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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 ⑩] 넷째 날 – 보드가야 영산재 & 보드가야 시내구경

카페인1112 2020. 12. 27. 19:58

[인도성지순례 넷째 날 ] 보드가야 시내 구경 (11/1, )

 

길가 꽃 공양물 파는 소녀들, 날 노려보는 건 아니고...

 

  보드가야의 아침

 

  오늘은 예정시간보다 좀 일찍 잠이 깼다. 조식 전에 잠깐 주변을 돌아보려고 호텔(Anand 인터내셔널호텔)을 나선다. 낯선 곳 더구나 이곳은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 아침 풍경에 대한 기대로 길을 나서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밖으로 나가려던 일행 한 사람이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온다. 무슨 일인가 하고 나가보니, 이런! 호텔 마당 입구에 손님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다. 발우 들고 시주를 바라는 승려들, 연꽃 같은 꽃다발 파는 사람들, 구걸하는 사람들은 더 많고.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큰 과제인 것.

 

  일단 달려드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과감하게 뚫고 나섰는데 바로 호텔 부근 길가는 그냥 냄새가 고약한 쓰레기장이 되어 있고 거기에 돼지 떼들이 먹이를 찾아 연신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누군가 인도 길거리는 그냥 쓰레기장이라고 했는데, 왜 그런 표현을 했는지 실감나는 순간. 매연과 먼지, 짐승들의 분뇨, 인간이 버린 쓰레기와 노상방뇨, 이것이 현재 인도 길거리 현주소. 그런 악취와 쓰레기 더미가 일상이고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들, 아마 오랫동안 익숙하게 살아와 더러움에 관대하고 적응이 잘 돼 있는 것.

 

  그래서, 그런 환경이기에, 오히려 명상이나 수행에 능한 것인가? 인도에 빠진 사람들은 이런 내 태도에 대해 문화와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다른 의견 혹은 비판까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들 집안, 개인 공간은 그렇게 쓰레기장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

  기대했던 아침 산책은 포기하고 그냥 호텔로 돌아오고 말았다.

 

 

  보드가야 시내관광

 

  오늘은 보드가야 대보리사 성지에서 영산재가 열리는 날. 시간 계획을 보니 조식 후 합창단을 비롯한 행사 참여자들은 대보리사에 가서 9시부터 11시까지 예행연습, 나머지 사람들은 11시에 점심 먹고 대보리사로 이동 12시 반부터 영산재 참석. 즉 나 같은 사람은 오전에는 별도 일정이 없는 것.

 

  사실 출발 며칠 전에야 여행일정표를 보내달라고 연락해 받았고, 그것도 전일 영산재 참석’ '자유시간' 이 정도로만 된 일정표라 이렇게 널널한 자유시간이 있는 줄 몰랐다.

  사실 '여행일정표' 받고 황당했던 것이 순례 출발일이 내가 갖고(알고) 있는 팜프렛(신청서) 날짜에서 하루 앞 당겨져 있던 것. 일정표 받고도 출발일 확인을 안 하고 있다가 나중 발견하고 질겁, 출발일에 공항에 못 나갈 뻔 했다.

 

  조식 후 보드가야 여행 자료를 검색해 보니 마하보디사원 주변 말고는 별로 볼 게 없다. 다행히 호텔에서 와이파이가 터져 검색 가능.

  나중 여행에서 돌아와 확인해 보니 니련선하 건너 수자타탑까지 걸어서 다녀오면, 부근 수자타사원이나 마을까지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걸 몰랐다.

 

호텔에서 나와 대보리사 방향으로 도로를 걷는다.

  향림사 법공스님과 임교수님, 신도 몇 분과 함께 사원 주변 구경하기로 하고 호텔을 나선다. 사실 순례단에 혼자 꼽사리 꼈는데도 이분들이 워낙 편하게 대해 주어 덕분에 심심치 않게 여행을 했다. 룸비니에서 나오던 날 생일을 맞은 한 분에게 치맥이라도 내겠다고 큰소리 쳤는데 결국 기회를 못 만들고 빌 공자 공약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다녔던 곳이 주로 외곽 시골이라 그랬던지 우리나라처럼 시원한 생맥주 파는 치킨집 아무리 찾아봐도 못 찾겠더라. 스벅은 나중 델리에서나 볼 수 있었고.

 

 

  호텔에서 마하보디사원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 거리. 그런데 이 길 가는 것도 쉽지 않다. 도로를 따라 걷는데 아기를 안고 있는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을 것 같은 어린 꼬마 하나가 따라 붙는다. 타겟은 순하게 보이는 우리 일행 임교수님. 10루피 한 장 주니 동생을 가리키며 한 장 더 달라고 요구한다.

  인도 가는 곳마다 아주 어린 아이들까지 돈벌이에 나서고 있으니 다니기가 힘들 정도. 일행 몇 분은 아예 그게 불편해 안 내리고 버스에 머물곤 했다.

 

아찌! 그냥 가문 오똑해요?

 

  길거리 불교사원들, 시장 풍경, 사람들 모습들, 길거리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도 괜찮다. 사람들 사는 그대로의 모습이 더 친근하고 흥미를 주는 것. 과일가게, 릭샤 타는 사람들, 길거리 꽃 공양물 파는 어린 소녀들... 그리고 성도 성지답게 각 나라에서 온 승려들도 많이 보인다.

 

과일가게 푸짐하다. 그 앞 시골아낙네들 전통복장

 

   깨달음의 성지답게 각 나라에서 세운 사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 만나는 사원 현판은 왓타이(Watthai)라고 되어 있다. (Wat)은 타이나 라오스 등 동남아 국가에서 사원을 뜻하는 말. 그럼 태국 전통사원이라는 뜻일까나. 사원 입구 좌우에는 작은 좌판 비슷한 상점들이 죽 늘어서 있다.

 

  방글라데시 사원도 보이고, 중국 사원은 규모가 꽤 컸는데 대만사원일까? 한국 절도 어딘가에 있을 텐데 대로변이 아니라서 그런지 발견을 못 했다.

 

 

태국 절로 보이고
규모가 큰 중국 절인데, 타이완일 것 같다

 

  길거리 구경하다 기념품점에 들어가 님 치약 값 알아보니 자연성분 98% 짜리 12개 한 팩에 13불 달란다. 이거 조금 더 깎을 수 있겠다. 게다 다른 곳과는 가격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저렴.

 

 

  스벅 아메리카노 한잔 하고 싶어 주변 돌아봐도 이곳 보드가야가 촌이라 그런지 그런 류 커피전문점은 전혀 안 보인다. 치약 상점 옆에 있는 음식점 겸 카페가 보여 일단 들어가 가격 확인하고 자리를 잡는다. 옆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붉은 가사 입은 승려들이 단체로 들어와 있다.

 

  커피 한 잔에 45루피.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거기에 몇 프로인지 세금이 조금 더 붙었는데 어쨌든 한 잔당 천원이 안 되는 것. 주변 볼만한 것도 없고 이렇게 카페에서 죽치며 남들 구경하면서 떠드는 게 더 재밌는 게 사실.

 

 

 

  일행들은 점심식사 하러 호텔로 돌아가고 임교수와 둘이서 주변을 쏘다닌다. 특별한 볼거리야 없지만 그래도 길거리 풍물들 구경하는 맛, 그런대로 괜찮다.

  점심을 사 먹어야 하는데 길거리 음식점들 상황을 보니, 먼지와 소음 속에서 맨손으로 카레 찍어 먹는 데 이건 정말 자신이 없다. 둘러보다 택한 것이 결국 햄버거 집.

 

  햄버거에 콜라 한 잔 해서 240루피(햄버거 180+콜라 60루피), 5천원 정도 되는데 그런 대로 먹을 만 했다. 햄버거 내용물 수준 감안하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금액이니 이 나라 물가 생각하면 싸지는 않은 것.

 

 

과일 노점들이 많이 보였다

 

 

  저녁에 슬쩍 나와 한잔 하고 싶은 욕심에 처음엔 호프집(치맥 떠올려서) 찾아봤는데 없고, 다음에는 선술집이라도 있을까 두리번거렸으나 역시 없다. 술 파는 데도 없고 술 마실 데도 없다. 알고 보니 비하르주(Bihar주)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술을 마시거나 판매하는 게 불법이란다.

 

  다음 날 비하르주 주도인 파트나에서 1박할 때 호텔 벽에 그 내용이 붙어 있는 걸 보고 그제서야 알았다. 보드가야, 라즈기르, 바이샬리 다 비하르주에 속하니, 술 마시고 싶으면 다른 주로 넘어 가서 마셔야 하는 것.

 

 

  점심 먹고 마하보디사원 입구로 가니 일행들 릭샤가 막 들이닥치기 시작한다. 오늘은 사원 야외에서 하는 영산재라 그런지 그냥 신발 신고 입장한다. 대탑 내부나 부근만 신발을 벗는지 그냥 통과.

 

  어제처럼 카메라 소지 비용 2불(100루피) 내고, 마하보디사원 입장. 영산재 참석.

 

마하보디사원 입장
카메라 소지비용 100루피(2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