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소양댐과 청평사 - 춘천 오봉산

카페인1112 2003. 9. 1. 21:30

 

5개의 봉우리, 오봉산 산행

 

산행지: 오봉산(779m, 강원도 춘천)

산행일: 2003년 9월1일

 

춘천에서 소양댐으로 향하는 길, 멀리 보이는 구름에 휩싸인 산들의 모습이 신비롭다. 소양댐은 5년만에 물을 방류한는데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장관이고 물안개가 아름답기만 하다. 10 급하게 청평사로 향하는 배에 올라 탔다. 10분 좀 넘게 걸려 청평사 입구 도착.

 

오늘의 산행지인 오봉산은 5개의 기암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고 울창한 수림으로 산행의 묘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산, 거기다 청평호를 끼고 있어 호반의 정취까지 느낄 수 있어 좋다. 정상은 5개의 봉우리 중 하나인 나한봉, 오늘의 코스는 청평사에서 나한봉에 올랐다가 다시 청평사로 내려 올 계획, 한편으로는 배후령 쪽으로 빠지는 것도 괜찮다 싶었다.

 

선착장에서 청평사까지 가는 길 옆의 개울은 바닥이 큰 바위들로 이어져 있다. 맑은 물들이 엄청나게 흘러 못과 작은 폭포들을 만들었다. 청평사 가는 길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거북바위, 그러나 난 그 모습에서 도저히 거북을 연상할 수는 없었고, 이어 아홉가지 청아한 물소리를 낸다고 하는 구성폭포. 비록 높이가 높진 않지만 물줄기들이 힘차게 떨어지고 폭포 아래는 물 깊이가 제법인 듯 물색이 퍼렇다. 다음으로는 고려시대에 조성돼 우리나라 연못의 시조로 꼽힌다는 영지, 산이 연못에 비친다고 그림자 영자를 써서 영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그러나 연못에는 물풀들이 높게 자라고 있고 물고기들만 가득해 그 정취를 느낄 수 없다.

 

청계사는 단청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했고 회전문을 지나 회랑이 두군데나 되어 대웅전 앞뜰에서 바라보는 확 틔인 정경을 방해하고 있다. 아마 회전문만 있었더라면 대웅전에서 눈 아래 바라 보이는 산의 정경들이 한없이 자연스럽고 운치가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이재현공이 영지를 조성하면서 거북바위부터 청평사 뒤까지를 하나의 정원으로 조성했다고 하는데 그가 이런 식으로 설계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청평사를 둘러 보고 11 조금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에 나섰다. 청평사에서 능선까지의 계속 계곡을 따라 산행하게 되고 심한 폭우로 등산로에는 물이 넘쳐 오르고 등산로가 유실된 곳이 많았다. 빽빽한 수림들은 소나무와 참나무 숲들. 해탈문 앞에서 좌측 등산로로 향하면 40m 정도를 지나면 공주샘이 있다고 하는 그 공주샘이 어느 것인지 계곡의 물들이 많았다. 당 태종의 딸인 평양공주와 신분이 낮은 한 총각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설이 되어 남아 있다.

 

20분 정도 지나니 해탈문이 나오고, 또 한 20분 정도 지나니 적멸보궁 표시판이 나온다. 적멸보궁을 보며 걷다가 옆에 지나가던 뱀을 발견하지 못하고 뒤에서 따라오던 집사람이 뱀을 먼저 발견했다. 산행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일 중의 하나가 뱀을 만나는 것.

기대했던 사리탑은 전각으로 덮어 놓아 볼 수가 없고 찾는 사람이 많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듯 적멸보궁 주변은 어수선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적멸보궁 앞의 세갈래 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 것인가 함참 헤매다가 가운데 길인 계곡을 따라 가는 길을 택했다.

점점 경사가 급하고 험한 길이 계속 되고 어느 곳에는 등산로 흔적이 없어 당황하게 한다. 거기다 갑자기 급경사길 마른 계곡이 나오니 산행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급경사 돌 비탈은 20분 이상을 힘들게 올라야 하는 곳. 가파른 비탈을 힘겹게 올라 능선에 도착했다. 죄측은 정상으로 가는 길, 우측은 다른 봉우리를 따라 천단을 거쳐 다시 청평사로 하산할 수 있는 암릉이 많은 험한 길.

 

죄측으로 가파르게 솟은 암봉을 택해 정상으로 산행, 여기서부턴 큰 암릉들이 제법 있어 산행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바위 위에서 멀리 조망하는 소양호의 정경과 산줄기들의 모습이 절로 감탄을 자아 낸다. 능선 좌우로는 까마득한 절벽으로 아찔하다. 정상으로 오르면서 진한 분홍색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다. 며느리밥풀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을 알 수가 없다. 한 사람이 거의 빠져 나갈 수 있는 홈통바위를 간신히 지나쳐 1 조금 넘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은 우측으로만 시야가 터져 있고 참나무들이 무성해 정상이라는 느낌도 갖기 힘들다.

 

정상에서 준비해간 과일과 빵으로 요기를 하고 잠시 쉬고 있는데 다시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시 청평사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은 느낌. 원래 계획과는 달리 배후령 쪽으로 하산하기로 하고 계속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배후령으로 하산하는 능선길은 계속되는 암릉과 평탄한 지대가 반복되고 참나무 숲이 빽빽하다. 그렇게 굵은 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것도 보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우거진 참나무 숲을 따라 능선길, 3봉과 4봉은 쇠줄을 잡고 오르는 칼날 같은 암릉지대, 거기다 좌우로는 까마득한 낭떠러지이다. 특히 우측으로 보이는 절벽은 무시무시할 정도. 도중 조그만 진혼비가 보인다. "산을 사랑하다 이곳에서 산화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청솔바위에는 큰 바위 위에 제법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고 뿌리가 바위틈을 삐져 나와 한참 아래까지 뻗어 있다. 삶의 진한 의지의 표현. 2봉인 관음봉과 1봉인 보현봉을 거쳐 배후령으로 하산한 시간이 3, 걸린 시간에 비해 만만치 않은 산행이었다.

 

배후령에서 차를 얻어 타고 샘밭삼거리까지 도착, 샘밭삼거리에서 막국수 한그릇을 먹은 후 다시 소양댐으로 가 차를 회수하여 귀로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