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수도권)

가평 화악산 - 경기 제1봉의 장쾌한 조망

카페인1112 2005. 2. 12. 23:08

가평 화악산 - 경기 제1봉의 장쾌한 조망

 

* 산행지: 화악산(1420m, 경기도 가평군 북면,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소재)

* 산행일: 2005 2 12(), 맑음

산행코스 및 시간: 관청마을 도대리 보건지소(10:40) – 철문(10:45) – 애기봉 갈림길 이정표(11:00 – 1000고지(12:30) – 석룡산 갈림길(13:08) – 중봉 정상(13:35~14:10) – 석룡산 갈림길(14:25) - 애기봉 갈림길(15:50) – 보건지소(16:15)

    <산행거리 10Km,  총 5시간35 (식사 휴식 50 포함)

* 가는 길: 팔당대교를 건너 6 도로 종면 방향으로 좌회전 45 도로로 진행하다 46 도로 합류, 가평군청과 북면 목동 삼거리를 지나 관청리 주차,

    (목동삼거리에서 관청리 15Km).

 

         <화악산 지도 - 가평군청>

 

화악산 산행을 위해 떠난 길. 가는 도중 만나는 운길산 자락에 따뜻한 햇살이 반짝이고 회갈색 산줄기들이 평온하기만 하다. 가평에서 목동을 지나 얼음이 두텁게 얼은 가평천을 보며 달리니 관청마을 도대리 보건지소. 집에서 들머리까지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주변에 주차하고 보건지소 건너편 마을 길을 따라 산행 출발

 

경기 5악의 하나이자 경기 알프스의 중심인 화악산, 경기 1(1468m)이지만 정상은 군부대 시설물이 있어 출입이 통제되고 서쪽의 중봉(1420m)이나 동편의 응봉(1436m)으로 정상을 대신한다. 오늘은 관청리에서 계곡을 따라 올라 1,000m고지에서 능선을 타고 중봉에 오르는 것. 계곡을 몇 번이고 반복해 건너야 하고, 고도 차가 1,200m 정도나 되니 거리에 비해 산행하기가 만만치 않은 코스.

 

제법 쌀쌀하긴 해도 심한 추위는 아니라 산행하기에는 좋은 날씨.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데 등이 많이 굽은 할머니 한 분이 혼자 등산가는 내 모습이 걱정스러운지 눈길을 건네신다. 가볍게 인사를 드렸더니,

이렇게 추운데 산에 가세요? 혼자 가세요?"

"조심해 다녀 오세요

 

꼭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에게 말씀하셨던 것처럼 걱정과 정이 듬뿍 묻어나는 따뜻한 목소리를 오늘 만난다. ! 나는 이 할머니의 따뜻한 관심에 산행 내내 마음이 따뜻했고 외롭지 않았고 산행 도중 만나는 사람에게 따뜻하고 반가운 인사를 먼저 할 수 있었다. 어린 소년의 작은 친절이 주변을 변화시키는 트레버 이야기가 생각나는 시간들

시멘트 포장 길을 걸으니 곧 나타나는 삼거리, 그냥 직진해도 등로와 만나게 되나 민가 앞을 지나는 부담이 있다. 우측을 보니 계곡을 건너 진행하는 길이 보인다. 우측으로 계곡을 건너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산 방향으로 계속 진행. 계곡 물은 단단하게 얼어 있고 길 바닥도 빙판이다. 조금 지나 철책 철문을 통과(평소에는 닫혀 있어 옆으로 피해 가야 한다고 함)하고 임도에 물이 넘쳐 거대한 빙판이 된 삼거리에 도착한다.

임도는 우측으로 휘어 가는데 아마 벌목을 위해 닦은 길로 보인다. 등로는 앞 계곡 방향으로 향하는 것, 표지기가 몇 개 붙어 있다. 조심조심 빙판을 지나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다시 계곡을 건넌다. 네 번째 계곡을 건너니 곧 애기봉 갈림길 이정표(중봉 3.8km, 관청리 1.2 km, 애기봉 2.01 km)

애기봉을 거쳐 중봉에 오르는 것도 좋을 텐데 등로 상태나 시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자신이 없다. 그냥 중봉 방향으로 출발. 계곡에는 얼음이 두텁게 얼어 빙폭을 이루고 있고 군데군데 응달에만 잔설이 조금 남아 있다. 새 소리까지 청아하게 울려 가끔 부는 차가운 바람이 아니라면 겨울의 황량함보다는 그냥 초봄의 기운이 느껴질 것 같은 분위기. 다시 삼거리길이 나오나 역시 표지기는 직진 방향을 알려 준다.

다시 빙폭이 된 계곡을 건너 급경사 길을 오르니 두 번째 이정표, 이제 중봉 정상까지 2.8Km가 남았다. 주변에는 잣나무가 제법 많아 한겨울 푸르름이 두드러진다. 지금까지 걸은 길은 그래도 무난한 길인데 이제부터는 점점 경사가 급해진다.

빙폭이 된 7번째 계곡을 건너니 곧 갈림길이고 우측 경사지대에 표지기가 붙어 있다. 이제부터 화악의 급경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 종아리가 아플 정도로 급경사길이 계속 된다. 내림길이 없이 그냥 계속 오름길, 그것도 심한 급 경사길이다. 능선이 까마득하게 보이고 갈 길이 멀다.

12, 500m 고지의 좁은 쉼터 이정표는 중봉 2km 거리를 알려 준다. 주변에는 잣나무와 참나무, 굵은 물푸레나무 군락지. 게다 가끔 단풍나무가 보이니 가을철엔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냈을 것 같다. 그런데 무슨 경사가 그리 급한지 헉헉대며 올라간다. 30분 정도를 힘들게 오르니 잔설이 쌓여 있는 능선에 올라서고 우측으로 진행한다. 우측 멀리 높다란 봉우리가 보이지만 아마 정상 직전 봉우리일 것 같다. 이제 눈이 제법 많이 보이고 바람이 차갑다.

1,142m 암릉지대를 통과하니 큰 고사목이 눈에 띈다. 힘겹게 오르고 나니 중봉 1.0Km 표지인 4번째 이정목을 만난다. 38교까지는 6.6Km이니 좌측으로 진행하면 석룡산 쉬밀고개와 만나 복호동 폭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로 연결된다. 올라온 관청리 방향은 등산로 없음으로 되어 있으니 그쪽 방향 하산을 반갑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좌측 앞부분으로 정상부 시설물 모습이 가깝게 보인다. 여기서 오늘 처음으로 등산객을 한 사람 만나고 곧 이어 2명 한팀, 다시 4명을 연이어 만난다.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고사목들이 눈에 띄고 구상나무들과 작은 관목들이 눈에 덮여 아름다운겨울 정취를 보여준다. 멀리 눈 쌓인 명지산 북사면 산줄기들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애기봉과 건들내 내려가는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 13시35, 1,420m의 중봉 정상 도착.  정상에는 사람이 전혀 없어 그 후련한 정상부를 독차지한다. 사방으로 막힘 없이 시야가 트여 마치 산줄기들이 살아 용솟음 치는 듯 마음속까지 후련해 진다. 화악산 정상과 응봉 모습, 그리고 명지,석룡산과 멀리 지난 번 산행했던 몽가북계 능선이 보이고 뾰족한 계관산 정상부 모습도 볼 수 있다. 그 뒤 멀리 겹쳐 보이는 능선들이 희미한 자취로 남아 있다.

정상부를 혼자 차지하는 호사를 누리면서 점심식사, 컵라면에 떡 한 조각이 이리 맛있고 행복할 수 있을까! 점심을 마치고 2가 넘어 하산 시작. 올라온 길 그대로 하산하는 길. 석룡산 갈림길과 1,000고지를 지나 계속 급경사 길을 내려온다. 한참 내려오다 보니 아까 정상 부근에서 만났던 4명 등산객들을 다시 만난다.

 이 분들은 산행 스타일이 만고강산 유람에 거의 경로산행. 내가 혼자 온 것이 궁금했던지 계속 말을 건넨다. 화악산이 처음이라니까 화악산은 5~7월 야생화가 좋고, 관청리 길보다는 화악리 천도교 수련원 방향이 산행하기도 쉽고 야생화도 많아 그 쪽 방향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올라간다는 것. 다음 번에는 애기봉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가 애기고개로 해서 정상으로 가보라는 것, 그리고 홍적고개에서 촛대봉을 가 보라는 것, 얼레지 나물 맛이 기막히다는 것 등등이야기가 끝이 없다. 4번째 계곡을 건너는 곳이 큰골계곡이라고 알려 주며 화악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개를 한다.

애기봉 갈림길을 지나니 고로쇠 약수 채취하는 사람들이 나무에 관을 꽂고 다니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도 고로쇠 물을 채취하나 보다. 철문을 지나 계속 직진 농가 앞마당을 지나 보건지소 앞에 당도, 5시간 반의 산행을 마감한다.

조망이 좋은 경기 제 1, 산림청 선정 100명산 중 하나. 적절한 경사 길과 암릉지대까지 있어 등산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산, 언젠가 봄에 다시 오고 싶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