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 일곱째 날 ②] 금강경의 무대 슈라바스티(사위성) - 기원정사, 수다타장자스투파(11/4(월))
룸비니를 출발해 국경 통과해 다시 인도 땅, 이제 부처님 교화의 주 무대 슈라바스티(사위성)로 간다. 슈라바스티는 국경에서 170km 거리인데 5시간 소요 예상이란다. 게다 차 한대가 고장 나는 덕에 다른 차로 옮겨 타고 난리부르스.
* 룸비니에서 7시 반 정도 출발했는데, 국경 통과(9:30)하고 점심 먹고 사위성 수자타장자 스투파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었다.
룸비니에서 출발하고 거의 4시간 정도 지났을까 국경을 지나 한참 가다 길가에 차를 세운다. 이정도면 급한 사람 많아지는 게 정상, 더구나 구성원들 평균연령 생각하면 위험한 정도 아니었을까? 인도 와서는 물도 맘대로 먹으면 안 되겠다. 요령 있게 각자 자연화장실 이용
인도 총리 모디가 '클린 인디아' 정책으로 화장실 보급률을 무려 50%로 끌어 올리겠다고 선언했다지만 시골에서야 당분간 그냥, 그대로 살겠지.
전에 인도 여행 왔을 때 긴 시간 장거리를 이동하는 데도 버스가 쉬질 않아 화장실이 급해 애를 먹은 적이 여러 번이었다. 나중 보니 화장실이 없으니 당연하게 못 가는 거지. 동방예의지국, 무늬만이겠지만, 출신들인데 아무 데서나 볼일 보라고 할 수도 없고, 가이드 고충이 얼마나 컸을까나.
그러니 전립선 안 좋거나 속이 잘 불편해지는 사람들 인도 가면 고생하게 마련. 중국은 후지긴 해도 화장실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
하긴 중국 여행 하다 주유소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이런, 앞이 훤히 트인 데다 상체가 밖으로 나오게 되는 구조(엉덩이 부분은 안 보이고). 생각해 보라, 냄새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 보며 정말 인생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 심각한 얼굴을 한 군상들을. 사람들이 큰 볼일 보며 짓는 다양한 표정을 그 때 처음 봤다, 우와 정말 내 삶에서 대단한 발견이었어~
인도 화장실 문화
화장실 없이 들판에 볼일 보며 사는 전 세계 인구가 11억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중 60%가 인도인들이란다. 인도인들 거의 반은 화장실이 없이 사는 것. 그건 일종의 문화. 귀하게 여기는 소똥과는 달리 사람 대변은 불결하게 여겨 집안에 화장실 두는 것을 싫어한다. 그리고 도시의 가난한 삶 자체가 화장실까지 둘 여유야 당연히 없었을 게다. 그러다 보니 강이나 산, 길거리에서 용변 보는 문화가 오랜기간 자리잡은 것.
그래서 혹자는 말 한다, "인도는 화장실 아닌 곳이 없다"고
그러니 인도인들 아침이 되면 물병 하나 들고 들판으로 나간다. 들판에 도로를 보고 쪼그리고 앉아 볼일 보는 사람은 남자, 돌아앉아 볼일 보는 사람은 여자.
그리고 인도인들은 휴지로 닦아 엉덩이에 똥가루 남기는 것보다 물로 닦는 걸 더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하긴 이 많은 인구가 화장지를 사용하게 되면 인도 땅 나무가 남아나지 않겠다. 친환경적인 건 맞네, 위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는 물로 엉덩이 닦고 손은 비누로 씻는다고 설명 했는데, 시골 들판에 무슨 비누가 있나. 밥 먹는 손은 오른 손, 똥 닦는 손은 왼손이란 표현이 더 현실적이지.
그런데 법공스님 말씀으로는 인도인들 볼일 보고 나면 우리나라처럼 변이 부패되어 땅이 오염되는 게 아니라 며칠 안에 깨끗하게 분해되어 바람에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자연이 제공하는 정화 서비스로 들판이 온통 똥천지가 되는 일은 없다는 것.
우리나라 같으면 사방이 온통 지뢰밭이고 똥파리 천지일 텐데, 이 동네는 그렇지 않은가 보다. 아마 식생활 차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외국인들이 버스 대놓고 단체로 볼일 보니, 시골동네 꼬마들 진귀한 구경거리라고 신났다. 얘들도 단체로 구경 간다.
여성분들 볼일 보러 산 아래 후미진 델 찾아 갔는데 젊은 인도 남자놈 둘이서 안 가고 그냥 멀뚱멀뚱 쳐다 보고 있더란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엉덩이 다 보여 주고 볼일 보고 왔다나 뭐라나. 뭐 시각 보시 제대로 하셨습니다. 복 받으실 겁니다.
남자들이야 그냥 좔좔거리는 게 익숙한데, 나중 어느 여신도 한 사람, “아니 안 보이는 데라도 가서 볼일 보지” 라며 노골적으로 투덜거린다. 이 분 엄청 배우신 분이네. 그냥 외면하면 되는 거지 뭘 크게 궁시렁거리기까지 하나. 지 남편이나 잡지.
그런데 인도 화장실 문제는 심각한 게 대도시 노상에 방치되는 배설물로 인해 환경오염이나 질병 발생 문제가 크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 사망 건수가 연간 5만명이 넘을 정도라고 한다. 또 인적 드문 장소로 볼일 보러 갔던 여성들이 걸핏하면 성폭행 당해 단체로 모여 볼일 보러 갈 정도.
(근데 이 나라 되게 지저분한 놈들이네, 볼일 보러 간 여자들 덮쳐 따먹으려고 노리고 사나?)
인도라는 동네, 남의 거라도 그냥 먼저 먹는 게 임자인가 보다. 요즘 인도여자들 혼수로 이동식 화장실 지참이 추세란다. 그러니 여자들 훤하게 보이는 곳에서 엉덩이 까는 게 차라리 현명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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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하면서 화장실 얘기 ㅋ 내가 인도 놀러왔지 화장실 개선하러 온 것도 아닌데 ...
다시 버스는 떠난다. 군데군데 비포장도 있고 도로상태가 엉망이라 버스가 엄청 흔들리고 버스 바퀴가 펑크 나서 다른 차가 태우고 오기도 하고, 꼭 우리나라 60~70년대 보는 것 같다. 마지막 기차역 발남불에서 기원정사까지 17km. 20~30분을 더 가야 한다.
차안에서 시장 풍경이 흥미로워 핸폰으로 몇 장 사진을 찍어 본다. 꽤 번화하고 사람들이 정말 많다.
이 동네 시장 구경 하다, 문득 우리나라 전통시장마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채로운 구경거리에, 사람들 사는 사람냄새, 게다 먹을거리는 좀 많아. 아! 할 게 너무 많네.
드디어 슈라바스티(사위성) - 부처님 교화 중심지이자 금강경의 무대
오후 4시가 지나 부처님 교화의 중심지이자 금강경의 무대인 슈라바스티(사위성)에 도착했다. 이곳 사위성(舍衛城)은 부처님 8대 성지 중 하나로 부처님이 성도 후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기원정사가 있는 곳.
델리에서 동남쪽 바라나시 보드가야 갔다 북쪽 방향으로 바이샬리 쿠시나가르 들러, 북서쪽 룸비니, 그리고 다시 룸비니 서쪽 슈라바스티, 스라바스티에 온 것. 사위성은 당시 갠지즈강 중부 유역 강국이었던 코살라국 수도였으며, 부처님 교화의 중심지.
이교도가 초능력 대결을 요청하자, 나무꾼한테 받은 망고를 먹고 씨를 심자 순식간에 망고나무로 자라고, 부처님이 나무 위에 올라 몸을 두 개로 만드는 쌍신변과 수많은 부처님을 보여주는 천불화현의 신통력을 보여주자, 이교도는 부처님에게 귀의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는 곳. 사위성신변의 현장 천불화현탑은 이번 일정에 미포함
알굴리마라와 수닷타장자 집터 스투파
앙굴리마라 집터 스투파, 수닷타장자 집터 수투파부터 순례를 시작한다. 사위성으로 들어온 지도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여기 유적지가 사위성 성안이었던 것.
이래서 가이드 역할이 중요하다. 사위성은 부처님 당시 번성했던 대도시였고, 부처님이 주석했던 기원정사는 성밖에 있었다. 그러니 부처님은 사위성을 드나들며 교화의 삶을 살았을 것. 부처님이 오랜 기간 걸었을 그 길을 아무런 느낌도 없이, 아무 것도 모르고, 휙 지나고 말았다.
손가락 목걸이라는 뜻의 살인마 앙굴리마라는 스승부인의 간계로 누명을 쓰고 100명을 죽여 손가락 목걸이를 만들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스승의 가르침 대로 사람들을 무차별로 죽인다. 마지막으로 부처님을 해하려다 부처님 감화를 받아 제자가 된 인물,
앙굴리마라 집터 옆에 역시 벽돌로 지어진 수닷타장자 스투파가 있다. 수닷타 장자는 당시 인도 최고 재벌 중 한 사람으로 제타 태자의 동산에 황금을 쌓아 그의 감동을 받아내 동산을 헌납하게 하고 거기에 기원정사를 지어 부처님께 정사를 헌납한 인물.
수닷타장자 집터에 세워진 스투파는 위에 올라가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금강경의 무대 기원정사로
다음에는 사위성 성밖 금강경의 무대 기원정사(祇園精舍, 제타바나수도원)로 간다. 그런데 성 안팎을 오가면서 사위성 흔적은 못 봤다. 성벽은 좀 남아 있다고 하든데.
부처님 당시 처음에는 승원이 없었으나 제자들 수가 많아지자 우기철 하안거 기간 사용이 가능한 공간이 필요해 기증을 받아 죽림정사 기원정사 대림정사 등이 만들어진 것.
코살라국 기타(제다)태자 소유의 숲 기수(祇樹)에 급고독장자(給孤獨,수닷타장자의 별칭)가 함께 세워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이라 불렸다. 그걸 줄여 기원정사. 덕분에 우리나라 절 이름에도 기원정사 이름이 꽤나 많다.
전해지기로는 사위성 출신 대부호였던 수닷타장자(아나타핀다카, 급고독)가 왕사성에서 부처님 설법을 듣고 부처님께 귀의한다. 급고독장자는 수닷타장자가 외롭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보시를 했다 하여 존경심으로 붙여진 별칭. 그리고 부처님께 사위성에 와서 설법을 해 줄 것을 요청하고 부처님의 승락을 받았다.
사위성에 돌아와 부처님과 제자들이 머물 장소를 물색하던 그는 제다태자(기타태자)가 소유한 숲이 마음에 들어 숲을 팔라고 요청. 제다태자는 숲 전체를 금화로 덮을 것을 요구해 장자가 그 요구를 수용하자 그의 열의에 감동한 제다태자가 땅을 희사해 같이 승원을 지었다는 것.
기원정사는 부처님이 가장 오랜 기간 머물며 교화했던 부처님 교화의 중심지. 이곳에서 금강경, 능엄경 등 가장 많은 경전을 설했고, 성도 후 45번 하안거(우안거) 중에 24~25번을 사위성에서 보냈는데 그 중 19 안거를 기원정사에 머물렀다고 한다. 남은 5번은 비사카가 기증한 동원정사에서 지낸다.
이곳 기원정사는 대부분 벽돌 기단이지만 남아 있는 유적지들 규모가 제법 크다. 여기 기원정사와 사위성 유적도 1,863년 알렉산더 커닝햄이 발굴한 곳.
기원정사 중심은 부처님이 머무셨던 전각 간다쿠티(Gandha Kuti), 이곳이 여래향실. 수닷타장자는 기원정사를 지으면서 한가운데에 부처님이 머무실 전각을 짓고 그 주변에 대중들이 머물 거처와 강당 등을 지었다고 한다. 작은 황금탑이 있는 여래향실은 맨발로 올라가 참배하도록 되어 있다. 부처님이 계신 자리에는 늘 꽃과 향을 공양해 향긋한 향냄새가 났으므로 여래향실.
역시 여래향실이 인기 최고, 늘 사람들이 몰려 있다.
금강경의 무대, 기원정사
이곳 사위성 기원정사가 바로 대승불교 핵심사상인 공 사상을 다루고 있는 금강경의 무대. 금강경은 우리나라에서 반야심경과 함께 가장 많이 독송되는 경전이자 조계종 소의경전.
‘如是我聞 一時 拂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 與大比丘衆千二百五十人俱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한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기원정사)에서 비구들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계시었다,
금강경은 이렇게 이곳 사위성 기원정사에서 탁발 후 식사를 마친 부처님이 제자인 수보리와 문답형식으로 법을 설하신 것. 부처님 10대 제자인 수보리는 공(空)의 도리를 깊이 터득한 해공제일의 제자. 그래서 금강경의 주인공이 되었다.
대학시절 처음 들었던 應無所住 而生起心이란 귀절, 6조 혜능은 이 귀절을 듣고 활연대오 했다는데 나야 그런 깨달음이야 물론 없었지만 참 멋있는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어 외우고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썰을 풀곤 했다. 그리고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이 사구게도 젊은 시절 신앙의 자세를 세우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아난 존자가 부처님을 기려 부처님 성도하신 보드가야 보리수 묘목을 발우에 담아 와 심었다는 커다란 아난다보리수(필발라나무인데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으로 얻었다 하여 보리수로 이름이 붙은 것) 주변에도 순례객들이 많다. 아난다 보리수 주변은 오색 깃발로 장식되어 있다.
수보리 거처, 부처님이 머물며 법을 설했다는 코삼비쿠티, 부처님께 물을 떠 드렸다는 우물터 등 여기저기 걸어 본다.
기원정사 순례를 마치고 4시간 넘게 달려 럭나우로 간다. 거기서 1박 하고 내일은 인류 최고의 걸작품 타지마할 보러 간다. 성지순례는 오늘 슈라바스티 순례로 마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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