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수도권)

가을 단풍의 향연 - 포천 명성산

카페인1112 2006. 10. 30. 21:00
 

가을 단풍의 향연 그리고 그리운 은빛 억새여~


* 산행지: 명성산 (923m, 포천)
* 산행일: 2006년 10월 29일(일) 약간 흐린 날씨
* 산행경로 및 시간

   자인사입구(10:10)~자인사(10:12~22)~삼거리(10:38)~책바위갈림길 안부(11:10)~팔각정(10:21)

    ~ 삼각봉(12:03~12:51,중식)~정상(13:30~40)~갈림길(13:44)~캠프장분기점(14:44)~산안고개

    (14:55)
* 교통: 외곽순환도로 의정부IC~34번 도로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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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산을 향하는 길은 진한 안개로 수묵화의 세계, 가을햇살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와 고운 가을 빛을 보고 싶었다. 설령 이 가을이 허무일지라도 그 가을을 느낌 그대로 느끼고 싶었다. 수직 기암과 가을철 억새밭이 아름답고, 망국의 슬픔에 통곡했던 궁예의 애환이 전설로 전해지는 곳, 슬픈 울음산을 다시 찾는다.


  명성산 산행 코스는 산정호수 주차장에서 바로 비선폭포를 거쳐 등룡폭포로 가거나 책바위 능선을 타는 길, 자인사 입구나 산안고개에서 올라가는 방법 등이 있다. 오늘은 정상까지 가장 빠르고 가깝게 오르는 자인사 입구에서 오르는 길을 택한다.


  산정호수 매표소를 지나 자인사 입구에 주차를 하고 10시10분 산행 출발. 무르익을 대로 익은 가을이어서일까, 그 기세를 올리던 보라색 물봉선이 겨우 작은 꽃잎을 내밀고 있고 그 푸르던 숲도 은은하게 물들어 낙엽으로 뒹군다.


  자인사는 태조 왕건이 기도했던 유서 깊은 절이라는데 그윽한 산사의 모습은 간 데 없고 큰 석불과 새로 지은 전각들이 어수선하기만 하다. 극락보전에 들러 잠시 합장 배례, 기원은 끝이 없고 깨달음은 멀다. 법당에서 울리는 목탁소리를 들으며 숲으로 조금 올라가니 곧 갈림길. 좌측은 삼각봉으로 직접 가는 길, 오늘은 우측으로 억새밭을 거쳐 삼각봉으로 가는 길을 택한다. 이제부터는 책바위 옆 협곡을 따라 가는 길로 잠시 순하던 등로는 곧 돌길 급경사길로 계속 이어진다. 단풍철인데다 억새밭의 유명세 탓일까 등산객에 유람객들까지 유난히 많아 진해잉 더되고 자꾸 쉬게 된다.


  산행 시작한지 한 시간만에 책바위 갈림길 안부 도착, 발 아래 보이는 산정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휴식, 이제 좌측 나무 계단을 따라 능선을 오르면 곧 억새밭이다.
  수만평 억새를 조망할 수 있는 팔각정(자인사입구 2.5Km, 삼각봉 0.8Km 표시). 그런데 기대했던 그 은빛 억새들의 속삭임은 간데 없고 철 지난 시든 억새들만 남았고, 억새 구경 인파만 가득하다. 가을이 깊어서일까 그 가뭄 탓일까, 아쉬움을 남기며 앞에 보이는 뾰족한 삼각봉으로 향한다.
  주능선을 경계로 좌측은 기암과 무성한 숲, 그리고 우측은 억새밭이 자라는 분지로 나뉜다. 오른쪽 억새밭도 예전엔 무성한 숲이었는데 6.25 전쟁중 폐허가 되어 이후 억새밭으로 변했다고 한다. 우측의 군 부대 사격장 쪽으로는 온 산이 허옇게 변해 꼭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고 여기저기 펼쳐진 군사도로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하다.


  은은히 물든 가을 산의 정취를 조망하며 능선을 타고 가는 길, 케언이 있는 봉우리를 하나 거쳐 두번째 봉우리가 삼각봉(903m), 삼각봉에는 표지목이 있고 정상까지 2.7Km의 표시. 여유있는 점심식사 후 정상으로 출발, 좌측 명성산 서쪽 사면에 회색빛 수직 기암이 푸른 소나무들과 기막힌 조화로 장관이고, 벌써 겨울을 맞는가 능선 주변의 참나무들은 잎을 떨군 채 가지만 앙상하다. 나뭇잎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듣고 보니 좌측 낙엽 속을 초록뱀 한마리가 움직이고 잇다., 초록바탕에 검은 줄이 있는 처음 보는 뱀.
로프까지 있는 급한 오르내림을 거쳐 암릉을 우회하고 뾰족한 전위봉을 올랐다 안부 삼거리로 내려서니 정상 300m 표시,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우측 길(용화저수지 방향, 저수지 3.5Km)은 넓은 억새밭을 거쳐 약사령에서 각흘산으로 이어지는 길일 게다. 정상이 바로 코 앞에 보인다.


  1시30분 정상(923m)에 도착, 정상에는 정상석과 삼각점(갈말24 1983재설), 등산안내도가 있고, 이정표는 산안고개 3.0km, 삼각봉 2.7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정상 조망이 좋은 산이므로 날씨만 좋으면 주변 굵직한 산줄기들이 후련하게 다가왔을텐데 날이 너무 흐렸다. 동쪽으로는 각흘산과 흐릿하게 보이는 한북정맥의 능선들이 있고 북서쪽은 아마 금학산일게다. 정상에서 잠시 머무르다 이제는 하산해야 할 시간. 산안고개로 하산하기로 하고 북쪽으로 이어진 길을 내려간다. 은은한 가을 빛과 바삭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운치 있는 길, 다시 깊은 가을을 느낀다.

  1시44분 안부 사거리 도착 좌측 내림길로 내려 선다. 산안고개까지는 2Km의 거리(직진은 궁예봉, 우측은 약물계곡 1.8Km)로 처음 가는 길.
  예상했던 대로 계곡을 따라 걷는 경사가 급한 하산길. 그런데 계곡이 나타나면서 주변 단풍이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하기 시작한다. 계곡 가까이 있어 가뭄을 덜 타서인지 마른 단풍이 아닌 선홍색으로 곱게 물든 단풍이 햇살 아래 황홀하게 빛나고 있다. 올 해는 가뭄이 심해 고운 단풍을 보기 힘든데 기대하지 못했던 행복한 시절인연을 만난다. 이어지는 단풍을 보며 조금 더 하산하자 우측으로 거대한 암벽지대가 나타난다. 아마 치마바위일 게다. 수려한 치마바위와 깊은 계곡 그리고 곱게 물든 단풍이 기막힌 조화를 이뤄 아름답기 그지없다.


  계곡을 따라 20분 정도 더 내려 오자 비포장 도로인 산안고개, 이제부터 자인사까지는 2.5km 정도 도로를 따라 걷는 길. 길가엔 그 화려했던 쑥부쟁이가 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듯 조금 남았고 명성산의 거대한 수직 암벽들이 아름답다. 40여분 걸어 자인사 입구 도착 산행을 마친다. 그리움으로 남는 또 하나의 짧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