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쾌한 대간 능선을 찾아 화방재에서 싸리재까지
* 산행지: 화방재~싸리재(수리봉 1214,함백산1573,중함백산1505,은대봉1142)
* 산행일자: 2007년 1월 13일(토) 맑음
* 산행경로 및 시간
화방재(어평재, 9:30)~산행출발(9:40) ~수리봉(10:10, 10분 휴식)~시설물(11:00)~만항재(11:10)~함백산 등산로 입구(11:12~11:22, 10분 휴식)~함백산(12:30~13:20)\, 식사후 출발)~삼거리 갈림길(13:35)~중함백(14:00, 10분 휴식)~제3쉼터(2:15) ~제2쉼터(2:30)~제1쉼터(2:40, 10분 휴식)~은대봉(15:20~15:30)~싸리재(15:45)
<총 산행시간 6시간 15분, 중식 및 휴식시간 2시간10분 포함)
* 교통: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도로 영월지나 석항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태백 방향으로 진행~
화방재 (태백산 유일사 입구 1Km전)
<상일IC에서 휴게소 휴식30분 포함 3시간 30분 소요, 배회장 승용차 이용>
백두대간의 사나운 바람을 마음껏 느끼고 싶었다. 아니 그냥 바람이고 싶었다. 바람은 생명의 원초적인 숨결이자 무애의 자유로움 그 자체. 마음이 허허로운 날, 눈 덮인 장쾌한 능선길을 꿈꾸며 이렇게 멀리 떠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등산 초보인 4명의 중년 남자들이 그 자유로움을 찾아 함께 떠난다. 오늘 계획은 태백의 화방재에서 수리봉을 거쳐 함백산과 중함백, 은대봉을 거쳐 싸리재까지 가는 대간길이다. 함백산(1,573m)은 국내에서 여섯번째로 높은 산으로 이웃한 태백산(1,567m)보다 약간 높고, 5대 적멸보궁 중 하나인 정암사를 품고 있어 혹자는 함백산이 바로 민족의 영산인 태백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 화방재~수리봉~만항재(3.2km)
어평재라고도 하는 화방재는 영월과 태백을 잇는 31번 도로상에 있는 고개로 주유소(어평) 옆 우측 능선이 태백산, 도로를 건너 민가 옆길로 진행하면 함백산으로 향하게 된다. 화방(花房)은 꽃방석이니 이 고개 주변에 꽃이 많았었나 보다. 우리 선인들의 이름 붙이는 솜씨는 정말 정겹고 아름답다. 휴게소 공터에 차를 주차하고 ‘함백산 등산로 입구’ 입간판이 걸린 방향으로 도로를 건너 가니 폐가 왼쪽에 표지기가 잔뜩 매달린 들머리가 있다. 이제부터 수리봉으로 가는 길.
<화방재 들머리 - 표지기가 잔뜩 달린 소로를 오른다>
이깔나무가 울창한 가파른 길을 잠시 오르니 곧 눈이 수북하게 깔린 완만한 오름길로 접어들고 앞에 수리봉 정상이 보인다. 다시 가파른 길로 접어 들고 눈 녹은 빙판길이 상당히 미끄럽다. 북서풍 바람이 사나워 벌써부터 볼이 얼얼해지기 시작한다. 30여분 가파른 길을 치고 오르니 나무에 매달아 놓은 둘산악회 표찰이 있는 수리봉이다. 벌써부터 쳐지기 시작하는 후미를 기다리며 잠시 휴식,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아이젠을 꺼내 신는다. 이제 만항재로 향하는 길.
<수리봉, 둘산악회의 수리봉 표찰이 나무에>
능선길 주변 산죽밭엔 눈이 두텁게 쌓여 있고 앙상한 겨울 나무들은 꽁꽁 얼어 붙었다. 1,238봉을 지나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니 묘 2기가 나타나고 곧 군 시설물. 시설물 철망을 따라가니 임도가 나오고 5분 정도 내려가면 414번 지방도로가 지나는 만항재에 도착한다.
<이깔나무 숲을 따라 만항재로 이어지는 길>
* 만항재~함백산
만항재는 우리나라 포장도로 중 가장 높은 지역(1,330m)에 있으며 고갯마루에는 휴게소가 있다. 만항재에서 싸리재까지는 7.7Km정도 거리. 오른쪽으로 미끄러운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함백산 들머리인 소공원, 등산안내도와 표지판이 있고 가야할 함백산 정상부가 빤히 보인다. 함백산은 정상 옆 중계소까지 도로가 나 있어 차로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산. 그런데 굳이 미끄러운 눈밭을 오른다. 들머리부터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는데 다행히 등로는 제대로 나 있고 군데군데 등산로 안내 표지판이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넓은 공터에 낡은 건물이 있는 곳에서 우리 바로 앞에서 올라간 단체등산객들이 길을 막고 식사를 하고 있고 조금 더 올라가니 정상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나온다. 우측은 체육회 선수촌 태백분소가 있는 곳. 좌측 포장도로를 잠시 따르다 다시 우쪽 숲길로 들어서면 곧 임도가 나오고 그리고는 계속 이어지는 급경사길이 숨을 가쁘게 한다. 주변 풍경은 키 작은 참나무 숲, 거센 바람과 추위 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못했을까. 가파른 오르막에 로프가 매어 있고 오르막을 오르니 작은 관목들이 주변에 펼쳐지고 시야가 트이며 정상이 보인다.
<함백산 소공원 - 함백산 들머리. 중앙에 함백산 정상이 보인다>
<정상 직전 삼거리 - 우측은 선수촌, 정상은 좌측 포장도로를 따른다>
큰 바위로 이루어진 함백산 정상은 정상석과 작은 돌탑들이 있고 사방으로 시원하게 터지는 조망과 거대한 산줄기들이 장관이다. 영산인 태백산이 남쪽으로 바로 건너다 보이고 우리가 걸어온 만항재와 수리봉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대간 능선이 시원스럽게 트여 있다. 정상 아래 공터에서 차가운 바람에 떨며 점심 식사, 그런데 준비해 온 음식이 너무 푸짐하다. 예상 외로 등산객들이 많아 주변이 분주하고 중계소에서 기르는지 백구 한 마리가 계속 주변을 어스렁댄다. 입맛 다시는 모 사장. 식사 후 정상석 배경 사진을 찍어 주느라 정상으로 다시 올라갔는데 바람이 세게 불고 엄청 춥다. 잠깐 장갑을 벗었는데도 사나운 칼바람에 손이 마비될 정도로 추워 손에 동상이 걸리는 줄 알았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함백산 정상>
<정상에서의 가슴이 후련한 조망>
* 함백산~중함백~제2쉼터
중식 후 북릉을 타고 중함백을 향해 출발, 차가운 칼바람이 몰아쳐 온 몸이 꽁꽁 어는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멀다. 정상 바로 아래 도로를 건너 헬기장을 지나 내려가니 철조망이 쳐진 주목 군락지가 나타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주목이 오늘따라 더 추워 보이는 것은 날씨 탓일까, 아니면 내 마음이 추워서일까? 이 장쾌한 백두능선을 걸으면서도 떠오르는 덧 없는 상념들. 언제쯤 이런 구속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차가운 바람에 심호흡을 하며 길을 재촉한다.
철조망 옆으로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조심 내려가니 삼거리 갈림길, 사람들이 길을 묻는다. 좌측은 만항재, 우측길이 대간길이다. 대간길을 따라 가니 눈은 점점 더 많아져 여유있는 걸음으로 심설산행을 맘껏 즐기게 되고 주목 한 그루가 있는 있는 쉼터(10분 휴식)에서 조금 더 진행하니 해발 1,508m의 중함백산 정상이다.
중함백에서는 시야가 넓게 트이고 금방 지나온 함백산 정상부 모습이 가까이 다가선다. 동쪽으로 보이는 사북, 풍력발전기가 있는 방향은 태백일게다. 좌측으로는 고한도 보인다.
<중함백으로 가는 길 - 울창한 참나무 숲에 흰눈이 깊게>
* 제2쉼터~제1쉼터~은대봉~싸리재
중함백에서 10여분 후에 제2쉼터에 도달, 좌측 길이 자장율사가 입적했다는 적조암으로 하산하는 길이다. 적조암을 거쳐 적멸보궁 정암사(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석가모니의 신보를 얻어 귀국한 후 창건한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오늘 목적지는 싸리재. 싸리재까지는 3Km가 남았다. 곧 제1쉼터에 이르고 쉼터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색 하늘을 배경으로 은대봉이 눈 앞에 떠올라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일행을 기다리면서 한참을 쉬고 은대봉으로 향한다.
은대봉의 유래는 자장율사와 연관된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갖고 온 석가모니의 신보를 세 군데에 나누어 금탑, 은탑, 수마노탑을 세워 모셨는데, 후세 사람들의 탐욕을 우려하여 불심이 없는 자는 육안으로 볼 수 없게 금탑, 은탑을 감춰 버렸고 그 장소가 금대봉과 은대봉 근처라고 한다.
급경사 길과 완만한 능선길을 오르니 눈이 잔뜩 쌓인 은대봉. 헬기장인 정상에는 조그만 정상석이 있고 역시 주변 조망이 후련하다. 후미를 기다리며 쉬다가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그리움의 발자국을 하나 남겨 본다.
<제1쉼터에서 은대봉으로 가는 길>
<은대봉 - 자장율사의 은탑은 어디에 있을까>
이제부터 싸리재까지는 계속 내리막길. 앞에 보이는 금대봉 정상을 구경하면서 내려오다 제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눈이 워낙 많이 쌓여 아이젠을 하고도 미끄러운데 아이젠을 신지 않은 이사장은 몇번을 내리 넘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틈만 나면 엉덩이 썰매다. 도중 이정표는 은대봉을 천의봉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가파른 길을 내려오니 함백산 등산안내도와 두문동재(여말 고려 유신들이 은둔했던 곳) 큰 표석이 있는 싸리재(1,268m), 바로 앞으로 금대봉에 이르는 대간길이 이어진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종료, 태백택시에 연락해 택시를 불러 타고 화방재로 향한다.
계획했던 정암사와 적조암은 414번 도로가 너무 미끄러울 것 같아 포기하고 식사후 서울로 출발, 밤 10시가 다 되어 귀가, 이제는 싸리재에서 피재까지 펼쳐질 봄날 야생화들의 향연을 꿈꾸며 길면서도 짧았던 행복했던 하루를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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