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추억여행의 청양 칠갑산

카페인1112 2003. 9. 29. 22:30

추억의 칠갑산

 

산행기 칠갑산(561m)

산행일: 2003년 9월 27일(토)

 

 

오전 8시, 칠갑산을 향해 달렸다. 여유 있게 혼자 운전하며 먼 거리를 가본지 꽤 오랜만이다. 수원권 모임을 따라 칠갑산으로 향하는 길. 칠갑산은 대학시절 가 보고 정말 오랜만에 가게 된다. 거의 26년 전 장곡사 밑 빈집에서 이상한 인연으로 며칠 머물렀던 적이 있고 그 이후에는 직접 칠갑산에 가 본적이 없었다. 오늘의 산행은 추억의 답사여행이 되는 셈이다.

 

불현듯 어렸지만 순수하고 풋풋했던 그 시절이 그립다. 비록 되돌아갈 수야 없지만 그래도 사랑할 수 있는 추억들이 많다는 것은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지나온 삶이 모두 만족스럽지는 않고 회한과 부끄러운 기억들도 많지만 그래도 내 순수했고 선한 삶이었다고 믿는다.

 

천안을 지나 공주를 거쳐 청양으로 달리면서 길가의 풍경들을 여유롭게 바라보게 된다. 초가을의 너른 들판과 길가의 코스모스는 언제 보아도 마음을 평화롭고 여유롭게 한다. 아직 다 익지 않아 푸른 기가 가시지 않은 논에도 여유와 풍요가 있다. 비록 저 들녘은 곧 추수가 끝난 후의 쓸쓸함으로 빈 공간을 채우겠지만 그 슬쓸함 나름대로 내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쓸쓸함도 한없는 사랑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나는 그만큼 성장했다고 판단할 수 있으리라.

 

예전에 장곡사에 갈 때는 버스에서 내려 산길을 30~40분이나 걸어서 들어가야 했고 장곡사 부근은 까마득한 오지였다는 기억인데 이제는 절 바로 앞에 차를 주차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칠갑산 노래로 갑자기 유명해진 칠갑산은 561m의 낮은 산이지만 옆에서 보이는 모습은 제법 웅장하다. 백제시대 이 산을 성스럽게 여겨 제천의식을 행했다고 하고 그래서 산 이름을 산 이름을 만물생성의 7대근원 七자와 싹이 난다는 뜻의 甲자로 생명의 시원(始源) 七甲山이라 경칭하여 왔다고 하는데 그 흔적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등산로는 주로 마치고개나 장곡사에서 출발하게 되는데 오늘 일정은 장곡사에서 출발하여 정상까지 갔다가 그대로 하산하는 코스로 계획했다.

 

장곡사에 도착한 시간 11 조금 안된 시간, 도중 길을 헤매고 여유 있게 오면서 3시간이나 걸린 셈이다. 장곡사의 모습은 예나 지급이나 여전히 자연스럽고 포근하다. 절이 부자가 아니라서 그런지 별로 변한 모습도 없는 것이 차라리 반갑다. 일행들이 도착하지 않아 여유롭게 절을 둘러 보고 주변의 야생화들도 한 없이 바라볼 수 있다.

절 앞 개울 옆에는 감나무에 감이 잔뜩 달려 있고 물봉선과 마타리가 잔뜩 피어 있다. 요즘 가는 산마다 물봉선이 어디나 다 한창이다. 그렇게 흔하게 볼 수 있는 물봉선 이름을 얼마 전에야 알았다. 내가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그 대상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을 뿐.

 

장곡사는 등산 온 사람들, 답사 온 사람들만 가득 하고 스님들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하긴 스님들은 몇 분 계시지 않을 테니까. 장곡사는 전과 다름없이 호젓한 초가을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가난한 절의 자연스런 모습이 오히려 반가우니 내 생각이 잘못 된 것일까!

장곡사는 850년 신라시대 보조국사 체증이 창건한 사찰로 칠갑산 서쪽에 자리해 있으면서 상하, 두개의 대웅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두 대웅전 모두 맞배지붕으로 단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하대웅전은 질병과 무지를 치유해 준다는 약사여래를 모셨고, 상대웅전에는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좌우에 약사여래와 아미타여래를 모셨다. 참배를 하면서 지혜를 주십사는 기원. 상대웅전의 돌로 된 연화좌대와 무늬가 있는 벽돌 바닥을 여유 있게 둘러 보고 절 앞 돌에 앉아 갖고 간 책을 본다.

 

한참을 기다리니 그제야 일행들이 도착, 12시30 지나 산행을 시작했으나 너무 늦은 시간, 늦어도 난 2에는 서울로 출발을 해야 한다.

칠갑산은 약간 경사가 있는 등산로 계단으로 등산로를 조성해 비교적 쉬운 산행이 가능하다. 등산로 주변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숲으로 빽빽하다. 숲에서 부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정신 없이 올라가다가 적당한 무명봉에서 다시 하산하기 시작하고 급하게 귀경길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