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정맥 산행/백두대간 산행

설악산 - 한계령에서 대청봉, 오색까지

카페인1112 2004. 7. 10. 22:34

설악산 - 장엄한 산세, 아름다운 산상화원

 

* 산행지: 설악산(1708m)

* 산행일자: 2004 7 10(), 약간 흐림

* 산행코스: 한계령(09:46) – 매표소(9:47) – 능선 안부(10:21) – 쉼터(10:47) – 삼거리 갈림길(11:00) – 전망대(11:53) – 끝청봉(12:55) – 끝청갈림길(13:28) – 중청대피소(13:30, 중식 14 대청봉으로 출발) – 대청봉 정상(14:10, 10 휴식후 하산 시작) – 2쉼터(14:55) – 설악폭포(15:37) – 남설악매표소(16:40)  한계령주차장(17:15)

      <산행시간 7시간 29분>

 

갑자기 설악산에 가고 싶었다. 그 푸르고 깊은 세계, 장엄함을 마음껏 호흡하고 싶다는 욕망, 그럼에도 영 기회가 마땅치 않았다. 경기본부 단합대회에 갔다가 둘째 날 동료들과의 일정을 따르지 않고 혼자 산행길에 나선다.

 

콘도에서 아침 일찍 출발, 도중 아침식사를 하고 차를 몰아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9시40. 휴게소에서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고 9시46 휴게소 옆 계단을 올라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 초입은 싸리나무 자줏빛 꽃들이 싱그럽고 날이 무덥고 습기가 가득해 오르기 시작하면서 벌써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이 꽤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기분.

 

매표소 근무자에게 대청봉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물었더니 6~7시간 정도 걸린단다. 그러면 귀경시간이 너무 늦다. 발걸음이 저절로 서둘러진다. 대청봉까지는 8.3Km의 만만치 않은 거리. 게다가 초입부터 시작되는 급경사 계단이 꽤나 지치게 할 것 같다.

 

10, 처음 만나는 이정표. 벌써 땀은 나고 숨이 가쁜데 이제 겨우 한겨령에서 0.5Km를 왔고, 중청대피소까지 7.2Km가 남았다. 다행히 이따금 가벼운 산들바람이 불어오고 짙푸른 숲 자체가 시원함을 느끼게 해 준다. 계속 급경사 길. 곧 능선으로 올라서는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30분 이상 급경사 길을 힘들게 올랐다. 이 급경사 길이 초반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될 것 같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다시 이정표가 나오고 좌측 길로 다시 내리막길로 향한다.

 

깊은 숲 속에 울리는 청아한 새 소리가 그지없이 반갑다. 잠시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주변 조망이 가능해 지고 수려한 산세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내리막길과 급경사 오르막 길이 반복돼 언제 고도를 올리게 될지 약간 불안하기 까지 하다.

 

점차 숲의 진한 향기, 맑은 기운이 옴 몸을 싸 안는다. 노루오줌일까 희고 붉은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한 시간 정도 걷고 나자 쉼터에 도착했고 산악회에서 온 사람들이 쉬고 있다. 작은 개울에서 세수를 하고 잠시 휴식.

 

쉼터에서 출발하자 마자 다시 급경사 길, 더욱이 암릉지대라 길이 험하다. 급하게 능선으로 올라서고 곧 3거리 갈림길에 도착한다. 한계령에서 2.3Km를 올라왔고 좌측으로는 귀때기청봉과 대승령 가는 길, 우측으로는 끝청을 거쳐 대쳥봉 가는 길. 끝청봉까지가 4.2Km, 끝청에서 대청까지가 1.8Km. 우측 오름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좌측으로 장엄한 바위와 산세들이 펼쳐진다. 이제부터 설악의 진면목이 나타나기 시작하는가.

 

1140 안부에 도착. 날이 조금 흐려 멀리 모습들이 희미하다. 우측으로 보이는 산은 점봉산, 그리고 뒤쪽으로는 오늘 걸어온 능선 줄기들이 수려하게 펼쳐지고 그 뒤로 가리산 모습이 장대하다. 주변에는 고사목들이 시간의 전설을 얘기하는 듯 앙상한 몸이 하늘로 솟아 있고 푸르름이 온 산하를 가득 메우고 있다. 조금 더 가다보니 좌측에 보이는 거대한 기암기석들이 장관이다. 용아와 그 뒤로 공룡능선. 그리고 검은 구름 넘어 저 멀리 보이는 것이 금강산이란다. 가슴에 가득 차는 환희.

 

1153 전망대. 설악의 장엄한 위용이 활짝 펼쳐져 있다. 앞에 보이는 봉우리들 중 제일 높은 봉우리가 대청봉일까? 이제 한계령에서 4.1Km를 왔고 중청대피소까지 3.6Km. 다시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중청대피소까지 2.6Km. 이따금 보이는 야생화들이 그지 없이 아름답다. 동자꽃 닮은 분홍색 꽃이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귀티 나는 보라색 모싯대가 나무 그늘에 한줄기 피어 있다. 곧 고사목이 아치를 그리고 있는 길을 지나고 주변에는 분홍색 동자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고사목을 지나 쉼터에서 5분간 휴식. 초반부터 서둘러서일까 벌써 상당히 지쳤다. 복숭아를 먹고 다시 출발한다. 뒤를 돌아보니 용아장성의 수려한 모습이 여전하고 지나온 길이 아득하다.

 

점차 주변 나무들이 키 작은 관목들로 변하는 것을 보면 이제 상당히 높이 올라온 것 같다. 12시55 바위지대인 끝청봉(1,604m)에 도착. 한계령에서 6.5Km. 끝청에서 중청대피소까지는 2Km, 대청봉까지 2.6Km. 웅장한 산군들이 마음껏 펼쳐져 있고 기암기석들이 신비롭다. 주변에는 등산 온 사람들이 단체로 모여 식사를 하고 있다. 이젠 배가 고파지는 시간, 그러나 내가 준비한 것은 한계령 휴게소에서 구입한 감자떡 한 접시가 전부. 일단 중청대피소로 가서 거기서 해결할 계획.

 

잠시 끝청봉 주변의 수려한 산세를 감상하다가 이제 대청봉으로 출발. 끝청봉 옆에는 물레나물일까 제법 크기가 큰 노란 야생화가 무더기로 피어 잇다. 아 정말, 우리 것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부족하다. 30분 정도 지나 끝청 갈림길(해발 1600m) 눈 앞에 대청봉의 위용이 거대하고 눈 아래 보이는 중청대피소에는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설악산에 등산객이 꽤 많은 편이다.

 

중청대피소에 도착하여 샘이 있는지 물어 보니 판매용 생수만 있다. 컵라면과 생수 한병을 사서 대피소 앞 탁자에 앉아 꿀맛 같은 점심식사. 거기다 눈 앞에는 장엄한 공룡능선이 구름에 휩싸여 신비롭고, 화채봉 모습이 수려하다. 한 없이 장엄한 암군들에는 계속 변화하는 구름으로 인해 천변만화의 변화를 느낀다. 비록 컵라면 하나지만 어디서 이러한 화려한 식탁이 있을 수 있을까, 힘들게 발품을 팔지 않고 어찌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것인가? 앞에 높이 솟아 있는 대청봉은 생각했던 것보다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높이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여유있게 식사를 하고 주변을 조망하고 사진도 찍는 호사를 마음껏 누린 다음 대청으로 향한다.

 

대청으로 향하는 길은 뜨거운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가는 길. 등산로 주변은 낮은 관목들과 산정에서는 옆으로 누워 자란다는 희귀종 눈잣나무가 자라고 있다. 게다가 주변은 완전히 야생화 천국, 산상화원이 따로 없다. 흰색, 노랑색, 보라색, 분홍색 다채로운 꽃들이 수줍게 모여 있다.

 

210 대청봉 도착. 마음 속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집사람 생각이 나 메시지를 보내려고 하니 터지지가 않는다. 같이 올라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친다. 주변 조망은 오히려 중청대피소가 더 좋은 것 같다. 주변의 수려한 산세를 조망한 다음 사진 한장 찍고 서둘러 올라온 길 반대쪽에 있는 오색쪽 하산로를 택해 내려가기 시작한다.

 

오색까지는 5Km의 거리(백담사 12.9 Km, 비선대 8 Km, 중청대피소 0.6Km), 생각보다 경사가 급했다. 너무 서둘러서일까 아니면 어제 마신 술독이 남았나 피곤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마음 속에는 한 건 했다는 희열과 자신감이 가득해지는 것을 느낀다. 산에 왜 기를 쓰고 오르나. 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기쁨 그것은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안 가본 산에 대한 욕심도 분명 작용한다. 그것도 외적인 성취일까?

 

3가 다 되어 제2쉼터 도착, 1.3Km를 내려 왔다. 해발 1,300m이나 아직도 한참 내려가야 한다. 설악폭포까지는 1.2km, 설악폭포에서 오색까지는 2.5Km의 거리. 오색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 계단길이 많아 오색으로 올라올 경우도 상당히 무리가 될 것 같다. 그런 데도 노인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보면 대단한 분들. 쉼터 옆에는 다람쥐 몇마리가 등산객이 주는 먹이를 열심히 먹고 있다. 이상하게 설악산의 다람쥐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3가 지나 점차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등산로가 거칠고 물기에 젖어 미끄럽다. 조심해 걷는데도 한번 제대로 넘어지고, 암벽을 타고 내려 오려다가 미끌려 밑으로 떨어질 뻔 했다. 밑으로 떨어졌으면 큰 사고. 보니 제대로 된 등산로가 있는데 잘 보지 못했다 

설악폭포의 물줄기는 수량이 많아 마음까지 후련하다. 내려올수록 계곡 물소리가 양편에서 들린다. 양쪽 계곡을 끼고 산행하는 것. 양쪽 물이 합쳐지면서 나무다리가 죽 이어진다. 나무다리를 지나니 매표소까지 0.2Km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1640, 행복한 홀로산행 마감. 이제는 차가 주차되어 있는 한계령으로 가야 한다. 버스 편이 금세 없을 것 같아 택시를 타니 15,000원을 달란다. 한계령휴게소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출발. 돌아오는 길은 길이 밀리지 않아 3시간도 걸리지 않아 집에 도착. 긴 하루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