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계마을에서 동강마을까지 -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길
* 산행일: 2011년 5월 29일(일)
* 답사 경로 및 시간: 금계마을(9:42)~의중마을(9:56)~용유교(11:01~11:13)~세동마을쉼터(11:33)~ 세동마을(11:53)~송문교 입구(12:17)~지리산청정낙원 중식(12:25~12:45)~운서마을쉼터(12:55)~ 구시락재(13:19)~동강마을(13:32)
<걸은 시간 3시간 50분>
함양여행 둘째 날, 지리산둘레길 4코스를 걷는다. 개평마을의 정일품농원에서 4코스 시작 지점인 금계마을로 출발. 함양에서 24번 도로를 따라 남원,인월 방향으로 가다 '지리산' 이정표가 있는 조동삼거리에서 613번 지방도로 좌회전.
이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오른 길, 꾸불꾸불 지안재와 지리산관문 도재를 지나 금계마을에 도착한다. 길 자체 풍광이 좋은 데다 지리산을 조망할 수 있는 오도재가 있으므로 일부러라도 들러야 하는 아름다운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중 하나 지안재(제한재)>
<오도재의 지리산제1문>
지리산길 함양구간은 3코스 고동재에서 시작되어 5코스 방곡마을에서 마치게 되니, 4코스만 온전한 함양구간. 4
코스는 경남 함양군의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과 휴천면 동강리 동강마을을 잇는 11km의 지리산 길. 엄천강을 따라 6개의 지리산 산중마을을 지나게 된다.
가끔 보는 '1박2일' 프로그램에서 지금은 병역문제로 출연하지 않는 MC몽이 걸었던 길.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 다른 코스 걸어본 경험으로 볼 때 널널하게 편하게 걸으면 그 정도 걸릴 게다.
<4코스 시작지점의 이정표>
지금은 폐교된 의탄분교 자리에 주차하고 함양 지리산둘레길안내센터(055-964-8200)에서 둘레길 안내지도까지 하나 받아 들고 출발. 금계에서 의평마을 가는 의탄교를 건너 의중마을로 향한다. 이 길이 칠선계곡 가는 길. 그런데 날이 이리 더우니 오늘은 땀 좀 나겠다.
강을 건너니 우측에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는 의평마을 쉼터가 보인다. 둘레길은 좌측 방향. 숲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 의중마을 길 안내표시가 되어 있다.
<의탄교를 건너 둘레길 출발>
<의중마을 가는 숲길, 주변엔 애기똥풀이 노랗게>
잠시 가파른 숲길. 꽤나 큰 죽순이 삐죽삐죽 솟아 있는 대나무 숲을 지나니 의중마을 당산쉼터. 의중마을은 “고려시대 의탄소(義灘所)라는 지방특산물 탄(숯, 灘)을 중앙에 공납하기 위해 만들어진 특수행정구역인 소(所)였다는 유래에서, 가운데 있는 마을이라 의중이라는 이름의 내역을 갖고 있다”고 한다.
<죽순이 자라는 대숲을 지나 의중마을>
마을에 들어서니 다시 느티나무 당산나무. 바로 아래가 벽송사 가는 갈림길이다. 벽송사는 판소리 변강쇠전의 무대이기도 하고 6.25 당시 빨찌산 야전병원으로 이용되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는 곳. 벽송사는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둘레길에서도 제외되고 오늘 둘레길 걷기를 마치면 바로 귀경할 생각이니 이번에도 어렵겠다.
원래 둘레길 4코스는 벽송사를 거쳐 송대마을로 길이 나 있었으나 둘레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농작물 피해를 보게 되자 일부 주민들 반대로 엄천강을 따라 바로 세동마을로 가는 것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 길을 걷되 조심해야 할 것, 아니 온 것처럼 흔적을 남기지 말 것. 여기 갈림길에서 무심코 직진하기 좋은데 직진하면 벽송사 방향, 둘레길은 좌측 길이다.
<의중마을 당산쉼터>
벽송사 갈림길 - 용유담 가는 길은 좌회전
좌측 마을 길을 따라 가는데 길옆 감자 밭에 보라색 감자꽃이 한창이다. 흰 감자꽃만 보다가 보라색 꽃이 신기해 보고 있으니 마을 사시는 분이 겉은 보라색이고 속은 노란 신 품종이란다.
마을을 지나니 왼쪽으로 관음상이 보이고 우측 작은 저수지는 찔레꽃이 둘러싸고 있다. 오늘은 찔레꽃과 노란 애기똥풀이 지천. 조금 더 가니 풍광이 그림같이 아름다운 엄천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엄천강을 따라 용유교까지 1시간 정도 숲길을 걷는 것. 4코스는 이 길이 가장 걷기 좋다.
엄천강 따라 가는 그윽한 숲길. 울창한 숲은 하늘을 가리고 기암기석 사이 맑은 물이 흐르는 엄천강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그윽한 숲길에 오가는 사람도 별로 없는 호젓한 길. 천천히, 온 숲을 마음껏 느끼며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된다. 곧 길은 산 등성이를 넘는다.
이 길이 끝나면 용이 놀던 용유담이 나오겠지. 그리고 땡볕에 포장도로를 걸어야 하니 이 시원한 숲길이 그리워질 게다.
<엄천강>
<바위에 뿌리 내린 강인한 생명력이 울창한 숲으로>
<이 돌계단을 내려오면 용유담>
용유담 옆 도로에 내려서니 왼쪽에 화장실이 있고 반야정사 표석이 보인다. 그리고 엄천강을 건너는 용유교. 용유담 설명문을 보니 “엄천강의 상류에 있는 용유담은 마천면과 휴천면의 경계이고, 9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용유교에서 강을 내려다 보니 상류 쪽으로 자라바위가 보이고 기암괴석과 맑은 물이 어우러져 수려한 풍광이 펼쳐진다. 강 아래 낚시하는 사람, 벌써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으니 계절이 벌써 이만큼 왔던가?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쉬고 있던 단체산행객들은 계속 길을 갈 것인가, 여기서 마칠 것인가 고민들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뻔한 결론, 날씨까지 더우니 그만 포기하게 될 게다. 개인적으로 온 사람들은 마천택시(055-962-5110)를 부르면 될 것(화장실 앞에 10분이면 도착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용유담을 둘러보며 잠시 쉬다 모전마을 방향(우측)으로 뜨거운 도로를 걷는다. 금계마을에서 용유담까지는 그윽하고 편한 숲길인데 이제는 뙤약볕 아래 도로를 걷게 된다.
MC몽과 찍은 사진이 걸려있는 모전마을을 지나 계속 도로를 따라 걷는다. 아까 단체 산행객들은 그만 포기하고 버스를 타고 돌아갈 모양이다. 그런데 앞서 걸었던 사람은 저만큼 가버렸으니 어쩐담. 되돌아오는 사람들 인상이 잔뜩 구겨져 내려온다.
더운 도로를 걷는데 길가 노란 애기똥풀과 찔레꽃이 계속 따라온다. 그런데 둘레길 안내도 없고 앞뒤로 걷는 사람도 없고, 이 길이 맞는 건가? 슬며시 걱정이 된다. 항상 이런 것이 문제, 같이 있지 못하면 불안해지는 것.
<용유담에서 모전마을 가는 길>
조금 더 걸으니 역시 MC몽 사진이 붙어 있는 쉼터(세동마을). 두 부부가 자리를 잡고 쉬고 있다. 창원에서 온 부부는 전국 대부분 산을 가봤고, 2차로 섬 산행도 마치고 이제 둘레길을 찾아 걷는단다. 많이 다닌 그들이 부럽지만 한편으론 난 갈 곳이 많아 다행이다.
다른 부부는 어제 서울에서 내려와 창원마을에서 잤는데, 쏟아져 내리는 별빛에 감동했다고. 그런데 난 어제 정일품농원에서 개구리 소리만 실컷 들었지 하늘에 별빛이 별로였는데! 부침개도 얻어 먹고 캔 커피도 하나 사 마시며 쉬다가 출발. 쉼터 아주머니는 여기부터가 세동마을이란다.
<세동마을 쉼터가 보인다>
도로를 따르니 곧 세동마을(송전마을). 세동마을은 지리산 산촌마을로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닥종이 생산지였다고 한다. 여기서 다시 단체 탐방객들과 마주친다. 이분들은 벽송사에서 송대마을로 내려온 모양이다. 어느 아주머니는 무엇에 쓰려는지 길가 찔레꽃을 열심히 봉지에 따 담는다.
평산신씨 효자비각 앞을 지나니 좌측 엄천강에는 래프팅하는 사람들 모습. 세동마을에서 송문교까지 계속 포장도로라 천천히 쉬면서 걷는다. 길가 뽕나무에 오디 열매가 보여 몇 개 까맣게 익은 것을 따먹어보니 과연 달콤한 맛. 지나던 다른 사람들까지 우르르 달려든다.
<세동마을>
<평산 신씨 효자비각>
송문교 입구를 지나(송문교는 건너지 않는다) 작은 임도를 따른다. 여전히 포장된 길. 왼쪽에 지리산청정낙원 건물이 보인다. 사슴농장을 겸영한다는 이곳에서 사슴고기 육개장으로 점심을 해결하려 했는데 내려가보니 이런, 문이 닫혀 있다. 일요일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일까? 앞 벤치에 앉아 간식으로 대충 점심을 때우고 출발. 아래 내려다보이는 엄천강 조망이 좋아 한번 들러볼 만하다.
<송문교 입구를 지나 임도로>
<지리산청정낙원에서 쉬다가>
다시 임도로 나와 오르막 길을 걸으니 정자가 있는 운서마을 쉼터. 둘레길 안내도가 보인다. 곧 운서마을, 운서마을은 휴천면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는 가장 좁은 마을이란다. 안온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풍경. 이제 구시락재를 지나 동강마을에 내려서면 오늘 둘레길은 마무리를 하게 된다.
구시락재 가는 길은 완만한 오르막길. 그런데 땡볕 아래 걷는 것이 쉽지는 않다. 곧 쉼터가 있는 구시락재. 이곳은 조선 성종 때 유학자 김종직이 지리산을 오르고 쓴 유두류록에도 나오는 아주 오래된 옛길이란다. 쉼터에서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으려 했더만 아쉽게도 음료수만 있단다.
구시락재에서 동강마을을 내려다 본다. 길을 따라 가면 산 아래, 강 옆에 작은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고개에서 동강마을로 이어진 길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그렇구나, 길이 바로 생명이구나. 이렇게 길은 마을과 마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살게 해주는 거구나. 다시 생명의 길을 걸어 이제 동강마을로 향한다.
<운서마을 쉼터>
<구시락재로 오르면서 운서마을을 돌아보고>
<구시락재에서 보는 동강마을>
<구시락재>
구시락재를 내려서면서 보는 동강마을도 전형적인 농촌 풍경. 산 아래 아담한 집들과 좁은 논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크고 작은 다랭이논을 많이 보게 된다. 농토가 부족해 먹고살기 힘들었으니 한뼘이라도 경작지를 늘리기 위한 투쟁이 좁은 다랭이논을 만들었을 게다. 지난한 삶의 과정...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그렇게 오랜 세월을 지지 않고 버텨왔다. 그래서 오늘 우리 모습이 있는 것.
논이 좁아서인지 이앙기를 쓰지 않고 손으로 직접 모내기 하는 모습이 보인다. 요즘은 보기 쉽지 않은 모습. 근데 일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연세가 드신 분들. 등산복 입고 놀러다니는 자신이 부담스러워 발걸음을 빨리 하게 된다.
<좁은 다락논에 모내기가 한창>
마을로 내려오니 우측에 팽나무 쉼터가 보인다. 동강마을 당산 쉼터. 김종직의 유두류록에 이곳 당산 쉼터를 화암(花巖)이라 기록해 놓았고, 김종직 선생 일행은 “함양 관아를 출발 엄천을 지나 이곳 화암에서 쉬고 지리산 둘레길 구시락재를 넘어 지리산 산행을 했다”고 한다.
쉼터를 둘러보고 마을로 내려가니 '폼 나게 지은 화장실'이 있고 옆에 이정목이 보인다. 4코스 종점이자 5코스 출발지점. 오늘 걷기는 여기까지. 여유 부리며 많이 쉬면서 걸었는데도 4시간이 채 안 걸렸다. 혼자 걸었으면 세 시간 정도면 충분했겠다.
<동강마을 쉼터, 화암>
<여기서부터 5코스가 시작된다>
슈퍼에서 버스 시간도 확인하고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먹고 느긋하게 느티나무 아래 쉼터에서 휴식. 오늘은 손님이 별로 없는지 쉼터 옆에는 택시 몇 대가 한가하다.
택시 기사분은 어제(토요일) 5코스 가는 관광버스가 20대가 넘었단다. 5코스가 가장 인기가 있는 건가? 그 인원이 다 몰려가면 둘레길이 완전 장터겠네. 호젓한 길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뭐 어쩌랴, 사람 사는 세상은 그래야 하는 것.
이제 금계마을로 돌아가기 위해 엄천교를 건너 원기마을로 간다. 함양 버스터미널에서 원기(동강), 금계마을을 거쳐 추성마을 가는 버스가 거의 30분 간격으로 있어 4코스는 굳이 승용차를 갖고 오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겠다.
동강에서 금계마을까지 택시요금은 12,000원. 오늘은 그냥 버스를 이용한다.
정류장(버스 시간표 안내) 건너편에서 버스를 타고 15분 정도 걸려 금계마을로 돌아가 귀경. 1박 2일의 여행을 마친다. 다음엔 5코스로.
<동강마을에서 엄천교를 건너 원기마을로>
함양가는 원기마을 정류장 - 금계가는 버스는 사진에서 보는 정류장 건너편에서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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