 해안 모래언덕이 쌓여 생긴 호수인 석호.
<오산선사유적박물관 입구 이정표- 낙산사에서 6km를 걸었고,
오늘 만나는 대표 절경 하조대는 10km가 남았다>
오산리 선사유적지(손양면 오산리, 사적 제394호)는 약 8천년 전 신석기 전기 유적지. 1977년 쌍호를 메우기 위해 모래 채취하는 중에 발견되어, 14기의 원형 집터와 다량의 석기, 토기가 발굴되었다고 한다. 박물관에는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선사인들의 주거지>
커다랗게 잘 지어 놓았는데 관람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 입장료 내면서, ‘여기 와 준 것만해도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녜요?’ 하고 농담을 했더니 그냥 배시시 웃는다. 그래도 돌아본 결과 "들러보길 잘 했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와 관광지도를 보고 있으려니 그곳 직원이 다가와 “어디까지 갈 계획이냐?”고 묻더니 가는 길을 상세하게 안내해 준다. 걸으면서 많은 도움. 쌍호 옆 벤치에 앉아 잠시 시원한 바람을 즐기다 다시 주차장으로 나와 수산항으로 출발.
앞에 작은 배낭을 메고 걷는 40대 남자 한 사람, 그리고 자전거 여행하는 젊은 친구 하나. 오늘 같이 길을 가는 사람들… 박물관 주차장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수산항 표석이 있고 앞서 가던 두 사람 모두 항구로 들어간다.
아까 박물관 직원은 수산항은 볼 게 없고 돌아 나와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보고 가야지. 수산항으로 들어서니 낚시 하는 사람들도 제법 보이고, 우측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다. 아하, 여기가 요트 정박지구나!! 작은 항구가 예쁘므로 볼 게 없는 건 아니네.
<도로를 따라 걷지만 이런 길이야....>
<수산항>
<요트들이 정박되어 있고>
수산항을 나와 동호항으로 출발. 이제부터 지루한 길이 이어진다. 좌측 바다 풍광은 좋으나 계속 뜨거운 도로를 따라 걸어야 하는 것. 을지인력개발원을 지나 언덕에서 보니 꽤 규모가 큰 동호해수욕장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흔들의자에 앉아 한참 쉬다 간다. 서둘러 걸을 생각이 없으니 모든 게 여유롭다. 흔들의자는 쌍쌍이 놀기 좋고 철 이른 해변을 독차지한 여행객들만 즐겁다.
<동호해변으로 가면서 만나는 표석>
<이런 작은 해변도 지나고>
<갯바위가 짓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드디어 꽤 넓은 동호해변이 보인다>
<동호해변>
해변을 따라 걸으니 파빌리온 리조트가 나오고 해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없다. 되돌아 나와 펜션 옆 송림 길을 따라 2차선 도로에 서고 다시 도로를 따라 걷는다. 짙푸른 신록은 탱탱한데 여기는 경치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그냥 지루하게 걷는 것. 상운천을 건너 양양공항호텔을 지나 계속 걸으니 여운포리.
<동호항에서는 이 길로 나와야>
<도로를 만나고>
<여운포리 버스 정류장, 앞에 보이는 길을 따라>
여운포리를 나오니 길은 7번 국도로 이어진다. 이제 하조대는 지척. 그런데 노견이 좁고 차량 속도가 빨라 위험. 다시 뒤돌아가 굴다리를 통해 반대편으로 이동. 주유소 앞을 지나니 길은 심미아파트 단지로 이어진다.
남쪽으로 계속 농로를 따라 가니 굴다리를 지나 7번 도로 옆 한적한 농로를 걷는다. 좌측은 넓은 갈대 밭. 곧 하조대해변 200m, 명승지하조대 1.5km 이정표가 모습을 드러낸다.
<하조대를 향해서>
<드디어 하조대 이정표가 보인다>
하조대 해수욕장 도착. 하조대는 해변에서 왕복 2km 거리이니 점심부터 먹어야 한다. 해변 한편에 있는 횟집에 가거나 간판이 보이는 하조대막국수 둘 중 하나. 회를 즐기지 않으니 당연히 막국수 집.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손님이 꽤 많고 왕만두와 막국수 모두 일품이다.
주인은 정년퇴직을 하고 고향에 내려와 막국수 집을 한다는데, 하조대는 동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란다. 낙산해변부터 걸어왔다니까 우리보고 부럽단다. 난 돈 많이 버는 사장님이 부럽습니다.
<하조대 해변>
점심을 먹고 다시 하조대 해변으로 나온다. 해변과 식당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문 셈. 그러고 보니 걷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은 것 같다. 하륜교를 건너니 하조대 1km 이정표, 다시 돌아 나와야 하니 왕복 2km 거리. 도로를 따라 걸으니 좌측 아늑한 작은 해변이 모습을 드러낸다. 군인휴양소.
<이곳 하륜교를 건너면 하조대 가는 길 입구>
<하조대 해변과 연결된 곳>
<이 아담한 해변은 군인휴양소>
휴양소를 지나니 드디어 양양의 대표 명소 하조대, 양양 5경이다. 이곳은 처음이다. 입구에 관광버스가 여러 대 있고 의외로 사람들이 많다. 연세 드신 분들이 놀러 와 장구 소리와 어우러진 흥겨운 창, 이곳 경관과 잘 어울리는 풍경.
우측은 정자, 좌측이 등대 가는 길. 양쪽 다 놓칠 수 없는 절경. 등대 방향으로 걸으니 해안 절경이 그대로 펼쳐진다. 노송과 어우러진 기암절벽 아래 거친 파도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부서진다. 그림 같이 아름다운 절경.
<하조대의 무인 등대 - 주변 역시 절경>
<북쪽 방향 기암>
<정자가 있는 방향>
<하조대 정자>
이제 정자를 볼 차례. 이 아름다운 하조대는 하륜과 조준의 일화가 전해지는 곳. 고려 말 그들은 혼란한 정국을 피해 이곳에 은거하면서 풍류를 즐긴다. 후일 숙종 때 참판 벼슬을 지낸 이세근이 그들의 성을 조합, 하조대 석자를 바위에 새겼다.
다른 일화는 하씨 집안의 총각과 조씨 집안의 처자 둘 사이에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서로 연모했던 그들은 맺어질 수 없게 되자 이곳에서 몸을 던졌다는 것. 권력자들의 풍류보다 젊은이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이 기막힌 풍경에는 더 잘 어울리리라.
<하조대 상징 기암>
하조대 상징인 기암이 잘 보이는 곳에 세워진 팔각정은 6.25 당시 소실되었다 이후 다시 세운 것. 정자 아래 검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진 기암절벽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 하조대의 대표 경관이다.
기암에 자라는 9m 크기의 백년송은 수령이 2백년. 남쪽 해안을 보니 기사문항이 아득하다. 그냥 계속 풍경과 하나가 되고 싶지만 이제 떠나야 할 시간. 하조대를 내려와 다시 하조대해변으로 향한다.
<남쪽 기사문항 방향>
하조대를 나와 이정표가 있는 입구에서 좌측 마을 뒷길을 걸어 기사문항으로 향한다. 광정초등학교를 지나 다시 7번 도로와 만나 지루한 길을 걷는다. 3.1만세운동 유적비가 있는 만세고개(현북면 기사문리)를 지나니 기사문항 버스정류장.
<하조대를 나와 뒷길을 걸어 기사문항으로>
<만세고개>
38선 바로 윗부분에 있는 기사문항은 북으로 하조대, 남으로는 ‘38선 휴게소 사이에 있는 항구. 제법 규모가 크고 횟집들이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백사장을 걸으면 모래를 밟는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 하며 기묘하게 들린다 해 명사 혹은 기사진(기사진)으로 불리기도 했다는 곳.
<기사문항>
오늘 여행은 이곳 기사문항에서 종료. 16.5km를 7시간 넘게 걸었으니 꽤나 여유를 부린 것. 양양택시(033-671-1199)를 불러 차를 주차해둔 낙산해변으로 돌아온다. (19,000원)
겹벚꽃이 두텁게 깔린 둔전리 진전사지에 들러 통일신라 석탑의 걸작 진전사지 삼층석탑을 잠시 구경하고 귀경, 시원한 바다를 그리 즐겼으면서도 돌아오는 길이 더 즐겁다.
<기사문 해변은 벌써 해변을 즐기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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