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빛 찾아 인왕산으로 (서대문역~인왕산~창의문~경복궁역)
* 산행일: 2,020년 10월 20일(화), 흐림
* 산행경로: 서대문역(10:38)~인왕산공원~정상(11:50~12:06)~윤동주시비~창의문(12:42)
<총 산행시간 2시간 4분(널널하게, 휴식 등 포함)
* 산행거리 4.13km
오늘 인왕산 산행 기점은 서대문역, 강북삼성병원 앞 서대문 돈의문터에서 시작해 삼성병원 우측 도로로 올라 서울성곽 따라 걷는 길. 인왕산 정상 지나 창의문으로 하산하면 서울성곽 내사산(內四山) 줄기 일부를 걷는 것. 여유 있게 걸어도 두 시간이면 충분한 코스.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내사산 줄기를 따라 도성(都城)인 서울성곽을 쌓았다. 내사산은 주성인 북악산(342m)과 좌청룡 우백호인 낙산(125m), 인왕산(338m) 그리고 남주작인 목멱산(남산, 262m).
* 한양도성을 둘러싼 외사산(外四山)은 북한산, 행주산성이 있는 서쪽 덕양산, 동쪽 아차산, 남으로 관악산
근데 백성 괴롭혀 성만 쌓으면 뭐하나. 외적이 쳐들어 오면 방어는 생각도 못 하고 매번 도망가기 바빴는데. 안에서는 피 터지게 싸우고, 외부의 적에는 무능한 건 예나 지금이나 어쩌면 그리 똑 같을까.
하긴 서울성곽은 전쟁 시 방어용이라기보다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담장 역할이 더 컸다고 한다. 그래도 담장 치고는 시설이 너무 거창해.
서울시교육청 지나 월암근린공원, 우측 서울성곽이 보인다. 곧 ‘고향의 봄’ 작곡가 홍난파가옥. 독일 선교사가 지었다는 건물. 홍난파는 친일이력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그가 남긴 주옥 같은 작품들 가치야 어디 가랴.
사악하고 무자비했던 일제 강점기를 생각하면 그 때 살았던 인물들 함부로 비판하기 어렵더라. 생각해 보라. 이 자유로운 세상에서, 정의로운 척 입만 살았던 사람들이 또 그 가족들이 처신을 어떻게 했는지. 내로남불은 잘난 사람들한테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겠지. 반미주의자가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고, 특목고 폐지를 주장하는 잘난 자가 자기자식은 특목고 보내는 게 인간 아니던가. 인간은 그렇게 처신하기가 힘들다.
집 뒤로 보이는 인왕산 범봉과 정상부 수려한 바위 경관이 장관이다. 이제 고운 가을 빛과 함께 저 절경 속으로 들어간다. 인왕산은 그렇게 여러 번 올라도 늘 새롭고 좋다, 게다 편하게 오를 수 있으니 정말 '가성비'가 좋은 곳.
홍난파가옥에서 도로로 내려서 바로 우측 새문안빌라 방향 골목으로 들어선다. 골목 좌측으로 가 유신빌라 앞에서 우틀. 골목 나가면 양의문교회 나오고 바로 인왕산공원 입구.
인왕산 공원 입구, 등산안내도 잠시 둘러보고, 가을 꽃이 한창인 성곽 옆길 따라 오른다. 코스모스도, 노란 금불초도 한창이다.
성벽 뒤로 인왕산이 보이고, 좌측에는 봉수대가 있는 안산, 우측은 수도 한양의 주산 북악산.
곧 인왕산 들머리가 되는 무악동입구. 길 건너 등로입구에서 성벽 안쪽과 밖으로 나가는 갈림길, 성벽 밖으로 나가 걷는다. 성벽 밖으로 걸으면 아무래도 한적해 좋다. 오늘은 선바위 보는 건 생략.
범바위 좌측 끝에 붙어 있는 바위는 괜찮을까나. 곧 무너질 것 같은데...
무악동 갈림길 이정표 지나 다시 성벽 안으로 들어와 가파른 오름길. 날이 더워 한쪽 쉼터에서 룰루랄라 한참 쉬다가 간다.
범바위 쪽으로 올라서니 이제 정상은 바로 지척. 거대한 암봉 정상부 모습이 절경이다. 인왕산 전체가 거대한 화강암 바위 덩어리 아닌가 싶다.
이제 정상부 수려한 경관 보며 걷는 길. 정상 봉우리 오른쪽 암벽이 중종비 단경왕후 신씨 일화가 전해지는 치마바위
연산군을 폐위시킨 박원종 등 반정세력은 중종 비 단경왕후가 연산군 처남 신수근의 딸이란 이유로 중종에게 폐위하도록 압력을 넣어 단경왕후는 왕후가 되고 7일만에 궁을 나와야 했다. 단경왕후를 내보낸 중종이 신씨를 그리워한다는 얘기를 듣고 단경왕후가 집 뒤에 있는 바위에 즐겨입던 다홍치마를 내걸었다는 것. 그래서 치마바위.
후일(1544년 11월) 중종은 병환이 깊어지자 폐비 신씨(단경왕후)를 궁으로 불러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고 그날 밤 숨을 거둔다. 왕이 되었지만 조강지처 하나 지키지 못 하고, 평생 그리움을 간직하고 살았던 것.
하긴 중종은 반정세력에 의해 왕이 되긴 했지만 정작 실권은 없었고, 박원종이 들어오면 놀라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무서워 했다고 한다. 나중 박원종 등 중심인물들이 죽으면서, 물론 자연사, 겨우 왕권을 그나마 회복하게 된다. 그러니 왕 노릇도 힘이 없으면 스트레스만 받았던 자리.
가파른 암릉 길 올라 삿갓바위가 있는 수도 한양의 우백호 인왕산 정상 도착. 서대문역에서 2.65km, 1시간 12분 걸려 도착, 널널하게 쉬면서 올라온 시간.
정상 삿갓바위는 아들을 기원하는 기자석인 부침바위. 부침바위란 바위에 돌을 붙이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 하여, 돌을 문질러 홈을 만들어 돌을 붙였다는 바위. 그래서 돌이 패여 있는 것.
수도 한양의 우백호인 인왕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산수화 단골소재였고, 풍류를 즐겼던 한량들의 유람처. 인왕제색도는 비 온 뒤의 인왕산에 안개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그린 그림.
게다 수림이 울창해 조선 태종 때에는 인왕산 호랑이가 경복궁 내전까지 출몰했을 정도 였다 한다. 그러니까 성벽 주변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얘기. 성 생활도 불안했겠네. 지금 모습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 당시 활이나 창으로 호랑이 잡던 특수부대 '착호갑사'는 호랑이 잡느라 고생 좀 했겠다.
인왕산 정상은 사방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조망이 일품인 곳인데 오늘은 미세먼지가 심한 날. 그래도 정상에서 보는 조망이야 어디 가랴. 지나온 성곽 길, 그리고 북악산으로 향하는 길이 아름답게 펼쳐지고, 수려한 기차바위 능선과 그 뒤로 보이는 북한산 보현봉 모습, 그리고 서울시가지 모습까지 잠시 조망을 즐긴다.
이제 하산 길,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좌측 기차바위가 보이는 곳으로 진행. 창의문이 있는 자하문고개로 가는 것.
기차바위 갈림길(창의문 1.4km 이정표). 기차바위 쪽으로 나가면 홍제동 개미마을로 갈 수 있다. 거긴 벽화가 볼만 한 곳. 개미마을이나 가볼까 생각 하다 그냥 창의문으로 직진.
갈림길 지나니 곧 한양도성 부부소나무를 만난다. 뿌리가 다른 두 그루 나무 줄기가 이어져 있는 연리지.
‘윤동주 시인의 언덕’ 지나 창의문이 있는 자하문고개 도착.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 북소문으로 자하문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고, 인조반정 당시 반정군은 이 문을 통해 들어가 창덕궁을 장악했다고 한다.
여기 자하문고개에서 가을 날 기분 좋았던 오늘 산행 종료. 서대문역에서 4.13km를 2시간 4분 동안 걸었는데, 놀며놀며 느긋하게 걸은 시간.
근처 자하손만두에서 점심 먹고 경복궁 쪽으로 걸어 내려온다.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지나 경복궁역 도착. 오늘 도보여행 여기서 종료!
'산행 기록 > 200대 명산 (명산 100+)'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야 명산100+ 주금산 최단코스, 불기고개에서 정상으로 (0) | 2020.12.23 |
---|---|
블야 명산100+ 용인 광교산, 고기리 산사랑음식점에서 시루봉 왕복 (0) | 2020.12.15 |
블야 명산100+ 경주 단석산, 신선사 지나 최단코스로 (0) | 2020.12.03 |
블야 명산100+ 괴산 군자산, 소금강주차장~정상~도마재 (0) | 2020.12.03 |
블야 명산100+ 양구 사명산/선정사에서 최단코스 산행 (1) | 2020.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