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댓재에서 백복령까지 - 비,안개와 함께 한 13시간
* 산행지: 댓재~두타산(1353m)~청옥산(1403.7m)~고적대(1353.9m)~갈미봉(1260m)~이기령~상월산(970.3m)~백복령
* 산행일: 2,011년 9월 17일(토), 비와 심한 안개
* 산행 경로 및 시간: 댓재(3:11)~햇댓등(3:28)~통골재(4:39)~두타산(5:40~5:50)~박달령(6:34)~ 청옥산(7:21~7:44)~연칠성령(8:10~8:20)~고적대(8:56)~갈미봉(9:57)~이기령(11:26~11:35)~ 헬기장(11:58)~상월산(12:16)~원방재(12:49)~헬기장(13:55)~삼각점봉(14:40)~백복령(15:56)
<산행시간 12시간 45분 (중식 및 휴식 약 1시간 10분 포함)>
* 산행거리: 댓재~6.1km~두타산~3.6km~청옥산~2.3km~고적대~6.6km ~이기령~1.0km~상월산~9.0km~백복령
(도상거리 28.6km)
오랜만의 무박산행, 오늘은 댓재에서 이기령을 지나 백복령까지 가는 긴 구간인데다 능선 높낮이까지 심해 쉽지 않은 길. 해발고도가 높아 중간에 끊어서 산행하기보다는 한꺼번에 주파하게 되는 것. 도상거리가 28.6km이니 실 산행거리는 30km가 훨씬 넘는다. 그래서일까 산악회 버스는 평소보다도 빈 자리가 훨씬 많다.
댓재에서 출발하여 이기령에서 이기동으로 하산할 것인지, 백복령까지 내처 갈 것인지 설왕설래하다 결국 각자 판단에 맡기기로 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대부분 일행들이 이기령에서 하산하지 않고 상월산을 넘어 백복령까지 28km가 넘는 긴 구간을 선택한다.
<댓재 조형물 - 현재 기온은 16도>
동해IC를 나와 424번 도로를 달려 새벽 3시 조금 지나 들머리 댓재 도착. 댓재는 삼척시 미로면에서 하장면으로 가는 해발 810m의 고갯마루. 지난 번 황장산 구간 때는 댓재 표석 옆으로 갔는데 오늘은 건너편 두타산 산신각 방향이다.
산신각 옆으로 가지 않고 좌측(서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니 이정표가 보인다. 햇댓등 0.9km, 두타산 6.1km, 아마 3시간 정도면 두타산까지 갈 수 있을 게다.
<댓재에서 출발 전>
<댓재 들머리 이정표- 두타산까지 6.1km>
어둠 속에 두타산으로 가는 길. 고요한 숲을 묵묵히 줄을 지어 오른다. 방해 받지 않는 상념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만 먼 길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 햇댓등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
댓재에서 17분 걸려 이정표(두타산 5.2km, 댓재 0.9km)와 청타산악회 표석(두타산 3시간, 댓재 30분)이 있는 햇댓등에 올라서니 등로는 좌측으로 크게 휘어 경사가 급한 내리막길로 이어진다.
이런, 올라온 길을 금세 다 까먹겠다. 꼭 댓재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지니 혼자 왔으면 ‘알바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좀 불안해지지 않았을까? 금세 몸이 더워져 자켓을 벗는 사이 일행들은 저만큼 멀리 가버렸다.
<햇댓등 이정표>
졸지에 혼자 가는 길, 어느새 앞뒤 모두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잠시 어둠 속 고적감! 혼자 대간을 뛰는 사람들은 이 외로움과 두려움을 어떻게 견뎌 낼까? 백두대간을 하면서 룰루랄라 즐겁게 걷는 사람은 드물 게다. 깊은 숲 속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결국 자기와의 싸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열정이 존경스럽다.
10분 정도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길이 완만해지고 다시 이정표(두타산 5.1km)가 보인다. 그리곤 다시 완만한 오르막길. 여기서 다시 일행들을 따라 잡는다. 들머리부터 최후미로 따라왔으니 쳐지기 딱 좋은 상태. 하지만 서두르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긴 내리막길을 내려서서>
명주목이로 짐작되는 굵은 소나무가 있는 봉우리에 올라서니 잠시 순한 능선이 이어지고 다시 가파른 길. 1032봉을 우측으로 우회(이정표 두타산 3.9km, 댓재 2.2km)해 완만한 길을 걸으니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는 삼각점봉이 나온다. 어둠 속에서 멀리 동해시 불빛이 조금 보인다. 이것이 아쉽게도 오늘 본 조망의 전부.
내리막길을 내려오니 통골재(목통령). 이정표는 두타산 2.2km, 댓재 3.9km. 청타산악회에서 설치한 화강암 표석에 댓재 1시간 30분, 두타산 1시간 30분이라고 표기해 놓았다.
<아마 명주목이>
<삼각점봉>
이제부터 급경사 오르막길. 1241봉 허리를 우회하여 지나니 잠시 완만한 길. 이제 오르막길을 지나면 두타산 정상이다. 두타산은 골 때리는 산이 아닌 불교적 수행방식인 두타행에서 따온 말.
두타는 산스크리트어의 두타(dhuta)를 음역한 말로 모든 번뇌를 벗어버리고 몸과 마음을 수련하는 것. 견디기 어려운 고행을 참고 행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오늘 걷는 길은 아미타경에서 말하는 극락의 칠보 중 하나인 청옥과 함께 불교적 세계관을 걷는 길. 두타행으로 모든 번뇌를 떨구고 열반에 드는 것인가?
급경사 오르막길을 걸으니 채 어둠이 가시지 않은 두타산(1,353km), 두타산은 삼척과 동해시 시계가 된다. 댓재에서 2시간 30분 걸렸으니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빠르게 걸은 것. 무덤 옆에 상석이 있고 이정표(청옥산 약 3.7km, 무릉계곡관리사무소 6.1km). 이런 높은 산에 조상을 모신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정성이다.
산 허리에 운무가 짙게 오르고 있는 걸 보니 오늘 조망은 역시 글렀다. 비나 많이 오지 않으면 다행. 잠시 쉬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길을 걸어 이제 청옥산으로 출발. 그래도 사위가 분간되어 랜턴은 배낭에 넣는다.
<이정표 뒤로 정상석이 어둠 속에서>
<멀리 청옥산 허리에는 운무가 몰려들고>
정상에서 좌측 방향으로 가파른 길을 내려오니 예상대로 안개가 스멀스멀 몰려온다. 이제 안개 숲 산책. 두타산 일출은 이제 기대난. 두타산 능선에서 일출을 만나 빌고 싶었던 비원은 마음 속으로만 간직해야겠다.
왜 그리 고통스런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비원은 계속 생겨나는 걸까? 그래서 수행과 정진이 필요한 것.
어느새 아침이 왔고, 가파른 길을 내려와 다시 완만한 오름길. 곧 두타와 청옥을 가르는 안부 박달령(두타산 2.3km, 청옥산 1.4km)에 내려선다. 우측 무릉계곡 방향으로는 우천시 위험하니 댓재로 하산하라는 안내판. 비가 오면 계곡물이 불어나 안전하게 댓재로 하산하라는 것.
박달령을 통과해 오름길을 지나 암릉을 좌측으로 우회해 문바위재(청옥산 1.1 km, 두타산 2.5 km, 번천하산길) 도착. 청타산악회의 표석은 두타산 1시간, 청옥산 30분. 이제 청옥산이 멀지 않았다.
박달령>
문바위재에서 청옥산 가는 가파른 오름길을 걷는다. 학등에 올라서고 정상은 지척이다. 학등은 학이 사는 고개일까 아님 학 모양일까?
학등을 지나니 곧 청옥산 정상(1403.7m), 오늘 산행에서 고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정표는 고적대 약 2.3km, 두타산 약 3.7 km, 무릉계곡 관리사무소 6.7 km.
청옥산 안내판을 보니 “북으로는 고적대, 동으로는 두타산과 연결되어 있는 해동삼봉 중의 하나로 예로부터 보석에 버금가는 청옥이 발견되고 약초가 많이 자생함에 청옥산(靑玉山)이라 불리웠다 한다”고 안내되어 있다.
<학등 이정표>
<안개 숲으로 가는 길>
청옥산 정상은 넓은 공터 헬기장. 좌측으로 샘터 방향 안내가 보인다. 50m 정도 내려가니 샘터. 물이 차고 달다. 여기서 마루금은 우측으로 꺽이는 통신시설 옆길. 직진하면 중봉으로 빠지게 된다.
근처 숲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오지도 않고 크게 젖지도 않을 것 같아 배낭커버만 씌우고 그냥 출발. 가는 비가 내리는 숲은 짙은 안개가 점령군이고 주인이다.
<이정표 옆으로 마루금이 이어진다>
청옥산에서 연칠성령으로 가는 내리막길. 순한 길을 따라 가니 작은 돌탑과 이정표, 연칠성령 유래 안내판이 있는 연칠성령이다. 유래 안내를 보니 “삼척시 하장면과 동해시 삼화동을 이어주는 고개로 난출령이라고 한다”고 되어 있다.
일행이 안내판을 보면서 유래를 설명하려면 연칠성령에 대한 설명을 해 주어야지 엉뚱한 안내만 되어 있다고 지적. 맞는 말이다. 이름(蓮七星嶺) 그대로 해석하면 “연꽃과 일곱 개 별 고개” 이름이 멋지기는 하다만 아무래도 어색하다. 누군가 얘기한 대로 칠성폭포에서 이어진(連) 고개가 맞지 않을까.
<연칠성령>
연칠성령에서 한참 쉬다 고적대로 출발. 여전히 사방은 안개 숲이다. 고적대 0.5km 이정표를 지나면서 암릉지대가 나오더니 가파른 오르막길이 시작된다. 우측은 커다란 바위지대, 하지만 고적대 주변 기암괴석들은 전혀 모르고 지나간다. 바위에는 초가을을 알리는 쑥부쟁이, 구절초가 한창, 그냥 지나기가 아쉬워 한참 눈길을 주다 떠난다.
곧 좁은 정상의 고적대(1353.9m). 고적대 설명문을 보니 “동해시, 삼척시, 정선군의 분수령이며 의상대사가 수행. 청옥두타산과 아울러 해동삼봉이라 일컬어지며 신선이 산다는 무릉계곡의 시발점이 되는 명산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삼척 땅을 떠나 우측은 동해시 삼화동, 좌측(서쪽)은 정선군 임계면. 마루금을 걸으며 처음 정선 땅을 만나게 된다.
<고적대 오르는 길>
고적대 우측은 신선들이 산다는 무릉계곡.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무릉계곡을 싸고 서북 방향으로 도는 길. 이제 길은 동북 방향으로 변한다. 이곳에서 보는 무릉계곡 조망도 일품인 텐데 사방이 온통 안개 숲이니 조망이고 뭐고 아무 것도 없다.
이 구간은 두타,청옥,고적대라는 명산이 선경을 이루는 곳인데 안개가 이리 심하니 무슨 소용. 그래도 시원한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주니 그나마 다행. 의자가 놓여 있는 조망대 역시 그냥 지나치고 고적대삼거리를 지난다.
<고적대의 마가목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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