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바람의 산에 바람은 없었네 - 소백산

카페인1112 2007. 1. 30. 10:12
 

바람의 산을 찾았는데 바람이 없었네 - 소백산

 

* 산행지: 소백산(1439.5m)
* 산행일: 2007년 1월 20일(토) 포근하고 약간 흐린 날씨
* 산행경로: 어의곡리 주차장(10:45)~갈림길(11:07)~정상 등로와 합류(13:00~13:10)~국망봉 갈림길(13:50~14:30, 점심식사후 출발)~비로봉(14:37~15:00)~국망봉 갈림길(15:04)~쉼터 휴식(15:35~15:45)~이정표 갈림길(16:25, 어의곡리 1.2Km)~주차장(16:45)
총 6시간(산행4시간40분,중식 및 휴식1시간20분, 알바 및 올라갈 때 지체로 시간 지연
* 교통편: 산악회 버스 이용

              잠실(7:45)~중앙고속도 북단양IC(10:05, 도중 휴게소 25분 휴식)~어의곡리 새밭주차장(10:30)

 

 

  회사 산행 모임, 모두 38명의 인원이 바람의 산 소백산을 향해 출발한다. 소백산은 남하하던 백두대간이 태백산을 지나면서 남서쪽으로 진행을 바꾸면서 높게 솟은 산. 그래서 능선에 북서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눈이 많아 겨울철 심설산행지로 유명한 산이다. 도중 휴식시간 25분을 포함해 소백산 어의곡리까지 2시간45분이나 소요. 예상보다 시간이 훨씬 더 걸렸다.

 

  2년 전일까 봄에 소백을 찾았을 때도 이 어의곡리를 통해 비로봉으로 올랐다 천동으로 하산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어의곡리(새밭)에서 비로봉으로 올라 연화봉을 거쳐 죽령으로 하산할 계획. 비로봉에서 연화봉으로 가는 능선길은 봄철 화려한 철쭉의 향연 못지않게 겨울철 눈꽃이 아름답고 여성적인 소백산의 완만한 능선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겨울철에는 능선 윤곽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관능적인 여체의 굴곡을 느낄 수 있다는데오늘의 소백산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오게 될까.

 

  주차장을 조금 지나 나오는 이정표는 국망봉 7.4km, 비로봉 5.1km. 조금 올라가니 버들가지가 활짝 핀 모습이 보인다. 지난 번에는 종자산에 진달래가 한창이더니 오늘은 버들가지다. 군데군데 빙판으로 변한 등로를 20분정도 오르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국망봉 6.2km, 어의곡리 1.2km)이 나타나고 우리 일행들은 우측 산길 소로를 택해 올라가고 있다. 아마 앞서가던 다른 산악회 사람들을 무심코 따라가게 된 것, 그런데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오늘 산행을 망치고 말았다.

 

              <어의곡리 들머리>

 

               <삼거리 갈림길 이정표, 우측으로 진행해야 좋음>

 


  우측 산길을 타고 가면서 눈이 두텁게 깔려 제법 경사진 길을 아이젠을 차고 오르는데 경사가 급한 이깔나무 숲 지대가 나타나고 죽죽 미끄러지며 산사면을 치고 오르니 이제부터는 좌우로 잡목이 무성한 급경사 능선길을 오르게 된다. 오랜만의 산행이라는 모 사장은 경사지 밑으로 미끄러지기까지 한다. 경사가 급한데다 등로가 좁아 사람들로 정체가 되어 올라가기가 어렵다. 예상 외로 날씨가 포근하여 춥기는커녕 땀이 줄줄 흐른다. 그렇게 20분 정도 오르니 완만한 등로로 바뀌고 곧 소나무 숲이 나타나 기분좋게 산행하는데 앞쪽에서  길이 없어졌다는 당황스런 목소리. 좌측 능선으로 붙어 등로를 찾았으나 곧 갈림길. 갈림길에 좌측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과 우측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에 모두 발자국이 있어 비로봉 방향 능선으로 붙어 계속 올라갔으나 등로가 없고 무성한 잡목 사이로 길을만들며 간다. 눈이 많이 쌓인데다 경사까지 급해 진행하기가 힘들다.우리가 뒤따르던 산악회 사람들도 길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겨울철이라 시야가 사방으로 트이고 진행방향이 비로봉으로 가까워진다는 것.


  어의곡리에서 정상까지 여유있게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데 2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정상등로가 나오지 않는다. 초조하게 계속 능선을 타고 있는데 앞쪽에서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정상 등로와 합류하게 된 것. 갈림길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정표에는 어의곡 3.6, 비로봉 1.5km.곧 푸른 산죽이 흰눈과 어우러져 그림같이 아름답고 활엽수들이 회갈색으로 보기 좋게 솟은지점이 나오고,우측 나뭇가지 사이로 대피소를 비롯한 정상부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조금 더 올라가니 가슴히 후련해질 정도로 시야가 탁 트이며 소백산의 특징인 넓은 평전이 나타난다. 이른 봄부터 푸른 초원을 이루고 철죽과 야생화들이 천상화원으로 황홀한 풍광을 자랑하는 정상부 모습이다. 곧 국망봉 갈림길(비로봉 0.4km, 어의곡리 4.7km) 좌측으로 가면 대간길인 국망봉방향이고 우측이 정상. 갈림길 바로 옆에 우리 일행들 몇명이 점심식사를 준비중이다.

 

 

 

        <국망봉 갈림길 삼거리 이정표 - 우측이 정상 방향>

 


  제법 기온은 차지만 바람이 거의 없어 바람의 산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정상 부분에도 포근한 날씨탓인지 큰 눈은 없는 상태. 눈꽃까지야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지만 매운 바람까지 없으니 아쉽긴 하다만 그래도 시원하게 트이는 주변 조망이 좋아 다행이다. 후미를 기다리며 여유있게 하는 점심, 하산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연락이 와 시간상 죽령까지 가기는 무리일 것 같아 어의곡리로 원점회귀하기로 결정 한다. 아쉬워하는 발이 빠른 몇사람은 연화봉까지 다녀 오기로 하고.


  여유있게 점심을 하고 정상으로 향한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겨울철인데도 산행 인파가 많아 지체될 정도이고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경쟁이 치열하다. 주변 눈 쌓인 산줄기들이 정겹게 다가오고 연화봉 쪽으로 뻗은 부드러운 능선 길을 계속 가고 싶은 마음. 정상에서 주변 조망을 실컷 즐기고 3시가 되어 이제 하산길에 오른다. 4분후 국망봉 갈림길을 지나고 눈이 잔뜩 쌓인 길을 즐기면서 하산한다. 도중 다리에 무리가 오는 사람이 있어 도중 10여분 휴식하고 내려오는데 제법 경사가 급한 계단길이 나온다. 등로는 빙판이 되었고 주변에도 눈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

 

 


4시25분, 올라올 때 지나쳤던 갈림길을 지나고 10분 후 탐방 안내소를 지나면서 아이젠을 벗는다. 주차장에 도착하여 시원한 막걸리 한잔마시며 후미를 기다리는데 30분이 채 못되어  연화봉다녀온 팀들이 도착한다. 연화봉 팀들은 비로봉에서 어의곡리까지 50분이 채 안걸린 모양이다. 준족들은 준족이다.


  등로를 제대로 못찾아 결국 죽령으로 가지 못하고 원점회귀하고 만 아쉬운 산행, 그래도 겨울산행의 명소다운 소백산의 겨울 풍경도 오래 기억으로 남을 만한 좋은 산행이었다.


 

 

 <일행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