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고남산 구간] 노치마을에서 통안재까지(수정봉, 고남산)
* 산행일: 2010년 1월17일(일), 약간 흐림
* 산행 경로 및 시간: 노치마을(11:30)~노치샘(11:38)~수정봉(804.7m, 12:25~12:30)~입망치(12:49) ~주지사갈림길(13:39)~여원재(13:53)~고남산(16:07~16:17)~통안재(16:35)~안부(16:55)~권포리 마을회관(17:30)
- 산행시간: 6시간(휴식 등 포함),
산행거리: 마루금 13.9km, 연장 3.5km (총 17.4km)
오랜만에 떠난 대간 길, 집사람은 남쪽에 눈이 많이 와 위험하니 다음에 가라고 성화다. 하지만 정신 없이 바쁜 일상 속 나를 잊고 사는 세월이 너무 무거워 대간 길에서 나 자신을 확인하고 살아있음을 증명해 보고 싶은 것. 하긴 오랜만에 떠나는 산행이니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도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출발지인 노치마을 입구>
복정역에서 7시 반에 산악회 버스에 탑승, 남원시 주천면의 고기삼거리를 지나 남원 노치마을 입구에 도착하니11시 반이 다 되었다. 노치마을 표석 뒤로 오늘 가는 수정봉 산줄기가 시야에 들어 온다. 마을 표석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찍고 산행 출발.
표석 우측의 마을 도로를 따라 덕치 보건진료소를 지나고 노치마을로 향한다. 이 마을 길이 산자분수령의 원칙에 따라 수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되는 것. 구름이 걸린 봉우리라는 이름과 걸맞지 않게 운봉(雲峰) 고을은 널찍한 평야지대. 하지만 마을 한 가운데 있는 노치샘 해발고도가 550m 일 정도로 고원지대, 오늘은 이 운봉고원을 걷는다.
<노치마을로>
마을로 들어서니 노치마을회관이 나오고 표지기는 회관 우측 방향, 곧 물맛이 좋아 대간 길에서 반드시 맛을 봐야 한다는 노치샘. 이정표는 여원재까지 6.7Km를 안내. 물맛을 보고 샘 옆 대나무 사이 계단 길을 오르니 노송 4그루가 고고한 당산제전, 당산제를 지내는 장소라는 뜻일 게다. 이곳에서 노치마을 사람들이 7월 백중에 공동으로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노치샘>
이제부터 눈이 소복하게 쌓인 가파른 소나무 숲길, 이 소나무 숲길은 고남산까지 내내 이어진다. 잠시 오르다 눈이 너무 미끄러워 아이젠을 꺼낸다. 가파른 길을 오르니 안부에 도착하고 이제 길은 좌측에 보이는 봉우리로 향한다. 첫 봉우리를 내려서니 길은 우측으로 향하고 몇 개의 봉우리를 지나 수정봉에 도착.
수정봉(804.7m)은 남원시 운봉읍과 이백면의 경계를 이루고 섬진강과 낙동강 유역의 분수령. 산에 수정을 캐던 암벽이 있어 수정봉이라 한다. 수정봉 안내판과 정상목 이정표(여원재 4.2km, 100분, 고리봉 7km)가 있고 지리산 산줄기들과 오늘 갈 고남산까지의 긴 능선이 수려하게 펼쳐진다. 잠시 조망을 즐기다 입망치로 출발. 근데 입망치는 무슨 뜻일까?
<가파른 소나무 숲길을 오르고>
<수정봉 정상>
<수정봉에서 고남산 방향 조망>
이제 조금씩 내리막길, 운치 있는 소나무 숲길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소나무가 너무 무성해 어두침침할 정도, 이제 입망치(545m)는 지척이다. 입망치 이정표는 덕치마을샘 3.3km, 여원재 3.4km. 고개 건너로 오르는데 무덤 옆에서 일행 한 분이 떡을 권한다. 배도 고프기 시작하는 판에 떡을 얻어 먹으며 잠시 얘기를 하고 있는데 후미조들이 추월해 간다. 이런 꼴찌로 가면 공연히 부담스러운데……
가파른 길을 올라 무덤이 있고 표지기가 잔뜩 달린 655m봉을 지나니 앞에 고남산이 벌써 가깝게 다가온다. 길은 임도로 내려서고 연등이 몇 개 달려 있다. 이런, 대간 길에서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을 만나다니 조금은 이색적이다. 아마 가까운 주지사에서 달았을 것. 다시 숲으로 잠시 들어섰다 다시 임도로 내려서고, 임도 옆 이정표는 주지사 갈림길. 이제 여원재까지는 0.6km남았다. 앞에 사람을 무심코 따라 가는데 뒤에서 ‘ 빽’하라고 부른다. 임도 건너편으로 가면 되는데 알바 할 뻔했다. 곧 콘도형 민박집 안내판이 있는 마을로 들어서고 마을 포장도로를 따라 운성대장군 장승이 있는 여원재로 내려선다.
<주지사 갈림길>
<여원재 직전 소나무 옆길로>
<여원재 이정표와 장승>
운성대장군 장승이 있는 여원재에 내려선다. 여원재(480m)는 수정봉과 고남산 사이 남원에서 운봉 가는 길목, 영호남을 연결하는 중요한 지점으로 삼국시대에는 백제와 신라가 치열한 전쟁을 치렀고 김개남이 이끄는 동학군이 이 고개를 넘었다가 많은 희생을 치렀다는 곳. 길가에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백두대간이라는 안내석이 있다. 이정표는 고남산 5.4km, 수정봉 4.8km. 길 건너 이정표는 노치샘 6.7km, 유치삼거리 10.5km
여원재는 여인이 운영하는 주막이 있던 고개라는 뜻. 여말 주막에 예쁜 주모가 있었는데 운봉까지 들어온 왜구가 주모를 희롱하자 희롱한 가슴을 도려내 자결했다고 한다. 후일 왜구를 격퇴하기 위해 여원재를 지나던 이성계 꿈에 백발의 여인이 나타나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고, 이 태조는 꿈에 나타난 여인이 그 주모의 원신 이라고 믿고 후일 넋을 위로하기 위해 사당을 지어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전해진다. 민초들의 슬픈 전설과 쟁취한 자의 영웅담. 변경 호족에서 겨우 중앙 정계로 진출했던 이성계는 이곳 황산에서의 승리로 후일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기분 좋은 소나무 숲길>
길을 건너 소나무 숲을 따라 잠시 오르니 묘지 몇 기가 나오고 일행들이 점심식사 중이다. 아는 사람도 없어 혼자 컵라면 하나 먹고 먼저 출발. 곧 앞에 고남산 산줄기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눈 쌓인 마을 길을 잠시 걷다가 다시 숲으로 진입. 마을을 시계 방향으로 우회하는 모습이다. 산길이 좀 헷갈리는데 군데군데 이정표가 있고 표지기가 붙어 있어 다행이다. 조금 오르니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며 지리산 서북능선 산줄기들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다시 급한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전과 다르게 오르막길 걷기가 영 부담스럽다. 평소 운동부족이 여실하게 나타나는 것.
<마을 길로 접어들어 보는 고남산 방향>
<운봉 들판 너머 지리산 서북능선>
다시 울창한 송림지대, 솔숲 눈길을 걷는 기분이 다시 가볍다. 솔숲에 가늘게 부는 바람이 시원하고 나도 시원한 바람이 된다. 오랜만에 느끼는 산길에서의 즐거움. 잠시 잡목지대를 지나고 철쭉 터널, 그리곤 다시 급경사 길. 로프가 매인 암릉을 오르고 계단 길을 오르니 시야가 시원하게 트이는 조망대, 중계탑이 솟아 있는 고남산 정상이 바로 코 앞이다. 잠시 내림 길을 거쳐 고남산 정상(846.4m), 남원 운봉읍과 산동면의 경계이고 이태조의 일화가 남아 있는 곳.
<철쭉 터널을 지나면 가파른 길>
<암릉지대도 지나고>
정상에서 보는 시원한 조망이 일품, 답답한 가슴이 뻥 뚤리는 듯 사방으로 눈이 후련하다. 점심 먹고 먼저 출발해 시간 여유도 있겠다 조망을 실컷 즐기다 조금 내려서니 초소가 있고 그 옆에 바람이 너무 세서 조금 아래로 내려왔는지 고남산 정상석이 있다. 중계소를 지나 대간안내도가 있는 도로로 내려서고 잠시 후 다시 길은 좌측 숲으로 접어든다. 숲을 빠져 나와 다시 도로. 도로를 따라 우측으로 진행하다 다시 꼭 무당집마냥 표지기가 잔뜩 매달린 숲길로 들어서고 다시 도로에 내려선다. 도로가 우측으로 휘는 지점에 다시 대간 표시기가 있는데 그곳이 바로 통안재.
<고남산 정상>
<임도에서 숲으로>
<통안재>
오늘 계획은 이곳 통안재에서 도로를 따라 권포리로 하산하는 것. 그런데 선두는 통안재에서 매요리 방향으로 그대로 진행해 버렸다. 분명 전에 왔을 때 권포리에서 이곳 통안재로 올랐는데. 그냥 권포리로 하산할까 하다 선두를 따라 소나무 숲길을 간다. 20분 정도 지나 안부에 도착 우측 방향으로 임도를 따라 하산. 임리저수지 안내판이 있고 저수지 옆을 지나 이제 마을 길을 따른다. 오늘 종착점인 권포리 마을회관까지 30분 넘게 걸어 도착, 산행 완료
<이곳 안부에서 우측 임도로 하산>
<임리 저수지>
<권포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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