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의 가을빛이 너무도 고와라
* 산행지: 설악산(1,708m)
* 산행일:
* 산행시간 및 거리: 오색 남설악매표소(
* 산행거리> 남설악매표소(1.3㎞)↔제1쉼터(1.2㎞)↔설악폭포(1.2㎞)↔제2쉼터(1.3㎞)↔
대청봉(0.6㎞)↔중청대피소(0.6㎞)↔소청봉(0.4㎞)↔소청대피소(0.7㎞)↔봉정암(0.2㎞)
사자바위(5.7㎞)↔수렴동산장(1.2㎞)↔오세암갈림길(3.5㎞)↔백담사 <총 17.9km>
연휴기간 설악산을 찾은 것은 갑작스런 충동적인 결정. 불타오르는 가을 설악산에
평소 가보고 싶던 봉정암까지 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기분으로 부리나케 등산 준비를
하고
광을 만나는 환상의 세계로 출발. 그런데 잠을 전혀 못 자고 운전을 해야 하고, 하루
종일 산행, 그리고 돌아오는 길을 견딜 수 있을까?
갈림길 민예단지 주차장에는 벌써 관광버스로 빼곡하다. 한계령을 지나면서 차량 정체가 심해 시골 장터 모습이다. 간신히 오색에 도착하니 차들로 뒤엉키고 매표소 입구는 만원. 산악회 버스를 타고 온 사람들은 그 이른 새벽에 긴 장도를 대비하는 아침식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길가에 주차하고 매표소에 오니 줄이 너무 길다.
하지만 이건 산행이 아니다. 어둠 속에 한참 기다려 몇 발자국 가면 다시 멈춰 서고, 그냥 한자리에서 10분 이상을 기다리는 최악의 상황, 극심한 정체다. 10월초 설악의 단풍이 한창이니 각오를 했어야 하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일출과 새벽 어스름의 풍광을 기대했으나 이미 글렀고 오히려 하산해서 백담사 셔틀버스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도중 포기하고 하산하는 사람들, 새치기 한다고 욕하는 사람들 아예 시장통 풍경. 다행스럽게도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그냥 기다리면서 여유를 갖고 천천히 올라가자고 마음을 먹는다. 산에 접어 들어 산의 품에 안겨 그 자체를 즐기면 되는 것. 1쉼터를 지나니 단체 산행객들이 코스를 변경해 비탐방로인 끝청 가는 길로 가버린다.
푸른 새벽이 열린다. 그래도 아직 설악폭포도 도착하지 못했고 정체는 여전하다. 주변 산색은 가을을 머금고 조금씩 누런 빛이지만 본격적인 가을의 향연은 한참 더 올라가야 하나 보다. 이정표를 지나 아침이 오면서 정체가 조금씩 해소된다. 여전히 붐비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젠 제대로 걸을 수 있은 것. 한참 걸으니 설악폭포. 설악폭포까지 3.7km를 오는데 3시간 17분이 걸렸다. 이제 대청봉까지는 2.5km의 길. 계속 가파른 길이리라.
이제 아름다운 산길, 주변 가을 빛이 곱게 다가오고 가파른 산길을 걸으면서도 여유가 있다. 대청봉이 가까워지면서 주변 산색은 더 고운 모습이다. 붉은 단풍이 바로 선경, 이리 아름다운 단풍 모습을 언제 볼 수 있었던가? 경치는 좋고 사람은 너무 많고 여유 있게 쉬면서 천천히 오르니 드디어 대청봉. 오색에서 꼭 6시간 걸려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은 인산인해라 여기도 시골 운동회 날.
대청봉, 오색으로 출렁이는 외롭지 않은 가을을 만난다. 사방 모두 그 고운 가을 빛으로 숨을 죽여야 하는 절경이다. 이 설악의 비경 속에서 존재 자체도 희미해지고 저 숲과 하나가 된다. 한 없는 평화와 안식, 그 아름다운 절정의 감흥에서 오히려 평화를 본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그 고운 자태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그 동안 보았던 단풍 중 가장 아름답다. 난 여기서 또 끝없는 추억 속 그리움에 잠긴다. 속살대는 가을의 소리를 들으면 한 없이 행복하다. 이래서 떠나야 하는 것, 그래서 그 지루한 인파 속에서도 산을 찾는가 보다.
<대청봉에서>
<중청휴게소를 내려보고>
정상에서의 환희를 한참이나 즐기며 한참 쉬다가 이제 중청휴게소로 내려간다. 휴게소도 식사를 하는 사람들로 복잡하다. 그래도 중청에서 보는 주변 경관도 숨 막힐 정도의 절경이다. 이 고운 가을 빛을 어찌 마음에 담아 갈까! 중청휴게소에서 식사를 하고 한참 쉬다가 소청 방향으로 출발.
<중청휴게소에서 대청봉을 올려보고>
소청휴게소를 지나 봉정암으로 향한다. 다시 가을의 절경, 설악의 절경이 발길을 잡는다. 용아의 기암기석들이 가을 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 봉정암이 가까워지면서 고운 단풍은 절정이다.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신선의 세계. 이곳은 인간계가 아니다.
<소청갈림길 - 봉정암과 비선대 가는 길이 갈라진다>
<봉정암 사리탑>
봉점암에서 참배를 하고 이제 백담사 방향으로 하산 길. 계곡과 단풍의 비경이 연이어 펼쳐지기 시작한다. 기품 있는 용아의 모습들이 수려하게 펼쳐지고 기암기석 사이 푸른 소나무와 붉은 단풍이 오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계곡마다 푸른 맑은 물에 자연의 오묘함까지 그대로 드러나는 비경. 오색 단풍들은 정말 아름다운 유혹이다.
수렴동 계곡을 지나 수렴동대피소에서 잠시 쉰다. 맑은 계곡을 가까이 두고 나타나는 작은 산길들이 계속 이어진다. 계곡과 만나고 헤어지는 오솔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긴 하지만 지친 다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이젠 해질녘의 스산함까지 느껴진다. 너무 긴 산행 탓일까?
백담사에 도착하니 이니 날이 어두워져 버렸다. 이제는 다시 긴 줄을 기다려 셔틀버스를 타고 용대리까지 나가야 한다. 그리곤 택시를 타고 오색으로 가서 차량을 회수해 귀경길. 오늘 저녁은 꽤 졸린 피곤한 시간이 되리라. 그래도 저 고운 가을빛 미소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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