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영산 태백산을 찾아
산행지: 태백산(1,560m)
산행일: 2003년 10월 19일
우리 민족의 성산으로 모셔지는 태백산, 모처럼 두 아이들까지 포함한 1박2일의 가족산행을 하게 되었다. 큰 기대를 갖고 출발한 산, 이번 여정이 훗날 우리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좋은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가는 도중 정선 선돌에서 잠시 휴식, 붉은 해가 서쪽 산에 잠시 걸려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곤 금새 해가 사라지고 곧 땅거미가 내려 앉겠지. 선돌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2개의 큰 바위인 선돌과 맑은 서강의 모습은 정말 절경이다. 선돌에 한가지 소원을 기도하면 그 소망이 이루어진다는데 아이들을 향한 내 소망도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저녁 늦게 태백에 도착, 호박 오리고기로 저녁식사를 하고 호텔에 투숙. 19일
매표소 해발고도가 950m, 태백산 정상이 1,567m이므로 600m 정도를 올라가는 비교적 쉬운 산행이 될 것 같다. 시간만 넉넉하다면 당골에서 산행을 시작하거나, 유일사 입구에서 백단사나 당골 쪽으로 하산하는 것이 좋겠지만 차량 이동에 문제가 있다. 오늘 코스는 원점회귀 산행으로 등반거리가 가장 짧은 코스.
크고 밝은 뫼 태백산, 웅장하고 포용력 있는 후덕한 육산으로 태백산을 경계로 영동 영서로 나누는 경계가 되고, 예로부터 민족의 영산으로 민족의 구심점으로 인식되어 있는 곳. 천제인 환인의 아들인 환웅이 3,000명 무리를 이끌고 신단수 아래 내려와 신시를 연 곳. 지금도 정상에 있는 천제단에서는 한배검에 대한 제사를 봉행하고 정상 주변은 신령스런 곳으로 인식된다. 산행 자체 목적도 있지만 이런 신화적 의미를 마음에 담고 꼭 산행을 하고 싶었다. 산 정상에는 태곳적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다. 천제단은 둘레 27m, 폭 8m, 높이 3m의 자연석으로 쌓은20평 가량의 돌 제단
화방재 아래 유일사입구에서의 산행은 넓은 임도로 시작되고 주변 이깔나무 숲을 보면서 가볍게 산책을 하다 보니 20분이 조금 안 걸려 갈림길에 도착했다. 산행 코스는 임도를 벗어나 우측 유일사입구 옛길로 접어 들어 산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이제부터 무성한 숲 속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본격적인 산행, 숲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이제 잎을 떨궈버린 숲은 마른 가지를 하늘로 뻗고 있다. 열흘 전 지나치며 보았던 노랗게 물들었던 가을 산의 모습은 벌써 초겨울 분위기를 풍긴다. 계절의 빠름이 새삼 느껴지는 곳, 어느 새 가을이 가고 있다. 경사가 급하지만 흙이나 작은 자갈들이 깔려 있는 소로 길을 낙옆을 밟으며 걷는다. 초입에는 이깔나무와 소나무 등이 있지만 대부분은 활엽수들로 몇 개 나뭇잎을 달고 있을 뿐 이미 옷을 다 벗어 버렸다. 위로 오를수록 앙상한 가지들이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마음까지도 허무하게 한다.
천제단을 향해 산행 계속, 군데군데 주목이 보인다. 정상을 향해 갈수록 나무들 키가 작아지고 앙상한 가지를 달고 있다. 그 사이를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천년 그리움의 푸른 주목들이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다. 겨울에 등산을 하면 순백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상고대와 함께 푸른 주목 숲이 조화를 이뤄 동화 속의 나라가 될 것 같다. 서둘러 천제단을 향해 산행을 계속한다.
곧 천제단에 도착, 적석으로 쌓아 신역을 표시한 천제단은 천왕단, 장군단, 하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장군단을 둘러 보고 북쪽 정상으로 출발.
천제단에는 참배를 하는 사람들이 많고 단에 오르니 무엇인가 신령스런 기운을 느낄 수 있다. 구한말이나 일제시대 독립군들이 이곳에서 천제를 올렸다는데 그들의 마음 속은 어떠했을까? 천제단 한배검 위패에 잠시 참배. 정상에는 태백시에서 세운 큰 표지석이 있고 주변에는 등산객들이 점심식사로 분주하다. 정상 주변 철쭉나무 등은 작은 관목들은 이파리 하나 없이 앙상하고 주변 산들의 모습도 가을산이라기 보다는 탈색된 초겨울 산의 모습으로 황량하다. 화려했을 쑥부쟁이 꽃도 시들어 볼품이 없다. 단지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산줄기들이 장대함으로 산세를 드러내고 있을 뿐. 잠시 휴식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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