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둔 사가리의 인제 방태산(1,444m) - 청정계곡 물소리와 산상화원을 맘껏 즐긴 날
* 산행일: 2,021년 8월 19일(목), 흐림
* 산행 경로 및 시간: 방태산휴양림 제2주차장(8:58)~갈림길~매봉령(10:26~10:36)~구룡덕봉(11:19)~주억봉(12:15~12:30)~주억봉3거리(12:42~12:58)~제당골~제2주차장(14:45)
<총 산행시간 5시간 47분(중식 및 휴식 등 1시간 10분 포함)>
* 산행거리: 10.7km (19,850보)
방태산은 강원도 인제군과 홍천군 경계에 있는 산으로, 방태산 자락에 정감록에서 ‘난리를 피해 숨을 만한 일곱 군데 피난처’로 꼽았다는 삼둔사가리가 있다.
삼둔사가리(인제군 기린면과 홍천군 내면 일대)는 곰도 길을 잃었다는 오지. 방태산 남쪽 내린천 부근에 삼둔(살둔,월둔,달둔)이 있고 북쪽 방태천 계곡에 사가리(아침가리,적가리,연가리,명지가리). 둔은 둔덕의 의미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펑퍼짐한 땅을, 가리는 좁지만 사람이 일구고 살만한 농토가 있는 골짜기를 말하는 것.
그만큼 첩첩산중 오지였다는 거고, 청정 자연환경이 보전될 수 있었다는 얘기. 오늘은 그 청정자연 방태산 품에 드는 기분 좋은 날.
방태산 들머리는 방태산휴양림 제2주차장. 휴양림 매표소(주차비 3천, 입장료 1천) 지나 산행 들머리 제2주차장까지는 한참 올라가야 한다. 이단폭포와 야영장 지나니 제2주차장(20여대 주차 가능).
평일 아침이라 그런지 내 앞에 주차한 차량은 4대뿐이라 한적한 산행이 될 줄 알았는데, 나중 보니 역시 여름 계곡산행 명소답게 평일인 데도 산행객들이 꽤나 많았다.
제2주차장 '방태산종합안내도' 옆에 숲으로 드는 들머리가 보인다. 가는 이슬비와 함께 산행 출발. 등로가 계곡 옆으로 이어지니 계곡 물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등로 좌측이 바로 격가리골.
다행히 이슬비는 금방 그쳤지만 숲은 이미 촉촉하게 젖었다. 느긋하게 사색에 잠겨 걸을 수 있는 길.
곧 매봉령과 주억봉 갈림길(적가리삼거리), 2주차장에서 0.7km를 왔다. 좌측이 매봉령 지나 구룡덕봉 가는 길, 우측은 제당골로 정상 주억봉 가는 길(3.5km).
구룡덕봉 지나 정상에 오를 계획이니 갈림길에서 좌측 매봉령 방향으로 간다.
매봉령까지 2.7km, 매봉령에서 주억봉 3.4km이니, 제2주차장에서 정상까지는 6.8km 거리. 계곡 옆으로 등로가 이어진다.
가파른 길로 들어서면서 계곡 물소리가 멀어진다. 매봉령 0.8km 이정표 지나면서부터는 계속되는 오름길. 구룡덕봉 거치는 길도 제법 경사가 있어 오르기 만만치 않다.
뒤에서 시끄럽게 목소리 높이며 오는 사람들 보니 나이가 제법 많아 보이는데 발이 엄청 빠른가 보다. 이 사람들 앞서 보내느라 길옆에서 잠시 쉬다 간다.
곧 이정표가 있는 매봉령(1,249m)인데, 앞선 산객들이 모여 있어 잠시 밑에서 대기. 주차장에서 매봉령까지 3.17km(이정표 3.4km), 1시간 28분 걸렸다.
매봉령에서 구룡덕봉 지나 주억봉까지는 3.4km.
이제부터는 완만한 오솔길. 주변은 들꽃들이 올말졸망 제법 많이 피어있다. 금강초롱, 흰진범, 도라지모싯대, 오리방풀, 투구꽃 등 숲속 작은 요정들과 눈맞춤 하는 즐거움에 저절로 느긋한 걸음이 된다. 완전 꽃구경 분위기. 이럴 때 홀로산행 장점이 되는 것.
오르막길 오르니 연분홍 둥근이질풀 꽃밭이 나오면서 임도 합류(매봉령 0.8km, 구룡덕봉 0.3km). 이제부터 우측으로 임도 따라 가는 길.
주변은 온통 꽃밭, 구룡덕봉까지 고산지대 평전지형에 화려한 산상화원이 펼쳐진다. 둥근이질풀과 오리방풀, 어수리, 동자꽃, 회오리 모양 송이꽃 천지.
오늘 산행에서 가장 많이 만났던 둥근이질풀은 이질 설사에 효능이 있고 꽃잎이 둥글어 둥근이질풀. 둥근이질풀 꽃말은 새색시,수줍음,귀감(龜鑑)
임도에 큰 노루 한 머리 멍하니 서 있다가 날 보고 질겁해 도망친다. 근데 트랭글 알림이 울리면서 구룡덕봉 표시. 우측에 작은 길이 구룡덕봉 가는 길로 보이는데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 그냥 임도 따라 오른다.
물 한 잔 마시려 물통을 꺼내니 이런 물통에 진드기가 여러 마리 붙어 있다. 어디서 붙은 거지? 질겁해 털어버리고 오르는데 진드기한테 물릴까 계속 찝찝하게 걸어야 했다. 곧 헬기장
헬기장 주변 역시 온통 산상 화원. 헬기장 지나 오르니 주변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북쪽 설악은 온통 구름에 잠겨 있어 조망은 기대난.
옛 시설물에 구룡덕봉(1,388m) 표시가 되어 있는데, 이정표는 구룡덕봉 0.6km, 주억봉 1.7km. 그러니 구룡덕봉은 임도 따라 오다 우측으로 갔어야 하는 것. 아마 동쪽으로 앞에 솟은 저 봉우리가 구룡덕봉 이었던 것.
* 아니면 실제로는 이곳이 구룡덕봉(이곳 높이가 더 높다)인데 군부대 시설이 있을 때,, 아래 봉우리를 구룡덕봉이라 불렀을 수도. 어쨌든 이곳도 구룡덕봉.
이제 정상 주억봉으로 간다. 여름 풀이, 잡목이 무성하게 자라 좁아진 등로 덕에 팔 토시 끼고. 그래도 완만한 걷기 좋은 길인데, 이쪽으로 오는 산객이 별로 없는 걸 보면 대부분 갈림길에서 주억봉으로 직진 하는 것 같다. 그러면 고산 산상화원을 놓치게 되는 것.
정상 아래 주억봉3거리(주억봉 0.4km, 구룡덕봉 1.9km). 이곳에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제당골 지나 휴양림 가는 것.
정상까지는 완만한 오르막길. 구룡덕봉 쪽과는 달리 이쪽은 역시 산객들이 많네. 정상 주억봉 가는 길에 구름이 몰려든다. 오늘 조망은 기대 난이고 운해 장관이 펼쳐질까나.
둥근이질풀이 한창인 정상 주억봉. 정상목이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좁은 봉우리에 정상석이 자리잡고 있다. 제2주차장에서 6.52km를 왔고 3시간 17분 소요.
이곳 장쾌한 조망이 일품인 조망맛집인데 오늘은 날이 너무 흐리다. 전경안내판 뒤 북쪽 방향은 이미 구름에 덮여 있어 설악연봉은 아예 시야에 없고, 남쪽 맹현봉 뒤로 운무산, 아미산, 응봉산 정도가 겨우 분간이 될 정도.
조망은 없지만 그래도 숲 바람이 시원해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갈까 했는데 갑자기 산객들 몇 팀이 올라오니 정상이 복잡해지네. 다시 이슬비가 조금씩 내려 바로 하산 길.
주억봉삼거리 내려오는 사이 이슬비는 금세 그치고, 삼거리갈림길에서 점심 먹고 제당골 방향으로 내려선다. 휴양림까지는 3.8km(정상에서 휴양림 4.2km).
가파른 길이 계속 이어진다. 아까 정상에서 어떤 사람 “정상까지 한 시간 조금 더 걸리든데”라고 통화하는 걸 들었는데 이거 실화임? 발이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나는 내려가면서 2시간 가깝게 걸리겠는데.
가파른 나무계단 내려오니 ‘등산로1. 주억봉 구룡덕봉' 표지판이 있고(아래 사진 좌측) 이제부터 길이 순해진다. 1km 정도 거친 길을 내려온 것. 그러니까 이쪽으로 오르면 여기부터 고생 길. 하산할 때는 고생 끝!
이제부터는 계곡 따라 맑은 물소리 들으며 순한 길을 걷는다.
갈림길 지나 계곡으로 내려가 발 담그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낸다. 이 맑은 계곡을 두고 그냥 갈 수는 없으니 조금 더 머무는 것. 그런데 발을 오래 담글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차가우니 피서 제대로 한다.
여긴 산행 아니라도 가족들 같이 와 호젓한 계곡에 발 담그고 도란도란 얘기하며 시간 보내도 좋겠다. 연두색 새봄이나 화려한 가을단풍 속에 머무는 것도 좋겠고.
제2주차장에 돌아와 거의 6시간 가깝게 걸린 산행 종료. 느긋하게 걸어서 그런지 별로 힘든 줄도 몰랐고, 방태산 여름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당연히 다시 찾고 싶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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