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기록/산행기(지방)

황홀했던 오대산 단풍 산행

카페인1112 2003. 10. 4. 21:58

황홀했던 오대산 단풍 산행

 

산행지: 오대산 비로봉(1,563m)

산행일: 2003년 10월 3일

 

숲에 오는 가을의 진객을 먼저 보고 싶어 3일 연휴의 첫날 오대산을 향해 출발. 가까운 곳에서는 아직 가을을 제대로 느낄 수 없지만 오대산에서는 그 고운 빛들을 만날 수 있을까? 고운 자태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음은 벌써 오대산에 가 있다.

4시간 조금 더 걸려 오후 1시 오대산 월정사 입구에 도착.

 

오대산은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하얀 설화가 환상적이라고 한다. 장엄한 산세와 함께 세련미까지 있는 산, 월정사 입구에서 상원사까지는 8.8Km. 그 사이 수려한 전나무 숲길의 아름다움과 오대천 주변의 단풍은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그 동안 여러 번 오대산에 왔었지만 비로봉 산행은 오늘이 처음이다.

 

오대천 계곡의 화려한 단풍들이 이제 고운 채비를 시작하고 있다. 가을의 단풍은 언제 보아도 화려한 유화 그림, 비록 이제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산의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붉고 노랗게 치장한 단풍 숲에 전나무들의 파란 모습이 화려하기만 하고, 색들마다 그 고유의 빛깔들이 진하고 뚜렷하다. 전나무 숲과 단풍의 모습이 이렇게 절묘하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일까.

 

오후 2 문수동자와 세조의 전설이 있는 관대걸이에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다. 비로봉 3.3Km의 표지판이 오늘 우리가 산행할 거리를 알려 준다. 상원사를 지나고 나서도 계속 평탄하고 넓은 길, 그러나 중대암 못 미쳐부터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들게 된다.

선명한 단풍 속에 가을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 온다. 위로 올라갈수록 단풍 빛들이 더 진하고 고운 빛을 자랑하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의 모습이 한없이 그냥 곱고 자연이 아니면 만들어 낼 수 없는 풍경을 그리고 있다. 오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노랗고 주황색 빛의 단풍 속에 점점이 박혀 있는 붉은 빛과 전나무의 푸른 빛이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45분 적멸보궁 못 미쳐 샘, 이름하여 용안수이다. 적멸보궁의 형국이 용의 머리라고 하니 그래서 용안수인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명당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5대 보궁 중 하나인 적멸보궁에 도착 참배를 한다. 선덕여왕 시절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얻어 봉안하게 된다. 후일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문수석상에 7일 기도를 하여 문수보살이 나타났으나 알아보지 못하고, “아상이 있는 자가 어찌 나를 보랴라는 말만 전해 듣게 된다.

 

335 해발 1,300m, 비로봉은 이제 0.5km 밖에 남지 않았고 산행 발걸음이 고운 자태에 취해 즐겁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숲은 고산지대 관목지대로 바뀐다. 멀리 구름 그림자 아래 산봉우리들이 점점 더 수려한 모습을 드러내고 곱게 물든 자태를 드러낸다. 정상 바로 아래에서 발견한 야생화 두 송이, 그 청초하고 단아한 모습의 꽃 이름이 무엇일까? 그리고 맑은 빨간 열매를 잔뜩 달고 있는 작은 관목들이 너무도 예쁘다.

 

4 정상인 비로봉(1563m)에 도착했다. 정상은 막힘 없이 후련하고 장엄한 산의 연봉들과 멀리 주문진 바다 모습까지 볼 수가 있다. 하긴 바다와 하늘을 어찌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을까?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줄기들이 시원하고 가을의 모습들이 화려하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들은 온통 가을빛으로 황홀하다. 다양한 나무들이 각기 제 색깔로 자태를 뽐 낸다. 아직 절정에는 이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아름답다. 화려한 단풍 산의 모습에 절로 감탄사를 자아내고 그 순간 순간들이 행복하다.

 

30분 정도 정상에 머물면서 주변 경관을 조망하다가 하산, 내려오면서도 장엄한 가을빛 고운 자태에 넋이 빠질 정도이고 이런 좋은 시절 인연을 만난 것이 다행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상념들에 빠질 필요 없이 생각이 그냥 맑다. 그저 자연의 모습에 몸을 맡길 뿐 번잡한 세속의 생각은 멀리 사라져 버린다. 온갖 잡념들도 일상의 피곤한 모습도 그저 멀리 있을 뿐이다.

 

중대암에서 상원사 방향으로 돌아 하산, 숲에는 어둠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고 주변에는 산죽이 잔뜩 자라고 있다. 도중 갑자기 발 앞에 잣 송이가 떨어져 집어 들어 보니 반 정도는 이미 잣을 다 발라 내 버린 상태, 그것이 다람쥐 솜씨라는 걸 나중 알았다. 도중 만난 다람쥐, 잣 송이에서 알맹이를 기막히게 뽑아내 삼킨다.

 

540 상원사에 도착, 상원사는 문수전을 모신 곳으로 다른 절에서는 문수보살을 주불로 모신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지혜의 문수보살께 참배하고 다시 하산. 6 하산 완료. 시간이 늦어 월정사는 들르지 못하고 만다.

 

월정사 입구 가마솥 식당에서 산채정식으로 포식. 내일은 노인봉에 올랐다가 서울로 귀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