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봄 산행 - 신록 우거진 봄숲이 한 폭의 고운 수채화네
* 산행지: 예산 가야산(678m)
* 산행일: 2020년 4월 14일(수), 맑음
* 산행 경로 및 시간: 가야산주차장(9:41)~상가리미륵불~옥양폭포~석문봉(11:31~11:42)~가야봉(12:35~13;05)~상가저수지~남연군묘~주차장(14:20) <총 산행시간 4시간 39분 (중식 및 휴식 50분 포함)>
* 산행거리: 9.78km (17,260보)
덕산도립공원 가야산(678m)은 예산군 덕산면과 서산시 운산면,해미면 경계에 솟은 충남 서부지역에서 높이가 가장 높은 산. 백제 때부터 상왕산(象王山)이라 불리다, 신라시대 이 산 아래 가야사가 세워지면서 가야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가야'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성도한 곳 인도 보드가야라는 지명에서 따온 것.
그런데 이 가야산이란 명칭이 유래된 천년고찰 가야사는 명당터를 고르던 몰락왕족 이하응, 훗날의 대원군 만행에 하루아침에 잿더미가 되고 만다. 당대 유명 풍수가였던 정만인이 하필이면 가야사 자리가 2대 천자가 나올 명당터라고 지목한 것.
당시는 안동 김씨 세도정치로 왕권이 흔들리고 왕족들이 기를 못 펴던 시절. 오죽하면 나무하던 강화도령 데려다 허수아비 왕으로 앉힐 정도였을까? 그런데도 왕족이랍시고 멀쩡한 가야사를 불지르고 그 자리에 부친인 남연군 묘를 이장한다.
명당 덕이었을까, 묘소 이장 7년후 얻은 차남 재황이 강화도령 철종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고종 순종 2대 천자가 나오면 뭐 하나? 지들끼리 싸우고 볶다 너무도 쉽게 나라를 왜놈들에게 바쳤고 대원군 자신은 며느리 민비와 권력다툼 하다 청나라로 끌려가는 수모까지 겪었다. 불쌍한 조선 백성들의 수난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지들 영화도 그리 오래 가지 못 했던 것.
하긴 발복을 기대하는 욕심이야 요즘도 마찬가지이니 대원군의 탐욕만 욕할 것도 아니다. 오죽하면 대통령 되겠다고 조상묘를 명당으로 이전했다는 소문이 여기저기서 나올까. 다들 추악한 권력욕의 화신들. 슨상님 소리 들을 자들은 아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권력을 쥔 자들 행태는 어쩌면 그렇게 똑 같을까? 그런데 명당으로 이장했어도 한 사람만 대통령 되고 나머지는 다 실패했다니 명당자리 과연 믿어도 되는 건가? 원래 명당은 살기 좋고 농사짓기 좋은 땅을 말하는 건데 이제는 발복만 욕심내는 걸로 바뀌었다. 이하응도 명당 덕이 아니라 세력 없는 왕족 고르려는 당시 정치 상황 덕분에 대원군이 될 수 있었겠지.
그러고 보니 대원군은 법주사 금동미륵불 훼손사건도 저질렀고, 안하무인에다 불교와는 악연이었네. 신라 혜공왕 때 진표율사가 청동으로 세운 큰절 법주사 랜드마크 미륵대불을 경복궁 중수 비용 충당하려고 주조한 동전인 당백전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훼손 한 것. 이후 법주사 미륵대불은 시멘트대불 거쳐 1990년 청동대불로 다시 세웠다.
- 가야산 산행 길
오늘 산행 들머리는 덕산도립공원 가야산주차장. 고덕IC 나와 덕산면 소재지와 옥계저수지를 지나니 곧 가야산주차장(주차비 무료, 화장실 깨끗함). 집에서 2시간 반 가깝게 걸렸다.
오늘 산행은 상가리마애불 보고 석문봉 지나 정상 가야봉 올라 상가리저수지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를 따라 500m 정도 걸으니 ‘남연군묘 비’가 있는 갈림길. 이곳에서 좌측으로 가면 가야봉,석문봉 가는 길, 그냥 직진해 상가리 미륵불 보러 간다.
이정표의 '백제의 미소길' 방향 (가야봉 석문봉은 이정표 탐방로 방향).
주변은 봄꽃들로 화려한 꽃잔치가 한창이고, 가야산 쪽은 주봉인 가야봉과 석문봉 아래 봄빛이 가득한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숲은 연두색 신록과 봄꽃들이 어우러져 은은한 한폭의 수채화.
마늘 밭 뒤로 펼쳐지는 알록달록 예쁜 봄빛이 한참 동안 발목을 잡는다. '정말 찬란한 계절, 봄!'
상가리 미륵불(문화재자료 제182호), 원래 가야사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대원군이 가야사를 없애고 남연군묘를 쓰자 반대편으로 등을 돌렸다는 설 등등.
그런데 설명문을 보니 “보관을 쓰고 있는데 보관의 중앙에 화불이 장식된 것으로 보아 실제로는 관세음보살임을 알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민초들 살기가 워낙 힘드니 조성할 때는 관음보살이었는데 이후 미래불인 미륵불로 믿었던 걸까.
고려시대 충청도 지방에는 논산 관촉사나 홍성 용봉산, 대조사 미륵불 등 규모가 큰 미륵불 조성이 유행이었나 보다. 불상을 크게 세우려는 비원이었지만 정교하거나 세련되지는 못 한 마애불이나 석불을 세웠다. 그 만큼 당시 이 지역이 살기 힘 들고 소외되었다는 얘기.
미륵불 보고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이정표의 탐방로(가야봉,석문봉,옥양봉)로 간다. 이곳 갈림길에서 미륵불까지 다녀오는데 17분 걸렸다. 미륵불에서 등로로 직접 오는 길이 있었는데 그걸 몰라 그냥 갈림길로 돌아온 것.
가야봉과 석문봉 갈림길(석문봉 2.7km, 가야봉 3.0km), 석문봉 옥양봉 방향으로 오른다. 상가저수지 방향으로 가면 가야봉으로 직접 오를 수 있다. 하산할 때 상가저수지로 내려와 남연군묘 지나면 이곳 좌측 길로 내려오게 되는 것
옥양봉 보면서 농로 따라 가는데 집앞 길가에 골담초가 막 꽃을 피우려고 하다. 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이 나무 이름이 곤단초였고 꿀이 많아 노란 꽃을 입에 넣으면 나름 달콤했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 꽃 정말 오랜만에 보네. 덕분에 벌과 꽃을 다투던 유년의 기억 소환.
조금 더 가니 상가리미륵불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아까 미륵불에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바로 이곳으로 오면 됐는데 그 길을 못 찾았다. (이곳에서 미륵불까지 다녀오는 것이 오히려 길이 낫겠다)
석문봉, 옥양봉 갈림길. 석문봉은 2.04km(주차장 1.16km), 그러니까 주차장에서 석문봉까지 3.2km인 것. 옥양봉부터 오르면 딱 좋은데, 오후 덕숭산까지 올랐다가 귀경 계획이니 시간상 무리. 바로 석문봉으로 간다.
이제 봄 기운 가득한 숲길로 들어선다. 옥양폭포 지나고, 계곡 따라 이어지는 길.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석문봉 아래 능선에 올라설 때까지 계속 가파르고 거친 돌길.
석문봉 아래 능선에 올라선다. 쉼터에서 잠시 쉬다 좌측 석문봉(0.08km)으로 향한다. 우측은 옥양봉 가는 길. 이정표는 석문봉 0.08km, 주차장 3.12km, 옥양봉 1.25km.
석문봉 가는데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는 큰 목소리가 계속 들려 무슨 일인가 했는데, 석문봉 올라가 보니 어떤 영감이 먹이 주려고 고양이 부르는 소리였던 것. 그 때문일까 고양이가 여러 마리 어슬렁거린다. 얘들 저렇게 얻어 먹다 보면 쥐는 못 잡아 먹을 거고, 번식만 자꾸 할 텐데 저걸 어째야 하지?
전에 살던 아파트에는 인심 후한 사람들에다 구청에서 고양이 먹이까지 신경 써주다 보니(지 주머니 털어서 해야지 관에서 혈세 쓰면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회의적이지만), 쉽게 배를 채워 버릇해 운동부족으로 퉁퉁 불어터진 고양이들이 많이 살았다. 문제는 쥐들이 고양이를 안 무서워하게 되어 쥐까지 많았다는 것.
석문봉(653m), 주차장에서 1시간 50분 동안 4.36km를 걸었다. 미륵불 보면서 시간을 지체했으니 준족들은 석문봉까지 1시간 반이면 오겠다.
여기 석문봉은 최고 조망처. 사방으로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광이 장관이다. 가야봉으로 이어지는 암릉 능선 길이 장쾌하고, 그 옆 한서대 방향으로는 삼준산 연암산 산줄기와 멀리 천수만 서해바다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해미시가지는 바로 아래 가깝게 보이고 그 뒤로 멀리 서산시가지
석문봉에서 한참 조망 즐기다 정상인 가야봉으로 향한다. 가야봉까지는 1.48km. 잠시 거친 암릉길. 잠시 걷다 뒤돌아 사자바위 조망.
좌측 서원산이 보이는데, 저기 서원산에서 옥양봉 거쳐 가야봉까지 종주하는 코스도 괜찮을 것 같다.
나이 지긋한 3명 팀, 암봉 사진 찍겠다고 마스크도 안 쓴 채 길을 막고 큰 소리로 떠들고 있으니 지나가기 고약하네. 내가 기다리고 있는 데도 전혀 미안하지 않은 거다. 뭐 어쩌겠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한 그런 사회에서 살고 있으니…
가야봉 좌측에 삼각형으로 솟은 원효봉이 보인다. 원효봉 아래 원효사가 있고 그곳이 해골 물 마신 원효대사 일화가 전해지는 곳. 물론 원효대사 일화가 전해지는 곳은 이곳 말고도 여러 곳이니 그의 깨달음의 장소는 명확치 않은가 보다.
아래 상가저수지와 상가리 마을이 보인다. 저 저수지 옆으로 내려가 주차장으로 돌아갈 예정.
주차장(3.06km) 이정표가 있는 삼거리, 정상까지 0.3km 로 지척이니 짧은 코스로 오르는 사람들은 상가저수지에서 이곳으로 오겠다. ( 가야봉 0.3km, 석문봉 1.18km, 주차장 3.06km)
가파른 오르막길 오르면 정상인 가야봉(677.6m). 주차장에서 6km, 2시간 54분(휴식시간 등 포함) 걸렸다. 나무데크 정상에 서니 들머리 상가리와 옥양봉에서 가야봉 이르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 역시 조망 맛집!
가야봉에서 정상석 옆 가파른 계단을 내려간다. 주차장까지는 3.59km. 정상 아래 쉼터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휴식.헬기장 갈림길에서 헬기장 쪽으로 하산하면 길이 좋은데 산방기간은 탐방로 출입금지. 가파른 너덜길이 한참 이어진다.
가파른 너덜길이 이어진다. 한 마디로 난 구간. 가파른 너덜길 지나면 다시 부드러운 길. 아래로 내려오니 산벚꽃이 한창이라 숲이 훤하다. 조금 더 내려오니 계곡 옆 요염한 분홍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상가리저수지 옆으로 내려온다. 저수지 옆길 걷는데 거기까지 차가 올라온다. 최단코스 산행 시 저수지입구에 주차하고 제방길 걸어서 가야봉으로 오르는데 더 짧게 걸으려는 건가?
저수지 옆 지나면서 이곳에서 보는 봄빛 대단하다. 알록달록 은은하게 어우러진 예쁜 숲 풍광이 환상적이다. 숲이 가장 예쁠 때가 신록과 봄꽃이 어우러진 요즘 같은 봄날.
저수지 등 지고 바라보면 좌측에 남연군묘, 남은들상여가 있는 게 보인다. 저수지에서 직진해 바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남연군묘 앞에 차가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고, 이왕 온 김에 남연군묘도 보고 가자 싶어 저수지 제방 걸어 남연군묘로 간다. (저수지 제방 지나 우틀 해 내려가면 남은들상여 보호각과 남연군묘)
남연군묘 앞에 남은들상여 보호각. 경기도 연천에 있던 남연군묘를 이장하면서 각 지역마다 주민들을 동원해 릴레이식으로 상여를 옮겼는데 남은들 마을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운구했고 대원군이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여 상여를 그 마을에 주었다고 한다.
남연군묘를 잠시 둘러본다. 흥선대원군 아버지 남연군 이구의 무덤으로 원래 경기도 연천에 있었으나 1846년 이곳으로 이장. 그러고 보니 부장품 훔치려 도굴하려 했던 독일 상인 오페르트 만행이 떠오르네. 그 사건 이후 대원군은 천주교 박해와 쇄국정책이 더 굳어지게 된다.
남연군묘 비 있는 갈림길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와 산행 종료. 봄날 아름다운 봄숲을 맘껏 즐긴 날. 산행거리 9.78km, 순 산행시간 3시간 50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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