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공주의 산하

공주 송장배미를 지나 두리봉으로(두리봉, 일락산, 봉황산)

카페인1112 2010. 10. 4. 22:30

 공주 송장배미를 지나 두리봉으로

  - 호젓한 산길을 걸으며 바람에게 길을 묻다 

 

* 산행지: 공주 두리봉(255m)~일락산~봉황산(148.3m)

* 산행일: 2010년 9월 21일 (화), 흐리고 비 약간

* 산행경로: 공주경찰서 정문(15:17)~165m(15:39)~두리봉(15:55)~15:31)~새재 갈림길(16:18)

   ~산불감시초소(16:30)~우금치 방향 갔다가 다시 새재안부 갈림길(16:54)~공주교대 갈림길(17:04)

   ~일락산(17:19)~봉황산(17:53)~공주포교당(18:00)   <산행시간: 2시간 43, 널널산행)

 

추석 명절 전날 분주한 집안을 뒤로 하고 가까운 두리봉으로 향한다. 두리봉은 공주 구 시가지

서쪽을 감싸고 있는 산. 오늘은 두리봉을 지나 우금치로 넘어갈까 생각이 든다. 우금치에서 주미산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우금치에서 다시 돌아와 봉황산을 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공주금성여고를 지나니 송장배미. 동학농민운동 당시 관군과 일본군 연합군에게 처참하게 패한 동학군의 시신이 논배미에 가득했다는 곳. 그래서 이름이 송장배미다. 공주에서 부여로 넘어가는 우금치가 동학군의 주 공격로, 이곳은 공주로 진격하기 위한 보조 공격로였으리라.

관리들의 탐학과 외세의 침탈에 분노해 일어섰던 그들은 1894년 가을, 최대 최후의 결전이었던 공주 우금치전투에서 최대 최후의 결전을 벌이고 사라져간다. 1년 동안 무려 40여 만 명의 희생자를 낸 채 미완의 혁명은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송장배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공주경찰서 방향으로 들어선다. 경찰서 정문을 지나 비포장 임도가 시작되는 곳이 들머리. 나무계단 길을 올라 능선으로 올라서 평탄한 길을 잠시 오르니 제법 가파른 오르막 길이 시작된다. 등로 주변에 알밤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 한 줌 주워 배낭에 넣는다. 상수리가 몇 개 뒹굴어 주변을 보니 올해 상수리 작황이 시원치 않은지 열매가 별로 없다.

 

           <공주경찰서 정문 옆 들머리 임도>

 

 

운동시설이 있는 첫 봉우리(165m)에 올라서고 이제부터는 평탄한 소나무 숲길. 비가 오려는지 잿빛 하늘에 습기를 잔뜩 머금은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 온다. 자유로운 바람이 부러워 바람에게 길을 묻는다.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 허무한데 이제 어찌 해야 하느냐고잠시의 상념을 접고 가파른 길을 올라 정자가 있는 두리봉에 도착한다. 지난 설 연휴 때 아이와 함께 눈 산행을 즐겼던 곳. 두리봉에 오르니 빗방울이 조금씩 굵어진다.

 

            <운동시설이 있는 165m봉>

 

              <그윽한 소나무 숲길>

 

              <앞에 두리봉이 보인다>

 

               <두리봉>

 

두리봉은 낮은 산이지만 조망이 좋은 곳. 동쪽으로 작은 분지의 공주 시가지가 펼쳐진다. 장수왕의 남하정책에 밀려 백제 개로왕은 포로가 되어 죽고 아들 문주왕은 475년 당시 웅진으로 도읍을 옮긴다. 성왕이 538년 사비성으로 천도할 때까지 5(문주왕, 삼근왕, 동성왕, 무령왕, 성왕) 64년간 백제의 도읍지였던 곳. 1602년 충주에서 충청감영이 공주로 옮겨 오면서 1932년 대전으로 도청을 옮길 때까지 330년간 충청도 행정 중심지였다. 북으로 금강과 연미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남으로는 오늘 가게 되는 능선 길, 그 옆으로 주미산과 계룡산 산줄기들이 보인다. 두리봉에서 한참 쉬다가 남쪽 능선을 내려서 우금치 방향으로 향한다.

 

            <정상 이정표>

 

               <공주 시가지>

 

               <북쪽 금강 방향>

 

               <주미산이 있고 좌측 계룡산은 희미하게>

 

걷기 좋은 완만한 길을 45분 정도 걸어 등산안내도가 있고 일락산 방향 갈림길인 새재 갈림길 도착. 우금치는 이정표의 봉화대 방향이고 직진이다. 길은 순하고 오고 가는 사람도 없이 호젓한 산길이다. 가는 빗방울을 기분 좋게 맞으며 가는 길. 한참 가니 산불감시초소가 있고 길은 갈림길이다.

좌측 길로 내려가니 곧 길이 끊어진다. 다시 초소로 돌아와 우측 희미한 길로 내려간다. 그런데 여름 장마 덕분인지 금세 여기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대충 방향을 잡고 내려가니 무덤이 나오고 오른편에 작은 길이 보인다. 조금 더 내려가니 무덤 1기가 있고 또 길이 없어진다. 길을 한참 찾다가 포기하고 다시 새재 갈림길로 돌아온다. 우금치 가는 길이 있었을 텐데 길이 없어진 것인지 아니면 못 찾은 것인지 아쉬운 생각이 든다.

 

           <갈림길 이정표, 공주교대 방향은 일락산 가는 길>

 

               <봉화대가 우금치 방향>

 

              <원시림 수준>

 

              <산불감시초소 봉>

 

새재 갈림길에서 좌측 이정표의 봉황산 방향으로 향한다. 급경사 길을 내려오니 이제는 유순한 능선 길. 주변에는 온통 크기가 작은 알밤 천지. 어른 손톱만한 작은 재래종 밤으로 어렸을 때 할머니는 쥐밤이라고 부르셨다. 맛은 좋지만 밤을 까는 수고에 비해 입으로 들어가는 게 너무 적으니 주워 가는 사람도 없나 보다. 새재마을 가는 갈림길 안부를 지나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일락산 방향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일락산 방향>

 

               <이정표 지점에서 다시 좌회전>

 

일락산은 소나무 숲이 시원한 좌측 방향이다. 잠시 소나무 숲 가파른 길을 오르니 운동시설이 있는 일락산 정상. (북쪽)으로 곰나루와 연미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곰나루와 연미산은 모두 공주의 옛 이름 웅진의 유래가 된 곳. 연미산에 살던 곰이 같이 살던 남자에게 배신 당하고 금강에 새끼들과 함께 투신하고, 이후 금강에는 풍랑이 잦아 곰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는 것. 그래서 곰나루.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가 출발. 밤나무 밭 옆길을 내려가니 새재마을로 내려선다.

 

              <일락산 오르는 계단 길>

 

 

               <일락산 정상>

 

               <일락산에서 보는 곰나루와 연미산>

 

 

마을로 내려서 우측 시멘트 길(효심길, 좌측은 시어골길) 을 따라 내려가니 공동우물 직전에 좌측 골목으로 등산로 안내가 보인다. 골목을 가면서 우측에 보이는 능선이 봉황산 오르는 길. 밭 옆에 이정표가 있고 소나무 숲으로 올라서니 작은 정상석이 있는 봉황산 정상. 모교인 공주대부중고 뒷산이며 어린 시절 뛰어 놀았던 추억의 뒷동산. 사방은 온통 소나무 푸른 숲.

 

           <골목길 따라 내려서면 좌측에 등로 안내 표시가 보인다>

 

              <봉황산 초입 이정표>

 

 

              <봉황산 정상>

 

해발 148m의 정상에서 잠시 쉬다가 공주포교당 방향으로 하산. 정상 옆 중계소 시설물 앞에 있는 등로(이정표의 법원 방향)를 따라 내려오니 곧 법원 갈림길. 계속 직진하면 공주포교당 담장 길이 나온다. 추억의 짧은 산행 완료

 

           <이정표의 법원 방향으로>

 

              <소나무 숲길>

 

              <포교당 옆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