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신록의 그 화려함이여 - 순천 조계산

카페인1112 2003. 5. 15. 22:30

선암사 신록의 아름다움 그리고 조계산 철죽의 향연

 

산행일: 2003년 5월 4일, 맑음

산행지: 조계산(전남 순천)

 

 

들판을 연보라 색으로 물들였던 남도의 자운영은 황홀하게 아름다웠고

선암사 신록의 싱그러움은 마음을 풍성하게 했다.

12일의 짧은 여정 속에서 몸과 마음으로 자연을 마음껏 느꼈던 행복했던 시간,

기억들은 오랫동안 마음속에 으리라.

 

조계산 선암사로 가는 길은 온통 봄빛 신록의 진한 푸르름으로 가득했다. 몸에 신록의 푸르름으로 배이는 듯한 봄의 싱그러움에 전율해야 했고, 선암사 입구에서 가깝게 보이는 조계산의 신록은 서로 다른 톤으로 빛나 수많은 색들로 아름답다 못해 화려하기까지 하다.

 

선암사로 향하면서 점차 찬란한 신록으로 전체를 온통 연녹색으로 물들어 버리게 같은 두려움까지 느끼게 한다. 칼로 몸을 베면 붉은 피가 아니라 연녹색 피를 뿜어낼 같은 느낌. 동안 다양한 신록의 색들을 담백한 수채화 그림으로 비교했는데 이젠 수채화가 아니라 진한 유화 그림이다. 신록의 진한 농담들이 완벽한 구도로 장엄하게 전개된다.

 

선암사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고풍스런 가람과 가꾸어진 정원, 어느 하나 흠을 잡을 없다. 자연스럽다. 주변 산세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가람의 배치도, 튀지 않는 정원들도 정겹다. 가람의 모습들도 자연스럽게 가뿐 정원들도. 매화들은 모두 지고 없지만 영산홍 여러 가지 꽃들, 심지어 늦은 동백꽃까지 피어 있다. 작은 봉오리를 달고 있는 불두화는 사월 초파일 무렵 활짝 피어 연등의 모습을 장엄할 것이다.

 

팔상전 벽면의 소박한 아름다움, 수덕사 대웅전 벽면의 미를 한국 미의 최고로 인정했던 홍준 시각에서 단순한 벽면의 미를 보면 무엇이라고 했을까? 그리고 정확한 구도 속에서 기둥 하나만 살짝 옆으로 옮겨 가벼운 파격을 보여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렇게 섬세한 장인의 솜씨로 실수로 차이를 것은 아닐 . 우리 조상들의 여유와 미의식이 새삼 놀랍다.

 

선암사 입구의 야생 차밭, 그리고 뒷편의 차밭도 싱그럽다. 올라가는 길이 너무 편하게 펼쳐진다. 가볍게 뒷동산에 오르는 것처럼.  문득 유유자적 함허선사 구절을 떠올린다.

 

구룡산 아래 한줄기 길에

앞을 밝히는 끝없는 봄빛

그림자 색색의 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있어

길을 걸으며 땅을 보고 하늘도 보고

 

(九龍山下一條路 無限春光煥目前 紅白花開山影裡 行行觀地復觀天 涵虛)

 

화려한 야생화, 동안 야생화는 소박하고 다소곳하기만 알았다. 이렇게 다양한 색깔과 화려함으로 뽐낼 있는가? 1시간 정도 올라가니 야생화 군락지, 짙은 노랑색 피나물이 무더기로 화려하게 피어 있다. 올해는 비가 많아서인지 유난히 야생화들이 화려하고 많다. 이렇게 많고 화려하게 피는 계절을 적이 없을 정도로.

 

선암사에서 정상인 장군봉까지 가는 , 초입의 가는 대밭, 산죽들이 엄청나다. 한시간 정도 산행 계곡을 가로질러 정상행. 숲이 워낙 무성해 정상이 보일 . 정상 미쳐 샘물, 물맛이 너무 달다. 샘가는 아마 암자 터인 기와 조각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주변 모습을 보건대 제법 암자였던 같은데 제행무상 세월의 무상함인가 터만 남았다.

 

샘터에서 30 정도 산행으로 장군봉, 2시간의 산행으로 정상에 올랐다. 멀리 보이는 연봉들이 시원하고 앞에는 보성강이 유유히 흐른다. 정상에는 가는 봄과 함께 오는 철쭉이 이제 겨우 피기 시작하고 있다. 아직 봄은 멀었나 보다.

 

올라갔던 길로 다시 하산, 한시간 정도 소요. 선암사에서 정상까지 가장 짧은 거리로 3시간 걸린 산행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