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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성지순례 ⑪] 넷째 날 – 깨달음의 성지 보드가야 영산재

카페인1112 2020. 12. 27. 20:01

[인도성지순례 넷째 날 ②] 보드가야 영산재, 대각성지 마하보디사원에서 영산재 봉헌 (11/1, )

 

 

  오늘은 깨달음의 성지 마하보디사원에서 영산재(향림불교 주관)를 봉헌 하는 날, 이번 순례 일정에서 가장 의미가 깊은 행사일 것.

 

  영산재는 부처님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신 모습, 즉 영산회상을 재현해 불보살님께 공양을 올리는 불교 의식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0호이자 2009년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

 

대보리사 경내 영산재 행사장
행사장 뒤로 대보리사와 보리수가 보인다.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법화경을 비롯한 대승경전을 설했다는 영취산, 줄여서 영산. 무수한 대중을 상대로 법화경을 설하신 모임을 영산회상, 그걸 그림으로 그린 것이 영산회상도, 그 현장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영산재.

 

  매일 부처님전에 예불 올리는 예불문에도 영산당시 수불부촉 십대제자 십육성 오백성 독수성~’이 나오는데 영산당시가 바로 이곳 영취산에서 부처님이 설법하실 때를 의미. 그만큼 부처님 생애와 교단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리라.

 

 

  순서에 따라 진행되는 의식이 꽤나 오래 걸린다. 도중 스님 한 분이 원래 영산재는 3일 밤낮을 걸려서 하는 의식인데 여건이 허락치 않아 줄이고 줄여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힘들어도 참고 의식에 참석해 달라는 것.

 

  여러 의식이 순서에 따라 진행되고, 중간 중간 음악, 춤 등 다양한 불교예술이 펼쳐진다.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하는 악기를 연주하고 바라춤으로 불법을 찬양해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것.

  또한 이 재를 통해 부처님의 공덕으로 돌아가신 영가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게 된다.

 

 

  한참 영산재 구경하다 눈치껏 빠져나와 대보리사를 둘러본다. 사실 영산재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했고 크게 관심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니까.

  나중 영산재 의미를 알아보고 나서 처음부터 꼼꼼하게 다 보고 기록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후회를 좀 하긴 했다.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니까.

 

  대신 그 시간에 성지 대보리사를 혼자서 실껏 돌아다니며, 맘껏 즐겼다.

 

그런데, 보니까 나만 땡땡이 친 게 아니었어. 일행들
봉헌탑 주변 개팔자가 상팔자?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했으니 쟤들도 깨달음의 기쁨을~

 

  어쨌든 덕분에 깨달음의 성지 대보리사 숨결을 제대로 느낀다. 시간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머물면서 음미하고 같이 느끼는, 성지 보드가야를 온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 된 것.

 

  혼자 돌아다니며 골고루 참배하고, 보리수 아래 앉아 기도도 하고, 사원을 돌며 탑돌이도 하고, 독경도 하고, 부처님이 성도 이후 49일간 머물며 선정에 들었던 7선처를 다시 돌아보며 그 감동의 발자취도 함께 느껴 본다.

 

 

  이건 그냥 여행하듯이 휙 설명 듣고 사진 찍고, 발도장만 찍고 가면 결코 느낄 수 없는 것. 꼭 연애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마음을 절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그냥 좋았다. 후일 덕분에 울컥하는 감동의 성지는 이곳 보드가야, 깨달음의 성지가 유일했다. 심하게 표현해서 이곳 보드가야에서의 울림이 없었더라면 정말 이번 여행을 후회할 뻔 했다.

 

 

  작은 욕심 부린 얘기 하나. 보리수 잎 한장 얻고 싶어서, 정말 기념으로 꼭 갖고 싶어서, 보리수 아래서, 입을 벌리고,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쉽게도 안 떨어지더라.

 

  깨달음의 나무에 손을 댈 수도 없고... 그래서 그 보리수 아래 다시 가고 싶다.

 

 

순례자들 정진 모습

 

 

  영산재가 끝나가면서 마하보디사원을 크게 도는 탑돌이를 한다. 의식에 참석한 전원이 스님들을 따라 석가모니불을 염송하며 마하보디대탑(대보리사) 탑돌이를 하는 것. 뒤쪽에서 졸래졸래 따라 가고 있는데 사람들 시선 집중. 이게 다른 사람들한테는 진귀한 구경거리가 되나 보다.

 

  오데서 왔냐고 다른 나라 말로 자꾸 물어봐서, 난 우리말로 대답한다. "한국에서 왔시유"

 

 

  탑돌이를 마치고 돌아와 모두 함께 어울려 성불하십시오하고 축원을 한다. 불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성불. ! 이 표현 오랜만에 말해본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헤어짐의 인사는 늘 성불하십시오였는데, 이 귀한 표현을 오래 잊고 살았다.

 

  깨달음을 향한 그 순수했던 열망도, 그때 소중했던 친구들까지 역시 오래 잊고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