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대청봉 - 고운 가을빛과 함께 한 첫눈산행
* 산행지: 한계령 ~ 대청봉(1,708m) ~ 오색
* 산행일: 2010년 10월17일(토), 비와 눈
* 산행경로: 한계령휴게소(
<산행시간: 7시간 4분, 중식 및 휴식 1시간 20분 포함>
* 산행거리: 한계령-대청(8.3km)-오색(5Km), 총 13.3km
고성세미나에 참석 관광대신 택한 산행 길, 설악산은 남한에서 세 번째로 높고 고려시대 문인 안축의 표현대로 '웅장함과 수려함'을 모두 갖추었으니 어느 계절이든 행복한 산행이 가능한 곳. 비가 온다는 예보에 계획했던 새벽 산행을 포기하고 대신 아침에 귀경하는 일행 차량에 편승 8시가 다 되어 한계령휴게소에 도착한다. 오늘은 일정상 산행시간이 짧은 한계령에서 대청을 거쳐 오색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선택, 몇 년 전 혼자 이 코스를 밟았을 때는 5시간으로 충분했는데 오늘은 날씨까지 오락가락하니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한계령휴게소 가파른 길을 올라서서>
<숲은 짙은 안개로 덮이고>
휴게소의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며 산행 시작. 벌써 낙엽 지는 등로 주변에 안개가 자욱하다.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는데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예감. 그래도 주변 고운 가을 빛과 수려한 설악의 풍광이야 어디 가랴. 동행한 임국장께 먼저 가시라고 권유하고 주변 풍경을 보면서 느긋한 걸음.
계속 가파른 길이 이어지고 빗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장갑이 다 젖고 이제는 손이 아릴 정도로 추워지기 시작한다. 휴게소에서 40분쯤 지나니 중청휴게소 6.7km(한계령 1.0km) 이정표가 나오고 빗방울이 약해지면서 주변엔 안개가 자욱하게 몰려오기 시작한다.
<귀때기청봉 갈림길 - 대청은 우측으로>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 귀때기청봉 갈림길(대청봉 6.0km, 한계령 2.3km)에 도착하니 이제 눈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눈 내리는 것을 보고 서둘러 하산하는 산행객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하긴 이런 궂은 날씨에 준비가 안 된 상태로 계속 진행하는 것은 무리. 잠시 쉬다가 대청봉 방향으로 출발, 눈비가 눈으로 변하더니 이제 폭설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가을에 어찌 이런 폭설이 다 내릴까? 또 한 번 산에서는 겸손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세미나 참석하던 길에 잠시 들른 길이니 산행 준비가 너무 미흡하다.
눈은 점점 그치기 시작하는데 이제 길은 바위길, 너덜지대의 연속. 눈이 쌓여 미끄럽고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눈발이 가라앉으면서 주변 숲은 짙은 안개 숲. 너덜길이 끝나면서 거센 바람에 안개가 걷혀 설악의 숨은 속살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용의 거대한 이빨(용아장성)들이 고운 가을 빛에 잠겨 한 폭의 거대한 수채화가 되어 다가온다. 고사목의 아치를 지나 경사가 급한 길을 지나니 끝청봉(1610m), 외설악의 그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사방이 모두 짙은 안개에 잠겨 외로운 섬이 되어 버렸다. 이제 부드러운 길을 따라 중청으로 가는 길.
<눈은 그쳤는데 길은 미끄러운 너덜길로 바뀌고>
<구름 사이로 용아장성이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끝청(1610m) - 이제는 완만한 길>
이정표가 있는 끝청갈림길을 지나니 안개에 싸인 중청휴게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역시 휴게소 주변은 짙은 안개, 대청봉도 회색 빛 구름에 싸여 있다. 그런데 먼저 온 일행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나중에서야 만나보니 서로 못 찾은 것. 휴게소 내부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서로 엇갈려 시간만 축냈다. 늦게야 컵라면 한 그릇 먹고 대청으로 출발.
<끝청갈림길 - 중청휴게소 직전>
<중청휴게소는 구름에 잠기고>
대청봉으로 오르는데 차가운 바람이 몸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로 거세게 불어온다. 바람을 피하기 위해 바위 밑에 쪼그려 앉아있는 사람, 철 구조물을 잡고 버티는 사람 등 골고루다. 처음 경험하는 공포 수준의 거센 바람. 누군가가 겨울에 대청봉에서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눈잣나무를 잡고 간신히 버텼다고 하더니 그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중청휴게소에서 대청 가는길>
바람이 심한 대청봉에 올라서니 이런 궂은 날씨에도 많은 인파, 단체산행객들이 계속
<대청봉 정상석과 이정표 - 이제 오색으로>
이제 오색까지 가파른 계단 길을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도 올라올 때의 지루함이야 없을 테니 그래도 다행. 거친 길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숲이 오색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설악산 단풍이 오색 등로를 따라 내려오고 있는지 오색 단풍 축제가 계속 이어진다. 설악폭포를 지나면서 고운 계곡 단풍이 더 그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비와 눈, 바람과 추위에 고생한 것을 한 번에 다 보상받는 것처럼 그 황홀한 풍경이 계속 발길을 잡는다. 신선의 꿈에 젖을 수 있는 봉정암 주변이나 천불동 계곡을 못 가는 것이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이 고운 가을 빛에 첫눈까지 만났으니 이 정도면 오늘 산행은 대단한 횡재.
<오색으로 하산 길>
<오색 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 혹은 이런 길>
<설악폭포 안내도>
고운 단풍을 즐기며 오색탐방지원센터에 도착 산행 완료, 오색 버스정류장까지 한참을 걸어가고 또 한참을 기다려 동서울터미널 행 버스를 타고 귀경. 혼자 즐겼던 단풍 축제, 첫눈산행을 마무리 한다. 항상 느끼지만 돌아갈 곳이 있어 차가운 바람을 이겨낼 수 있다.
<오색탐방지원센터에 거의 다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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