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엄한 영봉의 풍광 - 월악산
* 산행지: 월악산(1097m)
* 산행일자: 2006년 8월 19일(토), 흐리고 비 약간
* 산행경로 및 시간: 동창교 매표소(10:15)~송계삼거리(12:23)~영봉 1,2Km 표지판(12:30)~보덕암삼거리(13:05)~정상(1,097Km, 13:17~13:30)~보덕암삼거리(1:40)~신륵사갈림길((13:50)~중식(13:50~14:20)~송계삼거리(2:30)~주차장(15:45) <총 산행시간 5시간 30분, 중식 및 휴식 1시간 포함>
* 교통: 단양 거쳐 충주방향 길, 525번 도로
이제 무더위도 한풀 꺽였는지 불어오는 바람도 제법 시원하고 아침 기온이 제법 상쾌하다. 영봉의 장엄함을 느끼고 싶어 월악산으로 향하는 길, 금빛 마타리와 벌개미취는 한창 제철인 듯 지천이고 코스모스들까지 때이른 가을의 향연을 준비하는지 여기저기 만발해 있다. 이탈리아의 귀도 레이는 "노동처럼 유익하고 예술처럼 고상하고 신앙처럼 아름다운 산행을 하고 싶다고까지 했는데 오늘 산행은 어떠할까?
오늘 원래 계획은 월악산 산행의 가장 일반적인 코스로 덕주사 방향에서 올라가 동창교로 내려올 계획이었으나 길을 헤매는 통에 그냥 동창교 쪽으로 올라가기로 한다. 차량 문제까지 있어 원점회귀할 계획. 작은 절인 대자사에 잠시 들러 물을 받고 호젓한 산길을 서서히 올라가니 주변엔 들꽃들이 만발, 오랜만에 보는 박꽃과 칡꽃이 반갑고 달맞이꽃은 정겹다. 이정표는 정상까지 4.3Km를 가리킨다.
숲길은 곧 돌길로 바뀌고 곧 마당에 풀이 무성한 산식각을 지나면서 울창한 숲은 하늘을 가리고 있다. 그런데 가뭄 탓이기도 하겠지만 깊은 계곡에 물이 없다. 제법 평탄한 돌길을 20분 정도 걸었을까 이정표는 정상까지 3.3Km이고 해발고도가 315m. 그런데 정상이 1,097m이니 800m 정도를 치고 올라야 하니 경사가 꽤 급할 것으로 짐작 된다. 하긴 월악산의 급경사 계단길이야 얼마나 유명한가.
매미 소리가 온 산을 울리는데 돌길은 이제 제법 경사가 급한 돌 계단길로 바뀐다. 등로 주변엔 슬픈 며느리밥풀꽃이 한창이고 흰색 산형과 들꽃들이 한창이다. 급경사 나무계단과 암릉지대를 오르니 능선에 휘둘러친 철망이 보이고 길은 좌측길로 휘어진다. 능선에 불어오는 바람이 차가울 정도로 시원하게 느껴지고 멀리 웅장한 영봉의 거암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잠시 순할 길을 지나니 곧 급경사 오름길, 주변엔 참나무 숲으로 빽빽하다. 힘들게 올라가니 840m 고지이고 영봉 1.9Km 표지판이 있다. 주변엔 역시 야생화 천지, 청초한 잔대에 정결한 동자꽃, 거기다 병조희풀, 송장풀 등 산상화원이 펼쳐진다. 꼭 빗질을 한 것처럼 보이는 바위을 지나니 바로 송계삼거리. 덕주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되는 지점이다. (영봉 1.5Km, 해발 950m)
12시30분, 거대한 암릉이 눈 앞을 막아서는데 표지판은 정상까지 1.2Km 거리와 암벽등산을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다. 이 암릉부가 바로 영봉 정상일텐데 1.2Km나 가야한다는 것을 보면 이 암릉이 그만큼 거대한데다 멀리 우회한다는 것을 의미. 거대한 암릉지대를 우측으로 계단을 따라 휘돌아 간다. 좌측에는 낙석 방지용인지 철망이 둘러쳐 있고 옆에서 보는 암벽은 거대하기만 하다.
급경사 계단을 올라 가니 다시 등로는 내림길, 길을 잘못 든 것으로 생각하고 다시 뒤돌아 갔으나 좌측 정상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이 없다. 다시 내림길을 가다보니 좌측에 정상으로 가는 등로가 보인다. 1시5분 보덕암 삼거리, 이제 정상은 지척이다. (정상까지 0.3Km. 보덕암은 3.7Km). 길은 급경사 계단이 계속 이어되고 계단 옆에는 청초한 산구절초가 몇 송이 피어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등로는 암릉지대로 바뀌고 암릉지대 계단을 오르니 바로 영봉이다.
<영봉 오르는 계단길>
<영봉 정상적 뒤로 보이는 장엄한 연봉들 - 날씨가 넘 흐렸다>
월악산 정상인 영봉은 중봉 하봉을 포함한 거대한 암벽이다. 암릉지대인 영봉에 오르니 사방으로 거침없이 펼쳐진 주위 조망이 후련하다. 주위 진초록 연봉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대며 다가오고 내려다 보이는 충주호 모습이 그림 같다. 문경방향 백두능선이 장엄하게 둘러쳐 있고 멀리 치악산까지 눈에 들어 온다. 정상에서 잠시 쉬는데 빗방울이 조금씩 긋기 시작한다. 10분 넘게 정상에서 머무는데도 내려가기가 싫다. 그래도 정상에 올랐으면 내려가야 하는 것.
<영봉에서 보는 충주호 전경>
이제는 하산길. 신륵사 갈림길(영봉 0.8Km)을 지나 점심을 먹고 송계삼거리를 거쳐 하산. 내려가면서 보니 올라올 때보다 더 급하게 느껴지는 경사길, 만만치 않은 길이다. 내려 오면서 단체 산행객들과 같이 내려 오게 되었는데 역시 무척 시끄럽다. 산행은 깊은 자연 속에서 자신에 대한 성찰이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한데 단체산행은 어울리는 즐거움 대신 그 중요한 것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3시30분 산신각 옆 계곡 다리를 지나니 단체 등산객들이 쉬고 있어 덩달아 쉬다가 하산. 야생화들을 보면서 여유있게 내려와 3시45분 하산 완료. 총 5시간 30분의 행복한 산행을 마친다.
<하산하고 아래서 바라본 구름에 감싸인 영봉 모습>
차에 올라 돌아오는 도중 황강영당 근처 복숭아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파는데 맛이 좋아 보인다. 황강영당 앞 주차장에 주차하고 수박을 얻어 먹으며 휴식. 황강영당은 대유학자이자 노론의 영수였던 송시열과 그의 제자인 권상하 등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과거 서원이었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따라 영당으로 바뀐 것. 송자라고까지 불리던 대유학자 송시열은 지금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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