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영동 천태산으로
* 산행지: 천태산(714.7m)
* 산행일자:
* 산행시간: 천태산 주차장 출발(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옥천IC~영동방향 4번 도로~이원면 소재지에서 우회전 501번 도로, 옥천과 영동의 경계인 밤티재(260m)를 지나 누교리 정류장 부근에서 천태산 팻말보고 우회전
- 소요시간
천태산으로 향하는 길, 조금씩 내리던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기 시작한다. 진녹의 한여름 숲은 온통 안개로 뒤덮여 내 심란한 마음 탓일까 우울한 빛깔이다. 어깨를 짓누르는 일상의 피로함과 우중충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멀리 산행을 떠나는 심사는 욕심일까 아니면 하나의 도피일까?
체로키 인디언은 (내 영혼을 따뜻하게 했던 날들)에서 부모를 잃은 어린 손자에게 힘든 길을 걷게 하면서 이렇게 애기하지.
상일IC에서 2시간이나 걸려 천태산 주차장에 도착하니
<삼단폭포>
맑은 계류와 기암으로 수려한 길을 잠시 오르니 삼신바위를 지나 제법 위용있는 삼단폭포가 나오고, 숲길을 조금 더 올라가니 안부에 도착 바로 망탑봉 갈림길이다. 우측 철망에 산악회 리본들이 요란하게 잔뜩 매달려 있고 건너편으로 그 천년 세월의 은행나무와 그 뒤로 영국사가 보인다. 주변에는 자귀나무가 많고 산딸나무는 꽃잎을 떨구고 푸르름을 더해 간다.
<영국사>
수령 1,300년의 천연기념물인 은행나무를 지나쳐 영국사로 가니 대웅전 앞 보리수나무가 싱그럽다. 어릴 적 염주를 만들기 위해 보리수 열매를 주워 간직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순수했던 시간들은 이제 지나간 꿈. 보리수 나무와 삼층석탑(보물 533호)을 둘러 보고 대웅전에 들러 참배. ‘심청정 신청정’ 그리고 애타는 비원. 영국사는 뒤로 대나무가 둘러쳐 있어 그윽한 정취와 안온한 분위기가 느껴져 다시 찾고 싶은 마음에 드는 절이다. 한참을 영국사에서 머물다 나와 은행나무를 지나 좌측 포장도로를 오르니 A코스 등로 입구가 나온다. 정상까지는 1,370m. 이제부터는 작은 산길.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우거진 완만한 경사길을 잠시 오르니 이제부터 대 슬랩지대가 슬슬 시작되는지 첫번째 로프구간 우회로가 보인다. 암릉을 올라 정상까지 900m 표시를 지나니 다시 좌측 우회 안내도가 나온다. 주변 숲은 소나무와 활엽수들이 어우러져 있고 좌측 멀리 작년 산불로 인해 불타버린 회갈색 지대가 나타나 안타까움을 준다. 저 산불지대는 언제쯤 다시 푸른 숲으로 바뀔 수 있을까!
<대 슬랩지대>
영국사에서 출발하여 40분이나 지났을까 다시 우회로가 나오고 그 유명한 75m 대슬랩지대가 나타난다. 암벽코스는 정상 620m, 우측 안전코스는 720m의 거리. 경사 70도의 급경사 암벽에는 로프가 드리워져 있고 제법 힘을 써서 올라야 하는 곳이다. 5분 정도 급하게 힘을 쏟아 올라가 바위 위에 서니 암벽이 장관이고 주변 전망이 후련하게 터진다. 주변을 조망하며 우회로로 올라간 집사람을 기다리며 휴식을 취한다. 계속 암릉지대가 나타나고 주변에는 나리꽃이 여기저기 곱게도 피어있다.
안부 갈림길에 올라서니 바람은 시원한데 날이 점점 흐려져 주변은 온통 음산한 기운이 도는 안개 바다. 이정표는 우측으로 정상 0.2km, C.D코스 하산로인 좌측 방향의 남고개는 1.6Km를 안내한다. 단체 산행객들이 정상에서 내려 오면서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리가 산을 울린다. 그래 푼수가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다고 했는데 조금 시끄러우면 어떠랴.
<정상석>
산행 출발한지 2시간이 안되어
정상 방명록 옆에 붙여 놓은 나옹선사의 선시. 모든 탐욕과 번뇌를 버리고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정상 옆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는 하산길. 다시 삼거리를 지나 D코스 하산로로 향한다. 20분 정도 지나니 헬기장이 나오고 이제부터 그 유명한 바위 능선 길을 따라 하산. 곧 B코스 갈림길을 지나고 암릉지대가 계속된다. 암릉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그림같이 아름답고 좌우 푸른 산줄기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바위지대를 걷는데 잠시 가랑비가 세차게 쏟아지더니 금새 다시 해가 나온다. 이제는 등산객들도 거의 없는 고요한 숲. 발걸음을 재촉하는데 제법 경사가 급하다. 코스를 반대로 올라올 경우 조금은 숨이 가빴을 것 같다.
영국사를 지나 망탐봉 삼거리에 오니 고개 옆에 새끼 두마리에게 젖을 먹이고 있던 어미 고양이가 우리에게 잔뜩 경계심을 드러내며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주차장으로 향하는데 천태산 소개비 옆에 화단을 조성하고 계신 연세드신 어른이 ‘혹시 등산하면서 불편한 점이 없었는냐’고 말을 거신다. 그 분이 바로 이곳 천태산 등로를 개설하고 천태산 지킴이를 자처하는
'산행 기록 > 산행기(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악산 영봉은 명성 그대로 (0) | 2006.08.20 |
---|---|
천황봉의 장엄한 조망- 속리산 (0) | 2006.08.15 |
단양 제비봉 - 한 폭의 동양화 속을 거니네 (0) | 2006.06.06 |
봄이 오는 선자령 (0) | 2006.02.25 |
제천 주론산 - 박달재의 금봉이를 찾아 눈길 산행 (0) | 2005.1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