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 산상화원의 화려한 들꽃 축제
* 산행일: 2003년 6월 1일(월요일), 맑음
* 산행지: 국립공원 소백산
* 산행경로: 새밭계곡(8:30)~정상~천동계곡
오랫동안 가보고 싶었던 곳, 산상의 화원 소백산. 온 산을 진분홍으로 수 놓을 철쭉꽃이 보고 싶었고, 장엄한 백두대간에서 태백산을 지나 잠시 쉬어 간다는 그 모습을 보고 싶었다.
5월말, 토요일 오후 소백산을 향해 달렸다. 2시간 정도 지나 북단양IC 도착, 매포에서 죄회전하여 채석장을 옆에 두고 달려 구인사행. 도중 다음날 산행할 어의곡리로 가는 갈림길(아평삼거리)을 볼 수 있었다. 아평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새밭계곡행, 직진하면 구인사
구인사 가는 길 보라색 엉겅퀴, 찔레꽃, 애기똥풀, 씀바귀 야생화들이 널려 있고, 온 동네에 진한 향을 풍기던 아까시 나무는 향기를 거둬 들이고 시들어 간다.
입구에서 반기는 것은 초롱꽃, 처음 본 청아한 모습이다. 몇 사람이 초롱꽃을 카메라에 담느라 진지하다. 구인사 감상, 천태종 본산, 영험 있는 기도처. 그러나 계곡 사이로 거대한 건물들이 시멘트로 지어져 자연스런 조형미가 없다. 아쉬움.
나물(떡취) 다듬는 아주머니들, 떡취란다. 떡 할 때 푸른 물을 들이는.
어느 보살 한 분이 말을 건넨다.
"여기 오면 모두 일을 해야 되요"
나물 다듬는 일을 하란다. 편하게 대해 준 것이 문제일까?
"난 밥 얻어 먹으러 온 사람도 아니고 왜 이 일을 해야 하지요?"
"선택 받은 사람만 일할 수 있어요"
많이 선택 받으세요, 그리고 절에서만이 아니고 다른 데서도 선택 많이 받고 봉사 많이 하세요. 대화는 재미없이 종료. 역시 종교 믿는 사람들이 말은 기막히게들 잘한다. 그 말 잘하는 사람들을 그리 만나니 덩달아서... 아, 나도 반성하자. 생각보다 말이 많지 않도록.
다음날 아침(1일), 소백산 산행이다. 산행은
아침 일찍 새밭계곡으로 출발, 산들이 뽀얗게 안개에 쌓여 있는 모습이 신비감을 자아낸다. 남한강 줄기를 달려
뒤늦게 나타난 매표소 아저씨, 매표소가 아닌 마을 입구에서 입장료를 달라고 한다. 1300원. 한시간 정도 새 소리를 들으면서 계곡을 따라 산행. 숲의 진한 향기가 온 산에 배여 있다. 개울 중간, 물 속에 오래 된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삶의 진한 향기여~
계곡으로 올라가면서 주변에 유난히 흰색 꽃들이 많이 보인다. 신비로운 산수국, 청순한 새색시 같은 고추나무, 순결한 함박나무꽃, 이 꽃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백산의 기억은 오랫동안 지속되리라.
산수국은 한 송이에 수많은 꽃이 한데 모여 장엄하다. 청순하고 기품 있는 함박나무꽃은 기품 있는 새색시이다. 새로 나온 가지에 한 송이씩만 하늘로 솟지 않고 땅을 향해 수줍게 피고 꽃이 함박꽃을 닮았다. 함박나무꽃은 산목련이라고도 부르지만 목련처럼 꽃이 많이 달리지 않아 더 품위가 있다. 만일 이 함박나무꽃이 도심 정원에 있었다면 얼마나 초라했을까? 모두다 제 자리 제가 있을 자리에 있어야만 귀하고 가치가 있다.
정상에는 철쭉이 무리져 피어 있으나 반 정도 이미 진 상태. 그래도 곳곳이 붉게 물들어 있다. 붉은 병꽃나무가 같이 어울려 피어 있고 주변에는 발을 내딛기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작은 야생화들이 지천이다. 산상화원이라는 말이 과장된 빈 말이 아니었다. 이름 모를 야생화들,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 모습.
황홀한 선경, 산상화원의 선녀는 못되어도 화원을 지키는 머슴이라도 되어 볼까. 한갓 인간의 자취가 초라해 지기만 한다. 자연 그 자체 아름다움은 존중되고 아껴야 한다. 주변의 전망을 마음껏 둘러보고 초원지대 풀밭에 자리를 깔고 초원의 향기와 함께 호사스런 점심을 한다. 땀 흘린 뒤의 식사가 행복하고 서로의 정도 새롭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 숲, 높은 산 위에서 조성된 숲이 신비하다.
하산길, 천동계곡으로 정해 내려온다. 넓게 정비된 산행로가 지루하고 발이 아프다. 그냥 새밭계곡으로 내려 왔어도 될 일. 샘에서 물 한잔. 다리안 폭포 옆
이제 새밭계곡 주차장으로 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고민하고 있는데 매표소 직원이 승용차 한 대를 잡더니 단양까지 태워줄 수 없는냐고 대신 부탁을 한다. 그런데 단양이 고향이라는 이 분, 그 먼 길을 돌아 새밭까지 태워다 주고 간다. 조그만 사례를 하려고 했더니 "돈 받으려면 오지도 않았다"며 한사코 거절한다. 따뜻한 인정을 받은 날, 그리고 푸근한 단양 인심을 오래도록 기억하리라.
다시 가 보고 싶은 산, 오랫동안 기억으로 남을 아름다운 산, 소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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