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산~태화산 종주: 눈이 많이 오는 날 긴 능선을 따라 ~
* 산행지: 백마산(448m)~발리봉(514 m)~노고봉(573.6 m)~정광산(563 m)~말아가리산(595 m)~태화산(644m), 일명 광주산맥 종주
* 산행일: 2005년 1월 29일(일), 눈
* 산행 코스 및 시간: 초월면사무소 입구(10:30) – 공작고개(11:00) – 백마산(11:30) –용마봉(12:23) – 발리봉(13:13) – 노고봉(14:45) – 정광산(14:56) – 패러글라이딩 이륙장(15:30) – 은봉(15:43) - 말아가리산(16:10) – 헬기장(16:45) - 태화산(16:56, 10분 휴식 후 출발) – 태화산주차장 (17:35) 총 7시간 5분(중식 및 휴식 포함)
* 교통 갈 때: 길동역 1113-1번 버스(강변역~동원대) 이용 초월면사무소 대쌍령 하차
올 때: 추곡리에서 렌터카 이용 곤지암, 곤지암에서 1113-1번 타고 길동역 하차
<한국의 산하에서>
아침부터 눈이 계속 내린다. 심설산행 욕심에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가 광주로 정한다. 백마산에서 태화산까지 긴 능선을 탈 수 있는 곳. 일명 광주산맥. 길동에서 1113-1번 버스를 타고 광주로 가는데 눈이 빗방울로 변했다가 다시 굵은 눈발로 변한다. 차갑고 궂은 날씨, 하지만 길 주변은 눈이 소복하게 쌓여 눈길 산행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이것저것 생각을 하면서 가는데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들이 마치 오래된 필름을 다시 돌리는 것처럼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 많은 일들. 이제 나이가 들어 가는 것일까, 지나간 일들이 자꾸 떠오르는 걸 보면.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기는 동안 차는 쌍영동 현대아파트와 도평리 입구를 지나 대쌍령리 초월읍사무소 입구에 도착한다.
정류장에서 원텍시험연구소 간판이 보이는 쪽으로 조금 이동, 대쌍천을 따라 포장된 길을 오르면 들머리가 나온다. 조금 올라가다 오늘 점심으로 준비한 컵라면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다시 편의점으로 가 김밥 하나 사서 넣고 출발. 대쌍천을 따라 올라간다.
눈이 소복하게 쌓인 미끄러운 도로를 따라 산내마을과 큰 교회를 지나 ‘사라의 집’까지 왔는데, 이런 동네 개들만 짖어 대고 들머리를 모르겠다. 한참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니 철망 문이 있고 등산객들은 관리인(혜수네 집) 허락을 받고 들어갈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한참 망설이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좌측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눈 쌓인 도로에는 발자국 하나 없는 호젓한 길. 한참을 걸어 올라가니 삼거리가 나와 우측 철조망이 있는 산길을 따라 올라간다.
산길을 잠시 오르니 공작현 안부가 나오고 이정표가 보인다. 좌측 백마산 방향 1.3km, 직진 유림아파트 1.3Km. 백마산 오를 때는 ‘사랑의 집’ 입구 보다 다른 들머리를 찾는 게 좋을 것 같다. 공작고개부터는 넓은 등산로이고 계속 좌우에서 합류되는 길이 보인다. 점점 등산객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인근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산인가 보다.
11시30분, 헬기장인 백마산 정상 도착. 정상석은 없고 도선국사가 전국을 순유하다 ‘멀리서 보는 산의 모습이 백마의 등허리 같다’ 하여 백마산이라 했다는 유래판이 있다. 잠시 쉬다가 산이리 방향 로프가 매인 급경사길을 내려가 용마봉으로 향한다.
소나무 아래 쉼터를 지나 헬기장 도착, 앞부분 철조망이 뚫린 방향으로 계속 진행. 내리막길을 내려가 안부를 지나니 다시 가파른 오름길. 앞에 뾰족한 용마봉 봉우리가 보인다. 멋진 정상석이 있는 용마봉(502.9m). 통일신라 말기 우리나라 풍수 원조인 도선국사가 이 산을 백마산이라 이름 붙이고 근처에서 왕건을 비롯한 많은 무사들을 훈련시켰다고 한다.
용마봉에서 우측 길은 군부대 출입금지 표시가 되어 있다. 갖고 있는 자료는 ‘좌측으로 내려가면 하산길’이라는데 난감한 상황. 근처 식사중인 분들에게 길을 여쭤 보니 ‘좌측으로 가면 된다’며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태화산까지 간다니까 “눈까지 오는데 그 먼 길을 어찌 가느냐”며 극구 만류한다. “가는 데까지 가보겠다”고 대답하고 소주까지 한잔 얻어 마시고 출발. 어느 새 눈은 그치고 능선에 핀 설화가 환상적으로 빛난다.
용마봉에서 20분 정도 걸으니 갈림길, 좌측 봉우리에 올라서니 눈 쌓인 주변 조망이 일품이다. 봉우리에서 내려오니 아까의 우측 길과 합류되고 군부대 통신 분계탑이 보인다. 곧 헬기장과 미사일기지 교육장을 지난다. 군부대 도로를 따르니 도로가 우측으로 휘는 지점 정면에 표지기가 보인다. 도로에서 정면 표지기가 있는 숲길을 오르니 곧 눈이 잔뜩 쌓인 발리봉(514m). 정상석은 없고 흰 나무판에 ‘발리봉 514’라고 표시되어 있다. 사방은 참나무 숲으로 둘러 쌓여 있어 조망도 안 되고 잠시 쉬다가 출발.
발리봉에서는 노고봉, 태화산 방향 표지판이 있는 우측 남서 방향으로 내려선다. 급경사 길을 내려오니 작은 물푸레나무 군락지. 노고봉까지 편한 길이 이어진다. 낙엽송 가지에 황금 빛 이파리 대신 흰눈이 소담하게 덮여 있어 동화 속 풍경을 연출한다. 아름다운 길! 낙엽송 지대를 지나니 전망바위. 앞에 보이는 하얀 산줄기들도 평화스럽기만 하다. 흰눈이 주는 평화의 세계. 주변 풍경이 좋아 점심을 먹으며 30분 정도 여유 있게 쉬다 간다.
이어 나오는 안부에는 모현 로터리클럽에서 걸은 현수막이 보인다. “100년이 아픕니다” 공감이 가는 구절이다. 14시25분 소나무 쉼터를 지나 급경사 길을 오르는데 반대편에서 등산객들이 계속 내려온다. 봉우리에 올라 올라온 길을 뒤돌아 보니 끝없이 펼쳐지는 기막힌 전망.
2시45분, 작은 표지석이 땅에 박혀 있는 노고봉(573.6m)을 지나 정광산으로 향한다. 정광산(563m)은 지척, 10분 정도 걸으니 정광산이다. 계속 완만한 능선 길. 헬기장과 급경사 길을 지나 풍향계가 달려 있는 암봉, 그리고 온통 천으로 바닥을 감싸 놓은 패러글라이딩 이륙장이 나온다. 이륙장에서 잠시 쉬면서 진행 방향의 마구산과 태화산을 보다가 다시 출발.
차도를 따라 내려가다 도로가 크게 휘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가는 샛길로 오르면 곧 은봉(475.5m). 앞에 뾰족한 마구산(말아가리산) 모습이 보인다. 우측 금어리 방향 하산로가 있는 십자안부를 지나 경사가 급한 길을 오르니 말아가리산(마구산, 595m), 용인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돌탑 위에 정상목이 보인다. 오후 잠깐 동안의 햇살 덕분일까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꽃들은 점차 모습을 감추고 북사면에만 눈이 쌓여 있을 뿐이다.
태화산으로 출발, 이제는 조금 서둘러야겠다. 곧 헬기장에 도착. 아직 5시도 되지 않았는데 석양이 주변을 붉게 불들이고 내 긴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앙상한 가지 사이를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마치 폭포 소리처럼 크게 울려 퍼지고, 차가운 바람에 볼이 시리다. 이 시간이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 “얘들아, 얘들아, 못찾겠다, 꾀꼬리 꾀꼬리” 노래가 절로 나온다. 홀로 걷는 산행 길,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태화산 정상으로 향하는 철계단이 나오고 이정표는 정상 0.7Km. 계단을 오르니 태화산 정상이다. 태화산은 (644m)은 이전에도 왔었고 가벼운 산행지로 좋은 곳. 호젓한 정상 분위기도 좋고 지친 다리도 쉴 겸 벤치에 앉아 10분 정도 쉬다가 정상석 뒤 바우산골 방향으로 하산, 전에 집사람과 같이 왔던 길이다. 자작나무가 있는 안부(정상 1.2km)에서 우측 계곡을 따라 하산. 고로쇠나무 샘터를 지나니 은곡사 갈림길. 이제 넓은 솔밭 사이를 걸으니 태화산 주차장이다.
도로 버스 정류장으로 와보니 버스는 7시나 되어야 도착이다. 도척면 콜택시를 불러 곤지암(7,000원), 곤지암에서 국밥 한 그릇 먹고 다시 1113-1번 버스를 타고 귀경. 밤 9시가 되어서야 집에 도착, 12시간의 긴 외출을 마무리한다. 눈 속에서 7시간의 꿈결 같은 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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