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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19)] 9일차 – 델리(델리박물관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인디아게이트)

카페인1112 2020. 12. 27. 20:15

[인도 성지순례] 9일차 아그라에서 델리 (델리박물관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인디안 게이트), 그리고 에필로그 <11/6() 델리>

 

 

  1박한 아그라 호텔에서 오전 9시 델리로 출발, 델리까지는 4시간 소요. 오늘은 델리박물관과 델리 시내 잠시 둘러보고 귀국 길, 부처님 발자취를 찾아 떠난 순례를 마치게 된다.

 

  910일 여정이지만 내일은 그냥 비행기만 타는 거고, 오늘이 이번 성지순례 마지막 일정이 되는 것. 전에 왔을 때도 마지막 날 델리 관광 후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여기저기 저런 굴뚝이 많이 보여 궁금했는데, 벽돌공장이란다

 

  도중 들른 휴게소에서 기념품가게 들어가 마그넷 하나 골랐는데, 젊은 종업원 놈 슬며시 다가와 내 어깨에 다정하게 팔을 두른다.

  이 자식 이거 뭐야, 황당하네. 게다 부르는 가격은 마그넷 한 개에 무려 20불을 달란다. 어깨 두른 서비스료 포함이겠네. 근데 어쩌냐, 난 남자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글구 서비스료가 넘 비싸다는 생각 안 드냐?

 

  나중 델리 식당입구 노점에서 1불 주고 마그넷 하나 샀다. 같은 걸루.

 

휴게소 풍경, 피자헛!

 

  버스로 오는데 현지인 가이드가 단체사진 찍을 거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더니 가이드들끼리 모여 키득거리며 농담을 하는데 참 가관이다.

    “치약 산 사람만 나와 사진 찍으세요

    “스카프 산 사람 나오세요

 

 

  지들끼리 장난 치는 소리지만, 쇼핑 많이 해 수입 왕창 올려준 호구들이 이쁘다는 소리겠지? 돈독 오른 거야 너나 나나 피장파장이지만 그렇게 대놓고 실실 쪼개고 떠들면 섭하지.

 

  게다 보니까 일행들 씀씀이가 좋아 매상 팍팍 올려주던데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키득거리냐, 매너 없게. 니들 손아귀에서 노는 화과산 원숭이도 아니고, 김 새서 사진이고 뭐고 그냥 차로 올라와 버렸다.

 

차안에서 스벅 찍어봤다. 시골 다니다 델리 오니 다른 세상이네

 

  델리에 도착하니 가이드는 2013년 버스 안에서 안 좋은 일이 있어서 델리에서는 버스 커튼을 치면 안 된다고 전한다. 전에 만났던 가이드는 순진해서 있는 사실 그대로 얘기를 하던데 이 친구는 대충 넘어가네. 다 아는 건데 자식, 감추기는. 그래도 니들 쪽 팔리는 건 아냐? 많이 배웠네.

 

  2,012 12월, 남자친구랑 같이 밤 9시에 뉴델리 시내버스를 탔던 23세 여대생 니르바야는 운전기사를 포함한 6명의 남성들에게 버스 안에서 집단 성폭행과 고문을 당해 심한 장기손상으로 결국 사망한다.

  그냥 윤간도 아니고 쇠꼬챙이 같은 이상한 걸로 쑤시고 고문해서 결국 젊은 여성을 죽게 만든 것. 남자친구는 두들겨 맞고 미리 차에서 쫒겨났고, 이들은 버스를 계속 운행하면서 차 안에서 그런 참혹한 짓을 저질렀던 것. 그 이후 델리에서는 버스에 커튼을 치지 못 하게 규제를 하고 있다.

 

  사실 그런 범죄행위보다도 더 흉악한 건 이들 인도인들의 의식. 이들 살인범들은 늦은 시간에 남자와 함께 버스를 탄 여자는 정조를 보호해 줄 가치가 없다. 또 성폭행 시 저항하지 말았어야 했으며, 저항하지 않았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논리로 당당하게 나서 인도 사회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 이후에도 그다지 변화 없는 인도사회 실상을 볼 때 겉으로만 충격이었고, 아니면 양심적인 일부에게만 충격이었고, 남존여비 관념이 그대로 남아 있는 많은 인도남자들은 그들 살인범들과 생각이 비슷한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러니 성폭행 1위 국가라는 오명은 당분간 유지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전 근대적 생각이 이들 범죄자들만의 야만이었을까,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의식 수준이 문제가 아니었을까?  

  종교가 생활이라는 이 나라에서, 업의 개념이 당연한 사회에서, 강간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붙을 정도로 잔인한 성폭행이 일상이고, 아직도 신부감을 두고 지참금을 흥정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 그래도 가이드 태도를 보니 그런 범죄 사실은 감추고 싶은가 보다.

 

  인도에 대해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아니면 환상을 갖게 하고 싶은 사람들은 착각에서 깨어나라. 종교가 생활이라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추악한 짓들 보라. 물론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건 당연한 전제. 하지만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의식이라는 게 있다. 많은 인도인들 '남의 것도 내가 손에 넣으면 당연히 내 거다'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사고가 있는 게 아닐까?

 

 

 

델리 국립박물관

 

석가족 진신사리탑에서 나온 부처님 진신사리

 

  델리국립박물관 관람. 이곳에서 제일 관심 가는 건 역시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그리고 인더스문명부터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이니 당연히 그 찬란한 역사 유물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박물관 건물 앞에 아소카대왕의 칙령이 새겨진 큰 바위 하나가 보인다. 지켜야 할 계율 중 첫 번째가 살생하지 말라라는 것. 부처님께 귀의했던 아소카대왕의 가르침은 과거가 아닌 지금 이 시대 인도인들에게 가장 필요하겠다.

 

델리국립박물관

 

아쇼카 칙령을 담은 바위 유적

 

  안으로 들어가니, 인더스 문명부터 무굴제국까지, 시대별 불교와 힌두교 다양한 유물들, 무굴제국의 세밀화 등 볼 것이 꽤나 많았는데, 시간이 너무 짧으니 적당히 둘러 볼 수밖에. 그런데 관능적인 여신상에 눈길이 계속 가더라!

 

 

  부처님 탄생상과 입상.  마야부인 옆구리로 나온  아기 부처님 모습.

부처님 입상은 희랍 영향을 받은 2C 간다라지방 작품.

부처님 탄생상(9c)과 그리스 신상 비슷한 부처님 입상(2c)

 

 

섹시한 글래머 스타일인데, 힌두교 여신 Devi상. 최고신의 여성적 모습을 나타낸 것. 티아라(tiara,관)와 필레(fillet,리본)를 하고 있다.

 

춤의 왕 나타라자(Nataraja)상. 춤추는 모습의 시바신. 3개의 눈과 4개의 팔을 갖고, 인간의 무지를 상징하는 난쟁이를 발로 딛고 춤을 추고 있다.

 

 

Vajra Tara. 티벳불교에서 말 하는 타라보살 같은데, 설명이 없어 확인 불가.

 

타라보살은 관세음보살의 눈물에서 태어났다는 관음보살 여성 배우자. 라마불교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관음보살 이상으로 숭배를 받는다고 한다.

관음보살이 흘린 눈물이 연못이 되고 연못에서 한 송이 연꽃이 피어났는데 그 연꽃 속에서 타라보살이 태어났다는 것.

 

 

그 유명한 가루다. 비슈누 신의 탈 것 (전용 자가용)

 

 

 

 

브라흐마(창조의 신), 비슈누(유지와 재생의 신), 시바(파괴의 신), 3신을 같이 조성하는 건 드문 케이스란다.

왜? 서로 싸울까봐서?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박물관에 모셔진 부처님 진신사리 친견. 이곳에 모신 사리는  부처님 열반 후 모셔진 근본8탑 중 하나인 삐쁘라흐와(Piprahwa) 진신사리탑에서 발견된 부처님 사리. 사리를 모신 황금 탑은 태국에서 제작해 기증했다고 한다.

 

  삐쁘라흐와(Piprahwa) 진신사리탑은 룸비니 남쪽 인도지역에 부처님 출신 부족인 석가족이 세운 스투파. 영국 식민지 시절 커닝험이 처음 발굴했는데 이후 인도정부에서 추가로 다시 발굴했을 때 아래 쪽에서 다시 사리함과 사리가 발견되었다.

 

  인도에서는 흙이나 벽돌로 스투파 쌓은 다음 이후 더 증축하는 경우가 많아, 증축하면서 다시 사리를 봉안했나 보다. 그래서 박물관에는 사리용기 두 개가 같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부처님 사리는 상상하는 것처럼 오색찬란한 구슬 모양이 아니고 그냥 유골 조각(골사리)이다. 정말 이상하다. 그동안 국내에서 친견했던 부처님 사리는 대개 둥근 구슬 모양이고, 미백색이나 오색이었는데...

 

  삼천포로 빠지는 얘기지만, 솔직히 좀 의아스러운 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절들 부처님 사리를 동남아 여러 나라에서 모셔 오든데, 스리랑카나 태국 같은 불교국가에서 가장 신성시 할 국보 부처님 사리를 우의증진 차원이나 돈 몇 푼 받고 타국에 넘겨 준다고? 게다 특정 사원에서 얻어 오기도 하고. 이거 과연 이해가 되는 상황인가?

 

  종교적 권위가 최상이었을 중세유럽에는 성배를 꿈꾸었던 영웅과 기사들의 모험담이 유행이었고 덩달아 많은 가짜 종교유물이 등장했다고 한다. 부처님 사리도 그 정도 방편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부처님 진신사리

 

 

  인디아 게이트

 

  박물관 나와 인디아 게이트 보러 간다. 인디아 게이트는 1차 세계대전 때 독립약속을 믿고 참전 전사한 9만여명의 인도인 병사를 위한 위령비. 1,921년 착공하여 10년만에 완공된 높이 42m 의 인디아 게이트인데, 아치에 전사한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냥 공원 같은 데서 사진 한 짱 찍고 돌아오는 것. 여긴 그냥 차 타고 휙 지나가면서 보면 되는 곳.

 

 

 

  요기까지 보고 관광은 끝. 전에 왔을 때는 델리에서 인도 국부 간디(1869~1948)의 유해가 화장된 라지 갓트(Raj Ghat)와 간디 집무실, 이슬람 승전탑으로 높이가 72.5m 나 되는 세계문화유산 꾸뜹 미나르(꾸뜹이 세운 탑), 아름다운 바하이 연꽃사원 등을 돌아봤는데, 이번에는 전부 생략하고 쇼핑센터 행.

 

  가이드들이야 관광보다는 물건 사게 해야 하니 급한 것. 대 놓고 자기들이 10% 먹는다며, 자기는 월급제가 아니고 프리랜서란다, 그 때는 좀 불쌍한 표정도 짓고. 그런데 차안에서 판 치약이나 단주 등만 해도 매상이 꽤 되겠는걸.

 

힌두인들 숭배 대상인 링가. 요니는 시바신 배우자 샤크티 여신 상징물.

 

  잡화점 들르더니 또 쇼핑 하러 간다. 만병통치약처럼 취급 받는 모링가 역시 출현. 어디나 다 좋은 약들이 많네. 여행 가는 데 마다 별의별 약재 다 있고 다 안 사면 손해라는데....,  난 그냥 보약 한재 먹고 말래.

 

 

  쇼핑시간이 오래 걸려 밖에서 한참 기다리는데 시커먼 어린 세 자매 출현. 막내는 다섯 살이나 됐을까, 이들 세 자매 역시 돌아가며 손을 벌린다. 패찰에서 이들 세 자매에게 돈을 꺼내 주었더니 동네 꼬마 둘을 더 데려와서 내 패찰을 가르키며 저기에 돈이 있다고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러니, 돈을 준 것이 잘한 일은 아닌 것!

 

저녁 먹은 곳

 

  저녁 먹고 공항, 이제 귀국길. 옆지기가 대단히 반겨줄 것도 아닌데, 돌아가는 길은 왜 이리 즐겁지?

 

  공항에 밤 8시경 도착, 12시 5분발 A312편 탑승이라 시간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수속시간이 오래 걸려 그냥 탑승장으로 가야 할 상황.

  가다가 스벅 시티컵 2개 1,300 루피에 구매. 머그컵 2개에 거의 3만원 가까운 금액, 새카만 꼬마애들이 저절로 생각나네.

 

5천년 전 인더스문명 유물 (단군할아버지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이런 정교한 조형물을 만들었다)

 

 

  에필로그

 

  여행을, 순례를 마치며 스스로에게 질문. 뭔가 좀 달라진 것 있어? 달라지긴 개뿔! 그래도 부처님의 거룩한 생애를 돌아보는 여정,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으리라. 굳이 뭘 더 찾으려는 것도 욕심.

 

  부처님 성지가 너무 허술하게 관리되고 흔적만 남아 있는 모습이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요란하게 황금사원 세우는 것보단 그냥 이대로 놓아 두는 것이 부처님 뜻에 맞을 것 같다

 

 

  인도 성지순례 다시 갈 생각은? 분명 없다. 그리고 "신심 있는 신자들 성지순례 왔다 오히려 신심 떨어진다"는 스님 말씀 백배 공감.

  그리고 이번 여행 끝내면서 결론, 이제 해외여행은 끝. 여기저기 기다리는 것도 지겹고, 비행기 오래 타는 것 질색이고, 이상하게 호구되는 기분 들기도 하고, 게다 이젠 무뎌져서 엔간해선 감동을 안 하는 나이가 돼 버렸다.

  차라리 가보지 못한 국내 비경들, 유적지 순례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